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한 대가 이륙해 다음 날 같은 시각에도 아직 하늘에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조종석에는 아무도 없고, 조종사는 멀리 떨어진 지상 통제소에 앉아 있습니다. 군과 과학 기관이 쓰는 장기체공 무인기가 바로 이런 기체입니다.
이런 무인기를 부르는 이름이 MALE과 HALE입니다. 이 글은 두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에서 시작해, 오래 나는 기체의 날개가 왜 길고 가는지, 높은 하늘의 옅은 공기가 무엇을 바꾸는지, 멀리서 조종하는 줄은 무엇인지 살핍니다. 햇빛만으로 성층권을 날았던 시험기 헬리오스가 남긴 기록과 사고도 함께 봅니다.
이름에 담긴 두 가지: 높이와 시간
MALE은 중고도 장기체공(medium-altitude long-endurance), HALE은 고고도 장기체공(high-altitude long-endurance)의 머리글자입니다. 두 이름 모두 "얼마나 높이"와 "얼마나 오래"를 한꺼번에 말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2012년 보고서는 Predator를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로, 그 뒤를 이은 MQ-9 Reaper를 중고도에서 고고도에 걸치는 장기체공 기체로 소개합니다. 고고도 쪽에서는 Global Hawk가 고고도 감시 기체로 소개됩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자기들이 쓰는 Global Hawk를 "고고도 장기체공 항공기"라고 부릅니다.
군의 공식 분류는 이 이름과 조금 다릅니다. 미 국방부는 무인항공체계(unmanned aircraft system, UAS)를 그룹 1부터 그룹 5까지 나누는데, 기준은 최대 이륙 무게, 운용 고도, 속도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분류 지침은 2009년에 처음 나왔고, 무인기를 Class I·II·III 세 등급으로 나눈 뒤 Class III를 임무에 따라 다시 나눕니다.
미 국방부의 표는 칸마다 이름 대신 번호를 붙입니다. MALE·HALE은 그 번호와 따로, 기체가 나는 높이와 시간을 말로 풀어 주는 이름입니다.
한국 무인기 이름에도 중고도라는 말이 쓰입니다. 방위사업청이 2026년에 양산기를 공개한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입니다. 보도자료에 적힌 영문 이름은 Medium altitude Unmanned Aerial Vehicle로, 높이만 담았고 장기체공이라는 말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름 앞의 글자에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Predator는 처음에 정찰 무인기라는 뜻의 RQ-1B였습니다. 2001년에 부가 기능으로 무장을 실을 수 있게 되자 미 공군은 이름을 다목적 무인기라는 뜻의 MQ-1로 바꿨습니다. R은 정찰, M은 여러 임무를 가리킵니다.
오래 날려면 날개가 길어진다
장기체공 무인기를 위에서 보면 날개가 유난히 길고 가늡니다. Predator도 길고 가는 날개에 뒤집힌 V 모양 꼬리를 단 기체입니다. 이 모양에는 물리적인 까닭이 있습니다.
날개가 양력을 낼 때 날개 위쪽의 압력은 아래쪽보다 낮습니다. 날개 끝에서는 공기가 압력이 높은 아래에서 낮은 위로 돌아 올라가며 소용돌이를 만듭니다. 이 소용돌이 때문에 날개에는 뒤로 잡아당기는 힘이 하나 더 생기는데, 이것을 유도 항력(induced drag)이라고 합니다. 양력을 내는 날개에서만 생기고 크기도 양력에 따라 달라져서 "양력 때문에 생기는 항력"이라고도 부릅니다.
유도 항력을 줄이는 열쇠가 가로세로비(aspect ratio, AR)입니다. 날개 길이(끝에서 끝까지) s의 제곱을 날개 넓이 A로 나눈 값으로, 날개가 얼마나 길고 가는지를 나타냅니다.
AR = s² / A
NASA 글렌 연구센터의 초급 항공 안내에 따르면, 날개 넓이가 같을 때 가로세로비가 큰 날개는 작은 날개보다 유도 항력이 작습니다. 길고 폭이 좁은 날개가 짧고 폭이 넓은 날개보다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가로세로비가 크면 항력이 줄고 양항비와 활공 각도 좋아집니다. 고성능 글라이더의 날개가 긴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긴 날개의 끝을 보여 준 기체가 헬리오스 시제기입니다. 날개 길이가 247피트로, 보잉 747이나 C-5 수송기의 날개보다 깁니다. 앞선 기체 Centurion을 헬리오스로 바꾸며 날개를 늘리자 태양전지를 붙일 자리가 넓어지고 공기 역학 효율도 좋아졌습니다. 그 덕에 헬리오스는 더 작은 기체보다 더 높이, 더 오래, 더 무거운 짐을 싣고 날 수 있었습니다.
길고 가벼운 날개에도 대가가 있습니다. 이런 날개는 잘 휩니다. 뒤에서 볼 헬리오스의 사고에서 이 점이 드러납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공기가 옅어진다
높은 산 위에서는 공기가 옅다고들 합니다. 위로 갈수록 머리 위에 남은 공기가 줄어 기압이 낮아집니다. 공기 밀도는 온도와 기압으로 정해지고, 높이가 올라갈수록 줄어듭니다. 날개가 받는 공기의 힘은 이 밀도에 곧바로 기댑니다.
양력도 밀도와 함께 움직입니다. NASA의 양력 식에서 양력은 양력 계수, 공기 밀도, 속도 제곱의 절반, 날개 넓이를 곱한 값입니다. 밀도가 반으로 줄면, 다른 것이 그대로일 때 양력도 반으로 줄어드는 꼴입니다.
이 관계를 보면 공기가 옅어져 밀도가 작아질 때 같은 양력을 얻는 길은 날개 넓이를 키우거나 더 빨리 나는 것입니다. 고고도 기체의 날개가 큰 까닭을 이 식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체에서는 날개 모양, 기울기, 공기의 점성과 압축성까지 함께 얽혀 이 식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옅은 공기는 열을 식히는 일도 어렵게 합니다. 헬리오스 기술진은 공기가 적어 열을 내보내기 힘든 높은 곳에서 전자 장비를 식히려고 방열판을 따로 달았습니다. 땅에서는 공기가 알아서 해 주던 일을 높은 하늘에서는 따로 챙겨야 하는 셈입니다.
멀리서 조종하는 줄: 위성 링크
가시선(line of sight, LOS)은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서로 곧게 보이는 경로입니다. 땅은 둥글어서, 기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면 지상 안테나와 곧게 이어지는 길이 사라집니다. 장기체공 무인기가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오래 머물려면 다른 길이 필요합니다.
그 길이 위성통신(satellite communications, SATCOM)입니다. Predator는 위성 통신 덕분에 가시선 너머에서도 운용됩니다. Predator 계열은 기체 네 대, 지상 통제소 하나, 주 위성 링크 하나가 한 체계를 이룹니다. 기체는 보통 비행기처럼 뜨고 내리지만, 조종은 지상의 조종사가 조이스틱으로 합니다.
고고도 쪽 Global Hawk는 처음에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는 기체로 설계됐습니다. 미리 넣은 입력만으로 이륙하고, 날고, 내리는 자율 무인기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 보니 공군 운용자들은 원격 운용자가 자주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CRS, 2012). 스스로 나는 기체라도 지상과 잇는 링크가 여전히 필요한 까닭입니다.
오래 머무는 기체에 실리는 센서 가운데 합성개구레이다(synthetic aperture radar, SAR)는 궂은 날씨를 꿰뚫어 보게 해 줍니다. 센서의 갈래와 NASA가 2010~2017년에 Global Hawk로 해 온 지구 관측 비행은 정찰·감시 무인기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햇빛으로 나는 날개: 헬리오스의 기록과 사고
연료를 싣지 않고 햇빛만으로 며칠씩 날 수는 없을까요? NASA는 환경 연구 항공기·센서 기술(ERAST) 사업에서 이 물음을 실제 기체로 시험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기체가 헬리오스 시제기입니다. 천천히 나는 초경량 비행 날개로, 성층권에 오래 머물며 지구 과학 관측이나 통신 중계를 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헬리오스는 1999년 9월 8일 첫 점검 비행을 했고, 2000년에 날개 윗면에 태양전지 6만 5천 개 넘게 붙였습니다. 목표는 둘이었습니다. 하나는 2001년에 하루 비행으로 10만 피트까지 올라 수평 비행을 이어 가는 것, 다른 하나는 2003년에 연료전지에 에너지를 담아 두고 5만 피트 위에서 적어도 나흘을 나는 것입니다. 낮에 남는 전기를 모아 밤에 쓰는 계획이었습니다.
첫 목표에는 바짝 다가갔습니다. 2001년 8월 13일 하와이 카우아이 앞바다에서 헬리오스는 96,863피트(29,531.4 m)까지 올라, 로켓을 쓰지 않는 항공기의 절대 고도 세계 기록을 세웠습니다. NASA는 다른 계통의 신뢰성을 더 높인다면 생산형은 몇 달씩 나는 "대기 위성"이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사고로 끝났습니다. NASA 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6월 26일 오래 날기용으로 바꾼 기체(HP03-2)가 카우아이에서 이륙했고 비행 약 30분에 난류를 만났습니다. 날개 양 끝이 뜻밖에 크게 위로 휜 채 굳었고, 기체는 불안정해져 바다에 떨어져 부서졌습니다. 땅의 다른 재산 피해나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위원회가 꼽은 근본 원인의 하나는 해석 방법이었습니다. 기체의 꼴을 바꾼 영향을 알맞게 따질 방법이 없어 위험을 잘못 평가했고, 그래서 외란에 아주 민감한 꼴로 날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이런 기체가 성층권을 여러 정부·상업 용도에 쓰게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이런 기체가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비용과 신뢰성이라는 숙제
높이, 오래 나는 기체는 비쌉니다. CRS의 2012년 보고서는 국방부 관리와 의원들이 Global Hawk 사업의 불어나는 비용을 걱정했고, 그 비용 때문에 2005년 4월과 2011년 4월에 넌-매커디 위반(Nunn-McCurdy breach)이 생겼다고 적었습니다. 2011년 5월에는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이 RQ-4B Block 30을 기체 신뢰성이 낮다는 이유로 "운용에 알맞지 않다"고 판정했습니다.
하늘을 나눠 쓰는 일도 숙제입니다. 무인기는 예전에 주로 군이 통제하는 공역에서 전투 작전을 도왔습니다. Global Hawk는 2003년 8월에 미 연방항공청(FAA)에게서 미국 민간 공역 비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오래 떠 있는 방법이 날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2012년 무렵에는 큰 방산 업체들이 7만 피트에서 몇 달씩 떠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무인 비행선을 개발하려고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에는 Global Hawk 같은 무인기보다 기동성과 속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고고도 무인기는 멀리서 모은 많은 자료를 땅으로 보내야 합니다. CRS의 2012년 보고서에는 Global Hawk에 초분광 센서를 더하고, 정보를 더 많이 보내려고 레이저 통신을 넣을 계획이 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전파 대신 레이저 빛으로 자료를 보내는 광통신(optical communications)입니다.
빛으로 잇는 통신의 이점과 한계, 그리고 무인기의 통제 링크가 끊길 때의 문제는 군 통신의 신뢰성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레이저 빛이 공기를 지나며 줄고 흩어지는 까닭은 대기 전파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정찰·감시 무인기: 오래 떠 있는 드론이 중요한 이유: 오래 떠 있는 능력이 감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ISR이라는 말의 뜻을 다룹니다.
- 군 통신의 신뢰성: 연결이 끊겨도 버텨야 하는 시스템: 링크가 끊겨도 버티도록 통신을 겹쳐 두는 방법과 레이저 통신을 다룹니다.
-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 레이저 빛이 공기 속에서 겪는 네 가지 일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