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경계를 서는 병사의 눈앞에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달도 지고 구름이 별빛까지 가렸습니다. 그런데 열상 장비의 화면에는 들판 가운데 선 사슴 한 마리가 밝게 떠오릅니다. 빛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을 본 걸까요?
열입니다. 따뜻한 물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인 적외선(infrared)을 내고, 열상 조준경은 그 빛을 받아 그림으로 바꿉니다. 이 글은 그 원리와 검출기의 두 갈래, 그리고 1940년대의 조잡한 야간 조준경이 오늘의 열상 조준경이 되기까지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밤에 보는 두 가지 방법
밤에 보는 장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약한 빛을 키우는 영상증폭관(image intensifier)이고, 다른 하나는 물체가 내는 열을 보는 열상 장비(thermal imager)입니다. 둘 다 "야간 투시"라고 불리지만 받는 빛이 다릅니다.
영상증폭관의 뿌리는 2차 대전의 영상 변환관입니다. 이 관은 약 1.3 µm까지의 빛에만 반응해서 물체가 스스로 내는 빛은 보지 못했습니다.
별빛을 키울 수는 있었지만 감도가 너무 낮아, 실제로는 가시광을 막는 필터를 단 탐조등 같은 인공 적외선 조명과 거의 늘 함께 썼습니다. 주된 쓰임은 소총과 저격용 조준경이었습니다.
오늘의 영상증폭관은 고글에 넣을 만큼 작고, 인공 조명 없이 반사된 주변 빛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키울 빛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1970년대 무렵의 영상증폭관은 주변 조명과 맑은 대기가 필요했고, 흐리거나 연기·먼지가 끼면 사실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열상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빛을 기다리지 않고, 물체가 스스로 내는 적외선을 받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빛이 전혀 없어도 그림이 나옵니다.
모든 물체는 열을 빛으로 낸다
적외선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한 부분입니다. 사람 눈은 보지 못하지만 몸은 그것을 열로 느낍니다.
1800년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은 가시광선을 색으로 펼쳐 놓고 색마다 온도계를 두었습니다. 빨강 끝 바로 바깥, 아무 색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온도가 더 높게 나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거기 있었던 것입니다.
불처럼 아주 뜨거운 물체는 보이는 빛도 냅니다. 사람처럼 그만큼 뜨겁지 않은 물체는 적외선만 냅니다. 눈은 그 빛을 못 보지만, 적외선을 감지하는 기기는 사람과 동물 같은 따뜻한 물체를 화면 위에 "보여" 줍니다.
적외선 안에도 구간이 있습니다. 근적외선, 중적외선, 원적외선으로 나누고, 8~15 µm 영역은 지구과학자들이 따로 열적외선이라 부릅니다. 빛의 색과 파장(wavelength)의 관계는 「빛의 기초: 파동, 파장, 주파수, 광자」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열상에서 중요한 것은 온도 자체보다 차이입니다. 8~12 µm의 장파 적외선(long-wave infrared, LWIR) 대역은 물체와 배경의 온도 차가 같을 때 가장 큰 신호를 줍니다. 땅 위의 물체를 볼 때, 그리고 지상전에서 이 대역을 특히 바라는 까닭입니다.
열을 그림으로 바꾸는 검출기
적외선을 받는 부품이 검출기입니다. 열상 장비의 역사는 쓸 만한 검출기가 언제 나왔는지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검출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갈래는 광자 검출기입니다. 들어온 빛 알갱이를 직접 전기 신호로 바꿉니다. 문제는 장파 적외선의 광자가 에너지가 낮다는 점입니다. 검출기 자신의 열이 만드는 암전류와 그에 따르는 잡음도 비슷하게 에너지가 낮아서 신호와 잡음이 섞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광자 검출기는 아주 차갑게 식힙니다. 처음 실용화된 장파 검출기 재료인 수은 첨가 저마늄(Hg:Ge)은 30 K까지 식혀야 했고, 그러려면 크고 무겁고 비싼 다단 냉각기가 필요했습니다. 1959년 영국 왕립 레이다 연구소에서 수은카드뮴텔루라이드(HgCdTe, MCT)의 이점이 알려지면서 사정이 나아졌습니다. 이 재료는 암전류가 낮아 80 K에서도 장파 적외선을 잡았고, 냉각기의 크기와 무게, 비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둘째 갈래는 열 검출기입니다. 빛 알갱이를 세지 않고, 적외선을 받아 데워진 정도를 잽니다. 아주 작은 온도계를 많이 늘어놓은 판이라고 생각하면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사람이 눈금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온도 변화를 장비가 감지해 그림을 만듭니다.
이 방식의 대표가 마이크로볼로미터(microbolometer)입니다. 1994년 하니웰이 정부의 고밀도 배열 개발(HIDAD) 사업에서 만든 산화바나듐(VOx) 방식으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 특허는 뒤에 미국의 여러 항공우주 업체와 일부 외국에 엄격한 수출 통제 아래 허가되었습니다.
열 검출기는 냉각 광자 검출기보다 대체로 훨씬 덜 민감합니다. 그래도 많은 수를 판 하나에 늘어놓으면 운전자용 야간 시야 장치, 소총 조준경, 미사일 탐색기에 쓸 만큼 민감해집니다. 값이 싸고, 전기를 적게 먹고, 실온에서 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탐지기에서 조준경까지: 짧은 역사
열을 보는 장비가 처음부터 조준경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때의 초기 장비는 비행기에서 땅을 한 줄씩 훑어 필름에 기록하는 적외선 매퍼였습니다. 정찰에는 크게 성공했지만, 바로 쏘는 데 돕기에는 쓸모가 적었습니다.
곧 방향을 돌리며 실시간으로 보는 장비가 나왔고, 이것을 전방 감시 적외선(forward-looking infrared, FLIR)이라 부릅니다. 이름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센서에 수직 주사 거울을 더해 두 방향으로 훑게 되자, 아래만 보던 장비가 앞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는 비용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이려고 부품을 표준화했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개척하고 육군 감독 아래 개발한 "공통 모듈"을 모든 군이 써야 했고, 이렇게 만든 장비를 1세대라고 부릅니다. 대량 생산으로 값이 크게 내려가자 1970년대에는 전차와 장갑차부터 항공기와 함정까지 적외선 장비가 실렸습니다. 육군의 표어가 "우리는 밤을 지배한다(we own the night)"가 된 것도 이때입니다.
다음 걸음은 반도체 쪽에서 왔습니다. 1960년대 말에 발명된 CCD와 CMOS 같은 소자 덕분에, 검출기 바로 뒤에 읽기 회로(readout integrated circuit, ROIC)를 붙여 많은 검출기의 신호를 한데 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검출기마다 전선과 증폭기를 따로 달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 흐름은 1990년대의 2세대 검출기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1990년대에 실온 열 검출기가 판 모양의 배열로 완성되면서 군과 민간 모두 관심이 커졌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냉각형과 비냉각형 소자가 감시 체계, 미사일 탐색기, 운전 보조 장치, 무기 조준경에 널리 쓰였습니다. 그 뒤 육군의 요구로 중파(MWIR)와 장파를 함께 보는 3세대 센서가 나왔습니다. 3세대 검출기는 중파 재료를 장파 재료 뒤에 겹쳐 두 대역이 같은 자리를 씁니다.
오늘 미 육군의 FWS-I는 주로 무기에 다는 열상 조준경입니다. 열 영상과 영상증폭을 한 화면에 겹친 헬멧용 고글인 강화 야간투시 고글(Enhanced Night Vision Goggle, ENVG)도 나왔습니다. 영상증폭의 초록색 화면 위에 열 영상을 얹는 방식입니다. 육군은 이 고글이 열상 기능 덕분에 낮과 밤 어느 빛 조건에서나 쓸 수 있고, 연기·안개·먼지 같은 가림막 너머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열상이 할 수 있는 것과 어려운 것
열상의 가장 큰 장점은 빛이 없어도 된다는 점입니다. 열 영상 기술 덕분에 밤의 어둠 속이나 연기로 덮인 전장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열을 보는 장비가 전장 밖에서 쓰인 예도 있습니다. 1970년 영국 해군은 함정 위의 불을 끄는 데 첫 함정용 열상 장비를 썼습니다.
어려운 점도 분명합니다. 장파 적외선은 검출기가 다루기 가장 어려운 대역 가운데 하나이고, 민감한 광자 검출기를 쓰려면 냉각기를 함께 실어야 합니다. 냉각기가 필요 없는 열 검출기를 쓰면 가볍고 싸지지만 감도는 낮습니다. 장비를 고를 때 늘 이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되는 셈입니다.
비용도 오래된 숙제입니다. 중파와 장파를 함께 보는 3세대 장비는 검출기 수율이 낮고 광학이 복잡해서 값이 높습니다. 한편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마이크로볼로미터가 늘면서 적외선 기술은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용 제품은 고급 기술보다 해상도와 감도가 낮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같은 적외선
레이저 무기 이야기에서도 적외선은 자주 나옵니다. 어떤 파장이 공기를 잘 지나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어떻게 나누는지는 레이저 글에서도 같은 물음입니다. 그 이야기는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과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에서 이어집니다.
열상과 레이저를 한 체계로 묶는 흐름도 있습니다. 항공기와 함정은 수동 적외선 영상으로 표적을 찾고, 레이저로 영상을 만드는 능동 장비인 LADAR로 자세히 알아보는 혼합 체계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LADAR는 레이저(laser)와 레이다(radar)를 합친 말입니다.
LADAR는 원리상 1.54~1.57 µm처럼 열상보다 훨씬 짧은 파장으로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 국방부 정보분석센터(DSIAC)의 글은 이 파장 선택이 눈에 안전하다고 적었습니다.
열상은 받기만 하는 수동 센서라는 점에서 항공기를 찾는 적외선 탐색·추적과도 닮았습니다. 하늘의 작은 점을 찾는 쪽 이야기는 「적외선 탐색·추적(IRST): 전파를 쏘지 않고 항공기를 보기」에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적외선 탐색·추적(IRST): 전파를 쏘지 않고 항공기를 보기」: 같은 적외선으로 하늘의 항공기를 찾는 센서를 봅니다.
-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 적외선을 포함한 빛을 파장으로 나누어 봅니다.
- 「야간투시경: 별빛을 키워 보는 영상증폭관」: 빛을 키우는 다른 쪽 야간 장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