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해 질 녘 사막에서 트레일러 위 둥근 장치가 하늘의 작은 드론 쪽으로 희미한 빛줄기를 보내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영화 속 레이저(laser) 총은 빨갛거나 파란 빛줄기를 쏩니다. "피융" 소리가 나고, 빛줄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눈으로 따라갈 만큼 느리고, 맞은 것은 그 순간 터집니다. 실제 레이저 무기는 이 장면과 거의 모든 점에서 다릅니다.

실제 레이저 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빛을 표적의 한 점에 머물게 해 그 자리를 데웁니다. 소리도 폭발 같은 섬광도 없이 빛을 보내고, 빛이 머무는 동안 손상이 쌓입니다.

그러면 뉴스에 나오는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나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 DEW) 같은 말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그리고 이런 무기를 실제로는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영화 속 레이저와 실제 레이저

가장 먼저 다른 것은 빛이 보이느냐입니다. 방위사업청은 레이저대공무기를 소개하며 레이저가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도 없"다고 적었습니다. 영국 육군이 시험한 체계도 적외선(infrared)의 강한 빔을 표적에 보냅니다. 적외선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빛입니다.

빛 덩어리가 날아가는 모습도 없습니다. 레이저 빛은 빛의 속도로 나아가 표적에 거의 즉시 닿습니다. 쏘는 순간과 닿는 순간 사이에 사람이 눈으로 따라갈 틈이 없습니다.

맞는 순간 터지는 장면도 실제와 거리가 멉니다. 빛이 닿는 것은 즉시이지만, 손상은 빛이 표적의 같은 자리에 머무는 동안 생깁니다.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레이저의 출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장면영화에서실제로는
빛줄기색이 있는 빛줄기가 보인다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적외선을 쓰는 체계도 있다
소리"피융" 소리가 난다소음이 없다고 소개된다
속도빛 덩어리가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빛의 속도로 거의 즉시 닿는다
맞은 뒤맞는 순간 터진다빛이 한 점에 머물러야 하고, 출력에 따라 몇 초 안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날씨와 가림상관없다가시선 안의 표적만 상대하고, 비나 안개에 약하다

레이저 무기가 하는 일: 한 점을 데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의 한 점에 비추면 잠시 뒤 그 자리가 그을립니다. 빛 에너지가 좁은 곳에 모여 쌓였기 때문입니다. 레이저 무기가 하는 일도 큰 틀에서는 이와 같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레이저 빛은 「레이저란 무엇인가」에서 본 것처럼 한 방향으로 좁게 모여 나가고, 표적은 멀리 떨어져 움직입니다. 그래서 빔을 표적의 같은 자리에 계속 맞춰 두는 장치가 따로 필요합니다.

왼쪽부터 레이저, 빔 지향기, 물결무늬로 나타낸 대기, 표적이 놓이고, 빨간 점선 빔이 대기를 지나 표적 위 한 점에 닿는 단순한 개념 도표
레이저에서 나온 빛이 빔 지향기를 거쳐 대기를 지나 표적 위 한 점에 머무는 흐름 (도표)(도표)

공장에서는 이미 용접, 절단, 구멍 뚫기, 열처리에 레이저를 씁니다. 바탕에 있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물질에 흡수된 빛은 열이 되고, 그 열은 시간이 지나면 주변으로 옮겨 갑니다. 레이저 무기는 이 원리를 훨씬 먼 거리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상대로 쓰려는 장비입니다.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efence Science and Technology Laboratory, Dstl)는 레이저 무기가 빛의 속도로 표적과 교전하고 강한 빛의 빔으로 표적을 "잘라 낸다"(cut through)고 설명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보고서에는 레이저가 표적의 한 지점에 초점을 계속 두면 출력에 따라 몇 초 안에 표적을 쓸 수 없게 만드는 손상을 낼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빛은 지나가는 공기도 데웁니다. 같은 방향으로 한동안 계속 쏘면 빔이 지나는 공기가 데워져 빔이 흐트러질 수 있는데, 이것을 열 블루밍(thermal blooming)이라고 부릅니다. 빛은 표적에 닿기 전에 공기도 데울 수 있는 셈입니다.

데우는 데 왜 시간이 걸리는지는 「레이저 무기는 왜 "쏘는 즉시" 끝나지 않나」에서 따로 풉니다. 여기서는 레이저 무기의 효과가 폭발이 아니라, 흡수된 빛이 표적에 남기는 열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됩니다.

고에너지 레이저(HEL)와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라는 말

뉴스에서는 두 말이 섞여 나옵니다. 더 넓은 말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입니다. CRS 보고서가 옮긴 미 국방부 정의를 보면,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운동 에너지가 아니라 집중된 전자기 에너지로 적의 장비·시설·인원을 무력화·손상·불능화·파괴하는 무기입니다.

운동 에너지를 쓰는 무기는 총알이나 미사일처럼 물체를 빠르게 날려 보내 부딪히게 합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날아가는 물체 없이 에너지 자체를 보냅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에는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와 고출력 마이크로파(high-power microwave, HPM) 무기가 듭니다.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는 더 넓은 곳의 전자 장비에 효과를 낼 수 있고, 고에너지 레이저는 더 좁은 빔을 냅니다. 모든 레이저 무기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이지만, 모든 지향성 에너지 무기가 레이저인 것은 아닙니다. 두 갈래가 어떻게 다른지는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 지향성 에너지 두 가지」에서 나란히 놓고 봅니다.

큰 상자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 안에 '고에너지 레이저(HEL)'와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두 상자가 나란히 들어 있는 용어 관계 도표. HEL 쪽에는 좁은 빔, HPM 쪽에는 넓게 퍼지는 원뿔이 그려져 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 안에 고에너지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가 든다 (도표)(도표)

그러면 얼마나 세야 "고에너지"일까요? 미 해군 함정 레이저를 다룬 CRS 보고서는 해군 논의에서 고에너지 레이저를 보통 빔 출력 10 kW 이상인 레이저로 본다고 적었습니다. 원문의 "보통"(generally)이라는 말처럼, 이 값은 공식 정의가 아니라 해군 함정 레이저를 이야기할 때 보통 쓰는 기준입니다.

출력은 킬로와트(kW)나 메가와트(MW)로 나타내고, 1 kW는 1,000 W입니다. 보고서와 기사에는 "300 kW급"처럼 "급"(class)을 붙인 이름이 자주 나옵니다. 한 미 육군 체계의 예산 문서에는 "300 kW급(250 kW 초과)"이라는 표기가 있어, "급"이 딱 맞는 값이 아니라 대략의 등급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 숫자 하나로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출력, 에너지, 세기: W, J, W/cm² 헷갈리지 않기」에서 이미 다뤘습니다.

어떤 일에 쓰려고 하나: 공식 자료가 말하는 쓰임새

공식 보고서는 쓰임새를 대개 "쓰일 수 있다", "쓰일 수도 있다"라는 말로 적습니다. 아래 표도 확정된 임무 목록이 아니라 공식 자료가 검토하거나 밝힌 쓰임새로 읽어야 합니다.

쓰임새영문 표기자료
단거리 방공short-range air defense (SHORAD)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지상군
무인 항공기 대응counter-unmanned aircraft systems (C-UAS)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지상군
로켓·포탄·박격포탄 대응counter-rocket, artillery, and mortar (C-RAM)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지상군
위성·센서를 잠시 눈부시게 하거나 손상dazzle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감시·정찰 센서 교란, 소형 보트·무인기 대응, 장래에는 대함 미사일 대응ISR sensors, small boats, UAVs, anti-ship missiles미 의회조사국 함정 레이저 보고서
근거리 소형 무인기·멀티콥터 정밀 타격small drones, multicopters방위사업청

미 해군 함정에 실을 레이저는 대체로 단거리 방어 무기로 그려집니다. 함정 레이저 보고서는 이 레이저가 약 1마일에서 장래에는 몇 마일 거리의 표적을 상대한다고 봅니다. 가시선 무기라서 가로막는 것 없이 곧게 이어진 표적만 상대합니다.

파괴만이 쓰임새는 아닙니다. 같은 보고서의 부록에는 레이저가 표적을 탐지·감시하고, 전자광학(electro-optic, EO) 센서를 되돌릴 수 있게 교란하는 비살상 효과도 낼 수 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센서를 잠시 "눈부시게" 하는 일이 그런 예입니다.

한국의 레이저대공무기 "천광"은 2024년 12월에 전력화됐다고 방위사업청이 밝혔습니다.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 기반의 빛을 표적에 직접 비추어 근거리의 소형 무인기와 멀티콥터 등을 정밀 타격하는 무기입니다.

레이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레이저 무기"라는 이름 때문에 레이저 장치 하나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여러 장치가 함께 움직이는 체계입니다. 앞에서 본 미 육군 체계의 예산 문서는 그 체계를 차량, 300 kW급 레이저 부체계, 전력·열 부체계, 빔 제어 부체계와, 여기에 통합된 전투 관리·지휘·통제·통신 소프트웨어로 나눕니다.

가운데 '레이저' 상자가 전력, 냉각(열 관리), 빔 제어·빔 지향기, 센서·추적, 지휘통제 소프트웨어 다섯 상자와 선으로 이어진 블록 도표
레이저 무기 체계를 이루는 덩어리를 공식 자료의 구성대로 단순화한 그림 (도표)(도표)

빛을 만드는 레이저가 중심인 것은 맞습니다. 방위사업청은 레이저발진기를 레이저 무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구성품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빛은 전기로 만듭니다.

천광은 별도의 탄약 없이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할 수 있고, 미국의 지금 사업 가운데 많은 것도 전력으로 움직이는 고체 레이저입니다. 탄약 대신 충분한 전기가 있어야 합니다.

빛을 표적까지 보내는 일은 빔 지향기(beam director)가 맡습니다. 빔 지향기는 강한 레이저 에너지를 모아 표적 쪽으로 보내는 장치입니다. 영국 육군의 시험 체계는 고급 센서와 추적 장치로 표적을 실시간으로 붙잡고 정확도를 유지합니다.

크기와 냉각도 큰 과제입니다. 기술이 아직 풀어야 할 물음으로는 빔 품질과 제어를 군사적으로 쓸 만한 수준으로 높이는 일, 크기·무게·전력(SWaP, size, weight, and power)과 냉각 요건을 지금의 플랫폼에 맞추는 일이 꼽힙니다. 일부 체계는 군용 차량에 실을 만큼 작지만, 많은 체계는 더 크거나 고정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날씨와 지형도 따라붙습니다. 레이저 빛은 대기를 거의 곧게 지나므로 가시선 안의 표적만 상대할 수 있습니다. 비나 안개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 공식 보고서도 레이저를 전천후 수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지향성 에너지를 연구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미 국방부가 성숙하지 못하고 결국 취소된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썼다고 봅니다. 2014년에는 미 해군 함정 폰스(USS Ponce)에 미국의 첫 운용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배치했습니다. 영국 국방장비지원청(Defence Equipment & Support, DE&S)의 담당자는 시험 뒤에도 "아직 떠오르는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긴 흐름은 「레이저 무기의 역사: 화학 레이저에서 전기 레이저로」에서 따라갑니다.

다음에 읽을 글

이어지는 글은 여섯 편입니다. 「레이저 무기는 왜 "쏘는 즉시" 끝나지 않나」는 빛이 열로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리는 까닭을 풉니다.

「레이저 무기의 장점과 한계」는 공식 보고서가 꼽는 장점과 한계를 한 표로 모읍니다.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 체계 구성 한눈에」는 레이저, 광학, 전력, 냉각, 구동부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 줍니다.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 "kW급", "사거리", "한 발 비용"」은 기사에 나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다룹니다.

「레이저 무기의 역사: 화학 레이저에서 전기 레이저로」는 지금의 레이저 무기가 전기로 쏘는 레이저가 되기까지의 길을 따라갑니다. 「지금 공개된 레이저 무기 사례」는 각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례를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