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지키는 미사일이라고 하면 흔히 발사대에서 불꽃을 뿜으며 솟아오르는 한 발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 한 발이 떠나기 전에 이미 여러 장치와 사람이 일하고 있습니다. 누가 하늘을 지켜보고, 누가 쏠지 말지를 정하고, 쏜 뒤에는 누가 미사일을 이끌까요?
지대공 미사일(surface-to-air missile)은 이 물음들에 답하는 여러 부분이 함께 움직이는 체계입니다. 부분마다 맡은 일이 다르고, 미사일이 하늘로 떠난 뒤에도 땅과 미사일 사이의 끈은 끊기지 않습니다. 미국의 Patriot과 한국의 천궁도 이 짜임으로 읽으면 한결 잘 보입니다.
미사일 한 발보다 큰 그림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미 육군의 Patriot을 항공기, 무인기, 순항 미사일, 단거리·전술 탄도 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하고 교전하도록 만든 지상 이동식 체계로 소개합니다. 탐지, 추적, 교전이라는 세 낱말은 체계가 하는 일을 차례로 보여 줍니다.
이 일을 나눠 맡는 부분은 대체로 넷입니다. Patriot은 레이다, 교전통제소(engagement control station, ECS), 미사일 발사대, 미사일로 이루어집니다. 한국의 천궁도 교전통제소, 다기능레이더, 발사대, 유도탄으로 짜여 있습니다.
동네 소방서를 떠올리면 짜임이 잡힙니다. 연기를 알아채는 감지기, 출동을 정하는 상황실, 현장으로 가는 소방차가 따로 있지만 하나처럼 움직입니다. 실제 지대공 체계는 한 가지가 크게 다릅니다. 미사일이 발사대를 떠난 뒤에도 레이다가 그 미사일을 계속 따라가며 표적까지 이끄는 일을 돕습니다.
레이다: 하늘을 보는 눈
체계에서 하늘을 보는 일은 레이다가 맡습니다. Patriot의 레이다는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다이고, 교전통제소에서 원격으로 조종합니다. 이름부터 레이다가 중심입니다. Patriot은 Phased Array Tracking Radar to Intercept on Target, 곧 "표적 요격용 위상배열 추적 레이다"의 머리글자입니다.
천궁의 레이더도 같은 방향을 택했습니다. 천궁은 레이더 한 대가 탐지, 식별, 추적, 교전까지 해내는 다기능 위상배열 방식을 씁니다. 하늘을 찾아보는 일부터 교전까지가 레이더 한 대의 몫이라는 말입니다.
레이더가 전파를 보내고 돌아온 반사로 거리와 움직임을 재는 기본 원리는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교전통제소: 판단은 사람이
레이다가 본 것을 받아 판단하는 곳이 교전통제소입니다. Patriot 부대에서 사람이 타는 요소는 교전통제소 하나뿐입니다. 이곳은 발사대와 다른 Patriot 부대, 상급 지휘부와 통신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기계와 사람은 일을 어떻게 나눌까요? CRS가 옮긴 Janes의 설명으로, 반자동 방식에서 체계는 항적을 스스로 분류하고 식별하며, 피아 식별 응답을 묻고, 통제소의 운용자에게 권고를 냅니다. 교전을 할지 말지는 그다음에 사람 운용자가 정합니다.
모든 과정을 체계가 혼자 하는 자동 방식도 기능으로는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CRS는 과거의 아군 오인 사격 사고 때문에 육군이 자동 방식을 더는 쓰지 않는다고 적습니다. 기계가 빠르게 분류하더라도 쏠지 말지의 마지막 판단은 사람에게 남겨 둔 셈입니다.
발사대와 유도탄
발사대는 레이다나 교전통제소 곁에 붙어 있지 않아도 됩니다. Patriot의 발사대도 레이다·교전통제소와 떨어진 곳에 둘 수 있습니다. 부분들이 통신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짜임입니다.
발사 방식도 체계마다 다릅니다. 천궁은 수직 발사대에서 유도탄을 공중으로 밀어 올린 뒤,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원하는 쪽으로 날아가는 콜드런칭 방식을 씁니다. 왜 불꽃 없이 먼저 튀어나오게 하는지는 콜드런칭: 왜 불꽃 없이 먼저 튀어나올까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하늘로 떠난 유도탄도 체계와 끈이 이어져 있습니다. Patriot의 요격 미사일은 발사된 뒤 레이다 쪽으로 자료를 보내고, 레이다는 그 미사일을 추적하며 표적까지 유도를 돕습니다. 천궁 유도탄은 마지막 단계에서 RF 능동 호밍, 곧 미사일 스스로 전파를 비추고 그 반사를 따라가는 방식을 씁니다.
땅에서 쏜 미사일이 표적에 닿기까지
발사 단추보다 먼저 오는 것은 판단입니다. 무기 통제 체계는 먼저 그 표적과 교전할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발사 해법을 계산하고, 미사일을 준비시켜 쏘고, 비행 속도까지 밀어 올립니다.
그 뒤의 비행은 보통 단계로 나뉩니다. 추진 단계에서는 대개 관성 유도를 쓰고, 중간 유도 단계에서는 미사일이 바깥에서 정보를 받습니다. 종말 단계는 마지막이자 대개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중간 단계에서 바깥 센서가 표적을 대신 추적해 주면, 미사일의 센서는 먼 거리에서 표적을 겨누고 찾아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땅의 레이다 하나로 끝까지 갈 수는 없습니다. 센서의 정확도는 대체로 거리가 멀수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간 유도의 목표는 따로 있습니다. 미사일을 표적 가까이 바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의 센서가 표적을 붙잡고 종말 호밍으로 넘어가기 좋은 자리로 데려가는 것입니다. 이 넘겨주기 뒤로는 미사일 앞쪽의 탐색기가 표적을 맡습니다.
공개된 사례: Patriot과 천궁
Patriot은 1960년대에 개발을 시작했고, 첫 Patriot 대대는 1982년 5월에 창설되었습니다. 원래는 고성능 항공기를 막으려고 설계된 체계였습니다.
CRS가 옮긴 육군의 설명에 따르면, 1991년 1월 Patriot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날아온 이라크의 SCUD 미사일을 요격했습니다. 육군은 이것이 Patriot의 첫 실전 사용이었고, 방공 체계가 적의 전술 탄도 미사일을 처음으로 파괴한 일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공군은 1960년대부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호크'를 들여와 운용했고, 천궁은 이를 대체하려고 국내에서 연구 개발한 첫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입니다.
천궁은 2011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 개발을 마쳤고, 2015년부터 군에 배치되었습니다. 마지막 물량은 2020년 4월에 군에 인도되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천궁을 적의 공중 공격에서 국가 주요 시설과 산업 시설을 지키는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로 소개합니다.
여러 겹으로 지키는 하늘
지대공 체계 하나가 하늘 전체를 맡지는 않습니다. CRS가 인용한 미사일방어옹호연합(MDAA)의 설명으로, Patriot은 혼자서도 움직일 수 있지만 주로 특정한 곳을 지키는 거점 방어용입니다. THAAD 같은 다른 미사일 방어 체계와 함께 쓰면 여러 층이 겹치는 방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대공 미사일의 모습도 여럿입니다. CRS의 정밀 유도 무기 해설은 지대공 쪽의 예로 세 가지를 듭니다. Stinger는 낮게 나는 고정익·회전익 항공기와 순항 미사일, 드론을 요격하도록 만든 "쏘고 잊는" 미사일로, 육군이 1981년에 처음 배치했습니다.
ESSM은 배에서 쏘는 대공 미사일로 해군이 2004년에 처음 배치했습니다. 배에서 쏘는 미사일도 이 해설의 지대공 묶음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지대공의 "지(surface)"는 땅뿐 아니라 바다 위까지 아우르는 셈입니다.
세 번째 예인 SM-6는 SM-2 Block IV의 요소에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유도 체계를 합친 미사일입니다. 항공기에서 쏘는 미사일과 땅이나 배에서 쏘는 미사일이 같은 유도 체계를 나눠 쓰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하늘을 지키는 수단은 미사일만이 아닙니다.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와 방공포도 함께 거론됩니다. 세 수단이 서로 어떻게 역할을 나누는지는 레이저, 요격미사일, 방공포: 서로 어떤 역할을 나눌까에서 이어집니다. 레이저 무기 역시 레이저 하나가 아니라 여러 부분이 함께 일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이 글이 본 지대공 체계와 닮은 데가 많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레이저, 요격미사일, 방공포: 서로 어떤 역할을 나눌까: 하늘을 지키는 세 수단이 역할을 나누는 방식을 다룹니다.
-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 체계 구성 한눈에: 레이저 무기를 레이저발진기, 빔 지향기, 전력, 냉각, 지휘·통제로 나눠 한 장의 체계도로 봅니다.
-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 체계의 눈인 레이다의 기본 원리를 풀어 줍니다.
- 공대공 미사일: 미사일의 눈은 무엇을 볼까: 종말 단계에서 일하는 탐색기의 갈래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