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지도를 켜면 파란 점이 내 자리를 짚습니다. 그런데 하늘의 GPS 위성은 "당신은 여기 있습니다"라고 알려 주지 않습니다. 위성이 보내는 것은 "나는 지금 여기 있고, 이 신호는 이 시각에 떠났다"는 소식뿐입니다.
내 위치를 셈하는 일은 손에 든 수신기가 맡습니다. 그 셈의 한가운데에 시계가 있습니다. 시각이 어떻게 거리가 되고, 거리가 어떻게 위치가 되는지, 그 시계를 누가 맞추는지, 그리고 이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를 차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위성이 보내는 것은 시각이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미국이 소유한 위치·항법·시각 서비스입니다. 우주 부분에서는 공칭 24기의 위성이 지금 위성의 위치와 시각을 담은 신호를 한 방향으로 보냅니다. 수신기는 이 신호를 받아 자기의 3차원 위치와 시각을 셈합니다.
한 방향이라는 말에 뜻이 있습니다. 수신기는 위성에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듣기만 합니다. 위성마다 정해진 간격으로 자기 위치와 시각을 보내면, 수신기는 그 신호가 닿기까지 걸린 시간을 셈해 자기 위치를 정합니다.
번개가 번쩍인 뒤 천둥이 늦게 들릴수록 번개는 멀리 있습니다. GPS도 "얼마나 늦게 왔나"로 거리를 잽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소리가 아니라 빛의 속도로 오는 전파를 쓰고, 번쩍임을 눈으로 보는 대신 신호에 적힌 출발 시각을 읽습니다.
시간 차이를 거리로 바꾸기
진공에서 빛의 속도는 초속 299,792,458 m로 정해진 값입니다. 전파도 이 속도로 가서, 1 km를 가는 데 약 3.3 µs가 걸립니다. 신호가 떠난 시각과 닿은 시각의 차이에 빛의 속도를 곱하면 위성까지의 거리가 나옵니다.
빛이 워낙 빠르다 보니 시계가 조금만 틀려도 거리가 크게 틀립니다. 10억분의 1초인 1 ns의 시각 오차가 30 cm 정도의 위치 오차가 됩니다. 100만분의 1초인 1 µs가 틀리면 약 300 m가 어긋납니다.
GPS 위성은 약 20,200 km 높이의 중궤도를 돌며 하루에 지구를 두 바퀴 돕니다. 위성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면 신호가 내려오는 데 약 0.067 s가 걸리는 셈입니다. 비스듬히 떠 있는 위성은 더 멀어서 조금 더 걸립니다.
거리 하나만 알면 수신기는 위성을 중심으로 한 커다란 공의 겉면 어딘가에 있습니다. 위성 여럿까지의 거리를 알면 그 공들이 함께 만나는 곳이 내 자리입니다.
왜 위성이 넷이어야 할까
공간에서 한 점을 정하려면 거리 셋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GPS에는 위성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수신기의 시계 때문입니다.
위성에는 원자시계가 실리지만, 수신기의 시계는 보통 잡음과 표류가 있는 자유 발진기여서 크게 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받은 시각과 보낸 시각의 차이에 빛의 속도를 곱한 값은 참 거리가 아닙니다. 수신기 시계의 어긋남이 섞인 이 값을 의사거리(pseudorange)라고 부릅니다.
해법은 시계의 어긋남도 모르는 값으로 함께 푸는 것입니다. 상대성 이론으로 GPS를 풀어 쓴 Ashby(2003)의 리뷰 논문은 수신기 시계의 어긋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위성 넷의 측정이 필요한 까닭이라고 설명합니다. 측정 넷으로 위치의 세 성분과 시계의 어긋남을 한꺼번에 정할 수 있습니다.
위성 배치도 여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위성들은 같은 간격의 궤도면 여섯 개에 나뉘어 있어서, 지구 거의 어디서든 적어도 네 기를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값비싼 원자시계는 위성에만 있으면 됩니다.
위성 안의 원자시계와 상대성
GPS 위성마다 원자시계가 여러 개 실려 있고, 신호에는 매우 정밀한 시각 자료가 담깁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시간·주파수 용어집은 위성마다 루비듐이나 세슘 원자시계가 반송파와 부호 방송의 기준이 된다고 적습니다. NASA 자료도 오늘의 위성이 저마다 여분의 원자시계를 싣는다고 소개합니다.
위성 시계에는 땅의 시계에 없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이 말하는 효과입니다. 위성과 수신기가 서로 움직이며 생기는 주파수 변화, 중력에 따른 주파수 변화, 지구 자전에서 오는 효과가 모두 시계에 끼어듭니다. 이것을 제대로 셈하지 않으면 항법과 시각 전달에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큰 오차가 납니다.
방향도 정해져 있습니다. 궤도의 시계는 땅에서 볼 때 너무 빨리 가는데, 주로 중력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성 시계의 주파수를 낮게 맞추고, 발사 전에 보정을 넣어 땅 위 기준 시계와 같은 빠르기로 가게 합니다.
땅에서 시계를 맞추는 일
위성은 하늘에 있지만 위성을 돌보는 일은 땅에서 합니다. 관제 부분은 전 세계에 흩어진 지상 시설의 망입니다. 위성을 추적하고, 신호를 감시하고 분석하며, 위성에 명령과 자료를 보냅니다.
중심이 되는 주 관제소는 감시소들이 모은 자료로 위성의 정밀한 위치를 셈하고, 위성에 올릴 항법 메시지를 만듭니다. 관제 부분은 이따금 명령을 보내 위성을 제 궤도에 두고, 위성의 시계를 조정합니다. 위성 시계는 미 해군 천문대(USNO)가 유지하는 협정 세계시(UTC)에 맞게 계속 조정됩니다.
이 고리가 GPS를 받칩니다. 위성이 "나는 여기 있다"고 말하려면 땅이 위성의 위치를 셈해 올려 주어야 하고, "지금 몇 시"라고 말하려면 땅이 시계를 맞춰 주어야 합니다. 우주 부분과 관제 부분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곳은 미 우주군입니다.
트랜싯에서 GPS까지
위성으로 길을 찾는 생각은 거꾸로 푼 문제에서 나왔습니다. GPS의 뿌리는 스푸트니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학자들이 위성 전파 신호의 변화, 곧 도플러 효과로 위성을 추적할 수 있었고, 이것이 오늘 GPS의 바탕 생각이 되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의 두 연구자 Guier와 Weiffenbach도 그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위성이 한 번 지나가는 동안의 도플러 자료로 대략의 궤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주장이었습니다. 1958년 3월 17일, 연구소의 Frank McClure가 두 사람을 불러 물었습니다. 궤도를 안다고 놓고 거꾸로 땅 위 관측소의 위치를 구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이 "역문제"가 뒤에 "항법 문제"로 불리게 됩니다. 그 무렵 미 해군에는 폴라리스 잠수함의 항법이라는 걱정거리가 있었고, McClure는 도플러 위성 추적을 뒤집으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체계가 트랜싯(Transit), 정식 이름으로 해군 항법위성 체계입니다.
트랜싯 1B는 1960년 4월 13일에 발사되어 궤도에 오른 첫 트랜싯 위성이 되었습니다. 1963년 12월 5일에 발사된 트랜싯 5BN-2는 첫 운용 항법위성이 되었습니다. 1967년에는 우방국의 모든 선박이 공공·상업용으로 쓸 수 있게 열렸습니다. 트랜싯은 32년 동안 운용되었고, 사업은 1996년 12월 31일에 끝났습니다.
GPS는 그 사이에 자랐습니다. NASA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초 미 국방부가 튼튼하고 안정된 위성항법 체계를 원했고, 1978년 첫 NAVSTAR 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같은 자료는 24기 체계가 1993년에 완전히 운용되기 시작했다고 적습니다. 트랜싯이 위성 신호의 도플러 변화를 썼다면, GPS는 신호가 오는 데 걸린 시간을 씁니다.
군용과 민간, 일부러 흐렸던 신호
GPS 위성은 민간과 군 사용자 모두에게 서비스를 줍니다. 민간 서비스는 모든 사용자가 전 세계에서 끊김 없이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군용 서비스는 미군과 동맹군, 승인된 정부 기관이 씁니다.
한때는 민간 쪽 신호를 일부러 흐리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선택적 가용성(Selective Availability, SA)이라는 기능으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공개 GPS 신호의 정확도를 낮췄습니다. 1995년 미 국립연구회의(NRC) 보고서는 그 방식이 위성에 실린 시계의 정밀한 시각을 일부러 흔들어 신호에 오차를 넣는 것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때 민간 신호의 정확도는 100 m(95% 확률)로 묶여 있었습니다.
시계를 흔드는 것만으로 위치가 흐려졌다는 점은 이 글의 처음 이야기와 그대로 이어집니다. 시각이 곧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 5월 클린턴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 정부는 SA를 그만 썼고, 2007년 9월에는 앞으로의 GPS III 위성을 SA 기능 없이 조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늘 GPS를 쓰는 스마트폰은 트인 하늘 아래에서 보통 반지름 4.9 m 안쪽으로 위치를 맞춥니다. 다만 건물, 다리, 나무 가까이에서는 정확도가 나빠집니다. 군용 쪽에서는 Block IIR-M 위성부터 재밍(jamming), 곧 전파 방해에 더 강한 새 군용 M 코드 신호가 들어갔습니다.
세상의 시계가 된 GPS
GPS는 경도, 위도, 고도에 더해 넷째 차원인 시각을 줍니다. 수신기는 신호를 풀면서 사실상 위성의 원자시계에 맞춰집니다. 그래서 원자시계를 갖추지 않고도 시각을 100 ns, 곧 1천만분의 1초 안쪽까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각은 통신망, 전력망, 금융망 같은 기반 시설을 정밀하게 맞추는 데 쓰입니다. GPS를 포함한 위성항법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은 시간·주파수 측정의 기준으로도 널리 쓰이는데, GPS가 그 첫 GNSS였습니다.
정부가 약속하는 숫자는 더 엄격합니다. GPS 신호로 전하는 시각은 미 해군 천문대의 협정 세계시 UTC(USNO)에 대해 95%의 시간 동안 30 ns 이내로 맞춥니다. 이 기준은 고정된 자리에 둔 전용 시각 수신기를 전제로 합니다. 앞의 100 ns와 숫자가 다른 것은 이렇게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계: 하늘이 보여야 한다
GPS 수신은 가시선 통신입니다. 안테나가 하늘을 트인 채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위치가 엉뚱하게 나오는 흔한 원인도 여기서 나옵니다. 건물, 다리, 나무가 신호를 가리는 경우, 실내나 지하에서 쓰는 경우, 신호가 건물이나 벽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다중 경로(multipath)가 대표적입니다. 훨씬 드물게는 전파 간섭이나 재밍, 큰 태양 폭풍도 원인이 됩니다.
GPS는 무선 항법용으로 남겨 둔 주파수를 씁니다. 간섭은 가까운 대역의 전파, 고의든 아니든 일어나는 재밍, 자연의 우주 날씨에서 올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는 전파 방해 장치를 합법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방해와 속임수의 차이는 재밍과 스푸핑: 방해와 속임수는 어떻게 다를까에서 다룹니다. 신호가 끊긴 동안 위치를 이어 가는 관성항법과 GPS를 함께 쓰는 까닭은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GPS.gov의 위성 세대 표를 보면, GPS IIIF 위성에는 레이저 반사기가 들어갑니다. 땅에서 쏜 레이저 빛을 되돌려 보내는 거울 묶음입니다.
이 반사기를 쓰는 일이 위성 레이저 거리 측정(satellite laser ranging, SLR)입니다. 지상국은 짧은 펄스 레이저와 광 수신기, 시각 전자 장치로 빛이 위성의 반사기까지 갔다 오는 시간을 재고, 그 시간에서 거리를 얻습니다. 국제 레이저 거리 측정 서비스(ILRS)는 GNSS 위성에 다는 반사기의 기준도 두고 있습니다.
GPS가 한 방향 전파의 도착 시간으로 거리를 잰다면, 위성 레이저 거리 측정은 왕복하는 빛의 시간으로 잽니다. 바탕은 같습니다. 빛의 속도에 시간을 곱하면 거리가 됩니다. 레이저 국은 매우 정확한 시각 전달에도 쓰입니다.
빛이 오가는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원리와 라이다(lidar)는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 GPS의 세 부분, 다른 GNSS, 관성항법과 함께 쓰는 까닭을 봅니다.
- 재밍과 스푸핑: 방해와 속임수는 어떻게 다를까: 위성 신호를 막는 일과 속이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봅니다.
-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 빛이 오가는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레이저 쪽 이야기입니다.
- 위성유도 폭탄: 꼬리 키트 하나가 폭탄을 바꾼 방법: GPS 신호가 무기 유도에 들어간 흐름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