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 조종사 곁에서 날개를 나란히 하는 동료 기체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조종사는 지시를 내리고, 무인기는 그 지시를 받아 함께 납니다. 미 공군과 호주가 지금 시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짝을 유무인 복합체계, 영어로 manned-unmanned teaming(MUM-T)이라고 부릅니다. 생각 자체는 새것이 아닙니다. 미 육군은 2010년대부터 헬기와 무인기를 한 팀으로 묶어 왔습니다. 이 글은 그 흐름을 헬기에서 전투기까지 따라가며 공개된 계획의 이름과 연도를 살피고,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물음을 짚습니다.
유무인 복합이란
미 육군의 한 기사는 유무인 복합을 병사와 기계를 묶어 더 큰 살상력과 더 나은 생존성을 내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무게가 실린 말은 "묶는다"입니다. 무인기가 따로 날며 따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탄 항공기와 정보를 나누고 사람의 지시를 받는 팀원이 됩니다.
사람 쪽에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2020년 시험에 참여한 아파치 조종사가 꼽은 장점은 거리였습니다. 위험한 곳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인 팀원이 앞에 서면 사람은 한발 물러설 수 있습니다.
현장 반장과 그를 돕는 장비 팀을 떠올리면 비슷합니다. 반장이 판단하고 장비가 손발이 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무인 팀원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 동료가 아니라 통신과 소프트웨어로 이어진 기계이고, 그 기계에게 어디까지 맡길지는 지금도 정해 가는 문제입니다.
헬기와 무인기가 먼저 짝을 지었다
2014년 미 육군은 항공 부대를 다시 짜는 항공 개편(Aviation Restructure Initiative, ARI)을 진행했습니다. 육군 항공센터 역량개발통합국의 한 대령은 무장 정찰 헬기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그대로이지만 당분간 아파치(AH-64)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말했습니다. 재정 여건과 병력 감축 때문에 새 무장 정찰 헬기 사업을 시작할 형편이 못 됐다는 설명도 붙였습니다.
개편 계획에는 여단마다 아파치 대대 하나를 중(重) 공격정찰대대 편성으로 바꾸고, 섀도(Shadow) 무인기 소대를 더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정찰 헬기가 하던 일을 공격 헬기와 무인기가 함께 맡게 된 셈입니다.
2020년 10월에는 한 걸음 더 나간 시험이 있었습니다. 미 육군 더그웨이 시험장(Dugway Proving Ground)에서 AH-64E 아파치 헬기, RQ-7BV2 섀도 무인기, MQ-1C 그레이 이글(Gray Eagle) 확장형 무인기 세 대가 함께 움직여 실사격까지 마쳤습니다. 이 세 기체 조합으로는 미 육군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어느 한 기체의 성능이 아닙니다. 시험을 도운 엔지니어는 이 정도의 상호운용성, 곧 서로 다른 기체가 맞물려 움직이는 능력을 보인 것이 유무인 복합에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체를 잘 만드는 일만큼 기체끼리 손발을 맞추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전투기 곁의 무인기: 협동 전투기
전투기 쪽에서는 협동 전투기(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CCA)라는 이름이 쓰입니다. 미 공군은 CCA라는 새 무인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있고, 새 전투기와 기존 유인 전투기 곁에서 함께 날게 할 계획입니다. CCA는 제트 엔진을 단 큰 무인기이고, 공대공·공대지 전투, 전자전, 표적 지정, 정보·감시·정찰 같은 임무를 맡을 수 있는 기체로 그려집니다.
CCA의 AI 소프트웨어는 조종사와 협력하고 조종사의 지시를 받는 쪽으로 계획돼 있습니다. 공군의 2025년 의회 보고서에서도 CCA는 유인기를 대신하는 기체가 아니라 보강하는 기체로 나옵니다. 사람이 빠지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 곁에 기계가 붙는 그림입니다.
돈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공군 관계자들은 CCA 값이 유인 전투기의 3분의 1 정도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유인 전투기보다 많은 수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계산입니다. 추정이니 실제 값은 생산이 진행돼야 드러납니다.
몇 대나 살까요? 2023년 한 공군 관계자는 첨단 유인 전투기 약 500대에 CCA를 두 대씩 짝지어 언젠가 1,000대를 사는 구상을 말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자료에는 이 숫자에 "개념상의 계획(notional plans)"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2026년 6월 공군 장관은 2020년대 말까지 실전에 쓸 수 있는 CCA를 150대 넘게 사는 길을 말했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공군은 실전용 CCA 약 1,000대를 배치할 뜻도 밝혔습니다. 150대는 2020년대 말까지의 수이고, 1,000대는 기한을 따로 적지 않은 전체 목표입니다.
2024년 공군은 업체 다섯 곳에 첫 설계·제작 계약을 줬고, 2025년 3월에는 두 시제기에 YFQ-42A(General Atomics)와 YFQ-44A(Anduril)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호를 풀면 Y는 시제기, F는 전투기, Q는 무인 항공기, 숫자는 설계 번호, 끝의 A는 첫 형입니다. 당시 공군 참모총장은 공군 역사에서 처음으로 YFQ-42A와 YFQ-44A라는 전투기 기호를 갖게 됐다고 말하며, 상징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YFQ-42A는 2025년 8월 27일에, 반자율로 설계한 YFQ-44A는 같은 해 10월에 첫 비행을 했습니다. 두 기체는 캘리포니아에서 개발 시험을,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의 실험 운용 부대에서 운용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공군은 1단계(Increment 1)로 두 업체와 체계 개발·생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임무를 맡는 자율 소프트웨어는 기체와 따로, 업체 여섯 곳을 묶은 계약 풀에서 경쟁시킵니다. 기체와 두뇌를 떼어 사겠다는 방식입니다.
다른 나라의 공개 계획
호주는 MQ-28A 고스트 배트(Ghost Bat)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협동 전투기를 유인 플랫폼과 팀을 이뤄 보통 전투기가 맡던 임무와 역할을 하는 무인 비행체로 설명합니다. 고스트 배트는 보잉 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Boeing Defence Australia)와 함께 개발했고, 50여 년 만에 호주에서 설계·개발·제작한 첫 군용 전투 항공기입니다.
2025년 6월 발표된 시연에서는 하늘에 뜬 E-7A 웨지테일(Wedgetail) 조기경보기에 탄 운용자 한 사람이 고스트 배트 두 대를 맡아 임무를 했습니다. 호주의 국방산업부 장관은 고스트 배트가 전투기 한 대를 하나의 팀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운용자 한 사람이 두 대를 맡은 시연과 이어지는 말입니다.
같은 해 12월 호주 정부는 약 14억 달러(발표문에 적힌 금액)를 들여 고스트 배트를 실전 자산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전용 블록 2 기체 6대와 개량한 블록 3 시제기 개발 계약이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이 발표에는 고스트 배트가 실제 무기로 공중 표적을 맞히는 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담겼습니다. 계약과 시험이 이어지고 있지만, 부대에 자리 잡는 일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남은 물음: 자율성과 사람의 판단
무인 팀원은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해도 될까요? 미 국방부에는 이 물음을 다루는 정책이 있습니다. 무기 체계의 자율성에 관한 국방부 지침(Department of Defense Directive, DODD) 3000.09로, 2012년 11월에 처음 나왔고 2023년 1월에 가장 최근에 고쳤습니다.
지침의 요지는 지휘관과 운용자가 무력 사용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사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체계를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CRS는 이 말이 무기를 손으로 직접 조종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짚습니다. 무기를 어떻게, 언제, 어디서, 왜 쓸지 정하는 결정에 사람이 넓게 관여한다는 뜻입니다. 사람과 기계가 만나는 접점은 훈련받은 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CCA에도 같은 물음이 걸려 있습니다. CCA는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되, 운용에는 사람이 관여하도록 계획돼 있습니다. AI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 앞으로의 CCA는 사람 운용자보다 빠르게 전장 변화에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율성에 더 기대는 것이 어떤 위험과 이점을 함께 가져오는지가 의회가 따져 볼 물음으로 남습니다.
과제가 소프트웨어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큰 무인기 수백 대를 보관하고 옮기는 일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힙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CCA 운용자를 위한 사람-기계 접점과 조종사-기체 접점에 대해 보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자기 기체를 몰면서 무인 팀원에게 지시까지 내리려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화면과 조작 방식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정찰·감시 무인기: 오래 떠 있는 드론이 중요한 이유: 무인 팀원이 자주 맡는 정찰 임무를 더 자세히 봅니다.
- 군집 드론: 여러 대가 날면 모두 군집일까: 무인기 여러 대가 함께 움직인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봅니다.
-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 레이저 무기 같은 장비를 항공기에 싣는 일이 왜 쉽지 않은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