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연못에 돌 두 개를 조금 떨어뜨려 던지면 둥근 물결 두 줄기가 퍼지다가 만납니다. 마루와 마루가 만난 곳은 물결이 더 높아지고, 마루와 골이 만난 곳은 서로 지워집니다. 빛도 파동이어서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겹친 빛이 서로 보태지거나 지워지는 현상이 간섭(interference)입니다.
빛에는 파동이라서 생기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좁은 구멍을 지난 빛이 그 너머로 퍼져 나가는 회절(diffraction)입니다. 두 현상은 따로 노는 듯 보여도 한 실험에서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빛의 기초」에서 빛을 파동으로 보았다면, 이번에는 그 파동이 겹치고 퍼질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봅니다. 출발점은 물음 하나입니다. 겹친 빛에서 더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파동이 겹치면: 중첩 원리
선형 광학(linear optics)에서는 파동 방정식이 선형입니다. 그 덕분에 중첩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가 성립합니다. 두 파동이 겹친 자리의 장(field)은 두 장을 더한 것이고, 그렇게 더한 것도 그대로 하나의 파동입니다.
E = E₁ + E₂
여기서 E₁과 E₂는 겹치는 두 빛의 장이고, E는 겹친 뒤의 장입니다. 놓치기 쉬운 점은 더해지는 것이 장이라는 사실입니다. 빛의 세기(intensity)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그냥 더해지지 않습니다.
두 빛이 간섭 조건을 만족하지 않을 때는 세기도 그냥 더해집니다. 두 빛의 편광(polarization)이 서로 수직이거나, 두 빛이 완전히 비간섭성(incoherent)이면 세기가 그대로 더해집니다.
연못의 물결 비유는 여기서 어긋납니다. 빛에서 오르내리는 것은 물의 높이가 아니라 전자기장입니다. 그리고 장이 더해진다고 해서 세기까지 그대로 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
파동이 오르내리는 박자를 위상(phase)이라고 부릅니다. 박자가 맞아 마루와 마루가 함께 오는 두 파동이 겹치면 서로 보태져 세기가 커집니다. 이것이 보강 간섭(constructive interference)입니다. 박자가 어긋나 한쪽의 마루가 다른 쪽의 골과 만나면 서로 지워 세기가 작아지는데, 이를 상쇄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이라고 합니다.
같은 일이 레이저 펄스 안에서도 일어납니다. 펄스는 「CW 레이저와 펄스 레이저는 어떻게 다른가」에서 본 짧은 빛 묶음이고, 펄스 하나는 여러 파장(wavelength)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성분들의 위상이 맞아 보강 간섭하면 세기가 큰 펄스가 되고, 위상이 서로 어긋나 상쇄 간섭하면 세기가 낮은 펄스가 됩니다.
빛의 간섭을 보인 실험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영의 실험(Young's experiment)입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과 미국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의 광학 연표는 이 실험을 1801년의 일로 적습니다. 가깝게 놓인 두 핀홀(pinhole)을 지난 빛이 화면 위에서 퍼져 겹쳤고, 겹친 곳에 밝은 띠와 어두운 띠가 번갈아 나타났습니다. 한 광원의 빛을 두 갈래로 나눴다가 다시 합쳤을 때 생긴 줄무늬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휘플 과학사 박물관은 이 일을 1801~1803년에 이어진 일련의 실험으로 소개합니다. 오늘날에는 두 틈(double slit)으로 하는 교실 시연이 흔하고, 그 결과는 빛에 파동의 성질이 있다는 증거로 흔히 받아들여집니다.
그때 주류는 빛을 광원에서 나오는 입자의 흐름으로 보는 입자설이었습니다. 빛이 파동이라는 생각은 17세기에도 나왔지만, 이 실험들은 거기에 새 증거를 보탰습니다. 같은 파동설로 비눗방울 같은 얇은 막의 색도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이 연구는 십여 년 넘게 대체로 무시되었습니다. 1816년 무렵 회절을 파동설로 설명한 연구가 나오고 나서야 파동설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습니다. 지금은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함께 지닌다고 보고 양자역학으로 설명합니다. 「빛의 기초」에서 말한 파동-입자 이중성이 이것입니다.
언제 간섭이 보이나: 결맞음
결맞음(coherence)이라는 말은 「레이저란 무엇인가」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그 글에서는 파동이 오르내리는 박자가 서로 맞는 빛을 결맞은 빛이라고 불렀습니다. 간섭 쪽에서 보면 결맞음은 빛의 두 성분이 안정되게 간섭할 수 있느냐와 이어집니다.
반대쪽 예는 이미 나왔습니다. 세기가 그냥 더해진다고 한 완전히 비간섭성인 두 빛입니다. 그러면 한 빛을 둘로 나눠 한쪽을 조금 늦춘 뒤 다시 겹치면, 얼마나 늦춰도 간섭할까요? 이 물음과 맞닿은 양이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입니다.
결맞음 시간은 레이저 장의 두 성분이 안정되게 간섭할 수 있는 대략의 시간 차입니다. 늦춘 시간이 결맞음 시간 안쪽이면 두 성분은 안정되게 간섭할 수 있습니다.
이 값은 보통 광학 간섭계(interferometer)로 잽니다. 간섭계의 한쪽 팔(arm)은 빛에 시간 차를 넣고, 나오는 빛은 원래의 장과 시간 차를 둔 장을 더한 것입니다. 결맞음 시간의 정의는 다소 임의적이어서, 문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합니다.
결맞음 시간은 「레이저란 무엇인가」에서 본 선폭(linewidth)과도 이어집니다. 선폭이 좁으면 결맞음 시간이 깁니다. 다만 둘을 잇는 관계는 스펙트럼 선의 모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회절: 좁은 곳을 지난 빛이 퍼지는 일
영의 실험에서 두 구멍(또는 두 틈)을 지난 빛은 퍼져 나가 서로 겹쳤습니다. 이렇게 빛이 퍼지는 것이 회절입니다. 회절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도구로 하위헌스 원리(Huygens' principle)가 있습니다.
하위헌스 원리는 나아가는 파면(wavefront)의 각 점을 새 교란의 중심으로 봅니다. 각 점은 작은 점광원처럼 둥근 2차 파(secondary wave)를 내고, 이 2차 파들이 모두 보강 간섭해 다음 파면을 이룹니다.
이제 곧은 파면이 좁은 구멍이 난 벽에 닿았다고 해 봅시다. 구멍을 지나는 것은 파면의 작은 조각뿐입니다. 하위헌스 원리의 그림으로 보면, 그 조각의 점들에서 나온 2차 파가 구멍 너머로 둥글게 퍼져 나갑니다.
영의 실험에서는 회절과 간섭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두 곳에서 각각 퍼진 빛이 화면 앞에서 겹쳤고, 겹친 곳에 줄무늬가 생겼습니다. 이 줄무늬가 간섭이었습니다.
회절격자: 회절과 간섭이 함께 만드는 것
회절격자(diffraction grating)는 격자 선이 여럿 놓인 광학 소자입니다. 빛을 되비추는 반사형 격자를 예로 들면, 하위헌스 원리에서처럼 격자 선 하나하나가 2차 파를 냅니다. 1차로 회절된 빛은 서로 다른 격자 선에서 나온 이 2차 파들이 보강 간섭해서 생깁니다. 이름은 회절격자지만 회절과 간섭이 함께 일하는 셈입니다.
회절격자는 파장마다 빛을 다른 방향으로 보냅니다. 이런 성질을 각분산(angular dispersion)이라고 합니다. 긴 파장 성분인 빨간빛이 짧은 파장 성분인 파란빛보다 더 크게 회절됩니다.
「빛의 기초」의 첫 장면에서 프리즘도 흰빛을 색으로 갈랐습니다. 격자와 프리즘은 둘 다 각분산을 일으키는 소자이고, 그 안에서 스펙트럼 성분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에서는 이 성질이 펄스를 압축하는 장치를 설명할 때 나옵니다.
레이저 글에서 이 두 현상이 쓰이는 곳
간섭과 회절은 이 사이트의 다른 글에도 자주 얼굴을 내밉니다.
| 현상 | 레이저 글에서 만나는 곳 |
|---|---|
| 간섭 | 간섭 효과를 쓰는 일부 거울(분산 거울 등)과 간섭계, 결맞음 시간 재기, 여러 빔을 한 빔에 모으는 결맞음 빔 결합 |
| 회절 | 회절격자로 색 가르기, 빔이 나아가며 퍼지는 일 |
물질을 지나며 길게 늘어난 펄스를 되돌리는 데 쓰는 소자 가운데에도 간섭을 쓰는 것이 있습니다. 분산 거울(dispersive mirror)과 지르-투르누아 간섭계(Gires–Tournois interferometer)가 그 예이고, 둘 다 파장에 강하게 의존하는 간섭 효과를 씁니다.
지르-투르누아 간섭계는 빛을 흡수하지 않는 반사기이고, 반사면이 둘입니다. 두 반사면 사이에서 여러 빛살이 간섭하기 때문에, 반사된 빛의 위상이 파장마다 다르게 바뀝니다.
결맞음 빔 결합 글은 이 글의 중첩 원리에서 출발합니다. 레이저 빔이 나아가며 퍼지는 일도 회절과 이어져 있습니다. 얼마나 퍼지는지, 무엇이 그 크기를 정하는지는 「빔은 왜 퍼지나」에서 이어 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 회절이 빔의 퍼짐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어 갑니다.
- 「거울, 렌즈, 코팅: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 층을 쌓은 거울과 코팅을 살핍니다.
- 「결맞음 빔 결합의 원리: 공개 리뷰 논문으로 읽기」: 중첩 원리와 결맞음을 바탕으로 여러 빔을 한 빔에 모으는 원리를 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