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밝은 작업장 바닥에 놓인 단순한 회색 궤도 차량 모형. 둘레에 붉은빛·푸른빛·초록빛 고리 세 개가 떠 있습니다..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전차 이야기가 나오면 주포의 구경부터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가 클수록 강한 전차라는 생각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전차를 정의하는 공식 문서를 펼쳐 보면 포는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주력전차(main battle tank, MBT)는 잘 쏘는 힘, 잘 버티는 힘, 잘 움직이는 힘을 한 차량에 담아야 하는 장비입니다. 이 셋은 서로를 잡아당기고, 그 가운데에 무게라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를 키우면 무엇을 내줘야 할까요?

주력전차란: 지상전의 중심 장비

1990년 11월 19일에 맺은 유럽 재래식 무력 감축 조약(Treaty on Conventional Armed Forces in Europe, CFE)은 수량을 제한할 무기를 가려내려고 "전차(battle tank)"를 한 문단으로 정의했습니다.

그 문단에는 세 가지가 함께 나옵니다. 장갑 표적과 다른 표적을 상대하는, 주로 높은 포구 속도의 직사 주포에서 나오는 무거운 화력, 높은 야지 기동성, 높은 수준의 자체 방호입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장갑 전투 차량이어야 하고, 주로 병력을 실어 나르려고 만든 차량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런 차량이 지상군 전차 부대와 기갑 부대의 주된 무기 체계라는 설명도 붙어 있습니다.

조약은 세는 기준도 숫자로 정했습니다. 빈 차 무게가 16.5톤 이상이고, 360° 돌아가는 75 mm 이상 구경의 포를 단 궤도식 장갑 전투 차량입니다. 나머지 조건을 다 갖춘 바퀴식 차량이 새로 배치되면 그것도 전차로 칩니다.

이 숫자는 무엇을 전차로 셀지 가르는 하한입니다. 좋은 전차의 기준은 아닙니다.

1990년 유럽 재래식 무력 감축 조약의 전차 정의를 네 칸으로 나눈 도표. 화력 칸에는 무거운 화력, 높은 포구 속도의 직사 주포, 360도 회전, 75 mm 이상 구경. 기동 칸에는 자체 추진, 높은 야지 기동성, 궤도식(조건을 다 갖춘 바퀴식도 포함). 방호 칸에는 장갑 전투 차량, 높은 수준의 자체 방호. 역할 칸에는 주로 병력 수송용이 아님, 기갑 부대의 주된 무기. 아래 띠에 빈 차 무게 16.5톤 이상은 조약의 하한이지 설계 목표가 아니라고 적혀 있다
조약 한 조항에 화력·기동·방호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조약 문장을 풀어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한국 자료도 같은 이름을 씁니다. K1 전차는 한국의 지형과 작전 환경에 맞게 개발된 주력전차(MBT)로, 1988년 12월 19일 무기체계 심의에서 한국군 전투장비로 채택됐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에이브럼스(Abrams) 전차가 기갑여단전투팀의 주된 무기 체계입니다.

화력: 포와 사격통제

화력의 중심은 물론 주포입니다. 조약은 주포를 그냥 "포"라고 하지 않고 "높은 포구 속도의 직사 주포"라고 적었습니다. 구경만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쏘는 포인지까지 정의에 들어간 셈입니다.

그렇다고 화력이 포 하나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표적을 보고 겨누고 계산하는 장치가 포와 함께 움직입니다. K1의 사격통제장치는 포수조준경, 전차장조준경, 탄도계산기 같은 부분으로 이루어지고, 낮과 밤 모두 관측할 수 있습니다.

포가 아무리 커도 보지 못하는 표적은 맞힐 수 없습니다. 센서가 찾은 표적을 무장으로 넘기는 고리가 바로 사격통제체계입니다.

방호: 막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방호라고 하면 두꺼운 장갑부터 떠오릅니다. 장갑은 분명 방호의 바탕이고, 그 개념은 다음 글 "복합장갑과 반응장갑: 전차 표면의 블록은 무엇일까"에서 따로 봅니다. 하지만 공개 자료를 보면 전차를 지키는 방법은 장갑 하나가 아닙니다.

먼저 맞지 않게 만드는 길이 있습니다. 에이브럼스는 차체가 낮은(low-profile) 전 궤도식 차량입니다. 국방일보는 K1의 낮은 높이를 두고, 적의 포탄에 맞을 확률을 낮춘 설계상 특징으로 평가된다고 적었습니다.

장갑 바깥에서 대응하는 길도 있습니다. 2014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과 브리핑의 질의응답에서 K2에 능동방호체계를 장착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능동방호체계를 전차의 방호 성능을 높이려고 장착하는 무기 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방호를 어떻게 더하느냐도 문제입니다. 2023년 미 육군 발표에서 글렌 딘(Glenn Dean)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병사를 위한 통합 방호, 곧 밖에 덧붙이지 않고 안에서부터 짜 넣은 방호의 필요를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이 말은 무게 이야기와 나란히 나옵니다.

기동: 움직여야 쓸모가 있다

영국 탱크 박물관(The Tank Museum)에 따르면 전차는 1916년 9월 15일 새벽에 처음 전투에 나섰습니다. 첫 전차는 진행이 몹시 느렸지만, 철조망을 밀고 지나가고 대부분의 참호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땅을 건너는 힘은 첫 전차 때부터 전차가 보여 준 능력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정의에도 기동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앞에서 본 조약의 조건에 "높은 야지 기동성"이 들어 있습니다. 에이브럼스가 적에게 다가가 격멸하는 수단도 기동과 화력, 충격 효과입니다.

기동은 엔진과 궤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23년에 나온 미 육군의 새 전차 계획에는 지원 부담(sustainment footprint)을 줄이고 작전·전술 기동성을 높인다는 목표가 들어 있습니다. 지원 부담을 줄이는 일이 기갑여단전투팀 전체의 기동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본 것입니다.

등산 배낭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물과 옷을 많이 넣을수록 든든하지만, 배낭이 무거워지면 걸음이 느려지고 더 자주 쉬어야 합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전차의 무게는 그 차량 한 대의 걸음만이 아니라, 뒤따르는 보급과 지원의 크기와도 이어집니다.

세 가지의 균형과 시대에 따른 변화

화력, 방호, 기동을 한 차량에 담는다는 생각은 오래되었습니다. 1945년 봄에 영국 육군이 시험하던 센추리온(Centurion) 전차는 1940~1942년 북아프리카 사막 전투의 경험에서 설계됐습니다. 그 사막에서는 화력, 장갑, 속도의 균형이 꼭 필요했습니다.

삼각형 꼭짓점에 화력(포와 사격통제), 방호(장갑, 낮은 차체, 능동 체계), 기동(야지 이동, 군수)이 있고 가운데 원에 공통 제약인 무게가 있는 개념 도표. 옆 상자에 미 육군이 2023년에 에이브럼스는 무게를 늘리지 않고는 더 능력을 키울 수 없다고 밝혔다는 메모가 있다. 값과 특정 전차는 없다
세 가지 목표와 그 셋을 함께 묶는 무게. 값이 없는 개념 그림입니다 (도표)(도표)

센추리온은 중순항전차로 설계됐다가 첫 "범용 전차(Universal Tank)"가 되었다고 박물관 연구원 크리스 콥슨(Chris Copson)은 말합니다. 전장에서 여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전차라는 뜻입니다. 센추리온은 현대 주력전차에 영감을 주었고, 1950년 한국전쟁에서 처음 전투에 나섰습니다.

가로 연표 도표. 1916년 첫 전차의 전투, 1940~1942년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얻은 균형의 교훈, 1945년 센추리온 시험(뒤에 첫 범용 전차로 불림), 1971년 미국 M-1 사업 시작, 1988년 한국 K1 채택, 1990년 조약의 전차 정의, 2014년 K2 2차 양산계획, 2023년 더 가벼운 M1E3 계획. 아래 상자에 초기 전차는 참호와 철조망을 건너는 것, 센추리온은 한 전차로 여러 역할, 2023년에는 무게 자체가 풀어야 할 문제가 되었다고 적혀 있다
전차 역사에서 균형의 중심이 옮겨 온 자리. 박물관·조약·정부 공개 자료의 연도만 옮겼고 간격은 실제 비율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한국과 미국의 공식 자료도 셋을 함께 말합니다. 2014년 11월 19일 제8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과 브리핑은 K2 전차 2차 양산사업을 미래 전장 환경에 맞게 "기동력, 화력, 방호력이 향상된" 주력 전차를 얻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에이브럼스 역시 기동성, 생존성, 화력으로 싸우도록 설계된 전차입니다.

그런데 세 가지를 모두 키우려다 보면 무게가 걸립니다. 1971년 12월에 사업을 시작한 에이브럼스는 그 뒤 여러 차례 개량을 거쳤습니다.

2023년 9월 6일 미 육군은 M1A2 SEPv4 개량을 마무리하고 M1E3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딘 소장이 든 까닭은 이렇습니다. "에이브럼스 전차는 더는 무게를 늘리지 않고는 능력을 키울 수 없고, 군수 부담을 줄여야 한다."

발표의 목표는 더 생존성이 높으면서 더 가벼운 전차입니다. 기술 개량을 더 빨리, 더 적은 자원으로 할 수 있도록 모듈식 개방형 체계 구조 표준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육군이 정식 요구 조건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육군이 무게 줄이기와 하이브리드 전기 구동을 꼭 필요한 특징으로 보고 군수 부담을 줄이려고 우선한다고 보도를 인용해 적었습니다. 초기 작전 능력(IOC) 시점은 자료에 따라 다릅니다. 2023년 육군 발표는 2030년대 초를, 2024년에 갱신된 CRS 자료는 2030년을 적었습니다.

CRS가 의회에 던진 물음에는 새 전차가 대전차 유도무기와 배회형 탄약에 맞설 능동 방어 기능을 갖출지도 들어 있습니다. 방호를 어떻게 넣느냐가 새 전차 설계의 열린 물음으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주력전차의 성능은 포 크기로만 정해지지 않습니다. 조약의 정의도, 한국과 미국의 공식 설명도 화력과 방호와 기동을 함께 묶습니다.

그리고 에이브럼스의 경우 미 육군은 무게를 더 늘리지 않고는 능력을 키울 수 없는 지점에 왔다고 보았습니다. 무게가 체계 전체를 묶는다는 관점은 레이저 무기를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 무게와 탑재 이야기와도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복합장갑과 반응장갑: 전차 표면의 블록은 무엇일까: 방호의 바탕인 장갑을 개념으로 나누어 봅니다.
  • 능동방호체계(APS): 장갑 바깥에서 위협에 대응하는 기술: 장갑 밖에서 전차를 지키는 방식을 봅니다.
  •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 무게가 체계를 묶는 이야기를 레이저 무기 쪽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