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수함은 물속에 숨어 움직입니다. 바다 위의 함정이나 하늘의 항공기가 그 잠수함을 찾아냈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으로 맞설까요? 이때 쓰는 무기 가운데 하나가 경어뢰입니다.
청상어는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국산 경어뢰입니다. 이 글은 경어뢰가 중어뢰와 어떻게 나뉘는지, 청상어가 언제 개발을 마쳤고 어떤 무기들과 이어지는지, 그리고 뒤를 이을 경어뢰-II가 왜 새로 만들어지는지를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자료로 따라갑니다.
경어뢰와 중어뢰
물속에서는 눈보다 귀가 먼저입니다. 함정과 잠수함은 서로를 찾을 때 소리로 상대의 위치나 속도 같은 것을 알아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청상어도 소리를 따라갑니다. 소리로 물속을 살피는 장비 이야기는 "소나: 물속에서는 왜 소리로 볼까"에서 이어집니다.
이름에는 가볍다(경, 輕)와 무겁다(중, 重)가 들어 있습니다. 두 어뢰가 쓰이는 자리는 어떻게 다를까요? 2009년 정부 정책브리핑에 실린 국방일보 기사는 함정이 잠수함을 먼저 찾아 공격할 때 경어뢰를 쓰고, 잠수함에서 잠수함이나 함정을 공격할 때는 중어뢰를 쓴다고 설명합니다.
청상어는 그 가운데 경어뢰입니다. 함정이나 항공기에서 발사된 뒤 물속에서 적 잠수함이 내는 음향을 쫓아갑니다. 배와 항공기가 들고 나가는 어뢰라고 생각하면 그림이 쉽게 그려집니다.
청상어는 누가 만들었나
공식 자료로 확인되는 답은 두 갈래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ADD)는 청상어를 자기 연구개발 성과로 꼽고, LIG넥스원은 청상어를 개발을 마치고 양산하는 무기체계로 꼽습니다. 연구소의 성과 목록과 업체의 양산 목록에 함께 올라 있는 셈입니다.
개발을 마친 해는 2004년입니다. 연구소 누리집의 "연구개발성과 50선"에 청상어(경어뢰)가 2004년 성과로 올라 있고, 2022년 방위사업청 보도자료도 해군이 운용 중인 청상어를 "2004년에 개발이 완료된 무기체계"라고 불렀습니다. 연구소 영문 누리집의 해양·수중 무기 체계 목록에는 Blue Shark라는 이름이 White Shark, Heavyweight Torpedo-II와 함께 있습니다.
두 기관이 청상어 개발에서 일을 어떻게 나눴는지, 개발을 언제 시작했는지는 이번에 찾은 공식 자료에 나오지 않습니다. 누가 개발을 이끄는지가 왜 중요한지는 뒤를 잇는 경어뢰-II에서 더 잘 보입니다.
상어 이름의 세 무기
한국의 수중 무기에는 상어 이름이 여럿 있습니다. LIG넥스원이 꼽은 목록에는 중어뢰 백상어, 경어뢰 청상어, 그리고 어뢰에 유도로켓을 결합한 홍상어가 나란히 있습니다. 백상어는 무거운 어뢰, 청상어는 가벼운 어뢰입니다.
홍상어는 조금 다릅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09년 6월 22일 홍상어의 개발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착수한 지 9년 만이었습니다.
홍상어는 경어뢰 청상어를 유도탄 안에 싣고 적 잠수함이 있는 해역까지 날아가, 그곳에서 잠수함을 공격하도록 만든 대잠유도무기입니다. 함정에서 쏘는 경어뢰의 사거리를 크게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홍상어는 함정 갑판 밑의 수직발사체계에서 쏘아 올리고, 싣고 간 청상어를 그 해역의 물에 내려놓습니다. 물에 들어갈 때의 충격은 낙하산으로 줄입니다.
택배 상자를 떠올리면 관계가 보입니다. 로켓은 상자이고, 그 안의 물건이 청상어입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로켓은 물속까지 들어가지 않고, 물속에서 잠수함을 쫓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뢰가 맡습니다.
다음 세대: 경어뢰-II
청상어도 언젠가는 바뀌어야 합니다. 방위사업청은 2022년 8월 11일 LIG넥스원과 1,549억원 규모의 경어뢰-Ⅱ 체계개발 계약을 맺었습니다. 사업 전체로는 약 1,650억원을 들여, 호위함 이상의 수상함정에서 적 잠수함정에 대응할 신형 경어뢰를 개발합니다.
왜 새로 만들까요? 보도자료가 든 까닭은 셋입니다. 청상어의 부품 단종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고, 적 어뢰의 기술이 발전했으며, 청상어의 기술이 낡았다는 것입니다.
처음 이름은 "경어뢰 성능개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신형 경어뢰는 전투탄두부를 뺀 모든 구성품을 새로 개발합니다. 고쳐 쓰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 만드는 수준이라, 방위사업청은 2022년 3월 사업명을 "경어뢰-Ⅱ"로 바꿨습니다.
목표의 방향은 이렇습니다. 청상어보다 주행거리와 속도를 늘리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적 잠수함정을 더 잘 찾고 공격하도록 신형 음향탐지센서를 개발합니다.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해 국산화율 95% 이상을 목표로 합니다.
일을 나누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이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국방 연구개발 체계개편"의 하나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에서 업체 주관 연구개발로 옮긴 사업입니다.
주관은 개발을 이끄는 책임을 말합니다. 업체 주관에서는 LIG넥스원이 2029년까지 개발을 이끌고, 국방과학연구소는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넘겨주고 기술적인 결정에 자문하는 기술지원을 맡습니다. 보도자료에 실린 국방과학연구소 해양기술연구원장의 말로는, 이렇게 인력을 다시 배치하면 연구소는 드러내지 않는 비닉 기술과 핵심 첨단기술에 연구 역량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방위사업청 유도무기사업부장은 국내 업체가 수중 유도무기를 스스로 연구개발하는 능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공개 자료로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정리해 보면 공식 자료가 분명히 말하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경어뢰와 중어뢰를 주로 어디에서 쓰는지, 청상어가 개발을 마친 해, 홍상어와의 관계, 경어뢰-II의 계약과 일정, 그리고 새로 만드는 까닭과 목표의 방향입니다.
속도나 거리 같은 값은 사정이 다릅니다. 2022년 방위사업청 발표는 경어뢰-II가 청상어보다 멀리, 빠르게 간다는 방향만 밝혔고 얼마나 그런지는 숫자로 적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백과나 보도에는 청상어의 숫자가 돌지만, 누가 발표한 값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출처를 가리는 방법은 공개 자료 찾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업체 소식도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LIG넥스원은 2025년 3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리는 국제 해양방위 컨퍼런스 Colombiamar 2025에 참가해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과 경어뢰 청상어 같은 해양유도무기를 소개한다고 밝혔습니다. 행사에서 무기를 소개한다는 소식은 홍보이고, 수출 계약 소식과는 다릅니다.
이 습관은 레이저 무기 기사를 읽을 때도 그대로 쓸모 있습니다. 발표한 쪽이 정부인지 업체인지, 숫자가 실제로 적혀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소나: 물속에서는 왜 소리로 볼까: 어뢰와 함정이 물속에서 소리로 서로를 찾는 원리를 봅니다.
- 수직발사체계(VLS): 군함 갑판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홍상어를 쏘아 올리는 발사 체계가 어떤 구조인지 봅니다.
-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 무기 소식에서 발표 주체와 숫자를 가려 읽는 법을 레이저 무기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