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laser)도 전구도 빛을 냅니다. 그런데 방에서 전구를 켜면 천장과 벽과 바닥이 한꺼번에 밝아지고, 레이저 포인터를 켜면 벽에 작은 점 하나만 생깁니다.
차이는 빛의 성질에 있습니다. 레이저는 특정 파장(wavelength)의 빛을 키워 한 방향으로 좁게 내보내는 장치입니다. 이 글은 그 빛의 특징 세 가지를 먼저 보고, "LASER"라는 이름의 뜻과 첫 레이저 이야기, 흔한 오해 세 가지를 차례로 짚습니다.
전구 빛과 레이저 빛을 나란히 놓고 보기
해나 전구 같은 보통의 광원은 눈에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이 섞인 파동을 냅니다. 이 파동은 파장이 제각각이고 모든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전구 하나가 방 전체를 밝히는 까닭입니다.
레이저 빛은 특정 파장을 가집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레이저 제품 안내는 이 파장을 증폭하면 한 방향으로 내보낼 수 있는 좁은 빔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레이저 포인터는 방이 아니라 점 하나를 밝힙니다.
| 항목 | 전구 빛 | 레이저 빛 |
|---|---|---|
| 나가는 방향 | 사방으로 | 한 방향으로, 좁은 빔 |
| 파장(색) | 여러 파장이 섞임 | 특정 파장을 가짐(파장 폭은 아주 좁음) |
| 파동의 박자 | 제각각 | 서로 맞음 |
레이저 빛의 세 가지 특징: 한 방향, 한 색, 결이 맞음
한 방향(지향성, directionality). 손전등 빛은 몇 걸음만 가도 넓게 번집니다. 레이저 빛은 그렇게 번지지 않고 좁은 빔으로 나아갑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평행한 것은 아니어서, 멀리 갈수록 조금씩 퍼집니다. 얼마나 퍼지는지는 아래 첫 번째 오해에서 숫자로 봅니다.
한 색(단색성, monochromaticity). 광자(photon)의 주파수(진동수, frequency), 곧 빛의 색이 하나인 빛을 단색이라고 합니다. 전구 빛에는 여러 파장이 섞여 있지만 레이저 빛은 특정 파장을 가집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좋은 예입니다. OpenStax 대학 물리 교재에 따르면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파장 405 nm의 파란 레이저 빛을 쓰고, CD와 DVD는 붉은 레이저 빛을 씁니다. 기기마다 색이 정해진 빛을 쓰는 셈입니다.
결이 맞음(coherence). 빛을 이루는 광자의 위상(phase), 곧 파동이 오르내리는 박자가 서로 맞는 빛을 결맞은(coherent) 빛이라고 합니다. 레이저 빛은 모든 광파가 같은 주파수와 같은 위상을 공유합니다. 많은 사람이 한 박자에 발을 맞춰 걷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 비유는 한 군데에서 어긋납니다. 사람의 걸음은 겹쳐도 서로 지워지지 않지만, 빛의 파동은 겹치면 더해지기도 하고 지워지기도 합니다. 박자가 영원히 맞는 것도 아닙니다. 빛의 위상은 한없이 흘러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 생기는 것이 아래 두 번째 오해에 나오는 선폭입니다.
"LASER"라는 이름의 뜻
LASER는 "Light Amplification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글자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복사의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에 의한 빛의 증폭"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말은 유도 방출입니다. 에너지를 머금은 원자에 알맞은 에너지의 광자가 닿으면, 원자 속 전자가 낮은 에너지 상태로 내려오면서 광자를 하나 더 내놓습니다. 그리고 두 광자가 함께 나아갑니다. 이 일이 되풀이되면서 빛이 커집니다.
처음 동작한 레이저는 1960년 5월 16일에 나왔습니다. 시어도어 메이먼(Theodore Maiman)이 말리부에서 합성 루비 결정으로 레이저를 동작시켰습니다. 메이먼은 휴스 연구소(Hughes Research Laboratories) 소속이었고, 그해 8월 학술지 Nature에 실은 논문에서 루비로 파장 6943 Å, 곧 694.3 nm의 유도 광방출을 얻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날짜와 장소는 HRL Laboratories와 독일 특허·상표 관청(DPMA)의 기록에 나옵니다.
그보다 두 해 앞선 1958년에는 숄로(Schawlow)와 타운스(Townes)가 메이저 기술을 적외선과 가시광 영역으로 넓히는 방안을 학술지 Physical Review에 발표했습니다. 메이저(maser, 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는 레이저와 비슷한 원리로 주로 마이크로파 영역의 전자기파를 증폭하는 장치입니다.
1964년 노벨 물리학상은 절반이 타운스에게, 나머지 절반이 바소프(Basov)와 프로호로프(Prokhorov)에게 함께 돌아갔습니다. 노벨재단이 밝힌 이유는 "메이저·레이저 원리에 바탕을 둔 발진기와 증폭기를 만들게 한 양자전자학 분야의 기초 연구"입니다.
레이저는 어디에 쓰이나
FDA는 레이저를 쓰는 제품으로 다음을 꼽습니다.
- CD·DVD·블루레이 같은 광디스크 플레이어와 레코더
- 많은 바코드 판독기
- 프린터, 복사기, 팩스
- 레이저 포인터
- 전화·영상·컴퓨터망의 광섬유 통신
- 재료를 자르고 용접하고 새기고 표시하는 가공 장비
- 의료 시술용 레이저
- 레이저 쇼
레이저는 실험실에만 있는 장비가 아닙니다. 날마다 쓰는 물건 속에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국방 분야의 레이저는 이 사이트의 "레이저 무기" 분류에서 따로 다룹니다.
자주 하는 오해
오해 1: 레이저 빛은 퍼지지 않는다. 퍼집니다. 지름이 정해진 빛줄기는 어떤 것이든 회절(diffraction) 때문에 퍼지고, 가능한 한 평행하게 만든 레이저 빔도 예외가 아닙니다. 빔의 지름이 작을수록, 파장이 길수록 더 많이 퍼집니다.
거꾸로 빔의 지름을 키우면 덜 퍼집니다. 달까지의 거리를 재는 레이저가 망원경으로 빔을 넓혀서 보내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달까지 가면 많이 퍼집니다. NASA에 따르면 지상에서 폭이 몇 m인 빔이 달 표면에 닿을 때는 2 km 넘게 퍼질 수 있습니다. NASA는 이 숫자 앞에서 대기를 이야기합니다. 레이저 광자가 지구의 두꺼운 대기를 두 번 지나며 흩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2 km를 회절만으로 생긴 크기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빔이 퍼지는 정도는 발산각(beam divergence)이라는 값으로 나타냅니다.
오해 2: 레이저는 파장이 딱 하나다. 아주 가깝지만 딱 하나는 아닙니다. 주파수가 하나라는 것은 단색의 이상적인 정의입니다. 실제 레이저 빛의 파장은 한 값에 아주 가깝게 모여 있지만 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폭이 선폭(linewidth)이고, 선폭이 아주 좁은 빛을 단색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선폭은 왜 0이 아닐까요? 빛의 위상이 한없이 흘러가는 경우에는 0이 아닌 선폭이 생깁니다. 광학 용어 사전인 RP Photonics Encyclopedia는 그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듭니다. 하나는 자연 방출(spontaneous emission)에서 오는 양자 잡음이고, 다른 하나는 진동, 온도 변화, 펌프 출력 변동 같은 기술적 잡음입니다.
오해 3: 레이저는 크고 강한 장비뿐이다. 앞의 목록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다. 레이저 포인터와 바코드 판독기, 디스크 플레이어가 모두 레이저 제품이고, FDA도 레이저 제품의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고 적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이 사이트는 읽는 길의 순서대로 읽으면 편합니다.
- "빛의 기초: 파동, 파장, 주파수, 광자": 이 글에 나온 파장과 광자를 다시 정리합니다.
- "레이저를 이루는 세 가지: 이득 매질, 펌핑, 공진기": 유도 방출로 빛을 키우는 구조를 봅니다.
-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 오해 1의 이유를 자세히 봅니다.
- "레이저 안전: 등급과 보안경 읽는 법": 레이저 등급과 보안경 표시를 읽는 법을 봅니다.
레이저 무기가 궁금하다면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 영화와 실제의 차이"에서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