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예보에서 비구름이 어디쯤 있는지 보여 주는 지도와, 공항에서 항공기를 이끄는 관제는 같은 장치에 기댑니다. 레이다(radar)입니다. 눈으로 보는 대신 전파를 써서, 물체까지의 거리와 그 물체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알아냅니다.
원리는 두 가지입니다. 거리는 전파가 갔다 돌아오는 시간으로, 움직임은 도플러 효과로 잽니다. 둘 다 물체에 부딪혀 돌아온 펄스를 읽는 일입니다.
레이다란: 전파를 보내고 돌아온 것을 읽는다
레이다는 전파를 내보내고, 멀리 있는 물체에서 돌아온 반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일합니다. 그래서 레이다를 전파로 "보는" 장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기상 교육 자료는 레이다가 전파로, 부딪힌 표적의 거리와 속도를 정한다고 설명합니다.
기본 구성은 단순합니다. 전파 신호를 내보내는 송신기(transmitter)와, 표적에서 반사된 에너지를 받는 수신기(receiver)가 있으면 됩니다. 한국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는 기상 레이다를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보여 줍니다. 기상청은 같은 말을 "레이더"로 적습니다.
- 송신기: 안테나로 내보낼 전자기파를 만듭니다.
- 안테나: 송신기에서 만든 전자기파를 한 방향으로 모아 대기 중으로 보내고, 되돌아온 전자기파를 받습니다.
- 수신기: 안테나로 되돌아온 전자기파를 받아 디지털 신호로 바꾼 뒤 신호처리기로 보냅니다.
- 신호처리기: 그 신호를 처리해 반사도, 시선속도 같은 관측값을 계산합니다.
- 레이돔: 레이다를 강풍 등에서 지키려고 만든 돔 모양의 구조물입니다.
레이다는 스스로 에너지를 내보낸다는 점에서 카메라와 다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레이다의 한 종류인 합성개구레이다(synthetic aperture radar, SAR)를 "능동" 관측으로 분류합니다. 기기가 에너지 펄스를 보낸 뒤, 지구에 닿았다가 되돌아온 에너지의 양을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대상에서 나온 에너지를 받기만 하는 광학 영상은 "수동" 방식입니다.
전파의 파장(wavelength)도 눈에 보이는 빛과 다릅니다. 레이다 기기는 센티미터에서 미터 규모의 긴 파장을 씁니다. 그래서 구름에 덮였거나 빽빽한 숲 아래에 있는 땅의 모습도 영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거리를 재는 법: 왕복 시간
미국 기상 레이다망을 이루는 WSR-88D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레이다는 전파를 끊김 없이 흘려보내지 않고, 아주 짧은 펄스(pulse)로 끊어서 보냅니다. 펄스는 빛의 속도로 나갑니다. 그리고 펄스와 펄스 사이에 레이다는 돌아오는 신호를 듣습니다.
보내고, 듣고, 다시 보내는 셈입니다. WSR-88D는 보내는 안테나와 받는 안테나가 같아서, 한 안테나가 이 두 가지 일을 번갈아 합니다.
거리는 시간에서 나옵니다. 펄스가 나가서 표적에 부딪히고 안테나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재면, 레이다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은 가는 길과 오는 길을 합친 왕복 시간입니다. 따라서 빛의 속도로 그 시간의 절반 동안 간 거리가 곧 표적까지의 거리입니다.
공항의 항공 관제 레이다도 같은 원리를 씁니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공항 감시 레이다 ASR-11은 전자기파를 곧은 길로 내보냅니다. 빔이 항공기나 다른 물체에 막히면 그 표면에서 반사되어 안테나로 돌아오고, 레이다는 반사가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으로 항공기까지의 거리를 정합니다.
속도를 재는 법: 도플러 효과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올 때는 소리가 높게 들리다가, 옆을 지나가는 순간 낮아집니다. 물체가 다가올 때는 소리의 파동이 눌려 높게 들리고, 멀어질 때는 파동이 늘어나서 주파수(진동수, frequency)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이런 변화를 도플러 변화(Doppler shift)라고 부르고, 이 현상을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라고 합니다. NOAA는 레이다의 속도 측정을 이 소리의 변화에 견줍니다.
도플러 레이다는 같은 생각을 전파에 씁니다. 레이다는 펄스를 보낼 때 그 펄스의 위상(phase)과 진폭을 기록해 둡니다. 펄스가 움직이는 표적에 부딪히고 돌아오면 돌아온 파의 위상이 바뀌어 있고, 레이다는 이 위상 변화로 표적의 속도를 정합니다.
소리 비유는 여기까지만 맞습니다. 실제 레이다는 귀처럼 소리의 높낮이를 듣지 않고, 보낸 펄스와 돌아온 펄스의 위상을 견줍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습니다. 레이다는 물체의 모든 움직임을 재지 못합니다.
레이다는 한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표적이 레이다 쪽으로 다가오거나 레이다에서 멀어지는 빠르기만 잴 수 있습니다. 이 빠르기를 시선속도(radial velocity)라고 합니다. 시선속도가 실제 속도와 같아지는 때는 표적이 레이다를 똑바로 향하거나 똑바로 멀어질 때뿐입니다.
그래서 NOAA는 시선속도가 거의 늘 실제 속도보다 작다는 점을 짚습니다. 기상 레이다의 바람 영상에서도 이 차이가 드러나서, 바람이 빔과 직각으로 지나가는 자리에서는 시선속도가 0으로 나옵니다.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도 레이더로 본 시선속도가 물체의 실제 이동속도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라고 적었습니다.
방위와 고도는 어떻게 알까
거리만 알아서는 물체가 어느 쪽에 있는지 모릅니다. 빔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ASR-11은 탑 위에 단 안테나를 쉬지 않고 돌리면서, 반사가 돌아온 시간과 그때 빔의 방위각(azimuth)을 함께 잽니다. 항공기의 실제 위치는 이 거리와 방위각을 합쳐서 정합니다.
높이를 아는 길은 쓰임새마다 다릅니다. WSR-88D는 안테나를 미리 정한 여러 고도각으로 차례로 올려 가며 훑습니다. 그 수는 많게는 15개이고, 덕분에 예보관은 한 높이가 아니라 땅 위 여러 높이에서 폭풍을 살필 수 있습니다.
빔은 레이다에서 멀어질수록 땅에서 훨씬 높아집니다. 그래서 빔을 몇 도로 올렸는지와 레이다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함께 보면, 그 빔이 땅에서 얼마나 높은 곳을 지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NOAA가 든 예로, 가장 낮은 고도각인 0.5°의 빔도 레이다에서 100마일 떨어진 곳에서는 땅에서 약 12,000 ft 높이에 있습니다.
빔의 모양도 알아 둘 만합니다. NOAA는 레이다 영상을 볼 때 따져야 할 빔의 성질로 두 가지를 꼽습니다. 하나는 레이다에서 멀어질수록 빔이 퍼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를 지나며 빔이 휘는 굴절(refraction)입니다.
빔은 흔히 가장자리가 뚜렷한 원뿔로 그려집니다. NOAA는 그보다 집에서 쓰는 손전등 빛을 떠올리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비유가 닮은 것은 모양까지입니다. 레이다 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이고, 대기 속에서 휘기도 합니다.
항공 관제에서는 높이를 다른 길로 얻기도 합니다. ASR-11은 1차 레이다와 2차 레이다를 합친 장치입니다. 1차 레이다는 물체에서 돌아온 반사를 받습니다. 군용기, 민항기, 일부 일반 항공기에는 트랜스폰더(transponder)가 실려 있어서, 2차 레이다의 신호를 받으면 식별 부호와 고도를 자동으로 알려 줍니다.
민간에서 쓰는 레이다: 기상과 항공
오늘날의 기상 레이다는 모두 도플러 레이다입니다. 펄스 도플러 기상 레이다에는 기본 산출물이 세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 예보관이 강수와 악기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볼 때 가장 자주 쓰는 것이 반사도(reflectivity)입니다. 반사도는 펄스가 표적에 부딪힌 뒤 수신기로 되돌아온 에너지의 양입니다.
여기에는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레이다는 비가 얼마나 세게 오는지를 직접 재지 않고, 레이다로 돌아온 전력의 양만 잽니다. 대체로 반사도가 높을수록 강수가 강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 기본 산출물은 속도입니다. 표적의 움직임과 빠르기를 나타내는 데 쓰고, 관례로 색을 나누어 보여 줍니다. 초록은 레이다 쪽으로 부는 바람이고 값이 음수입니다. 빨강은 레이다에서 멀어지는 바람이고 값이 양수입니다.
전파의 전기장은 앞뒤로 진동하고, 그 진동에는 방향이 있습니다. 이 진동 방향을 빛에서는 편광(polarization), 전파에서는 흔히 편파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WSR-88D 관측망은 2012년에 이중편파(dual polarization) 레이다로 개선되었습니다. NOAA에 따르면 이중편파 레이다는 예보관이 비, 우박, 눈, 비와 눈의 경계, 얼음 싸라기를 또렷이 가려내도록 돕습니다.
한국 기상청도 수평으로 편파된 전자기파와 수직으로 편파된 전자기파를 동시에 보내고 받는 이중편파 레이더를 씁니다. 이 레이더로는 강수 입자의 수평 크기, 수직 크기, 그리고 두 크기의 비율을 한꺼번에 얻습니다. 수평 편파와 수직 편파로 받은 두 신호와 그 둘의 차이를 이용하면 강수 강도와 눈, 비, 우박 같은 강수의 종류와 형태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에 따르면 이중편파 도플러 기상 레이더는 기본적으로 반사도와 시선속도를 포함해 일곱 종류의 원시 자료를 만듭니다.
항공 관제에서는 FAA의 ASR-11이 공항의 터미널 항공 관제 시설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1차 레이다가 반사로 항공기의 거리와 방위각을 잡고, 2차 레이다가 트랜스폰더의 응답으로 식별 부호와 고도를 받습니다. 아래 표는 이 두 쓰임에 지구 관측을 더하고, 견줄 거리로 역사 속 군용 쓰임 하나를 함께 넣은 것입니다.
| 쓰임(민간/군용) | 예 | 레이다로 아는 것 |
|---|---|---|
| 기상 관측 | 미국 WSR-88D, 한국 기상청 이중편파 레이더 | 강수가 있는 곳(반사도), 바람이 레이다 쪽으로 오는지 멀어지는지(시선속도), 비·눈·우박의 구분(이중편파) |
| 항공 관제 | 미국 FAA의 ASR-11 | 항공기까지의 거리와 방위각, 트랜스폰더가 알려 주는 식별 부호와 고도 |
| 지구 관측 | NASA가 소개하는 합성개구레이다(SAR) | 구름이나 숲에 덮인 땅의 모습 |
| 방공 경보(군용, 역사) | 2차 대전 때 영국의 체인 홈(Chain Home) | 다가오는 공습을 미리 알림 |
"RADAR"라는 이름과 시작
radar라는 말은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머리글자에서 왔습니다. 전파(radio)로 물체를 찾아내고(detection) 거리를 잰다(ranging)는 뜻입니다. 찾기와 거리 재기라는 두 가지 일이 이름에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이름은 1940년 미국 해군에서 정해졌습니다. 그 과정은 IEEE 역사 위키에 실린 데이비드 보슬로(David Boslaugh)의 글에 나옵니다. 해군 작전본부의 퍼스(Furth) 소령과 터커(Tucker) 소령이 비밀로 묶지 않아도 되는 짧은 이름이 필요해서 이 머리글자를 골랐습니다.
해군 작전부장 스타크(Stark) 제독이 1940년 11월 18일에 서명한 서한으로 새 이름을 알렸습니다. 영국은 RDF라는 이름을 1943년까지 쓰다가, 그해 연합국이 모두 "RADAR"에 합의했습니다.
기술의 뿌리는 더 깁니다. 1904년 독일의 크리스티안 휠스마이어(Christian Hülsmeyer)가 전파 반사로 먼 물체를 찾는 방법의 특허를 냈지만, 이 발명은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습니다. 상황을 바꾼 것은 1930년대 말의 공습 위협이었습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소련, 영국, 미국까지 적어도 여덟 나라의 연구 그룹이 각자 따로 레이다를 개발했습니다.
1935년 2월 12일, 로버트 왓슨와트(Robert Watson-Watt)는 "전파로 항공기 탐지하기"라는 제목의 메모를 보냈습니다. 핸버리 브라운(Hanbury Brown)은 이 메모를 "레이다의 출생증명서"라고 불렀습니다. 영국은 전쟁이 터지기 전에 이미 체인 홈이라는 방공 레이다 체계를 세웠고, 1940년 영국 본토 항공전 때 이 체계가 독일의 공습을 미리 알렸습니다.
전쟁 중에 레이다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진전 가운데 하나는 더 높은 주파수, 곧 더 짧은 파장으로 옮겨 간 것이고, 특히 마이크로파 영역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짧은 파장은 좁은 빔으로 모으기 쉬웠고, 높은 주파수는 더 세밀하게 구분하는 해상도를 주었습니다.
이 변화를 연 가장 중요한 기술은 공진 마그네트론(cavity magnetron)이었습니다. 1940년 영국 버밍엄 대학의 두 연구자 랜들(Randall)과 부트(Boot)가 발명했습니다. 전쟁 동안 레이다는 다른 쓰임새도 수십 가지 찾았고, 군 기상 담당자들은 레이다로 폭풍을 추적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위상배열 레이다: ASR-11처럼 안테나를 돌리는 대신, 안테나는 그대로 두고 빔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봅니다.
-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 전파 대신 빛으로 거리를 재는 방법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