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새벽 들판의 트레일러 위에 놓인 네모난 발사 상자. 앞면에 둥근 빈 관 입구가 두 줄에 세 개씩 나 있습니다..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포병이라고 하면 긴 포신 하나에서 포탄이 한 발씩 나가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트럭이나 궤도 차량 위에 네모난 상자를 얹고, 그 안에 발사관을 여러 개 나란히 넣은 무기도 있습니다. 상자 하나에서 로켓이 잇달아 솟아오릅니다.

이 무기가 다연장로켓입니다. 발사관 하나를 빨리 다시 쓰는 대신, 왜 처음부터 여러 개를 묶었을까요? 그 까닭과 함께, 1941년의 카추샤에서 위성항법으로 길을 찾는 유도 로켓까지 이어진 변화를 공개 자료로 따라가 봅니다.

다연장로켓이란

포병의 무기는 포와 로켓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로켓 가운데에도 한 발씩 쏘는 것이 있고, 발사관 여럿을 한 상자에 묶어 쏘는 것이 있습니다. 뒤쪽이 다연장로켓입니다.

다연장로켓 이야기에는 MLRS라는 약자가 자주 나옵니다.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함께 만든 특정 체계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천무를 만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천무를 영어로 "a Korean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이라고 소개합니다. 같은 영어 이름이 일반 개념에도 쓰이는 셈이라, 미국의 M270 발사대와 그 탄을 말하는지 앞뒤를 보고 가려 읽어야 합니다.

포와 나란히 놓으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지가 보입니다. 다연장로켓은 정확도에서 야포에 밀립니다. 그 대신 로켓탄을 한꺼번에 많이, 빠르게 한 곳에 쏟을 수 있습니다.

발사관을 여러 개 묶은 까닭

미 육군 레드스톤 병기창의 역사 자료는 MLRS의 목적을 "매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화력"으로 적습니다. 사단과 군단의 포를 대신하는 무기가 아니라, 그 포를 보완하는 무기로 설계됐습니다. M270 발사대는 로켓 12발을 싣고, 한 발씩 쏠 수도 있고 빠르게 잇달아 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무기가 왜 그때 필요했을까요?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미 육군의 여러 연구는 상대의 화력 우세를 상쇄하려면 다연장로켓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일을 로켓이 맡으면 포병의 포는 가까이 있는 아군을 돕는 임무에 돌릴 수 있었습니다.

비유하면 수도꼭지 하나로 양동이를 채우는 대신 꼭지 여러 개를 한꺼번에 여는 셈입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수도꼭지는 계속 물을 내지만, 발사관은 한 번 쏘고 나면 비어서 다시 채워야 합니다. 이 "다시 채우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뒤에서 볼 포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MLRS는 처음부터 지역 표적을 치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로켓 체계 덕분에 야전포병은 전보다 훨씬 많은 화력을 빠르게 한 표적에 모을 수 있었고, 그 일을 군의 다른 어떤 야전포병 무기보다 적은 인원으로 해냈습니다.

카추샤에서 M270까지

1941년 옛 소련은 독일과의 전쟁에 BM-13 다연장로켓을 내보냈습니다. 이 무기가 카추샤(Katyusha)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육군도 2차 대전 때 다연장로켓 발사기를 썼습니다. 그 발사기들은 1960년대에도 재고에 남아 있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나온 여러 연구가 재래식 지역 화력 지원 무기가 필요하다고 짚었고, 그 뒤 새 체계를 만드는 일이 시작됐습니다. 처음 이름은 일반지원로켓체계(General Support Rocket System, GSRS)였습니다.

이 체계는 1979년 11월 16일 MLRS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유럽 동맹국이 이미 쓰던 이름에 맞춘 것입니다. MLRS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함께 생산합니다. 발사대 M270은 브래들리 전투차에서 나온 궤도 차량입니다.

가로 연표 도표. 1941년 소련의 카추샤(BM-13), 1979년 GSRS가 유럽 동맹국 이름에 맞춰 MLRS로 바뀜, 1981년 한국의 구룡(K136) 배치, 1983년 미국 첫 MLRS 포대 배치, 1991년 MLRS 첫 실전 사격, 2005년 유도 로켓 GMLRS의 첫 실전 임무, 2015년 천무 배치 시작, 2024년 M270A2를 완전히 갖춘 첫 미 육군 부대가 표시돼 있다. 점 사이 간격은 실제 햇수 비율이 아니라는 메모가 있다
다연장로켓의 주요 연도. 미 육군·미 국방부·국방일보 자료에 적힌 연도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첫 MLRS 전술 포대는 1983년 3월 31일 미국 캔자스주 포트 라일리에 배치됐습니다. 1984년 6월에는 한국에 있는 미 2사단에 MLRS 배치를 마쳤습니다. 실전에서 처음 MLRS 탄을 쏜 날은 1991년 2월 13일입니다.

M270은 지금도 고쳐 쓰입니다. Lockheed Martin은 2022년에 개량형 M270A2를 처음 인도했습니다. 개량 내용은 새 엔진, 사격통제 체계와 소프트웨어 갱신, 더 크게 고친 장갑 운전실입니다. 2024년 12월 16일에는 독일에 있는 미 육군 41포병여단이 M270A2를 완전히 갖춘 첫 부대가 됐습니다.

포드: 발사관을 통째로 갈아 끼운다

MLRS는 로켓을 한 발씩 다시 넣지 않습니다. 로켓이 미리 담긴 상자를 발사 포드(launch pod)라고 하고, 이 상자를 통째로 싣습니다. 1979년 3월 30일에는 자주발사대에 실은 "식스팩" 포드에서 처음 GSRS 로켓을 쏘았습니다.

유도 로켓 GMLRS도 로켓 6발이 든 발사 포드 용기에 담아 옮기고, 그 용기에서 그대로 쏩니다. 총의 탄창을 갈아 끼우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포드가 탄을 담는 상자이면서 동시에 발사관 묶음이라는 것입니다.

뒤에서 본 개념 그림 두 칸. 왼쪽 궤도형 발사대(M270 계열)에는 로켓 6발이 든 포드가 두 개 실려 모두 12발이고, 오른쪽 바퀴형 발사대(HIMARS)에는 6발짜리 포드가 하나 실려 있다. 아래 상자에 GMLRS 포드는 로켓 6발을 담은 발사 용기이고, 포드를 바꾸면 같은 발사대가 쏠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고 적혀 있다. 치수가 없는 개념 그림이라는 메모가 있다
발사관을 하나씩이 아니라 포드 단위로 싣고 바꿉니다. 궤도형 M270은 포드 두 개, 바퀴형 HIMARS는 포드 하나를 싣습니다 (도표)(도표)

발사대마다 싣는 포드의 수가 다릅니다. 궤도형 M270은 6발짜리 포드 두 개, 모두 12발을 싣습니다. HIMARS는 바퀴 달린 차대에 MLRS의 화력을 얹은 발사대로, 미 육군의 5톤 중형 전술 트럭(FMTV)에 GMLRS 6발짜리 포드 하나나 미사일 하나를 싣습니다. 제조사는 HIMARS가 MLRS 계열의 탄 전체를 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발사대에 다른 포드를 실으면 쏘는 것도 달라집니다. 한국의 천무도 같은 생각을 따릅니다. 제조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 하나에 단거리·중거리·장거리 유도탄을 싣고, 포드만 바꿔 여러 임무를 맡는다고 소개합니다.

무유도에서 유도 로켓으로

처음 MLRS는 자유 비행(free-flight) 포병 로켓 체계였습니다. 발사관을 떠난 뒤에는 스스로 길을 고치지 못하는 무유도 로켓입니다. 앞에서 본 대로 다연장로켓은 야포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 한계를 고치려는 변화가 유도 MLRS, 곧 GMLRS(Guided MLRS)입니다. GMLRS는 사거리 연장형 로켓의 사거리와 정확도를 더 높이려고 고친 탄입니다. GMLRS는 고체 추진제를 쓰는 로켓이고, M270A1과 HIMARS에서 쏩니다.

두 칸으로 나눈 개념 그림. 왼쪽 무유도(자유 비행) 칸에서는 같은 곳에서 쏜 로켓 세 발이 발사 때 정해진 길을 날아 조준점 둘레에 흩어져 떨어진다. 오른쪽 유도(GMLRS) 칸에서는 로켓 안의 관성 측정 장치(IMU)와 GPS 신호가 로켓을 특정 지점으로 이끈다. 값이 없는 개념 그림이라는 메모가 있다
무유도 로켓은 쏜 뒤 길을 고치지 못하고, 유도 로켓은 관성 측정 장치와 위성항법의 도움으로 한 지점을 찾아갑니다 (도표)(도표)

길을 찾는 방법은 두 가지를 섞은 것입니다. 로켓 안의 관성 측정 장치(inertial measuring unit, IMU)가 움직임을 재고, 위성항법(GPS)이 그 값을 돕습니다. 미 국방부의 획득 보고서는 이 장치가 로켓을 "특정 지점"으로 이끈다고 적었습니다. 두 항법을 섞는 까닭은 관성항법과 위성항법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유도 로켓이 실전에서 처음 쓰인 때는 2005년 9월입니다. 단일 탄두(Unitary)형 GMLRS로 첫 실전 사격 임무를 했습니다.

탄두도 바뀌었습니다. GMLRS 계열에는 세 가지가 배치됐습니다. 작은 자탄을 여럿 담아 넓은 지역이나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 표적을 치는 이중목적 개량고폭탄(DPICM), 점 표적을 치는 단일 탄두형, 그리고 대체 탄두(Alternative Warhead, AW)형입니다. DPICM형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다섯 나라가 함께 개발했습니다.

AW형은 자탄을 쓰지 않는 탄으로, DPICM형을 대신해 넓은 지역이나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 표적을 맡습니다. 까닭은 불발탄입니다. 미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DOT&E)은 AW형에 집속탄의 불발탄 때문에 민간인과 기반 시설에 뜻하지 않은 피해를 줄 자탄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획득 보고서는 AW형이 불발탄의 가능성을 없애고, 2017년 11월 30일 미 국방부 집속탄 정책의 불발탄 요건을 채운다고 적었습니다.

한국의 다연장로켓: 구룡과 천무

한국의 다연장로켓 개발은 1974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미국 로켓 체계 자료를 조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인 130 mm 다연장로켓 구룡(K136)은 1981년 야전 군단급 부대에 배치됐습니다.

그 뒤를 잇는 체계가 천무입니다. 천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약 1,314억 원을 들여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2015년 8월 4일 출고식을 마치고 실전 배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방일보는 천무가 기존 포병의 227 mm MLRS와 130 mm 구룡을 대신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천무는 발사대(K239L)와 탄약운반차(K239T)가 한 세트입니다. 발사대에는 포드를 스스로 다시 싣는 기능이 있습니다. 정부 정책브리핑은 예전에는 넓은 지역을 제압하는 로켓이 주력 탄종이었지만, 이제는 정밀 타격을 하는 전술지대지유도무기까지 아우른다고 설명합니다. 기존 체계보다 정밀도를 높이고, 여러 구경의 미사일을 섞어 쓰도록 설계했습니다.

구룡에서 천무로 넘어온 흐름은 미국의 MLRS에서 GMLRS로 넘어간 흐름과 닮았습니다. 많은 양을 빠르게 쏘는 무기에서 출발해, 포드로 탄을 바꿔 끼우고 유도로 정확도를 높이는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로켓은 쏘는 무기이면서 막아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카추샤라는 이름은 반세기 뒤 레이저 무기의 역사에도 다시 나옵니다.

1996년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술 고에너지 레이저(Tactical High Energy Laser, THEL) 개발을 함께 시작했습니다. 카추샤 로켓, 포탄, 박격포탄을 떨어뜨릴 레이저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 사업이 어떤 레이저를 썼고 어떻게 끝났는지는 레이저 무기의 역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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