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빔을 그림으로 그리면 대개 자로 그은 듯한 평행선 두 줄이 됩니다. 실제 빔의 가장자리는 그렇게 평행하지 않습니다. 빔에는 가장 가는 곳이 있고, 거기서 멀어질수록 조금씩 넓어집니다.

「레이저란 무엇인가」에서는 레이저 빛도 퍼지고, 빔의 지름을 키우면 덜 퍼진다는 데까지 갔습니다. 남은 물음은 그다음입니다. 빔은 어떤 모양으로 퍼지고, 굵게 출발한 빔은 왜 오래 좁게 갈까요?

답은 빔의 단면을 그리는 가우시안 빔(Gaussian beam)에서 시작해 가장 가는 곳인 빔 허리, 그 근처의 좁은 구간을 재는 레일리 길이, 멀리서 벌어지는 각인 발산각(beam divergence)을 차례로 따라가며 찾습니다.

레이저 빛도 퍼진다: 회절이 남기는 것

좁은 구멍을 지난 빛이 그 너머로 퍼지는 일을 회절(diffraction)이라고 합니다.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에서는 이것을 파면의 점마다 둥근 2차 파가 나와 구멍 너머로 퍼지는 그림으로 보았습니다.

레이저 빔에서도 회절은 같은 쪽으로 일해서 빔을 넓힙니다. 출력이 어떤 문턱을 넘은 센 빛은 물질 속에서 스스로 좁아지기도 하는데, 이 특별한 경우에도 회절은 그 반대편에서 빔을 퍼뜨리는 효과로 다뤄집니다. 이 글은 그런 효과가 없는 보통의 빔이 어디서 좁고 어디서 넓어지는지를 따라갑니다.

가우시안 빔: 가운데가 가장 밝은 빔

빔의 단면은 고르게 밝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응용에서 레이저 빔은 가우시안 빔의 꼴을 하고, 실험실에서 하는 측정도 보통 이 꼴의 빔을 씁니다. 가우시안 빔의 세기(intensity)는 가운데에서 가장 크고, 바깥으로 갈수록 매끄럽게 줄어듭니다.

가우시안 빔의 세기 단면을 그린 종 모양 곡선. 가운데가 가장 높고 양옆으로 매끄럽게 낮아지며, 세기가 가운데의 1/e²로 떨어지는 양쪽 자리에 빔 반지름 w가 표시되어 있다. 곡선 꼬리는 w 바깥까지 이어진다. 눈금과 수치는 없다
가우시안 빔의 세기는 가운데가 가장 높고 바깥으로 갈수록 매끄럽게 줄어듭니다. 빔 반지름 w는 세기가 가운데의 1/e²로 떨어지는 자리이고, 그 바깥에도 빛이 조금 남습니다. 수치 없이 그린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가장자리가 칼로 자른 듯 끊기지 않으니, 빔의 굵기를 말하려면 어디까지를 빔으로 칠지 정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빔 반지름 w는 1/e² 빔 반지름입니다. 세기가 가운데 값의 1/e²로 떨어지는 자리까지의 거리라는 뜻입니다.

w 바깥에도 빛은 조금 남습니다. 프리즘 꼭짓점 가까이로 빔을 보내는 계산을 다룬 교과서의 주석에 따르면, 빔 반지름의 1.5배인 원 안에 가우시안 빔 출력의 대략 99%가 들어갑니다. 그러니 w는 빛이 끝나는 울타리가 아니라 굵기를 재는 잣대에 가깝습니다.

가운데가 얼마나 밝은지도 견줘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에너지를 반지름 w인 원에 고르게 편 빔을 떠올려 봅시다. 가우시안 빔의 가운데 플루언스(fluence), 곧 넓이당 에너지는 그렇게 고르게 편 값의 두 배입니다.

빔 허리와 레일리 길이: 좁게 버티는 구간

빔이 가장 좁은 곳을 빔 허리(beam waist)라고 하고, 그곳의 반지름을 w₀로 적습니다. 허리를 벗어나면 빔 반지름은 점점 커집니다. 그런데 허리 바로 근처에서는 빔이 거의 굵어지지 않고 버팁니다.

이 버티는 구간을 재는 척도가 레일리 길이(Rayleigh length)입니다. 허리 반지름이 w₀인 빔의 레일리 길이 L은 다음과 같습니다.

L = π n₀ w₀² / λ₀

λ₀는 빛의 파장(wavelength)이고, n₀는 그 파장에서 빔이 지나는 물질의 굴절률입니다. 공기 속을 어림할 때는 n₀를 1로 두면 됩니다. 식에서 눈여겨볼 곳은 허리 반지름이 제곱으로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필라멘트라는 특별한 빛줄기는 가우시안 빔의 보통 레일리 범위를 훨씬 넘어서까지 가는 지름을 지킵니다. 이 말을 거꾸로 보면, 보통의 빔에게 레일리 길이는 "좁게 버티는 거리"의 눈금입니다.

발산각: 멀리서 빔이 벌어지는 각

허리에서 레일리 길이보다 훨씬 먼 곳에서는 빔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먼 곳을 흔히 원거리장(far field)이라고 부릅니다. 거기서는 빔의 가장자리를 거의 곧은 두 선으로 보고, 두 선이 벌어지는 각을 잽니다. 이 각이 발산각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레이저 빔의 옆모습. 가운데의 가장 가는 곳이 빔 허리이고, 그 양옆의 레일리 길이 구간에서는 빔이 거의 굵어지지 않는다. 그보다 먼 곳에서는 빔의 가장자리가 거의 곧은 두 선처럼 벌어지고, 두 선 사이의 각이 발산각으로 표시되어 있다. 눈금과 수치는 없다
빔은 가장 가는 곳인 허리 근처의 레일리 길이 구간에서는 좁게 버티고, 그보다 먼 곳에서는 거의 곧은 두 선처럼 벌어집니다. 이 두 선 사이의 각이 발산각입니다. 수치 없이 그린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공개된 연구소 자료도 빔을 이 말로 그립니다. MIT 링컨 연구소 학술지의 한 해설 그림은 출력 P, 지름 D인 레이저 빔이 발산각 θ로 원거리장까지 나아간다고 적습니다.

숫자를 볼 때 하나 살필 것이 있습니다. 각을 빔의 가운데 선에서 한쪽 가장자리까지 재면, 양쪽 가장자리 사이를 잰 각의 절반이 됩니다. 그래서 발산각 값을 보면 어느 쪽으로 잰 값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어림 계산을 하나 해 봅시다. 양쪽 가장자리 사이의 각, 곧 전각으로 잰 발산각이 1 mrad(0.001 rad)인 빔이 1 km를 가면, 지름은 처음보다 1000 m × 0.001 = 1 m쯤 늘어납니다.

원리를 보이려고 고른 둥근 수이고 어떤 장비의 값도 아닙니다. 레일리 길이보다 훨씬 먼 곳을 곧은 선으로 어림한 값이라, 공기가 빛을 흩는 효과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구경이 클수록 덜 퍼지는 이유

구경(aperture)은 빛이 지나가는 열린 곳, 또는 그 크기를 말합니다. 레이저에서는 빔이 지나는 렌즈와 창의 크기, 빔 자체의 굵기를 두루 가리킵니다. 이 글에서는 구경이 큰 것을 빔이 굵게 출발하는 것, 곧 허리가 넓은 것으로 보고 따라갑니다.

레일리 길이 식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 식을 보면 허리 반지름이 클수록 레일리 길이가 길어집니다. 반지름이 제곱으로 들어 있으니 효과도 큽니다. 허리를 10배 넓히면 좁게 버티는 구간은 100배 길어집니다.

두 빔을 위아래로 나란히 그린 개념도. 위는 허리가 좁은 빔으로, 레일리 길이 구간을 뜻하는 표시가 짧고 허리를 지나 짧은 거리 안에서 넓어지기 시작한다. 아래는 허리가 넓은 빔으로, 같은 표시가 훨씬 길다. 그림 아래에 레일리 길이 식에서 읽은 구간의 길이만 견준다는 글이 있다. 눈금과 수치는 없다
허리가 좁은 빔(위)은 레일리 길이가 짧아 좁게 버티는 구간이 짧고, 허리가 넓은 빔(아래)은 그 구간이 훨씬 깁니다. 레일리 길이 식에서 읽은 구간의 길이만 견준 개념도이며, 먼 곳에서 벌어지는 각을 견주는 그림이 아닙니다. 실제 비율의 눈금은 없습니다 (도표)(도표)

숫자로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파장 1 µm인 빛으로 어림 계산을 하면, 허리 반지름이 1 mm일 때 레일리 길이는 약 3.14 m입니다. 허리 반지름을 10 mm로 넓히면 약 314 m가 됩니다. 굵게 출발한 빔은 그만큼 오래 처음 굵기를 지킵니다.

파장도 식 안에 있습니다. 파장은 분모에 있어서, 같은 허리에서 파장이 두 배로 길어지면 레일리 길이는 절반이 됩니다. 「레이저란 무엇인가」에서 "빔의 지름이 작을수록, 파장이 길수록 더 많이 퍼집니다"라고 한 말과 같은 방향입니다.

초점: 렌즈로 모아도 점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반대로 빛을 모아 봅니다. 렌즈는 한 방향에서 나란히 들어온 빛을, 렌즈에서 초점 거리(focal length) f만큼 떨어진 초점면(focal plane)의 정해진 한 자리로 모읍니다. 다른 방향에서 들어온 빛은 초점면의 다른 자리로 갑니다.

왼쪽에서 나란히 들어온 두 묶음의 빛이 렌즈를 지나 초점 거리 f만큼 떨어진 초점면에 모이는 개념도. 곧바로 들어온 묶음은 초점면의 가운데에, 비스듬히 들어온 묶음은 초점면의 다른 자리에 모인다. 모인 자리는 점이 아니라 작은 크기를 가진 빛 무늬로 그려져 있다. 수치는 없다
렌즈는 한 방향에서 나란히 들어온 빛을 초점면의 한 자리로 모으고, 방향이 다른 빛은 다른 자리로 모읍니다. 모인 자리는 점이 아니라 크기를 가진 무늬입니다. 수치 없이 그린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그렇다고 모인 자리가 크기 없는 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렌즈로 상을 맺는 광학 영상에서도, 테두리가 딱딱한 둥근 구멍을 지난 빛은 크게 회절합니다. 에어리 원반(Airy disk) 때문에 둘레에 곁고리(side lobe)가 달린 무늬가 생기고, 이 무늬가 상을 흐립니다.

레일리 길이 식을 거꾸로 읽으면 또 하나가 보입니다. 허리를 아주 작게 만들수록 레일리 길이가 짧아져, 좁게 버티는 구간도 짧아집니다. 허리 반지름이 10분의 1이 되면 그 구간은 100분의 1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빛을 작게 모을수록, 그 자리를 지나 더 짧은 거리 안에서 다시 넓어지기 시작합니다.

잘록한 목이 가늘수록 그 잘록한 부분도 짧은 모래시계를 떠올리면 모양을 그리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모래시계는 유리의 모양이 정해 두었지만, 빔에서는 빛의 파장과 허리 크기가 레일리 길이 식으로 좁은 구간의 길이를 정하고, 그 바탕에는 회절이 있습니다.

실제 빔과 실제 거리: 빔 품질, 대기, 공개된 예

빔에도 품질이 있습니다. 그 높낮이를 말할 때 쓰이는 말 하나가 "회절 한계"이고, 「빔 결합이 필요한 이유와 세 가지 방법」에도 나왔습니다. 링컨 연구소 학술지의 해설은 회절이 허락하는 크기까지 모을 수 있는 빔을 회절 한계 빔(diffraction-limited beam)이라 부르고, 초점에서 높은 세기를 얻으려면 이런 빔이 바람직하다고 씁니다.

한 장치 안에서도 들어가는 빛과 나오는 빛의 품질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이오드 펌핑 고체 레이저는 빔 품질(beam quality)이 낮은 값싼 다이오드 빛을 넣어 레이저를 돌리지만, 나오는 빔은 회절 한계에 가깝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이 레이저의 중요한 장점 하나로 꼽힙니다.

먼 거리에서는 공기도 끼어듭니다. 「레이저란 무엇인가」에서 본 달 레이저의 예가 그렇습니다. 지구와 달 사이를 오간 레이저 빔을 소개한 NASA의 글에 따르면, 레이저 광자는 지구의 두꺼운 대기를 두 번 지나며 흩어지기 쉽습니다. 지상에서 폭이 몇 m인 빛줄기가 달 표면에 닿을 즈음에는 2 km 넘게 퍼질 수 있고, 되돌아올 때는 훨씬 더 넓어집니다.

이 수치는 대기 이야기 바로 뒤에 나옵니다. 그러니 2 km를 회절만으로 생긴 크기로 읽으면 안 됩니다. 앞에서 한 1 km 어림 계산에도 공기의 몫은 빠져 있습니다.

우주 광통신도 빔의 퍼짐과 씨름합니다. 땅 위의 레이저처럼 우주에서 쓰는 광통신 레이저의 빔도 퍼지고, 빛이 옅어지면 실어 보낸 데이터를 되찾기 어려워집니다. NASA의 광통신 소개 쪽은 광통신 단말이 라디오 주파수(RF) 시스템보다 좁은 빔 폭을 쓰며, 비교적 좁은 빔을 수신기 쪽으로 곧장 보낸다고 설명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빔 품질이란: M², 발산각, 밝기」: 같은 출력이라도 멀리서 모이는 정도가 왜 다른지, 빔 품질을 재는 값으로 이어 갑니다.
  • 「빔 결합이 필요한 이유와 세 가지 방법」: 회절 한계 빔과 밝기가 여러 빔을 하나로 모으는 이야기에서 왜 따져지는지 살핍니다.
  • 「거울, 렌즈, 코팅: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 빛을 모으는 렌즈를 부품 쪽에서 살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