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사양표에 "1 W"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빛은 계속 켜져 있는 걸까요, 아니면 아주 짧은 순간에 몰려 나오는 걸까요? 숫자 하나만으로는 알 수 없고, 그 1 W가 평균인지 첨두인지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연속파 레이저(continuous-wave laser, CW)는 빛을 끊지 않고 계속 냅니다. 펄스 레이저(pulsed laser)는 짧은 빛 묶음을 되풀이해서 냅니다. 펄스 레이저에서는 평균이 똑같이 1 W여도 빛이 나오는 순간의 출력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펄스를 재는 숫자 네 가지만 알면 간단한 나눗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위부터 짚어 둡니다. 출력(power)은 시간당 나오는 에너지이고 단위는 W입니다. 에너지(energy)는 그 출력으로 일정 시간 동안 나온 양이고 단위는 J입니다. Keyence가 든 예로는 50 W 연속 레이저가 1초에 50 J을 냅니다.
CW: 계속 나오는 빛
CW 레이저는 끊기지 않는 빛줄기를 일정한 출력으로 냅니다. 들뜬 원자를 계속 채워 주는 동안에는 빛이 멈추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노벨 물리학위원회의 2018년 과학 배경 문서를 보면 첫 레이저들은 짧은 빛 묶음으로 작동했지만 연속 작동이 필요했습니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는 빛을 연속으로 내는 레이저로 헬륨-네온 기체 레이저와 색소 레이저를, 짧은 펄스를 내는 레이저로 루비 레이저를 꼽습니다.
펄스: 끊어서 나오는 빛
펄스 레이저는 잠깐 아무것도 내지 않다가 짧은 빛 묶음을 내고, 이 패턴을 되풀이합니다. 펄스는 대개 하나만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간격으로 줄지어 나오는데, 이 줄을 펄스열(pulse train)이라고 부릅니다.
CW는 틀어 놓은 수돗물이고, 펄스는 일정한 간격으로 끼얹는 물 한 바가지라고 생각해 봅시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펄스열은 사람의 손과 달리 같은 간격으로 정확히 되풀이되고, 펄스 하나의 길이도 훨씬 짧습니다.
얼마나 짧을까요? 펄스 하나가 이어지는 시간을 펄스 폭(pulse duration)이라고 합니다. Keyence가 예로 드는 펄스 폭은 100 ns(나노초)입니다.
나노는 10억분의 1입니다. 1초를 10억 조각으로 나눈 것 가운데 100조각이 100 ns입니다. 나노초 단위의 펄스를 실제로 내는 시설도 있습니다. 미국 LLNL의 NIF(National Ignition Facility)가 내는 펄스는 10억분의 몇 초 동안만 이어집니다.
더 짧은 단위도 있습니다. 피코는 1조분의 1, 펨토는 1,000조분의 1입니다. 노벨위원회의 일반인용 해설은 펨토초(fs)를 "10억분의 1초의 100만분의 1"이라고 풀고, 이만큼 짧은 펄스로는 예전에 순간처럼 보이던 일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료를 읽다 보면 펄스에 붙는 이름을 몇 가지 더 만납니다. 피코초와 펨토초 펄스를 내는 레이저는 초단 펄스 레이저(ultrashort-pulse laser)라고 하는데, 국제표준 초안 ISO/DIS 13682-1이 쓰는 이름입니다. 세고 짧은 펄스가 줄지어 나오는 펄스열은 Q-스위칭(Q-switching)과 모드 잠금(mode locking) 같은 방식으로 만듭니다. 준연속(quasi-continuous-wave, QCW)은 진짜 CW로 돌리면 과열될 레이저에 쓰는 방식입니다.
펄스를 설명하는 네 가지: 폭, 반복률, 에너지, 첨두 출력
펄스열을 숫자로 적을 때는 네 가지를 씁니다. 위 도표에 표시한 이름 그대로입니다.
| 양 | 뜻 | 근거 |
|---|---|---|
| 펄스 폭 | 펄스를 내는 시간의 길이 | MIT 교재, Keyence |
| 반복률(repetition rate) | 단위 시간당 나오는 펄스의 수 | MIT 교재, Keyence |
| 펄스 에너지(pulse energy) | 펄스 하나가 내는 에너지 | MIT 교재, Keyence |
| 첨두 출력(peak power) | 펄스가 나오는 동안의 출력. 평균 출력(average power)과 다름 | MIT 교재, Gentec-EO |
펄스 폭은 반치폭(full width at half maximum, FWHM)으로 잽니다. 시간에 따른 펄스 세기의 곡선, 곧 포락선이 최대값의 절반이 되는 두 지점 사이의 전체 폭입니다. 반복률은 펄스가 되풀이되는 시간인 주기의 역수입니다.
첨두 출력은 펄스 에너지를 펄스 폭으로 나누면 나옵니다.
첨두 출력 (W) = 펄스 에너지 (J) ÷ 펄스 폭 (s)
Keyence의 예에서 1 mJ(밀리줄)짜리 펄스가 100 ns 동안 이어지면 첨두 출력은 적어도 10,000 W입니다. 직접 나눠 보면 1×10⁻³ J ÷ 1×10⁻⁷ s = 1×10⁴ W로 맞습니다. 에너지가 같다면 펄스가 짧을수록 나누는 수가 작아지니 첨두 출력은 높아집니다.
같은 평균 출력, 다른 첨두 출력
평균 출력은 CW에도 펄스 레이저에도 붙는 사양입니다. 첨두 출력은 펄스 레이저에서만 뜻이 있습니다. 평균 출력은 펄스 에너지를 주기로 나눈 값인데, 주기의 역수가 반복률이니 펄스 에너지에 1초에 나오는 펄스 수를 곱해도 같은 값이 됩니다.
가상의 레이저 A와 B로 계산해 봅시다. 둘 다 평균 출력은 1 W, 펄스 폭은 100 ns입니다. 다른 것은 반복률뿐입니다.
A는 반복률이 1 kHz여서 1초에 1,000번 펄스를 냅니다. 펄스 하나의 에너지는 1 W ÷ 1,000 Hz = 1 mJ이고, 첨두 출력은 1×10⁻³ J ÷ 1×10⁻⁷ s = 10 kW입니다.
B는 반복률이 1 MHz여서 1초에 100만 번 펄스를 냅니다. 같은 1 W를 100만 개가 나눠 가지니 펄스 하나의 에너지는 1 W ÷ 1,000,000 Hz = 1 μJ(마이크로줄)로, A의 1,000분의 1입니다. 첨두 출력도 그만큼 줄어 10 W입니다.
평균 출력은 같은 1 W인데 첨두 출력은 1,000배 다릅니다. 평균 출력은 시간 전체를 평균 낸 값이고, 첨두 출력은 펄스가 나오는 순간의 값이기 때문입니다. 수돗물로 치면 1분 동안 나온 물의 양을 1분으로 나눈 값이 평균이고, 바가지가 쏟아지는 순간의 세기가 첨두입니다. 사양표의 "1 W"를 다시 보면, 그 숫자가 평균인지 첨두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펄스가 짧으면 에너지가 크지 않아도 첨두 출력이 높을 수 있습니다. 노벨위원회의 과학 배경 문서는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 기술에서 나온 레이저가 그렇다고 적습니다. 펄스 폭이 짧아 첨두 출력은 높지만 펄스 에너지는 보통 수준이고, 그래서 높은 반복률로 쓸 수 있었습니다.
어디에 무엇을 쓰나
어떤 일에 어느 쪽을 쓸까요? Keyence와 노벨위원회가 자료에서 직접 든 예를 표로 모았습니다. 이 일에는 반드시 이 방식이라는 규칙이 아니라, 두 자료에 나온 예입니다.
| 방식 | 쓰임새 | 누가 말했나 |
|---|---|---|
| CW | 두꺼운 재료의 레이저 절단과 용접 | Keyence: 일정한 에너지가 필요한 용도의 예 |
| CW | 광 집게(optical tweezers) | 노벨위원회: 2018년 수상 업적 가운데 연속·단색 레이저를 쓰는 것 |
| 초단 펄스 기술 관련 | 여러 재료에 구멍을 뚫거나 자르는 일을 아주 정밀하게 | 노벨위원회: 초단 펄스 기술의 성과로 소개 |
| 초단 펄스 기술 관련 | 눈 수술 (해마다 수백만 건) | 노벨위원회: 초단 펄스 기술의 성과로 소개 |
| 펄스 | 레이저 수술, 분광(spectroscopy) | Keyence: 펄스 폭의 정밀한 시간 길이가 중요한 용도의 예 |
| 펨토초 펄스 | 순간처럼 보이던 일 관찰 | 노벨위원회(펨토초 펄스) |
펄스 폭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노벨위원회의 일반인용 해설은 그림 하나에서 두 가지 펄스를 견줍니다. 펨토초 레이저의 짧은 펄스가 그보다 100만 배 긴 나노초 펄스보다 재료에 주는 손상이 적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
다음 글은 "레이저 안전: 등급과 보안경 읽는 법"입니다. 출력이 큰 빛을 다루려면 안전 등급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