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정 한 척을 향해 무인기 여러 대가 날아온다고 해 봅시다. 막을 수단으로는 요격미사일과 기관포가 있고, 요즘은 레이저도 이름이 오릅니다. 그러면 셋 가운데 무엇이 가장 좋을까요?
공개된 공식 자료는 이 물음을 그렇게 던지지 않습니다. 한 번 대응하는 데 드는 돈, 실을 수 있는 탄 수, 날씨, 그리고 장비의 크기와 무게와 전력처럼 몇 가지 잣대를 놓고, 셋이 각 잣대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따집니다. 이 글은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보고서 두 편과 한국 정부 발표에서 그 잣대를 꺼내 세 수단을 한 표에 모읍니다.
두 보고서는 미 해군 함정 레이저를 다룬 R44175와 미 국방부의 지향성 에너지 무기 전체를 다룬 R46925입니다. 아래에서는 각각 함정 레이저 보고서, 국방부 보고서라고 부릅니다.
하늘을 지키는 수단은 하나가 아니다
미 해군이 함정으로 날아오는 미사일과 무인기에 맞서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상대의 센서나 유도 장치를 교란하고, 여러 가지 기만체로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꾀어내고, 대공 미사일과 기관포로 쏘아 떨어뜨립니다. 함정 레이저 보고서는 이런 여러 방법을 함께 쓰는 것이 적 미사일에 맞서 여러 겹의 방어를 만드는 해군의 오랜 접근이라고 설명합니다.
레이저는 이 여러 겹 위에 새로 얹히는 수단입니다. 레이저가 기존 무기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탠다는 결론은 「레이저 무기의 장점과 한계」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은 한 걸음 더 나가, 보탤 때 무엇을 잣대로 셋의 성격을 가르는지 봅니다.
세 수단을 한 줄씩: 요격미사일, 방공포, 레이저
요격미사일은 날아가서 표적과 만나는 무기입니다. 그래서 표적과 만날 경로를 계산해야 합니다. 함정에서는 대공 미사일(surface-to-air missile, SAM)이 무인기와 대함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는 데 쓰입니다.
방공포는 포탄으로 하늘의 표적을 맞히는 무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 해군 함정의 근접 방어 무기(Close-In Weapon System, CIWS)를 예로 듭니다. 이 무기는 본질적으로 레이다로 조종하는 개틀링 기관포입니다.
레이저는 빛을 표적의 한 점에 모아 손상을 주는 무기입니다. 무기로 쓰는 것은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입니다. 미 해군은 함정의 고에너지 레이저를 처음에는 정보·감시·정찰 센서를 교란하고 소형 보트와 무인기를 상대하는 데 쓰고, 앞으로는 대함 미사일에도 쓸 가능성을 봅니다. 대체로 짧은 거리의 방어 무기여서 상대할 거리는 약 1마일에서 언젠가 몇 마일 정도입니다.
한국의 레이저대공무기도 맡은 일이 비슷하게 좁습니다. 2024년 7월 정책브리핑은 이 무기가 근거리에서 소형 무인기와 멀티콥터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레이저 무기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먼저 알고 싶다면 「레이저 무기란 무엇인가: 영화와 실제의 차이」에서 출발하면 됩니다.
셋은 쏘기 전에 할 일이 같습니다. 표적을 먼저 찾아 따라가야 합니다. 그 일을 맡는 대표적인 센서가 레이다이고, 원리는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 있습니다. 미사일과 방공포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지대공 미사일: 하늘을 지키는 지상 시스템」과 「방공포: 미사일 시대에도 포가 남아 있는 이유」에서 따로 이어집니다.
잣대 하나: 한 번 대응하는 데 드는 비용
수상함이 무인기와 대함 미사일을 막을 때 지금 안고 있는 핵심 한계로는 두 가지가 꼽힙니다. 하나는 얕은 탄창이고, 다른 하나는 불리한 비용 교환비(cost exchange ratio)입니다. 비용 교환비가 불리하다는 것은 무인기 한 대를 떨어뜨리려고 쏜 미사일이, 상대가 그 무인기를 만들거나 사는 데 든 돈보다 더, 어쩌면 훨씬 더 비쌀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해군 방공 미사일의 조달 비용은 종류에 따라 한 발에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입니다. 이런 교환비가 늘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상대의 무인기나 미사일 수가 적다면, 수병의 목숨을 지키고 함정의 비싼 손상을 막는 값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무인기와 대함 미사일을 많이 가진 상대와 맞서면 매우 비싸고, 어쩌면 감당하기 어려운 방어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레이저의 한 발 비용은 셈법이 다릅니다. 지금 미국의 레이저 사업 다수는 전기로 움직이는 고체 레이저라서, 한 발 비용은 그 한 발을 쏘는 데 드는 전력의 비용과 같습니다. 2021년 10월 미 해군 문서의 추정으로는 빔 출력에 따라 한 발에 약 1달러에서 10달러 미만이고, 그 상당 부분은 전기를 만드는 연료값입니다. 한국 정책브리핑도 레이저대공무기가 별도의 탄약 없이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할 수 있어 "1회 발사 때 드는 비용은 2000원에 불과하다"고 적었습니다.
두 숫자를 그대로 나누면 안 됩니다. 미사일 값은 미사일 한 발을 사는 값이고, 레이저 값은 이미 사서 달아 둔 레이저로 한 번 더 쏠 때 드는 값입니다. 해군 문서도 레이저 교전 비용이 낮다는 말에 "조달 뒤(after procurement)"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레이저 체계를 사고 개발하는 돈은 따로 듭니다. 그 초기 투자는 기존 무기보다 클 수 있습니다.
방공포 쪽은 비교할 숫자가 없습니다. 기관포탄 한 발 값은 두 의회 보고서에 나오지 않아, 아래 표의 그 칸에는 숫자를 적지 않았습니다. "한 발에 얼마"라는 숫자가 무엇을 셈한 값인지는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 "kW급", "사거리", "한 발 비용"」에, 체계 값까지 넣은 비용 그림은 앞에서 든 「레이저 무기의 장점과 한계」에 있습니다.
잣대 둘: 실을 수 있는 탄 수와 다시 채우기
탄창이 얕다는 말은 쏠 수 있는 횟수가 실은 탄 수에 묶인다는 뜻입니다. 수상함은 대공 미사일과 근접 방어 기관포로 정해진 수의 무인기와 대함 미사일만 떨어뜨릴 수 있고, 그 뒤에는 미사일과 기관포 탄약이 떨어집니다. 이 잣대에서는 요격미사일과 방공포가 같은 쪽에 섭니다.
탄이 떨어진 다음이 더 어렵습니다. 함정은 전투에서 빠져 안전한 재장전 장소까지 가야 할 수 있고, 그곳은 수백 마일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투 해역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을 더 씁니다. 미사일을 넣어 두는 수직 발사 칸은 항해 중에는 다시 채울 수 없어서, 항구나 잔잔한 정박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함정 고체 레이저는 배 전체의 전력에서 전기를 받습니다. 레이저가 계속 작동하고 배에 발전용 연료가 있는 한 되풀이해 쏠 수 있습니다. 탄 수가 아니라 레이저의 작동과 발전 연료가 조건이 되는 셈이고, CRS는 이 점에서 레이저가 탄창 깊이와 비용 교환비를 크게 나아지게 할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물통과 수도꼭지를 떠올리면 차이가 보입니다. 탄을 싣는 무기는 채운 만큼 쓰고 다시 채우러 가야 하는 물통이고, 레이저는 물탱크가 버티는 한 계속 틀 수 있는 수도꼭지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레이저의 "물"도 공짜가 아니어서 연료가 있어야 하고, 고장 나면 멈춥니다. 깊은 탄창에 붙는 이런 조건은 「레이저 무기의 장점과 한계」에서 더 자세히 짚었습니다.
잣대 셋: 날씨와 시야
비, 안개, 차폐물 같은 대기 조건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의 사거리와 빔 품질을 제한해 효과를 줄일 수 있고, 기존 무기는 이런 요인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두 CRS 보고서는 레이저가 비나 안개 속에서 잘, 또는 전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 전천후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같은 문장으로 적었습니다. "기존 무기는 덜 받는다"는 말은 미사일과 기관포를 한데 묶어 한 말이고, 둘을 따로 견준 문장은 두 보고서에 없습니다.
시야도 레이저를 묶습니다. 레이저 빛은 대기 속을 거의 곧게 나아가므로, 가로막는 것 없이 곧게 바라보이는 가시선 안의 표적만 상대할 수 있습니다. 수평선 너머나 무언가에 가린 표적은 상대하지 못합니다. 빛의 파장과 공기의 관계는 「파장은 왜 중요한가: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이 바탕이 되고, 공기가 빔을 약하게 하는 방식 하나하나는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에서 이어집니다.
날씨가 맑아도 남는 한계가 있습니다. 레이저는 한 번에 한 표적만 상대하고, 무력화에 몇 초, 다음 표적으로 돌리는 데 몇 초가 더 걸립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 안에 무력화할 수 있는 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빛은 거의 바로 닿는데 몇 초가 걸리는 까닭은 「레이저 무기는 왜 "쏘는 즉시" 끝나지 않나」의 주제입니다.
잣대 넷: 크기, 무게, 전력
크기·무게·전력(size, weight and power, SWaP)은 장비의 부피와 무게, 쓰는 전력을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지금의 탑재 수단에 들어갈 만큼 SWaP와 냉각 요건을 맞추는 일은 기술이 아직 풀어야 할 물음입니다. 일부 지향성 에너지 체계는 군 차량에 실을 만큼 작지만, 많은 체계는 더 크거나 고정된 자리가 필요해서 배치할 수 있는 곳과 쓸모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함정에서는 전력이 여러 장비가 나눠 쓰는 자원입니다. 함정 레이저 보고서가 옮긴 2019년 3월 보도를 보면, 한 구축함 설계는 새 방공 레이다에 발전 용량을 더 쏟는 바람에 레이저 같은 다른 기능에 쓸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미 해군 수상전 책임자는 그 배에 레이저를 달려면 무언가를 빼거나 "아주 적극적인 전력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설계에서는 표적을 찾는 레이다와 레이저가 같은 발전 용량을 나눠 써야 했습니다.
한 번에 한 표적이라는 한계도 결국 이 잣대로 돌아옵니다. 그 한계는 레이저를 여러 대 달아 줄일 수 있지만, 공간과 에너지가 허락하는 만큼입니다. 해군이 일부 함정에 근접 방어 기관포를 여러 대 다는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전력과 냉각의 짐이 레이저 체계의 어느 부분에서 생기는지 궁금하다면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 체계 구성 한눈에」부터 읽으면 됩니다.
대기 조건뿐 아니라 SWaP와 냉각 요건에서도 기존 무기는 영향을 덜 받습니다. 여기서도 기존 무기를 묶어 한 말이고, 미사일 발사대나 기관포 하나의 크기와 전력은 두 보고서에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
네 잣대를 한 표로 모으면 이렇습니다. 칸마다 그 내용이 나온 보고서와 쪽을 적었습니다. R44175는 함정 레이저 보고서, R46925는 국방부 보고서입니다.
| 잣대 | 요격미사일 | 방공포(함정 근접 방어 기관포) | 레이저 |
|---|---|---|---|
| 한 번 대응하는 비용 | 해군 방공 미사일 한 발의 조달 비용, 종류에 따라 수십만~수백만 달러 (R44175 3쪽) | 두 보고서에 값이 없음 | 한 발의 한계 비용 약 1달러~10달러 미만, 상당 부분이 연료값. 체계 값은 따로 (R44175 3쪽, R46925 1·17쪽) |
| 탄 수와 다시 채우기 | 실은 수만큼. 탄이 떨어지면 재장전 장소로, 미사일 칸은 항해 중 다시 못 채움 (R44175 2~3쪽) | 실은 탄약만큼 (R44175 2쪽) | 레이저가 작동하고 발전 연료가 있는 한 되풀이 (R44175 3쪽) |
| 날씨와 시야 | 기존 무기는 대기 조건의 영향을 덜 받음. 기존 무기 전체에 대한 말 (R46925 17쪽) | 같은 문장. 기존 무기를 묶어 한 말이고 기관포만 따로 적은 문장은 없음 (R46925 17쪽) | 비·안개에서 잘, 또는 전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 가시선 안의 표적만 (R46925 17·20~21쪽) |
| 크기·무게·전력 | 기존 무기는 SWaP·냉각의 영향을 덜 받음. 기존 무기 전체에 대한 말 (R46925 17쪽) | 같은 문장. 기존 무기를 묶어 한 말이고 기관포만 따로 적은 문장은 없음 (R46925 17쪽) | 많은 체계가 더 크거나 고정된 자리가 필요 (R46925 17쪽). 2019년 보도: 한 구축함 설계는 새 레이다에 발전 용량을 더 써서 레이저에 쓸 여유가 적었음 (R44175 17쪽) |
표의 칸은 점수가 아닙니다. 각 칸은 자료가 그 수단에 대해 말한 조건을 옮긴 것입니다. 레이저 칸은 앞의 두 줄과 뒤의 두 줄에서 다른 조건이 붙습니다. 탄 수와 한 발 비용에는 전기가, 날씨와 시야에는 공기 속을 지나는 빛이라는 점이, 크기·무게·전력에는 전력과 냉각이 걸립니다.
공식 자료가 말하는 "함께 쓰기"
미 해군의 생각은 함정 레이저 보고서가 옮긴 2021년 10월 해군 문서의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해군은 레이저 무기 체계가 다른 무기와 센서, 전투 체계 전체를 보강할(augment) 것으로 봅니다. 그 방식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각 체계의 몫에 전투 가치를 따로 떼어 매기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보강의 예도 같은 보고서에 있습니다. 소형 보트와 무인기는 상대할 만하지만 대함 순항 미사일을 상대할 만큼 출력이 크지 않은 레이저라도, 무인기에 대공 미사일을 덜 쓰게 해 그만큼 대함 순항 미사일에 더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한정된 미사일을 아끼는 일이 방어 전체에 보탬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육군 쪽 설명도 결이 같습니다. 미 육군은 무인기와 로켓·포탄·박격포탄에 맞설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개발해 방공·미사일 방어 능력을 높이고, 군수 부담을 줄여 수명 주기 비용을 낮추려 합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에는 레이저 말고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도 들어갑니다. 두 갈래의 차이는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 지향성 에너지 두 가지」에서 나란히 놓고 봅니다.
한국 정부 발표는 레이저대공무기가 무엇을 상대하는지와 비용을 적었습니다. 기존 방공 무기와 역할을 어떻게 나누는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남는 물음은 얼마나 섞느냐입니다. 국방부 보고서는 군의 능력 묶음 안에서 지향성 에너지 무기와 기존 탄약 사이의 알맞은 균형이 무엇인지를 의회가 물어야 할 물음으로 남겼습니다. 그러니 세 수단을 나란히 놓는 일은 하나를 고르는 일보다, 여러 겹의 방어에서 각자가 어느 자리를 메우는지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지금 공개된 레이저 무기 사례」: 여기서 본 잣대를 각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례에 대어 봅니다.
-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 지향성 에너지 두 가지」: 지향성 에너지의 두 갈래가 원리와 쓰임에서 어떻게 다른지 봅니다.
- 「눈 안전과 국제 규범: 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의정서」: 레이저 무기에 붙는 국제 규범이 무엇을 정했는지 봅니다.
- 「다층 미사일 방어: 왜 방어체계가 여러 겹일까」: 여러 겹의 방어가 어떻게 짜이는지 봅니다.
- 「대드론 체계: 드론 방어는 왜 장비 하나로 끝나지 않을까」: 무인기를 막는 여러 수단을 모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