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한가운데의 함정과 먼 사막의 부대가 같은 지휘망에 들어오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땅 위 무전기만으로는 닿지 않습니다. 둘 사이에 둥근 지구가 솟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틈을 수십 년 동안 메워 온 것이 군 위성통신입니다. 오랫동안 그 일은 아주 높은 궤도에 뜬 몇 기의 큰 위성이 맡았는데, 지금은 낮은 궤도에 수백 기를 띄우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가고 있습니다.
지평선 너머로 말을 전하려면
많은 지상 무전기는 지구 곡면 때문에 가시선(line of sight) 거리에 묶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보고서는 땅 위 무전기를 보통 50마일을 넘지 않는 짧은 거리에서 쓴다고 적었습니다. 그보다 먼 통신은 대체로 위성이 맡습니다.
군은 수십 년 동안 지평선 너머(beyond line of sight, BLOS) 무선 전송을 주로 위성으로 해 왔습니다. 쓰임의 폭도 넓습니다. 무인 항공기가 보내는 자료부터 핵 지휘·통제·통신을 위해 단단하게 만든 신호까지 위성을 거칩니다.
위성은 아주 높은 산꼭대기에 세운 중계탑과 비슷한 구실을 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위성은 땅에 붙어 있지 않고 궤도를 돌며, 신호는 그 먼 길을 빛의 속도로 오르내립니다. 그래서 위성통신에는 지연(latency), 곧 시간 늦음이 생깁니다.
높이 떠 있는 위성, 낮게 도는 위성
지구 표면에서 약 36,000 km 높이에 이르면 위성이 지구를 도는 빠르기가 지구의 자전과 맞습니다. 이런 궤도를 지구 동기 궤도(geosynchronous orbit)라고 합니다. 그중 적도 바로 위의 원 궤도를 도는 위성은 땅에서 보면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입니다.
늘 같은 자리에 있으니 통신에 쓰기 좋습니다. 땅의 안테나는 위성을 쫓아다닐 필요 없이 한쪽을 향한 채로 있으면 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통신위성이 지구 동기 궤도에 있습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정지궤도 위성은 적도 위에 머물러서, 아주 북쪽이나 남쪽 지역에서는 늘 시야 가장자리에 걸립니다. 높이 떠 있는 만큼 신호가 오가는 길도 깁니다.
저궤도(low Earth orbit, LEO)는 대기 꼭대기 바로 위에서 시작합니다. 궤도가 낮을수록 위성은 빨리 움직이고, 극에서 극으로 도는 지구 관측 위성은 한 바퀴에 약 99분이 걸립니다. 땅의 단말이 늘 위성과 닿아 있게 하려면 저궤도에는 많은 위성을 올려야 합니다.
미군 위성통신의 큰 갈래
미군이 운용하는 전 세계 위성통신 무리로 CRS는 세 가지를 꼽습니다. 광대역 위성 WGS, 보호 통신 위성 AEHF, 그리고 이름 그대로 이동 사용자를 겨냥한 MUOS(Mobile User Objective System)입니다.
WGS(Wideband Global SATCOM)는 미 우주군 팩트시트에서 미군 광대역 위성통신의 중추로 불립니다. 미 정부 기관과 국방부뿐 아니라 여러 국제 동반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대용량 통신을 줍니다. 위성은 지구 동기 궤도에 있고, 체계는 위성·관제·단말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발사는 2007년이고, 팩트시트에 적힌 마지막 발사는 2019년입니다.
AEHF(Advanced Extremely High Frequency)는 결이 다릅니다. 팩트시트의 표현으로는 우선순위가 높은 지상·해상·공중 전력에 생존성 있고, 보안이 되며, 보호되고, 전파 방해에 강한(jam-resistant) 통신을 줍니다. 위성은 역시 지구 동기 궤도에 있고, 북극에서 남극까지 24시간 내내 덮습니다. 2010년에 처음 발사했고, 기록된 마지막 발사는 2020년입니다.
AEHF의 앞 세대는 Milstar입니다. Milstar 사업의 목표는 전 세계적이고 보안이 되며 핵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우주 통신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고,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국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통신 처리와 망 경로 설정을 위성 안에서 하도록 설계해, 취약한 지상 중계국이 필요 없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군이 자기 위성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부는 상용 위성도 통신에 씁니다. 까닭의 일부는 국방부 위성의 대역폭이 한정돼 있다는 데 있습니다. 궤도에 있는 위성 수, 위성 하나가 보낼 수 있는 자료의 양, 덮는 범위에 모두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궤도에 많이 띄우는 흐름
미 우주개발청(Space Development Agency, SDA)은 다른 길을 갑니다. 고도 2,000 km 아래에 많은 위성, 많게는 수백 기나 수천 기가 될 수도 있는 위성을 띄우는 구성입니다. SDA는 이것을 pLEO(proliferated low Earth orbit)라고 부릅니다. 지금의 군 우주 체계 다수가 중궤도(MEO)나 지구 동기 궤도에 있는 것과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왜 굳이 많이 띄울까요? 작은 위성을 많이 두면 몇 개가 방해받거나 무력화돼도 능력이 꺾이지 않습니다. 위성끼리 그물처럼 이어 두어 하나가 빠져도 망이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위성 하나하나는 수가 적은 고가의 국방 우주 자산 일부보다 작고 싸며, 더 빨리 만들어 바꿀 수 있습니다.
저궤도 자체의 이점도 있습니다. 더 높은 궤도보다 위성을 올리는 비용이 적고, 땅으로 통신을 보낼 때 지연과 필요한 전력이 낮습니다. SDA는 이런 이점 때문에 상업 쪽에서도 저궤도 위성 무리로 통신을 하려는 업체가 나왔다고 봅니다.
SDA 전송 계층(Transport Layer)은 고도 750~1,200 km에 300기에서 500기가 넘는 위성을 두는 무리로 구상돼 있습니다. 무리가 다 갖춰지면 지구의 99% 지점에서 언제든 위성이 적어도 하나 보이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은 세대 단위입니다. SDA는 트랜치(tranche)라고 부르는 세대를 2년 단위로 내놓습니다.
트랜치 1은 발사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2026년 10월 SDA 발표에 따르면 네 번째 궤도면 발사로 궤도의 트랜치 1 위성은 84기가 됐습니다. 다 올리면 운용 위성 154기, 그 가운데 126기가 전송 계층 위성입니다. SDA는 트랜치 1이 2027년부터 첫 능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붐비고 다투는 전파
위성통신도 결국 전파를 씁니다. 무선 기술이 쓰는 전파의 주파수(frequency) 범위를 스펙트럼(spectrum)이라고 합니다. 이 스펙트럼에는 두 가지 압력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하나는 민간 수요입니다. 국방부는 2013년 전자기 스펙트럼 전략에서 민간의 스펙트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혼잡(conges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하나는 경쟁입니다. 2017년 전자전 전략은 잠재 적국이 미국의 스펙트럼 우위에 도전하는 체계를 개발하는 것을 "경쟁(contested)"이라고 불렀습니다.
2020년 10월에 나온 전자기 스펙트럼 우월 전략은 이 둘을 한 문서로 묶었습니다. 민간 수요를 맞추면서도 경쟁 환경에서 작전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스펙트럼을 둘러싼 경쟁 전체는 전자전 글에서 더 넓게 볼 수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위성 사이를 잇는 빛
SDA 전송 계층의 위성끼리는 전파가 아니라 빛으로 이어집니다. 광 위성 간 링크(optical inter-satellite link, OISL)라는 연결로, SDA는 이것이 기존 전파 위성 간 링크보다 성능이 크게 높다고 설명합니다.
국방부는 통신 속도를 높이고 적이 통신을 방해할 가능성을 줄이려고 여러 레이저 통신을 시험해 왔습니다. 위성에서 위성으로 자료를 넘기는 것도 그 쓰임입니다. CRS는 레이저의 좁은 빔이 위성 사이 점대점 통신에서 방해 위험을 크게 줄인다고 봅니다.
빔이 좁다는 성질은 레이저 무기 글에서도 거듭 나옵니다. 하나는 자료를, 다른 하나는 에너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목적은 다르지만, 빛이 먼 거리를 가며 얼마나 퍼지느냐는 물음은 같습니다. 그 물음은 빔은 왜 퍼지나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전자전: 보이지 않는 전자기 환경의 경쟁: 스펙트럼을 둘러싼 경쟁 전체를 봅니다.
-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 위성이 통신이 아니라 위치와 시각을 알려 주는 쪽을 봅니다.
- 재밍과 스푸핑: 방해와 속임수는 어떻게 다를까: 위성 신호를 막거나 속이는 일이 무엇인지 개념으로 봅니다.
-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 위성 사이 레이저 링크가 기대는 좁은 빔을 원리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