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의 맨 앞, 둥근 덮개 안쪽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날개도 엔진도 아닌, 표적을 찾아 붙드는 장치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 장치를 탐색기(seeker)라고 부릅니다.
앞 글인 "공대공 미사일: 미사일의 눈은 무엇을 볼까"가 탐색기를 받는 에너지에 따라 갈래로 나눴다면, 이 글은 탐색기의 속을 들여다봅니다. 덮개를 벗기면 어떤 부품이 나오고, 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그 부품들은 무슨 일을 할까요? 적외선과 전파와 레이저를 받는 탐색기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탐색기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나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의 기술지는 흔히 쓰는 탐색기 하나를 예로 들어 그 구성을 정의합니다. 공간에서 자세를 안정시키는 탐색기는 표적 센서, 짐벌과 그 구동 모터, 자이로, 그리고 이것들을 다루는 제어 전자 장치로 이루어집니다.
표적 센서는 다시 둘로 나뉩니다. 에너지를 모으는 장치(전파라면 안테나)와, 모은 신호를 받아 처리하는 수신기입니다. 이 센서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김발(gimbal) 위에 얹혀 있습니다. 흔한 설계는 서로 직각인 짐벌 두 개를 쓰고, 축마다 모터를 달아 센서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꿉니다.
이 그림이 낯익게 느껴진다면 레이저 무기의 빔 지향기를 떠올린 것일 수 있습니다. 빔 지향기도 짐벌 위에서 방향을 바꾸고 흔들림을 눌러 빔을 한 점에 붙듭니다. 같은 문제를 레이저 쪽에서 푼 이야기는 김발과 조준·추적: 빔을 한 점에 붙들어 두는 일에 있습니다.
탐색기가 하는 네 가지 일
APL 글은 탐색기가 해야 할 일을 네 가지로 꼽습니다. 첫째, 표적을 한 번 붙잡은 뒤에는 놓치지 않고 계속 따라갑니다. 둘째, 미사일에서 표적을 바라보는 선, 곧 시선(line of sight)의 각도나 그 각도가 바뀌는 빠르기를 잽니다.
셋째는 안정시키기입니다. 미사일 몸체는 날아가며 위아래·좌우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탐색기가 재려는 시선의 변화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자이로는 이 흔들림 속에서 센서가 엉뚱한 쪽을 보지 않게 붙잡아 주는 몫을 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손떨림 보정을 떠올리면 셋째 일이 와닿습니다. 손이 흔들려도 화면 속 장면은 덜 흔들립니다. 실제 탐색기는 흔들림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흔들림을 걷어 낸 뒤 남는 시선 방향의 변화를 재서 유도 장치에 넘깁니다.
넷째는 할 수 있다면 표적과 가까워지는 속도를 재는 일입니다. 레이다 방식은 돌아온 신호로 이 속도를 잴 수 있지만, 표적의 열을 받는 적외선 방식에서는 어렵습니다.
미사일이 표적에 다가갈수록 탐색기가 보내는 표적 정보의 질은 계속 좋아집니다. 멀리서 흐릿하던 표적이 가까워질수록 또렷해지는 셈입니다.
무엇을 받는가: 수동·반능동·능동
탐색기는 받는 에너지가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 수동(passive), 반능동(semi-active), 능동(active)의 세 갈래로 나뉩니다. 갈래마다 무엇을 받는지는 "공대공 미사일: 미사일의 눈은 무엇을 볼까"에서 자세히 다루고, 무엇을 알려 주는지는 아래 표 그림에 모았습니다.
어떤 표적 센서를 쓰느냐는 유도 법칙을 짤 때 따지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적외선 탐색기와 영상 적외선 탐색기
수동 탐색기의 흔한 예가 적외선 탐색기입니다. 적외선 탐색기는 표적이 스스로 내는 열 신호를 찾아 따라갑니다. 적외선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일부이고, 파장(wavelength)이 가시광선보다 깁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몸은 열로 느낍니다.
적외선을 "보는" 장치는 생활 가까이에도 있습니다. 야간 투시경이나 적외선 카메라는 사람이나 동물처럼 따뜻한 물체가 내는 적외선을 화면에 보여 줍니다.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을 가르는 파장의 이야기는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에서 이어집니다.
적외선 탐색기 가운데에는 이름에 "영상"이 붙은 것도 있습니다. 미 육군은 Javelin을 발사 전에 표적을 붙잡고 스스로 유도하는 "쏘고 잊는(fire-and-forget)" 미사일로 소개하면서, 영상 적외선 탐색기(imaging infrared seeker)를 갖췄다고 적습니다. 이름 그대로 적외선 영상을 쓰는 탐색기입니다.
전파와 레이저를 쓰는 탐색기, 둘을 함께 쓰는 탐색기
전파, 곧 무선 주파수(radio frequency, RF)를 쓰는 탐색기는 표적에서 돌아온 신호를 읽습니다. 능동·반능동 RF 방식에서는 돌아온 신호의 도플러 주파수로 가까워지는 속도를 잘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도플러 효과로 움직임을 재는 원리는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레이저도 탐색기가 받는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미사일 밖에서 표적을 비추는 반능동 방식에서는 그 빔이 빛이나 레이저일 수도 있고, 적외선이나 RF 에너지일 수도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도 정밀 유도 무기의 유도 부품으로 관성 측정 장치와 GPS 수신기와 함께 레이저 탐색기, 밀리미터파 레이다 탐색기를 듭니다.
한 종류만 고집할 까닭도 없습니다. CRS는 소형 활공 폭탄 SDB II가 밀리미터파 레이다와 적외선 센서를 함께 쓰는 복합 탐색기(multimode seeker)를 갖췄다고 적습니다. 서로 다른 빛을 받는 센서를 한 탐색기에 묶은 경우입니다.
앞부분이라는 자리의 조건
탐색기가 미사일의 맨 앞에 있는 데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대기권 안을 나는 미사일은 탐색기를 날씨 같은 바깥 환경에서 지키는 덮개를 써야 합니다. 전파 쪽 덮개는 레이돔(radome), 적외선 쪽 덮개는 적외선 돔(irdome)이라고 부르고, 대기권 밖을 나는 비행체에는 이 덮개가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크기의 제약도 있습니다. 수동 적외선 탐색기는 들어오는 에너지를 늘리려고 구경을 될 수 있는 한 크게 만듭니다. 전파 쪽의 안테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크기는 보통 미사일 몸통 지름이 허락하는 데까지입니다.
빗물을 받는 깔때기를 떠올려 봅시다. 입구가 넓을수록 더 많이 받지만, 그 입구는 깔때기를 꽂을 병의 크기를 넘기 어렵습니다. 실제 탐색기는 구경만이 아니라 센서와 짐벌과 자이로를 모두 같은 몸통 안에 넣어야 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김발과 조준·추적: 빔을 한 점에 붙들어 두는 일: 탐색기의 짐벌·안정화와 같은 문제를 레이저 빔 지향기에서 풉니다.
-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 적외선과 가시광선을 가르는 파장의 차이를 다룹니다.
-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 전파 탐색기가 쓰는 도플러 효과의 원리를 풀어 줍니다.
- 채프와 플레어: 항공기 뒤의 반짝이는 물체: 탐색기가 보는 전파와 적외선이라는 두 빛을 역사 속에서 다시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