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에서 갑자기 잡음만 들린다고 해 봅시다. 집에서 와이파이가 끊기면 잠깐 불편하고 말지만, 부대와 부대 사이의 연결이 끊기면 명령이 닿지 않고 보고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군 통신은 "연결은 늘 된다"가 아니라 "언젠가는 끊긴다"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끊김을 견디는 공개된 생각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길을 여러 개 겹쳐 두기, 끊긴 동안 데이터를 들고 있다가 보내기, 끊겼을 때 할 일을 미리 정해 두기입니다. 끝에서는 레이저 빛으로 잇는 통신이 이 그림에 어떻게 들어오는지 봅니다.
끊김은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군은 전자기 스펙트럼에 크게 기댑니다. 비행기, 위성, 전차, 함정, 무전기까지 거의 모든 현대 무기 체계가 전자기 스펙트럼을 써야 제 기능을 합니다. 지휘관들도 부대와 거의 바로 통신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전파가 닿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상 무전기는 보통 가시선(line of sight)에 묶인 짧은 거리에서 쓰고, 미 의회조사국(CRS) 자료에 따르면 그 거리는 50마일을 넘지 않습니다. 더 먼 곳과는 대체로 위성을 거쳐 통신합니다.
방해도 있습니다. 전자 재머(jammer)는 상대가 스펙트럼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쓰이며, 지상과 우주의 통신을 모두 막을 수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2013년 전략 문서에서 민간의 전파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붐빔(congestion)"으로, 2017년 전략 문서에서 상대가 미국의 스펙트럼 우위에 도전하는 체계를 개발하는 상황을 "다툼(contested)"으로 불렀습니다.
모든 것을 한 망으로 묶으려는 계획일수록 이 물음은 무거워집니다. 미 국방부의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ADC2)는 모든 군의 센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잇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일부 분석가는 치명적이고 전자전이 심한 환경에서 센서와 무기를 잇고 지휘·통제를 받치는 네트워크를 안전하고 믿을 만하게 갖출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런 물음이 남아 있는 한, 끊김은 예외가 아니라 설계에서 먼저 따질 조건입니다.
한 길만 믿지 않기: 경로를 겹쳐 두기
집 인터넷이 끊기면 휴대폰 데이터로 바꾸고, 그것도 안 되면 전화를 겁니다. 군의 통신 계획에도 이런 생각을 정리해 둔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집과 달리, 끊긴 뒤에 다음 수단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리 순서까지 정해 둡니다.
미 육군의 한 기사는 이런 계획을 PACE라는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주(primary), 보조(alternate), 비상(contingency), 긴급(emergency)의 머리글자로, 한 수송 여단이 다툼이 있거나 붐비는 항구에서도 네트워크가 제 구실을 하도록 네 단계의 예비 수단을 마련하는 계획입니다. 주 체계와 보조 체계가 듣지 않으면 통신을 비상 수단으로 옮기는 식입니다.
그 부대는 훈련으로 체계가 멈췄을 때 대응하는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통신 체계의 복원력을 꾸준히 키우며 대비하는 위협으로는 사이버, 전자기, 디지털 위협과 함께 자연재해를 들었습니다. 끊김의 원인이 상대의 방해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위성망도 겹침을 염두에 두고 그립니다. 미 우주개발청(SDA)이 구상하는 전송 계층(Transport Layer)은 보장되고 복원력 있는 연결을 목표로 합니다. 별자리가 다 갖춰지면 지구 위 장소의 95%에서 언제나 위성이 적어도 둘, 99%에서 적어도 하나 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망도 고장에 견디도록(fault tolerance) 동적으로 연결합니다.
끊겨도 잃지 않기: 저장했다가 보내기
길을 여러 개 두어도 모든 길이 잠시 막히는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보내던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요?
우주 통신은 이 문제를 늘 안고 삽니다. 우주에서는 지연이 잦고, 보내는 쪽에서 받는 쪽까지 끝까지 이어진 링크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NASA가 쓰는 지연·두절 허용 네트워킹(Delay/Disruption Tolerant Networking, DTN)은 이 문제를 저장 후 전달(store-and-forward) 방식으로 넘습니다.
중간 지점 사이의 연결이 끊기면, 각 지점은 다음 지점과 다시 이어질 때까지 데이터를 저장해 둡니다. 인터넷이 연결될 때까지 보낼 편지함에서 기다리는 이메일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이메일 한 통과 달리 여러 지점을 차례로 거치고, DTN은 여러 경로와 여러 제공자를 써서 데이터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이미 쓰이고 있습니다. NASA의 DTN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DTN은 근우주망과 심우주망의 정식 서비스가 됐습니다. 한 과학 위성에서는 계획에 없던 끊김이 생겨도 링크가 다시 열리면 내려보내기를 이어 가는 식으로 처리했습니다. 민간 우주 통신의 예이지만, 끊김을 정상 상태의 하나로 보고 설계한다는 점에서 군 통신과 같은 물음을 다룹니다.
연결이 끊긴 기계는 무엇을 하나
조종사가 탄 비행기와 원격으로 조종하는 무인기는 연결이 끊겼을 때 사정이 다릅니다. 2012년 CRS 보고서의 한 각주는 F-16이 지상과 통신 없이도 비행을 이어 갈 가능성은 비교적 높지만, 무인기는 지상 운용자와의 통신이 없으면 그 가능성이 낮다고 견줍니다. 몇 안 되는 자율 비행 기종을 빼면, 무인기는 지상 인원이 끊임없이 개입하고 조종해야 합니다.
무인기에는 연결이 끊긴 상황을 가리키는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미 연방항공청(FAA) 용어집은 통제 링크가 끊기거나 조종사가 기체를 조종할 수 없게 되어, 무인기가 예측 가능하거나 계획된 기동을 하는 상황을 통제 링크 두절(lost link)이라고 정의합니다. 링크는 명령을 올려 보내는 링크(uplink)와 기체 상태를 내려보내 조종사에게 상황을 알려 주는 링크(downlink) 두 가지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낱말은 "미리"입니다. 통제 링크 두절 절차는 링크가 끊겨도 무인기가 안전하게 운용을 이어 가도록 미리 프로그램하거나 미리 정해 둔 완화 조치입니다. 끊긴 뒤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고 끊기기 전에 정해 둔다는 점에서, 앞의 PACE 계획과 같은 생각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빛으로 잇는 통신
군 통신은 대부분 전파와 마이크로파를 쓰지만, 새로 나오는 통신 기술은 전파 대신 레이저 빛을 안테나 사이로 보냅니다. 군은 위성과 통신하는 데에도 레이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SDA의 위성들도 위성 사이 광 링크(Optical Inter-Satellite Link, OISL)로 서로 이어지는데, 지금의 무선 위성 간 링크보다 성능이 크게 높은 링크입니다.
빛을 쓰는 까닭은 데이터 양에 있습니다. NASA의 임무에서는 무선 주파수로 더 높은 데이터 속도를 내려면 안테나를 키우거나 송신 출력을 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NASA가 꼽는 광통신의 이점은 넷입니다.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가볍고, 더 유연합니다.
"더 안전하다"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광통신 단말은 무선 체계보다 빔 폭이 좁아, 빛이 비추는 자리가 작습니다. 그만큼 링크를 가로채거나 받을 수 있는 지역이 크게 줄어듭니다. 단말이 작고 가볍고 전력을 덜 써서 크기·무게·전력(size, weight and power, SWaP)도 줄어듭니다.
좁은 빔은 한계도 함께 가져옵니다. 넓게 퍼뜨리는 전파와 달리 빛은 수신기를 곧장 겨눠야 하고, 수천~수백만 마일 밖에서 보낼 때는 1도의 아주 작은 일부만 어긋나도 레이저가 수신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우주의 레이저 빔도 지상의 레이저처럼 퍼지며, 빔이 벌어지는 각을 발산각(beam divergence)이라고 합니다. 빔이 퍼질수록 빛이 옅어져 데이터를 되찾기 어려워지고, 구름과 안개는 빛을 아예 끊을 수 있습니다.
해법은 이 글의 앞부분과 닮았습니다. NASA는 지상국을 여러 곳에 두어, 한 곳이 흐리면 다른 지상국으로 돌리는 방법을 듭니다. 지연·두절 허용 네트워킹과 위성 배열도 함께 살피는 방법입니다. 레이저 링크도 결국 길을 겹쳐 두고 끊김을 견디는 설계와 함께 쓰이는 셈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전술 데이터링크: 장비끼리 정보를 나누면 달라지는 것: 끊김을 견뎌야 하는 링크가 실제로 무엇을 나르는지 봅니다.
- 재밍과 스푸핑: 방해와 속임수는 어떻게 다를까: 통신을 끊는 방해가 무엇인지 개념으로 봅니다.
-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 레이저 빔이 왜 조금씩 퍼지는지 봅니다.
-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 구름과 공기가 레이저 빛을 어떻게 막고 흩뜨리는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