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찾기 앱을 켰는데 내 위치가 엉뚱한 곳에 찍힌 적이 있을 것입니다. 대개는 건물 안이거나 하늘이 가려진 탓입니다. 그런데 요즘 항공과 해운 뉴스에는 이 일이 누군가의 의도로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그때 함께 나오는 낱말이 재밍(jamming)과 스푸핑(spoofing)입니다.
두 낱말은 자주 한 묶음으로 쓰이지만 하는 일은 다릅니다. 하나는 신호를 덮어 못 쓰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가짜 신호로 틀린 답을 믿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위성 항법은 왜 이 둘에 약하고, 항공 안전 기관은 왜 속임수 쪽을 더 무겁게 볼까요? 이를 막는 법과 국제 규칙은 어떤 모양일까요?
막는 것과 속이는 것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uropean Union Aviation Safety Agency, EASA)은 한 문장으로 둘을 가릅니다. "재밍은 신호를 막고, 스푸핑은 항공기에 실린 수신기에 거짓 정보를 보낸다." 막는 쪽은 수신기가 들을 것을 못 듣게 하고, 속이는 쪽은 들은 것을 믿게 만들어 틀린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길을 묻는 장면에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옆자리 소음이 너무 커서 대답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면 재밍에 가깝습니다. 누군가 직원인 척 다가와 또렷한 목소리로 틀린 길을 알려 준다면 스푸핑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사람의 귀가 아니라 기계가 전파를 받아 셈을 하므로, 틀린 답도 숫자로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이 두 낱말은 전쟁 이야기에서도 나옵니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의 보고서는 전자전을 대체로 전자기 스펙트럼을 써서 적의 레이다, 무선 통신, 데이터 링크 같은 전자 체계를 탐지하고, 엿듣고, 방해하고, 속이는(spoof) 작전으로 설명합니다. 같은 일을 하려는 적을 막는 작전도 전자전에 들어갑니다. 전자전의 큰 틀은 전자전: 보이지 않는 전자기 환경의 경쟁에서 먼저 볼 수 있습니다.
위성 신호는 왜 쉽게 흔들릴까
가장 자주 뉴스에 오르는 표적은 위성 항법입니다. 미국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예로 들면, 위성들은 현재 위성의 위치와 시각을 담은 신호를 한 방향으로 보냅니다. 수신기는 이 신호를 받아 자기의 3차원 위치와 시각을 셈합니다.
수신기가 위성에 무언가를 되묻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들려오는 것을 받아 셈할 뿐입니다.
그 신호는 먼 곳에서 옵니다. GPS 위성은 중궤도, 고도 약 20,200 km를 납니다. 미국 사이버보안·기반시설보안청(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 CISA)은 GPS 신호가 땅에서 아주 약해 원치 않는 송신에 쉽게 눌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멀리서 오는 작은 목소리를 가까이 있는 큰 소리가 덮는 셈입니다.
위성 항법은 정해진 주파수(frequency)의 전파를 씁니다. GPS는 무선 항법 업무용으로 남겨 둔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어 가려면 그 주파수를 간섭에서 지켜야 합니다. 간섭은 가까운 대역의 전파, 고의든 아니든 일어나는 재밍, 자연의 우주 기상에서 올 수 있습니다. 고장 났거나 잘못 설정된 송신기가 같은 주파수 범위로 신호를 내보내 생기기도 합니다.
흔들리는 것은 위치만이 아닙니다. GPS 위성마다 원자시계가 여러 개 있어 신호에 아주 정밀한 시각을 싣습니다. 그래서 통신망 운영, 전력 부문의 시각 맞춤, 은행·금융 거래의 시각 기록도 이 신호에 기댑니다. 위치와 시각을 함께 알려 주는 원리와 관성항법과의 짝은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에 자세히 나옵니다.
속임수가 더 까다로운 까닭
재밍과 스푸핑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요? EASA는 위성 항법 장애에 관한 안전 정보 회보(Safety Information Bulletin, SIB) 2022-02를 2022년 3월 17일 처음 냈습니다. 2024년에 알린 세 번째 개정판은 스푸핑이 항공 운항에 재밍보다 더 위험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까닭으로 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스푸핑은 알아채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여러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몇 체계가 함께 영향을 받으면 그 효과가 쌓입니다. 앞의 식당 비유로 돌아가면, 소음은 듣는 사람이 곧 알아채지만 그럴듯한 거짓 안내는 따라간 뒤에야 틀린 줄 알게 됩니다.
세 번째 개정판은 실제 현상도 반영했습니다. 조종사가 거짓 지형 경보에 반응해 급하게 상승한 사례들입니다. 지형 인식·경보 장치가 "올려라(pull-up)"라는 거짓 경고를 냈고, 조종사가 그에 따르다 협조되지 않은 가파른 상승이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 개정판은 특히 분쟁 지역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재밍과 스푸핑을 운항자에게 경고하려고 낸 것이었습니다. 영향받는 공역 정보는 회보에서 빼내 따로 만든 웹 쪽에 두고 새 정보가 나오는 대로 고칩니다.
공개된 사건으로 보기
모든 간섭이 고의는 아닙니다. 2022년 1월 미국 덴버 국제공항 근처에서는 송신기 하나가 GPS 주파수로 잘못 방송하는 바람에 33시간 동안 GPS 간섭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알아챈 사람은 항공기 조종사였습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 집행국이 나가 송신기를 찾아내 끄도록 조율했고, 조사 결과 이 송신기는 의도치 않게 신호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사고나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핵심 기반 시설 여러 부문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간섭을 감지한 체계 가운데 많은 수는 대체 시각 수단을 갖추고 있어 영향이 작거나 없었습니다. 위성 신호에만 기대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고의로 방해기를 쓴 사건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2012년 뉴어크 공항 바깥 고속도로에서 한 사람이 GPS 방해 장치를 불법으로 써서 항공 안전 체계를 방해했고, FCC는 2013년 8월 그에게 약 3만 2천 달러의 벌금을 제안했습니다. 판매 쪽도 단속 대상입니다. FCC는 2011년 10월 12개 주의 온라인 판매자에게 20건의 집행 조치를 했고, 2016년 5월에는 신호 방해 장치 285개 모델을 미국 소비자를 상대로 2년 넘게 판매·광고한 업체에 34,912,500달러의 벌금을 매겼습니다.
간섭을 지켜보는 쪽도 있습니다. 미 우주군의 합동상업운영(Joint Commercial Operations, JCO)은 전 세계의 고의 위치·항법·시각 간섭과 스푸핑을 보여 주는, 비밀이 아닌 "열 지도"를 날마다 냅니다.
레이다와 통신에서도 같은 두 갈래
막기와 속이기는 위성 항법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레이다도 전파를 보내고 되돌아온 것을 받아 판단하므로 같은 두 갈래가 생깁니다. CRS는 미 국방부가 계산 능력의 발전을 이용해 전자 기만, 곧 스푸핑 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적고, 상대의 표적 잡기를 어렵게 하는 가짜 레이다 반사를 그 예로 듭니다.
눈에 보이는 미끼로 레이다를 속이는 오래된 방법도 있습니다. 금속 조각을 뿌려 가짜 메아리를 만드는 채프가 그것이고, 그 원리와 역사는 채프와 플레어: 항공기 뒤의 반짝이는 물체에서 다룹니다. 레이다가 전파로 거리를 재는 기본은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 있습니다.
통신에서는 빛이 한 가지 답이 되기도 합니다. CRS는 무선 주파수와 달리 레이저는 통신을 잇는 빔이 좁아서, 위성 사이의 점대점 통신에서 신호 방해나 끊김의 위험을 크게 줄인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는 좁은 레이저 빔도 거리에 따라 조금씩 퍼집니다. 빔이 얼마나 퍼지는지는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법과 국제 규범
미국에서 방해기는 개인이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연방법은 휴대전화, 경찰 레이다, GPS 같은 허가된 무선 통신을 방해하는 모든 장비의 운용·마케팅·판매를 금지합니다. 방해 장치는 911 같은 긴급 전화까지 막을 수 있습니다.
사업장, 교실, 집, 차 안에서 쓰는 것도 예외가 아니며, 지역 경찰에게도 방해 장비를 쓸 독자 권한이 없습니다. 쓰거나 팔면 큰 벌금과 장비 압수, 징역을 포함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 규칙은 국경을 넘는 전파의 성격에서 출발합니다. ITU 전파규칙 4.10조는 무선 항법과 다른 안전 업무의 안전 측면 때문에 해로운 간섭에서 벗어나게 할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회원국이 인정한다고 정합니다. 해운에서는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의 해사안전위원회가 회람 MSC.1/Circ.1644로, 회원국이 ITU 전파규칙에 따라 자기 영토에서 나오는 간섭을 줄이도록 촉구했습니다. 알려진 간섭의 시간과 구역을 선원에게 알리는 경고를 내는 것도 검토하라고 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유엔 전문기구 셋이 함께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MO는 위성 항법의 재밍과 스푸핑이 늘어나는 데 "깊은 우려"를 밝힌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이 회원국에 요구한 일은 다섯 가지입니다.
| # | 공동 성명이 든 일 |
|---|---|
| 1 | 민간·인도적 운용에 영향을 주는 해로운 간섭에서 무선 항법 위성 업무(RNSS)를 보호한다 |
| 2 | 위성에 기대는 항법·위치·시각 체계의 회복력을 키운다 |
| 3 | 비상시를 위해 기존 항법 기반 시설을 유지한다 |
| 4 | 규제·항공·해운·국방·집행 당국 사이의 협력을 키운다 |
| 5 | 간섭을 신고하는 체계를 갖춘다 |
다섯 가지 가운데 셋째는 덴버 사건의 교훈과 닮았습니다. 위성 신호가 흔들릴 때 기댈 다른 길을 남겨 두자는 뜻입니다. 바다에서도 같은 생각이 규칙에 들어 있습니다.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의 규칙은 모든 배가 크기와 상관없이 위성 항법 수신기나 지상 무선 항법 체계, 또는 다른 수단을 갖추도록 요구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 위성 신호가 흔들릴 때 관성항법이 어떻게 빈틈을 메우는지 봅니다.
- 전자전: 보이지 않는 전자기 환경의 경쟁: 재밍과 스푸핑이 속한 전자전의 세 갈래를 공식 정의로 봅니다.
- 채프와 플레어: 항공기 뒤의 반짝이는 물체: 눈에 보이는 미끼로 레이다와 적외선 탐색기를 속이는 원리와 역사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