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차 한 대를 지키는 가장 오래된 방법은 더 두꺼운 철판입니다. 그런데 철판을 계속 덧대다 보면 어느 순간 전차가 너무 무거워져 옮기기도, 다리를 건너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능동방호체계(active protection system, APS)입니다. 맞고 버티는 대신, 날아오는 탄을 미리 알아채고 차량에 닿기 전에 대응하는 장치입니다.
날아오는 탄을 어떻게 알아채고, 알아챈 뒤에는 무엇을 할까요? 답은 크게 둘로 갈립니다. 탄을 빗나가게 만드는 소프트킬과, 닿기 전에 막는 하드킬입니다.
장갑을 더 두르는 길의 끝
바퀴나 궤도로 달리는 군용 차량이 나온 뒤로, 더 나은 방호는 곧 더 많은 장갑을 뜻했습니다. 대가는 속도와 무게였습니다. 2017년 12월 미 육군 전차·자동차 연구개발공학센터(TARDEC)의 케빈 바뇨(Kevin Vanyo) 대령은 오늘의 에이브럼스 전차가 너무 무거워 수송이 문제이고, 많은 다리가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장갑을 더 붙이면 무게만 느는 것도 아닙니다. 차량의 성능과 전장에서 갈 수 있는 곳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동력 계통과 연료 소비, 현가장치에도 부담이 갑니다. 마모가 커지면 차량 수명도 짧아질 수 있습니다.
차량 안의 병사를 지키는 장갑판은 "수동 방호(passive protection)"라고 부릅니다. 폭발과 발사체를 빗겨 내거나 흡수할 뿐, 스스로 하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능동 방호는 반대로 위협에 먼저 움직입니다. 그렇다고 장갑을 버리자는 뜻은 아닙니다. 육군 시험평가사령관도 능동 방호와 수동 방호를 섞는 것이 맞는 길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감지하고, 따라가고, 대응한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APS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전투 차량에 통합하거나 얹는 하위 체계로, 로켓 추진 유탄(RPG)과 대전차 유도미사일(ATGM) 같은 위협을 자동으로 포착하고 추적해 하드킬이나 소프트킬로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도 아닙니다. 여러 나라가 이미 전장에서 APS를 썼습니다.
움직임은 네 단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작은 탑재 레이다나 광학 센서가 날아오는 발사체를 감지하고 무엇인지 가립니다. 체계는 그 발사체를 따라가며 차량에서 떨어진 요격 지점을 계산하고, 차량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대응책을 씁니다. 이 모든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일어납니다.
이 일을 하려면 부품이 여럿 필요합니다. 위협을 감지하는 장치, 추적 체계, 신호 처리 장치, 그리고 실제 대응책입니다. 이 부품들은 차량 바깥과 안쪽에 나눠 달리고, 배터리나 차량이 만드는 전력으로 움직입니다.
소프트킬: 빗나가게 만든다
소프트킬(soft kill)은 날아오는 무기를 부수지 않습니다. 대신 그 무기가 표적을 제대로 찾지 못하게 만듭니다. 무기가 내는 신호를 센서로 감지한 뒤, 전자기 대응책으로 그 무기를 방해하는 방식입니다.
CRS가 옮긴 미 의회예산처(CBO) 2012년 보고서는 소프트킬 대응책의 예로 적외선 재머, 레이저 스폿 모방기, 레이다 재머를 들었습니다. 이런 장치는 미사일의 유도가 차량에 계속 고정되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면 미사일이 빗나가거나, 탄두의 신관이 작동하지 못해 차량이 지켜집니다.
소프트킬은 왜 중요할까요? 하드킬에 눈이 가기 쉽지만, 지금 쓰이는 ATGM 대다수가 소프트킬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미 육군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소프트킬과 하드킬을 함께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016년 CRS 보고서가 나올 무렵 육군의 소프트킬 개발은 전자광학·적외선(EO/IR) 방식의 ATGM을 막는 데 맞춰져 있었습니다. 같은 관계자들은 연막과 차폐물도 ATGM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드킬: 닿기 전에 막는다
하드킬(hard kill)은 이름 그대로 물리적으로 막습니다. 날아오는 위협이 보호 차량에 맞기 전에 감지하고 교전해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방식이고, 그러려고 어떤 종류의 발사체를 능동적으로 쏘아 위협을 요격합니다.
공을 막는 골키퍼와 비슷한 그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꽤 다릅니다. 하드킬 APS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판단하고, 맞서는 수단도 손이 아니라 터지는 탄입니다. 그래서 하드킬에는 소프트킬에 없는 안전 문제가 따라옵니다.
개발 중인 APS 대부분은 폭발형 탄을 요격 수단으로 씁니다. 요격탄의 파편과 폭풍이 근처의 병사, 민간인, 다른 차량에 줄 위험은 큰 걱정거리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대응하려면 사람이 끼어들 틈 없이 자동으로 쏴야 한다는 점이 그 걱정을 더 키웁니다.
두 겹을 한 틀에: MAPS
미 육군이 하드킬과 소프트킬 대응책을 함께 개발하려고 꾸린 사업이 모듈식 능동방호체계(Modular Active Protection System, MAPS)입니다. 이 사업은 이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바뇨 대령은 "MAPS는 모듈식 개방형 구조를 위한 틀이고, 능동방호체계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틀은 제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이뤄집니다.
육군 스스로는 MAPS를 "가정용 전기 설비"에 빗댔습니다. 새 가전을 들일 때마다 집 배선을 다시 깔지 않아도 되듯, 틀을 따르는 센서와 대응책을 바꿔 끼울 수 있게 하자는 생각입니다. 실제 차량에서는 콘센트에 꽂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부품마다 안전 기준을 맞춰야 하고, 핵심 산출물에 "안전 기준을 지키는" 제어기(MAC)가 들어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개방형 구조를 고집한 이유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배선이 고정된 닫힌 체계와 달리, 새 대전차 위협이 나올 때 새 기능을 빨리 배치할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험도 이어졌습니다. 2017년 4월의 실사격 소프트킬 시연은 MAPS 방식으로 신호 감지에서 격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의 교전을 처음 보였습니다. 2019 회계연도 1분기에는 레드스톤 시험 센터에서 6주 동안 "소프트킬 로데오"라는 시험을 했습니다. 세 체계를 실제로 발사한 ATGM에 시험했고, 모두 전자 대응책을 쓰는 기술이었습니다.
로데오의 결론은 BAE 시스템스의 RAVEN 대응책을 브래들리 전투차에 얹어 "층을 이룬" 시연기를 만들자는 권고였습니다. 이 시연기는 MAPS 기본 키트에 하드킬과 소프트킬 체계를 함께 묶는 첫 실물 시험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소프트킬과 하드킬을 겹으로 쌓는 생각은 업체 쪽에도 있습니다. CRS가 옮긴 제조사 IMI의 설명에서 Iron Fist는 전자광학 재머, 순간 연막, 필요하면 요격탄 하드킬까지 여러 층으로 쓰는 체계였습니다.
짧은 역사
첫 실전 APS로 꼽히는 Drozd는 소련이 1977~1982년에 개발했고, RPG와 ATGM을 막도록 설계되었습니다. 1990년대 말 프랑스는 르클레르 전차에 Galix 대응 체계를 달았는데, 연막탄, 대인탄, 미끼탄을 자동으로 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Trophy는 2009년에 실전 배치되었고 메르카바 Mk4 전차의 한 부분입니다. 러시아의 T-14 아르마타 전차는 하드킬과 소프트킬 APS를 따로 갖췄습니다.
미국은 오래 연구했지만 실제 통합은 더뎠습니다. APS는 1950년대 초부터 설계·개발 단계에 있었지만, TARDEC이 2010년에 정리한 시점까지 미국 플랫폼에 실제로 통합된 것은 없었습니다. 육군의 미래전투체계(FCS) 사업에서 APS 개발은 큰 자리를 차지했지만, FCS는 2009년에 취소되었습니다.
2017년 12월 바뇨 대령은 육군이 에이브럼스 전차에는 Trophy, 스트라이커 장갑차에는 Iron Curtain, 브래들리 전투차에는 Iron Fist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때 육군은 Trophy를 2020년까지 배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새 전차에서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2026년 CRS의 M-1E3 자료에 따르면 미 육군은 차세대 전차 M-1E3의 설계에 APS를 통합하고, 따로 다는 APS 키트를 쓰지 않으려 합니다. CRS가 옮긴 보도로는 이 APS가 대전차 유도미사일과 RPG뿐 아니라 여러 무장 드론과 배회형 탄약으로부터 전차를 지키도록 개발 과제에 올라 있습니다.
아직 풀어야 할 문제
첫째는 사람의 안전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차량 밖 사람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요격탄을 고르는 쪽이었지만, 그 위험을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아군 병사와 민간인에 대한 위협은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하드킬은 건물 같은 재산에 부수 피해를 줄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다만 육군 관계자들은 대응탄이 비교적 작아서, 날아오는 탄 쪽이 훨씬 큰 부수 피해를 낼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둘째는 크기·무게·전력(size, weight and power, SWaP)입니다. 처음에는 기존 차량에 APS를 나중에 달아야 할 수 있어서, 이미 공간이 빠듯한 차량 안에 부품을 넣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차량 전력에 기댄다면 전력을 어떻게 댈지도 숙제입니다. M-1 에이브럼스 같은 기존 차량은 APS가 요구하는 크기·무게·전력을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개발 중인 차량은 처음부터 설계에 APS를 넣을 가능성이 크고, 메르카바 Mk 4는 Trophy를 중심에 두고 설계되었다고 육군 관계자들은 짚었습니다. M-1E3을 설계 단계부터 APS와 묶으려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힙니다.
셋째는 비용과 전자기 환경입니다. 사는 값만이 아니라 교육, 설치, 수리 부품을 포함한 정비,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고치는 빈도까지 전체 비용에 들어갑니다. 넓은 범위를 덮는 재머는 아군 통신과 전자 장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육군 시험평가사령관은 APS가 내는 신호가 차량의 다른 소프트웨어와 간섭할지를 걱정거리로 꼽았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소프트킬 대응책 가운데에는 빛을 다루는 장치가 있습니다. 적외선 재머와 레이저(laser) 스폿 모방기는 미사일의 유도를 흐트러뜨리는 장치이고, 업체가 든 전자광학 재머도 빛을 다룹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레이저 무기와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소프트킬의 목적은 날아오는 탄을 빗나가게 하는 데 있습니다. 레이저가 보통 빛과 무엇이 다른지는 레이저란 무엇인가에서, 레이저를 무기로 쓴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복합장갑과 반응장갑: 전차 표면의 블록은 무엇일까. APS와 함께 쓰는 수동 방호 쪽의 이야기입니다.
- 대전차 유도무기: 로켓과 유도미사일의 차이. APS가 막으려는 위협이 어떻게 유도되는지 다룹니다.
- 채프와 플레어: 항공기 뒤의 반짝이는 물체. 항공기가 미사일을 빗나가게 하는 수단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