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를 쏜다고 하면 대개 화약이 터지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렇다면 화약 없이 전기만으로 물체를 밀어낼 수는 없을까요?
전자기 레일건(electromagnetic railgun)이 그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이 글은 물리 교과서의 "자기장 속 전류가 받는 힘"으로 레일건의 원리를 풀고, 미 해군이 이것을 어떻게 개발하다 멈췄는지를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로 따라갑니다.
화약 대신 전기
CRS는 레일건을 화학 추진제, 곧 화약 대신 전기를 써서 발사체를 쏘는 포라고 설명합니다. 화약이 하던 일을 전기가 맡는 셈입니다. 그래서 미 해군 관계자들은 레일건을 포라기보다 "발사기(launcher)"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CRS는 덧붙였습니다.
전기는 어디서 올까요? 함정에 싣는 레일건은 함정 전체의 전력에서 전기를 얻습니다. 함정에 싣는 고체 레이저와 같은 방식입니다. 이 점이 뒤에서 레이저 무기와 이어집니다.
원리: 전류와 자기장이 만드는 힘
원리는 교과서에 있습니다. 움직이는 전하는 자기장 속에서 힘을 받습니다. 도선에 전류가 흐른다는 것은 전하가 도선 안을 지나간다는 뜻이니, 이때 도선 자체가 힘을 받습니다.
곧은 도선이 고른 자기장 속에 있을 때 그 힘은 한 줄로 쓸 수 있습니다. F는 힘, I는 전류, L은 자기장 속에 놓인 도선의 길이와 방향, B는 자기장입니다.
F = I L × B
힘의 방향은 오른손으로 찾습니다. 손가락을 전류 방향으로 펴고 자기장 쪽으로 감으면, 엄지가 가리키는 쪽이 힘의 방향입니다. 그래서 힘은 전류와도, 자기장과도 직각을 이룹니다.
하나 더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은 둘레에 원 모양의 자기장을 스스로 만듭니다. 레일건은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는 사실과 자기장 속 전류가 힘을 받는다는 사실을 한 장치 안에서 함께 씁니다.
레일 두 줄과 미끄러지는 도체
CRS가 옮긴 해군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큰 전류가 만든 자기장이 두 레일 사이에서 미끄러지는 금속 도체, 곧 아마추어(armature, 전기자)를 가속해 발사체를 내보냅니다.
그림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전류는 전원에서 나와 한쪽 레일을 따라가고, 아마추어를 가로질러 다른 쪽 레일로 돌아옵니다. 두 레일에 흐르는 전류가 그 사이에 자기장을 만들고, 그 자기장 속에서 아마추어를 지나는 전류가 힘을 받습니다. 오른손 규칙으로 방향을 보면 그 힘은 레일을 따라 전원에서 멀어지는 쪽을 향합니다.
비유를 들자면, 레일 위에 놓인 썰매를 보이지 않는 손이 계속 미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미는 것은 손이 아니라 전류와 자기장 사이의 힘이고, 그 힘을 내려면 큰 전류가 필요합니다. 이 큰 전류를 대는 전력 체계는 뒤에서 볼 남은 과제에도 들어 있습니다.
같은 원리는 레일건이 레이저 무기와 갈리는 지점도 보여 줍니다. CRS는 레일건이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 DEW)가 아니라고 분명히 적었습니다. 레이저처럼 전자기 에너지를 표적에 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발사체를 쏘아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미 해군의 개발 역사
미 해군은 2001년부터 예비 연구를 하다가 2005년에 레일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CRS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1년까지 해군이 레일건 개발에 쓴 돈은 9억 5,460만 달러입니다. 국방부의 다른 부서가 쓴 돈은 이 액수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처음 목적은 바다에서 해안을 향해 쏘는 함포 지원이었습니다. 육지에 오른 해병대 같은 아군을 돕는 무기로 구상했습니다. 뒤에 해군은 레일건을 대공·미사일 방어에도 쓸 수 있다고 판단했고, 한동안 이것이 해군의 관심을 키웠습니다.
화약 대신 전기로 쏘는 포가 함정에 무엇을 더해 줄 수 있었을까요? CRS는 먼저 해군 수상함이 무인기와 대함 미사일을 막을 때 부딪히는 한계로 "탄약고 깊이(depth of magazine)"가 얕다는 점을 듭니다. 지대공 미사일과 근접 방어 무기의 탄을 다 쓰면 싸움터를 떠나 먼 곳까지 다시 채우러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레이저와 레일건 같은 새 무기가 이 탄약고 깊이를 크게 늘릴 잠재력이 있다고 보았고, 레일건 발사체는 함정 탄약고에 수백 발씩 실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해군은 처음에 자체 시제품으로 시험했고, 그다음 업체가 만든 시제품 시연기 두 대의 개발에 돈을 댔습니다. 이 두 시제품의 평가는 2012년에 시작됐습니다.
개발 중에 뜻밖의 갈래도 생겼습니다. 해군은 레일건용으로 만들던 유도 발사체를 기존의 화약포로도 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5인치 함포와 155 mm 포 같은 포입니다. 이 개념에는 GLGP, HVP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왜 멈췄나: 공개된 어려움
해군의 2022 회계연도 예산안은 레일건과 GLGP 사업의 추가 작업을 멈추자고 했고, 두 사업의 연구개발 예산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CRS가 옮긴 해군 성명은 2021년 말에 레일건 연구개발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이 든 까닭은 세 가지입니다. 재정 제약, 전투 체계에 통합하는 어려움, 그리고 다른 무기 개념의 기술이 성숙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해군은 이 결정이 지향성 에너지,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전 체계 같은 다른 우선순위에 자원을 돌리려는 부처 전체의 개혁과 맞는다고 설명했습니다.
CRS는 남은 개발 과제를 네 갈래로 묶었습니다. 포 자체, 발사체, 무기의 전력 체계, 그리고 함정과의 통합입니다. 원리는 교과서 한 줄로 설명되지만, 그 원리를 함정 위의 무기로 바꾸는 데에는 이 네 갈래가 모두 걸려 있었다는 뜻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둘 다 전기를 먹는다
레일건과 레이저 무기는 쏘는 것이 다릅니다. 하나는 발사체를, 다른 하나는 빛을 보냅니다. 그런데 둘 다 함정의 전력에서 전기를 얻는다는 점은 같습니다. 레일건도 레이저 무기도 결국 전기로 움직이는 무기입니다.
레이저 쪽에서는 이것을 전기-광 변환 효율(wall-plug efficiency)로 따집니다. 들어간 전기 가운데 얼마가 빛이 되는지를 보는 값입니다. 전력과 효율이 체계 크기에 주는 영향은 전력과 효율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전력과 효율: 전기가 빛이 되는 비율이 체계 크기를 정한다: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무기에서 효율이 왜 중요한지 봅니다.
-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 지향성 에너지 무기라는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봅니다.
-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전기가 열로 남을 때 무엇이 필요한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