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수함 안에서 디젤 엔진을 돌린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엔진은 연료를 태워야 하고, 태우려면 공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닷속에는 들이마실 공기가 없습니다.
잠수함이 무엇으로 움직이느냐는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디젤전기, 공기불요추진(AIP), 핵추진 세 방식이 어디서 에너지를 얻는지, 그리고 왜 물속에 머무는 시간이 서로 다른지를 따라갑니다.
물속에는 공기가 없다
잠수함의 동력원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원자로를 쓰거나, 디젤 엔진이나 연료전지 같은 비핵 동력원을 씁니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보고서가 쓰는 분류이고, 미 해군 잠수함은 모두 핵추진입니다.
연료를 태우는 엔진은 공기를 마셔야 돌아갑니다. 물 위의 배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물속에 숨어 있어야 하는 잠수함에는 이것이 큰 제약입니다. 세 방식은 이 제약을 서로 다른 길로 피해 갑니다.
디젤전기: 물 위에서 충전하고 물속에서는 전지로
디젤전기 잠수함은 일을 둘로 나눕니다. 물속에서는 전지(배터리)에 담아 둔 전기로 움직이고, 전지가 비면 디젤 엔진을 돌려 다시 채웁니다. 디젤 엔진은 공기를 마셔야 하니, 충전하려면 물 위로 올라오거나 스노클(snorkel)로 수면을 뚫어야 합니다.
휴대전화와 닮은 데가 있습니다. 밖에서는 배터리로 쓰다가 콘센트를 찾아 충전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잠수함의 콘센트는 함 안의 디젤 엔진이고, 그 엔진이 공기를 마셔야 하므로 충전하는 동안에는 수면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한 번 잠기면 얼마나 버틸까요? 스웨덴 잠수함을 만드는 Saab는 디젤전기 추진만 갖춘 잠수함이 물속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며칠로 설명합니다. 핵추진 이전의 잠수함은 전지 동력에 묶여 물속에서 150마일 넘게 가지 못했고, 속도도 훨씬 느렸습니다.
핵추진 개발은 바로 이 한계를 없애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미 국가핵안보청(NNSA) 청장의 기고가 꼽는 이전 잠수함의 큰 약점은 둘입니다. 연료를 실은 만큼만 갈 수 있었고, 전지를 채우려고 자주 떠올라야 했습니다.
전지가 좋아지면 물속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2025년 10월 22일 진수한 한국의 장영실함은 리튬전지를 실어 물속 잠항시간과 최대속력으로 항해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디젤잠수함인 이 함은 2027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AIP: 공기 없이 버티는 시간을 늘리다
공기불요추진(air-independent propulsion, AIP)은 이름 그대로 바깥 공기 없이 전기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산소와 연료를 함 안에 싣고 다니면, 물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전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스웨덴 잠수함에 들어가는 스털링(Stirling) 기관이 한 예입니다. 기관 안의 기체를 데웠다 식혔다 하면 피스톤이 실린더 안에서 움직입니다. 데우는 열은 탱크에 실은 액체 산소로 저유황 디젤을 태워 얻고, 식히는 데에는 차가운 바닷물을 씁니다. 기관은 산소·연료 계통과 발전기를 한데 담은 모듈로 들어갑니다.
Saab는 스털링 AIP가 있으면 전지를 충전하려고 떠오를 필요가 없어, 잠항 지속 시간이 며칠에서 몇 주로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제조사가 자기 제품을 두고 한 말이므로, 어느 한 잠수함의 성능 값으로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잠수함에 스털링 기관을 처음 넣은 것은 1988년 스웨덴 해군의 HMS Näcken으로, 물을 뺀 도크(드라이 도크)에서 함을 둘로 자르고 AIP 구획을 끼워 넣었습니다.
AIP에는 연료전지를 쓰는 방식도 있습니다. 한국 해군의 안무함(장보고-Ⅲ Batch-Ⅰ)은 국산 연료전지 기술을 쓴 공기불요추진체계를 실었고, 방위사업청은 이것으로 장시간 수중 작전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핵추진: 원자로의 열로 물을 끓인다
핵추진 잠수함은 공기 문제를 아예 다른 길로 풉니다. 원자로에서 나온 열로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립니다.
미 해군의 핵추진 장치는 가압경수로라는 설계로, 물이 도는 닫힌 고리 두 개를 따로 둡니다. 첫째 고리(1차 계통)에서는 노심의 열이 물로 옮겨지고, 이 물은 끓지 않도록 압력을 받은 채 증기발생기로 갔다가 다시 원자로로 돌아옵니다.
둘째 고리(2차 계통)의 물은 증기발생기 안에서 물이 새지 않는 벽 너머로 열을 받아 끓습니다. 이 증기가 주 추진 터빈을 돌려 프로펠러를 움직이고, 터빈 발전기를 돌려 함에 전기를 댑니다. 터빈을 지난 증기는 다시 물이 되어 증기발생기로 돌아갑니다. 두 고리를 떼어 둔 덕분에 방사능이 둘째 고리의 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 과정의 어느 단계도 공기나 산소를 쓰지 않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바닷물로 산소와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어서, 오랫동안 대기와 떨어져 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에 잠긴 채 하는 초계의 길이는 주로 승조원에게 줄 식량을 얼마나 실을 수 있느냐로 정해집니다.
연료를 다시 넣기 전까지 갈 수 있는 거리도 크게 늘었습니다. NNSA는 첫 잠수함 노심이 약 62,000마일을 갔고, 지금의 잠수함·항공모함 노심은 100만 마일이 넘는다는 것을 기술 발전의 예로 듭니다.
첫 핵추진 잠수함은 미 해군의 USS Nautilus입니다. 1955년 1월 17일 이 함이 코네티컷의 템스강으로 나서며 보낸 신호가 "UNDERWAY ON NUCLEAR POWER", 곧 원자력으로 항해 중이라는 말이었습니다. 1958년에는 북극 얼음 아래로 2,000마일 넘게 항해했습니다.
세 방식을 나란히 놓고 보기
세 방식을 가르는 물음은 하나입니다. 무엇이 잠수함을 다시 물 위로 부르는가입니다.
디젤전기 잠수함은 전지가 비면 올라와야 합니다. AIP는 함에 실은 산소와 연료로 전지를 채워 그 순간을 뒤로 미룹니다. 핵추진은 공기가 필요 없는 열원을 쓰기 때문에, 물속에 머무는 시간이 연료나 공기보다 식량에 더 묶입니다.
NNSA 청장의 기고에 따르면 핵추진 잠수함은 처음에는 며칠, 나중에는 몇 달씩 물에 잠겨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해군이 안무함에 연료전지 AIP를, 장영실함에 리튬전지를 실은 것은 같은 숙제에 대한 다른 답입니다. 원자로 없이 물속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일입니다.
핵추진과 핵무장은 다른 말
"핵잠수함"이라는 말은 두 가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원자로로 움직이는 잠수함인지,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인지입니다. CRS 보고서는 동력원이 핵이냐 아니냐가 핵무기를 실었는지를 알려 주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이 핵무기를 싣지 않을 수 있고, 비핵추진 잠수함이 핵무기를 실을 수도 있습니다. 미 해군의 함종 기호도 둘을 따로 표시합니다. SS는 잠수함, N은 핵추진, B는 탄도미사일, G는 유도미사일입니다. 그래서 SSN은 핵추진 잠수함이고, 탄도미사일 잠수함이 되려면 B가 더 붙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SLBM: 바닷속에서 어떻게 출발할까: 잠수함이 싣는 탄도미사일이 물속에서 어떻게 출발하는지 봅니다.
- 소나: 물속에서는 왜 소리로 볼까: 공기가 없는 물속에서 잠수함이 어떻게 주변을 알아차리는지 봅니다.
- 전력과 효율: 전기가 빛이 되는 비율이 체계 크기를 정한다: 함 안에서 만든 전기를 무기에 쓸 때 효율이 왜 중요한지 레이저 쪽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