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거울 한 장이 받아 낼 수 있는 빛에는 끝이 있습니다. 그 끝을 숫자로 적은 것이 레이저 유도 손상 문턱(laser-induced damage threshold), 줄여서 LIDT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 하나만 보고 "이 정도 빛까지는 괜찮다"고 믿으면 곤란합니다. 같은 부품이라도 어떤 빛으로, 어떻게 쟀느냐에 따라 숫자의 뜻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거울, 렌즈, 코팅에서는 코팅이 무엇이고 손상 문턱 시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았습니다. 이 글은 그다음 물음을 다룹니다. 손상은 왜 생기는지, 펄스 길이(pulse duration)에 따라 무엇이 바뀌는지, 작은 먼지 하나가 왜 문제인지입니다.
뒤쪽에서는 미국의 대형 레이저 시설이 손상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이 문제를 1970년대부터 다뤄 온 학회의 흔적, 그리고 레이저 무기와의 관계를 짚습니다.
코팅이 하는 일: 유전체와 금속
광학 코팅(optical coating)은 광학 기판 위에 한 층 또는 여러 층으로 입혀, 부품의 반사나 투과 성질을 바꾸도록 설계한 물질입니다. 앞 글에서 본 브래그 거울과 무반사 코팅(anti-reflection coating, AR)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표준 고반사 레이저 거울은 굴절률이 높은 층과 낮은 층을 4분의 1 파장 두께로 번갈아 쌓은 더미이고, 교과서는 이런 거울을 유전체(dielectric) 브래그 거울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런 층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입힐까요? Keller의 교과서 『Ultrafast Lasers』의 재료 표에는 이온 빔 스퍼터링(ion beam sputtering)으로 입힌 비정질 이산화규소(SiO₂)와 이산화타이타늄(TiO₂)이 나옵니다. 이 층의 성질은 증착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층을 정확히 쌓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분산을 정교하게 다루는 이중 처프 거울에서는 다층 증착을 매우 정확하게 다루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꼽힙니다. Keller는 제작 중 생기는 층 증착 오차가 보통 너무 크다고 적고, 더 정확하고 값싼 증착 기술이 나오면 초고속 레이저 분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속 면을 쓰는 길도 있습니다.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연구진은 1995년 학회 발표에서, 금속 격자의 높은 효율은 높은 전도성에서 오지만 전도성에는 피할 수 없는 빛 흡수(absorption)가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흡수를 피하려고 그들은 투명한 유전체 재료만으로 반사 격자를 설계했습니다. 다층 유전체 더미의 반사와 회절 격자를 하나로 합친 구조입니다.
그 발표의 배경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으로 센 초단 펄스를 만드는 LLNL 페타와트 레이저 같은 곳에서는, 고효율 격자가 레이저 손상에 약하다는 점이 닿을 수 있는 최대 세기(intensity)를 제한했습니다.
코팅 밑의 기판 재료도 고릅니다. 용융 실리카(fused silica)는 에너지 손상 문턱이 높아 고에너지 레이저에 알맞은 재료로 제조사 자료에 소개됩니다.
손상 문턱이란 무엇인가
부품이 "상했다"는 것부터 정해야 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1997년 보고서는 광학 손상을 레이저 빔과의 상호작용으로 생긴 광학 물질의 영구적인 물리 변화로 정의합니다. 시험에서는 패임이나 코팅 벗겨짐 같은 면의 영구적인 변화를 손상으로 봅니다.
NASA의 정의로 LIDT는 광학 물질에 손상이 보이지 않는 최대 레이저 에너지 밀도입니다. 넓이당 에너지인 이 양을 플루언스(fluence)라고 부릅니다.
국제 표준 ISO 21254는 이 문턱을 정하는 시험 방법을 다룹니다. 그 1부는 용어와 일반 원칙을 정하며, 2011년 판을 대신하는 2판이 2025년 8월에 나왔습니다. 광학 부품 제조사 Edmund Optics의 응용 노트는 이 표준의 정의를 옮겨, LIDT를 손상 확률을 외삽했을 때 0이 되는 가장 높은 빛의 양으로 소개합니다.
"외삽"이라는 말에 뜻이 있습니다. 손상 시험은 통계적이어서, LIDT는 절대로 손상이 나지 않는 값이 아니라 손상 확률이 받아들일 위험 수준보다 낮은 값으로 읽어야 합니다. 다리 앞의 하중 제한 표지판을 떠올리면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LIDT는 여러 자리를 쏘아 본 시험에서 통계로 얻은 값이고, 시험 조건이 바뀌면 숫자도 바뀝니다. 그리고 문턱 아래라고 해서 시간이 무한히 안전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시간이 변수가 되는 예가 교과서에 있습니다. Keller는 반도체 포화 흡수 거울(SESAM)의 손상을 반사율이 크게 떨어지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로 정의하고, 이 변화가 1초 안에 생기는 가장 낮은 플루언스를 문턱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 문턱보다 65% 낮은 플루언스에서도 445초 만에 손상이 생긴 예가 실려 있습니다.
연속파는 열, 짧은 펄스는 전자
LIDT의 단위는 레이저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펄스 레이저(pulsed laser)는 보통 J/cm²의 플루언스로, 연속파 레이저(continuous-wave laser, CW)는 보통 W/cm²의 세기로 적습니다. 두 단위의 차이는 출력, 에너지, 세기에서 다뤘습니다.
J/cm²에는 시간 단위가 없지만 손상 문턱은 펄스 길이에 달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펄스가 길수록 LIDT 플루언스 값이 커집니다. 손상을 부르는 원인도 펄스 길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속파 레이저의 손상은 보통 코팅이나 기판의 흡수가 만든 열 때문입니다. 짧은 나노초 펄스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때 손상은 보통 빔 속의 센 전기장이 일으키는 유전체 절연 파괴(dielectric breakdown) 때문입니다. 절연 파괴란 전기가 통하지 않던 절연체에 가한 전압이 파괴 전압을 넘어 전류가 흐르는 일입니다.
펄스가 더 길거나 반복률(repetition rate)이 높으면 열과 절연 파괴가 함께 손상을 부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약 10 ps 이하의 초단 펄스에서는 열 과정을 무시할 만합니다. 대신 다광자 흡수(multiphoton absorption), 사태 이온화(avalanche ionization) 같은 전자의 비선형 들뜸이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결함과 먼지가 문턱을 낮춘다
열과 절연 파괴만이 아닙니다. 레이저 빛이 부품 속 결함과 만나면서 손상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연삭과 연마가 남긴 표면 아래 손상, 부품에 남은 연마재 알갱이, 코팅 과정에서 남은 금속 원소 덩어리가 그런 결함입니다. 결함의 성질과 크기가 부품이 견디는 플루언스를 정합니다.
코팅의 층 구조 자체가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거울, 렌즈, 코팅」에서 본 GTI형 거울처럼 층 속에서 빛의 장이 크게 커지는 구조는, 보통의 고반사 다층 더미보다 원치 않는 비선형 흡수가 커져 손상 문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포화 흡수 거울(SESAM)에서도 표면 가까이 결함이 덜 통제되게 들어가면, 표면의 장 증강 때문에 손상 문턱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면의 깨끗함도 숫자를 크게 흔듭니다. 광섬유 끝면을 다룬 NKT Photonics의 노트는 손상 문턱이 끝면의 표면 품질에 크게 달려 있어 작은 흠도 문턱을 몇 자릿수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불규칙한 면, 거칠기, 먼지도 문턱을 크게 낮춥니다. 측정된 절연 파괴 문턱이 100배 넘게 다를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있습니다.
끝면에서 빔을 넓히는 것, 예를 들어 엔드캡을 쓰는 것도 같은 노트가 드는 개선 방법입니다. 격자 쪽도 비슷합니다. LLNL의 2010년 발표는 페타와트급 레이저용 다층 유전체 격자에서 격자 선의 모양과 표면의 흡수성 불순물 농도가 모두 손상 문턱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고했습니다.
LIDT 숫자를 읽는 법
그렇다면 사양표의 LIDT 값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앞에서 본 Edmund Optics의 응용 노트는 LIDT를 어떻게 시험하고, 손상을 어떻게 찾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업계 합의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LIDT 값 하나만으로는 시험한 빔의 지름, 자리당 쏜 횟수, 분석 방법을 알 수 없습니다.
펄스 LIDT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파장, 빔 지름, 펄스 에너지, 펄스 길이, 반복률, 세기 분포를 함께 알아야 합니다. 세기 분포 하나만 해도 차이가 큽니다. 출력이 같을 때 가우스 빔(Gaussian beam)의 최고 플루언스는 단면이 고른 평탄 빔의 두 배입니다.
NASA의 일대일(one-on-one) 손상 문턱 시험 지침에도 같은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시험 결과를 보고할 때는 레이저의 파장, 펄스 길이, 편광, 가우스 분포를 넣어야 합니다. 지름 1.0 mm보다 작은 빔을 쓰면 이 절차로 얻는 손상 문턱 값이 인위적으로 높아진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다른 파장이나 펄스 길이의 값으로 바꿔 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환산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Edmund Optics의 노트는 되도록 피하고 큰 파장·펄스 길이 범위에 쓰지 말라고 합니다. NKT 노트가 인용한 한 연구에서는 손상 문턱이 흔히 믿는 것과 달리 펄스 길이의 제곱근에도, 펄스 길이 자체에도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큰 레이저 시설은 손상을 어떻게 다루나
LLNL의 NIF 같은 큰 레이저 시설은 손상을 피하기만 할 수 없습니다. NIF는 쏠 때마다 빔라인을 따라 놓인 광학 부품의 출구 면에 아주 작은 손상을 낼 수 있습니다. LLNL은 NIF를 극한의 출력을 내려고 손상 성장 문턱 위에서 운전하는 세계 유일의 레이저 시스템이라고 소개합니다.
손상은 어떻게 시작될까요? 흠, 결함, 오염물이 레이저 빛을 흡수해 반응을 일으키면 부품에 손상 구덩이가 생깁니다. 표면 손상 자리는 처음엔 보통 머리카락 굵기의 일부만큼 작습니다. 그러나 계속 빛을 받으면 몇 번 쏜 뒤 레이저 성능을 해칠 만큼 넓어질 수 있습니다.
뜻밖에도 오염의 큰 원인은 레이저 자신이었습니다. 2017년 Optics Express에 실린 LLNL 논문은 NIF 용융 실리카 광학 손상의 거의 전부가 레이저가 만든 입자 오염 때문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다섯 번 이상 쏜 광학에서는 NIF 최대 운전값 10 J/cm²보다 낮은 8 J/cm²에서도 손상 자리가 수백 개 생길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파편 차폐판의 출구 면에 LLNL이 개발한 무반사 코팅을 입히고, 손상에 강한 용융 실리카 막이를 더했습니다. 레이저가 만든 입자 원인을 이렇게 줄이자 앞서 개선한 광학 처리 공정(AMP)의 효과가 온전히 드러났고, 3 ns 펄스, 9 J/cm² 가까운 플루언스에서 대형 용융 실리카 광학 손상의 98% 넘게가 없어졌습니다. 이 대책은 NIF 빔라인 192개 모두에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손상은 남습니다. NIF는 Optics Recycle Loop라는 재활용 과정에서 손상된 광학을 늘 떼어 내 수리한 뒤 다시 넣습니다. 작은 손상 자리 자체는 고칠 수 없지만, 다음 빛을 받아도 더 자라지 않게 막을 수는 있습니다. 2019년부터 NIF에 쓰인 차폐 원뿔도 그런 방법의 하나입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연구 책임자는 한 광학에 둘 수 있는 수리 자리의 수에 한계가 있고, 수리 자리가 빛을 흩어 끝내 투과가 너무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 볼더의 학회에서 오늘까지
광학 손상은 1970년대 초에 이미 해마다 학회가 열릴 만큼 큰 주제였습니다. 1973년 5월 15~16일 콜로라도주 볼더의 미국 표준국(NBS, 지금의 NIST)에서 제5회 연례 광학 물질 레이저 손상 학회가 열렸습니다. 해군연구청(ONR), NBS, 미국재료시험협회(ASTM)가 함께 후원했습니다.
그해 논문집의 주요 주제는 유전체 표면의 손상, 자기 집속에 의한 손상, 유전체 코팅의 손상, 적외선 거울과 창의 손상이었습니다. 목차에는 박막 손상에서 코팅 결함이 하는 역할을 다룬 발표도 있습니다. 결함이 문턱을 낮춘다는 오늘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주제입니다.
그 뒤로도 손상을 재는 방법은 계속 다듬어졌습니다. NASA는 1997년 시험·인증 절차를 보고서로 냈고, 국제 표준 ISO 21254-1은 2011년 판에 이어 2025년에 2판이 나왔습니다. LLNL의 NIF 연구는 2017년과 2024년에도 손상의 원인과 수리 방법을 새로 보고했습니다.
레이저 무기와 코팅
레이저 무기도 같은 벽을 마주합니다. MIT 링컨 연구소 학술지의 빔 결합 기사는 결합 장치의 한계 하나로, 광학 부품 면의 세기를 손상 수준 아래, 그리고 열광학 효과가 큰 수차를 만들기 시작하는 점 아래로 지켜야 한다는 점을 듭니다.
코팅은 생산과 정비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의 2024년 2월 갱신판에 실린 2024회계연도 예산 요청에는 레이저 무기 광학용 코팅 설비(coating chambers)의 생산 능력 개선 개발을 마무리하는 일이 들어 있습니다.
정비 이야기는 더 오래된 기록에도 나옵니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2004년 보고서에서 항공기에 실을 화학 레이저 무기 시제품이 빔 제어·사격 통제 하위 부품의 재보정과 재코팅 같은 특수한 정비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빔 지향기(beam director)에 들어가는 거울과 창의 이야기는 빔 지향기의 광학계에서 더 이어집니다. 이 글에서 본 손상 문턱, 결함, 시험 조건이 그 부품들에도 그대로 따라붙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이색성 거울과 빔 분리기: 색과 세기로 빛을 나누기」: 코팅으로 파장과 세기에 따라 빛을 나누는 부품을 봅니다.
- 빔 지향기의 광학계: 렌즈, 거울, 코팅과 큰 구경: 레이저 무기의 마지막 광학이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살핍니다.
- 펌프·신호 결합기와 엔드캡: 증폭기 안의 광섬유 소자: 광섬유 끝면에서 빔을 넓히는 부품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