뉴스에서 한국 무기 이름은 대개 하나씩 따로 나옵니다. 오늘은 K9 자주포, 다음 날은 천궁, 그다음은 레이저 무기 천광입니다. 이름만 따라가면 서로 아무 관계 없는 물건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이 이름들 사이에 선이 있습니다. 같은 기관들이 맡고, 같은 단계를 거치며, 한 체계에서 얻은 기술이 다른 체계로 넘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자료만으로 그 관계를 지도처럼 그려 봅니다. 누가 무엇을 맡는지, 무기가 어떤 단계를 지나는지, 분야별로 어떤 체계가 있고 어디서 이어지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무기 하나 뒤에 있는 기관들
먼저 무기를 사고 만드는 일을 맡는 기관이 있습니다. 방위사업청(Defense Acquisition Program Administration, DAPA)입니다. 2006년 1월 1일, 국방부·합참·각 군·조달본부 등 8개 기관에 흩어져 있던 획득 조직과 기능을 하나로 합쳐 문을 열었습니다.
방위사업청이 맡는 일은 크게 셋입니다. 군에 필요한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거나 구매하는 방위력개선사업, 군수품 조달, 방위산업 육성입니다. 같은 때 방위사업법이 만들어져 방위사업이 법률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에는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둡니다.
연구개발의 중심에는 국방과학연구소(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ADD)가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법 제1조가 정한 임무는 국방에 필요한 무기와 국방과학기술의 조사, 연구, 개발, 시험입니다. 여기에 무기를 실제로 쓰는 각 군과 합동참모본부, 시제품과 양산을 맡는 업체가 더해집니다.
소요에서 배치까지: 무기가 지나는 길
무기는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시작합니다. 이것을 소요라고 부릅니다. 각 군이 소요를 제기하고, 합동참모본부가 소요를 결정합니다.
소요가 정해지면 방위사업청이 통합사업관리팀(IPT)을 꾸립니다. 이 팀은 선행연구로 먼저 따져 본 뒤 사업 전략을 세우고, 연구개발로 갈지 구매로 갈지에 따라 길이 갈립니다.
연구개발 쪽은 탐색개발과 체계개발을 거칩니다. 탐색개발에서는 시뮬레이션이나 시제품 시험으로 핵심 기술을 입증하고, 체계개발에서는 설계와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로 양산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만듭니다. 그 뒤 양산과 배치, 운영·유지를 지나 마지막에는 폐기됩니다.
시험평가에는 두 가지 판정이 있습니다. 개발시험평가는 "기준 충족" 또는 "기준 미달"이고, 운용시험평가는 "전투용 적합", "전투용 조건부 적합", "전투용 부적합" 가운데 하나입니다. 방위사업관리규정은 전투용 적합 등으로 판정된 무기체계에 대해 양산계획서를 확정하고 계약한다고 정합니다.
기사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이라는 말이 나오면 양산으로 가는 문턱을 넘었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레이저 무기 기사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에 있습니다.
배치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은 배치 뒤 1년 이내의 무기체계를 대상으로 각 군이 전력화평가를 하도록 정합니다. 이때 운용개념과 작전운용성능이 얼마나 달성됐는지, 교리·조직·훈련체계·정비체계 같은 전력화지원요소가 갖춰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기사에서 "전력화됐다"는 말은 무기를 들여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부대가 쓸 수 있는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한 가지 바뀐 점도 있습니다. 2014년 방위사업법 개정으로 시험평가 기능은 방위사업청에서 국방부(합참)로 옮겨졌습니다. 같은 사업이라도 단계마다 맡는 기관이 다릅니다.
분야로 나눈 지도
이제 무기들을 분야별로 놓아 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누리집은 연구개발을 열 갈래로 나눕니다. 미사일, 미사일방어, 지상무기, 수중·해양무기, 항공·무인기, 감시정찰, 지휘통제·정보전, 국방우주기술, 핵심기술, 미래기술입니다.
지상무기 목록에는 K9 자주포, K2 전차, K21 보병전투장갑차가 있습니다. 미사일방어 목록의 첫 줄은 천궁입니다. 천궁은 공군이 1960년대부터 쓰던 '호크'를 대신하려고 국내에서 연구개발한 첫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입니다. 2011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마쳤고, 2015년부터 군에 배치됐습니다.
바다 쪽에는 경어뢰 청상어와 중어뢰 백상어·범상어가 있습니다. 장보고-III Batch-I 잠수함의 소나체계와 전투체계도 같은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이 잠수함은 두 체계를 국내에서 연구개발해 실었고, 잠수함 전체의 국산화 비율은 76%로 장보고-I·II급보다 약 두 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같은 계열의 Batch-II 1번함 장영실함은 리튬전지를 실었고, 2027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잠수함이 무엇으로 움직이는지는 잠수함 추진 글에서 이어집니다.
하늘 쪽에는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가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MUAV를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국내 업체들이 개발과 양산을 맡은 국내 최초의 전략급 무인항공기라고 소개합니다. MUAV의 국산화율은 90%이고, 2027년부터 차례로 공군에 인도됩니다.
한 체계가 여러 목록에 함께 나오기도 합니다. MUAV는 항공·무인기 목록에도, 감시정찰 목록에도 있고, K2 전차와 K21의 조준경도 감시정찰 목록에 따로 있습니다. 지하철 노선도에서 여러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다른 점은 환승역은 이미 있는 역을 노선들이 나눠 쓰지만, 무기체계는 여러 기술 분야의 결과를 모아서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체계와 체계를 잇는 기술
지도의 선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한 체계의 기술이 다른 체계로 넘어간 자리입니다. 정부 발표에서 네 가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홍상어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09년 6월, 경어뢰 청상어를 유도탄 안에 실어 적 잠수함이 있는 바다까지 날아가게 한 대잠유도무기 홍상어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있던 어뢰를 새 무기가 싣고 가는 셈입니다.
둘째는 천궁입니다. 2020년 천궁의 군 인도를 알리며 당시 방위사업청장은 천궁 개발 과정에서 더 얻은 레이더 기술로 탄도탄요격체계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어체계가 여러 겹으로 쌓이는 까닭은 다층 미사일 방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천무입니다. 천무는 발사대와 탄약운반차가 한 세트인 다연장 체계입니다. 정책브리핑 기사에 따르면 전술지대지유도무기-II는 천무 플랫폼에서 발사하도록 개발됐습니다. 같은 발사대에서 쏠 수 있는 무기가 늘어난 경우입니다.
넷째는 천광의 레이저발진기입니다. 개발을 시작할 때 기술성숙도가 부족했고 드론·무인기 위협이 빠르게 늘어, 체계개발에는 해외에서 들여온 발진기를 썼습니다. 그러면서 보통처럼 체계개발을 마친 뒤 차례로 국산화하지 않고, 체계개발과 동시에 더 높은 성능의 발진기 국산화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해외 부품 자리에 국산 부품이 들어간 이 연결은 아래 레이저 절에서 이어집니다.
숫자로 본 방위산업: 정부가 밝힌 값
방위산업 규모는 어떻게 볼까요? 방위사업청 누리집은 "방위산업 대전환을 통한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2024년 값과 2030년 목표를 나란히 적어 두었습니다. 2024년 방산수주액은 96억 달러, 고용인원은 5.2만 명,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2%입니다. 중소기업 매출 점유율은 18%입니다.
같은 표의 2030년 칸에는 수주액 200억 달러, 고용 8만 명, 점유율 6%, 중소기업 점유율 25%가 있습니다. 이것은 실적이 아니라 목표입니다. 방산수주액은 계약을 따낸 금액이라, 그해 실제로 넘겨준 무기의 값과는 다릅니다.
수출 사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KT-1 기본훈련기는 페루·터키 등, K2 전차기술은 터키, K9 자주포는 터키·인도·폴란드 등, 신궁은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사례로 올라 있습니다. 더 자세한 통계는 방위사업청 누리집의 "방위산업통계" 게시판에 방위산업 실태조사로 올라옵니다. 정부 자료를 찾는 길은 공개 자료 찾는 법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천광은 지도의 어디에 있나
지상무기 목록의 끝에는 "고출력 레이저무기"가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 역량을 모을 첨단 분야 가운데 하나로 지향성 에너지를 꼽았습니다. 이 에너지를 표적에 보내는 무기가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 DEW)이고, 레이저 무기는 그 한 갈래입니다. 레이저 무기는 이 지도에서 이미 목록에 오른 체계이면서, 앞으로 힘을 모을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 실제로 놓인 체계가 레이저대공무기 Block-I '천광'입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천광은 2024년 12월 전력화됐고, 드론과 무인기를 겨냥해 광섬유 기반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 무기체계입니다. 앞에서 본 레이저발진기 국산화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했고, 2026년 5월 말 마무리됐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레이저대공무기의 국산화율은 금액 기준으로 76%에서 90%로 올랐습니다. 금액 기준은 부품 개수가 아니라 값으로 따진 비율이라는 뜻입니다. 이 값은 천광 체계 전체의 비율이라, 위에서 본 장보고-III나 MUAV의 국산화율과는 서로 다른 무기의 숫자입니다.
천광의 이야기는 이 글의 지도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방위사업청의 사업, 국방과학연구소의 개발, 시험평가, 그리고 핵심 구성품 국산화까지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앞으로 Block-II 체계개발 사업 등으로 출력과 정밀도를 높이고 크기와 무게를 줄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천광이 실제 훈련에서 어떻게 소개됐는지는 천광과 차량 탑재 레이저포 시연 글에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한화시스템, 육군 훈련에서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과 30 kW급 차량 탑재 레이저포 시연: 지도 위 레이저 칸에 놓인 체계가 공개 행사에서 어떻게 소개됐는지 봅니다.
-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 영화와 실제의 차이: 지향성 에너지 무기라는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봅니다.
- 다층 미사일 방어: 왜 방어체계가 여러 겹일까: 미사일방어 칸의 체계들이 왜 여러 겹으로 놓이는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