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 위로 햇빛이 번쩍입니다. 편광(polarization) 선글라스를 쓰면 그 번쩍임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선글라스는 그 빛에서 무엇을 걸러 낸 것일까요?
편광 선글라스가 빛을 가려내는 기준은 빛이 "흔들리는 방향"입니다. 이 방향을 편광이라고 부릅니다. 레이저 부품을 다룬 글에서 광 아이솔레이터(optical isolator) 같은 낯선 이름을 만났다면, 그 부품이 하는 일도 대개 이 흔들리는 방향을 고르거나 바꾸는 것입니다.
편광 선글라스는 무엇을 거르나
물이나 유리에서 반사된 빛은 편광되어 있습니다. 편광 선글라스가 반사광의 눈부심을 줄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반사 뒤에 남는 빛에는 수평으로 흔들리는 성분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편광 필터를 어떻게 돌려도 반사광이 완전히 검게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반사광이 "부분적으로" 편광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맑은 날 파란 하늘의 빛도 부분적으로 편광되어 있습니다. 공기에 부딪혀 흩어진 빛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편광되어 있다"는 말은 정확히 무엇이 어느 쪽을 향한다는 뜻일까요? 그 답은 빛이 어떤 파동인지에 있습니다.
편광은 전기장이 흔들리는 방향이다
빛의 기초 글에서 빛은 전자기파의 한 종류라고 했습니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횡파입니다. 진동이 진행 방향에 수직이니, 진동하는 방향은 그 수직인 면 안에서 여러 쪽을 향할 수 있습니다.
편광은 파동의 진동이 진행 방향에 대해 정해진 방향을 갖는 성질입니다. 전자기파에서는 전기장과 나란한 방향을 편광 방향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빛이 흔들리는 방향"은 언제나 전기장이 흔들리는 방향을 말합니다.
전기장이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선편광된 빛이라고 합니다. 해와 많은 광원이 내는 빛은 다릅니다. 전기장의 방향이 제각각인 파동이 섞여 있어서, 모든 편광 방향이 다 들어 있습니다. 이런 빛을 비편광 빛이라고 부릅니다.
밧줄 두 가닥을 떠올려 봅시다. 한 가닥은 위아래로, 다른 한 가닥은 옆으로 흔들어 물결을 보냅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줄은 수직 편광, 옆으로 흔들리는 줄은 수평 편광입니다. 두 줄을 세로로 긴 틈에 통과시키면 수직 편광 물결은 지나가고 수평 편광 물결은 막힙니다.
실제 빛은 이 비유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밧줄에서는 줄 자체가 오르내리지만, 빛에서 흔들리는 것은 전기장입니다. 빛을 거르는 편광 필터도 틈이 뚫린 판이 아닙니다. 필터의 분자 구조가 정해진 축에 수직인 전기장 성분을 흡수합니다.
영어 polarization은 물리에서 전하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가리킬 때도 쓰입니다. 우리말로는 분극이라고 하며, 이 글의 편광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선편광, 원편광, 타원편광
전기장의 흔들림은 서로 수직인 두 성분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가로 성분과 세로 성분이 각자 파동처럼 오르내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두 성분의 박자, 곧 위상이 얼마나 어긋나 있느냐에 따라 편광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두 성분의 위상 차이가 0이면 두 성분이 함께 커지고 함께 작아집니다. 그래서 전기장 화살표의 끝은 한 직선 위를 오갑니다. 이것이 선편광입니다.
위상 차이가 90°, 곧 4분의 1 주기이고 두 성분의 크기가 같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성분이 가장 클 때 다른 성분은 0을 지나므로, 화살표 끝이 원을 그리며 돕니다. 이것이 원편광입니다. 그 밖의 일반적인 경우에는 화살표 끝이 타원을 그리고, 이를 타원편광이라고 합니다.
선편광과 원편광은 따로 떨어진 종류라기보다 타원편광의 특별한 경우입니다. 타원이 한 줄로 납작해지면 선편광, 완전히 둥글어지면 원편광입니다.
편광자와 각도: 얼마나 통과하나
편광자(polarizer)는 정해진 축 방향의 전기장만 통과시키는 필터입니다. 들어온 빛의 전기장 가운데 축과 나란한 성분만 지나가고, 축에 수직인 성분은 흡수됩니다.
비편광 빛이 편광자 하나를 지나면 그 축 방향으로 편광되고, 세기(intensity)는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편광된 빛이 둘째 편광자를 만나면 두 축이 이루는 각에 따라 통과하는 양이 정해집니다. 축이 나란하면 첫 편광자를 지난 빛이 모두 통과하고, 직각이면 하나도 통과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의 각도에서는 말뤼스 법칙(Malus's law)을 따릅니다. 편광 방향과 편광자 축 사이의 각을 θ라고 하면, 통과한 세기 I는 편광자 앞의 세기 I₀에 cos²θ를 곱한 값입니다.
I = I₀ × cos²θ
OpenStax 대학 물리 교재의 예제를 보면 감이 옵니다. 축이 45° 어긋나면 세기는 원래의 50%가 됩니다. 세기를 90.0% 줄이려면 71.6°만큼 돌려야 합니다.
두 단계를 이어 볼 수도 있습니다. 비편광 빛의 세기를 100이라고 하면 첫 편광자를 지난 뒤 50이 되고, 축이 45° 어긋난 둘째 편광자를 지난 뒤에는 그 절반인 25가 남습니다. 편광자 두 장을 겹쳐 돌리면 밝기가 바뀌는 것은 이 cos²θ 때문입니다.
반사와 브루스터 각
글머리의 호수로 돌아가 봅시다. 물이나 유리에서 반사된 빛은 수평 방향 성분이 더 많은, 부분적으로 편광된 빛이었습니다. 그런데 반사각을 특별한 값에 맞추면 반사광이 완전히 편광됩니다.
이 반사각을 브루스터 각(Brewster's angle)이라고 하고 θb로 적습니다. 빛이 굴절률 n₁인 물질에서 n₂인 물질로 갈 때 tan θb는 n₂ ÷ n₁과 같습니다. 이 관계를 브루스터 법칙이라고 합니다.
OpenStax 교재의 예제에서 공기에서 물로 갈 때의 브루스터 각은 53.1°이고, 공기에서 크라운 유리로 갈 때는 56.7°입니다. 물의 굴절률을 1.333, 크라운 유리를 1.520으로 놓고 계산한 값입니다. 각도는 빛의 기초 글의 반사각처럼 법선에서 잽니다.
여기서 입사면이라는 말을 알아 두면 좋습니다. 입사면(plane of incidence)은 들어오는 빛과 법선이 함께 놓인 평면이고, 도표에서는 그림 면 그 자체입니다.
브루스터 각에서 반사되는 것은 입사면에 수직으로, 곧 표면과 나란히 흔들리는 성분뿐입니다. 그림 면 안에서 흔들리는 성분은 반사되지 않고 모두 들어갑니다. 수면처럼 누운 표면에서는 표면과 나란한 방향이 수평이라서, 반사광이 수평 편광이 됩니다.
브루스터 각에서도 굴절해 들어간 빛은 거의 섞인 채로 남습니다. 굴절광은 세로 방향 쪽으로 약간 편광될 뿐입니다. 반사 한 번으로 빛 전체를 깨끗하게 편광시킬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복굴절과 파장판: 편광을 바꾸는 부품
편광자는 맞지 않는 성분을 걸러 냅니다. 이와 달리 편광의 모양이나 방향을 바꾸는 부품도 있습니다. 파장판(wave plate)이 대표적이고, 그 바탕에 복굴절(birefringence)이라는 성질이 있습니다.
어떤 결정은 한 방향으로 편광된 빛과 그에 수직으로 편광된 빛에 대해 굴절률이 다릅니다. 이런 결정을 복굴절 결정이라고 합니다. 비편광 빛을 넣으면 서로 수직으로 편광된 두 빔으로 갈라지므로, 비편광 빛에서 편광된 빔을 얻는 데도 쓸 수 있습니다.
굴절률이 다르면 두 성분이 결정을 지나는 동안 박자가 서로 어긋납니다. 결정의 두께를 알맞게 고르면 두 성분의 위상 차이를 정확히 90°만큼 바꿀 수 있습니다. 판의 축에 45°로 들어와 두 성분의 크기가 같은 선편광이라면, 앞에서 본 대로 위상 차이 90°가 이것을 원편광으로 바꿉니다. 이런 판을 사분파장판(quarter-wave plate)이라고 부릅니다.
사분파장판은 빛을 걸러 내는 부품이 아닙니다. 일리노이 대학의 물리 강의 자료는 사분파장판을 지나도 세기가 줄지 않는다고 짚습니다.
반파장판(half-wave plate)은 선편광의 방향을 돌리는 판입니다. 한 방향으로 지날 때 편광을 45° 돌리도록 놓은 반파장판은, 빛이 거꾸로 지나가면 같은 양만큼 되돌립니다. 그래서 갔다가 돌아오면 모두 0°, 처음 방향 그대로입니다. 돌리는 양을 바꾸려면 판 자체를 물리적으로 돌려야 합니다.
파장판과 복굴절 광학 부품은 편광을 다루는 데 널리 쓰입니다. 그런데 반파장판은 왕복하면 편광이 원래대로 돌아오므로, 되돌아온 빛을 처음 빛과 편광으로 구별해 내지 못합니다.
레이저에서 편광을 따지는 곳
브루스터 창. 올덴부르크 대학의 레이저 강의 자료는 헬륨-네온(HeNe) 레이저를 예로 듭니다. 그 레이저의 방전관 끝은 공진기(optical resonator) 안에서 손실이 적어야 하므로, 브루스터 각으로 기울인 창을 씁니다. 공기와 유리의 경계에서 이 각은 입사각 56°입니다. 앞의 크라운 유리 예제 56.7°와 거의 같은 값이고, 유리 종류마다 굴절률이 달라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입사면에 나란한 편광, 도표로 말하면 그림 면 안에서 흔들리는 편광의 빛은 브루스터 각으로 기운 창에서 반사 없이 모두 투과합니다. 이 편광의 빛이 가장 적은 손실로 공진을 쌓기 때문에, 그 강의의 레이저는 편광된 빛을 냅니다. 이 레이저는 창이 세로로 기울어 있어서, 반사되지 않는 쪽 편광이 수평 방향이 됩니다.
호수에서는 반사되는 쪽이 수평이었으니 반대처럼 보이지만, 수평·수직은 표면이 놓인 방향에 따라 바뀔 뿐입니다. 어느 경우든 기준은 입사면입니다.
편광 유지 광섬유. 편광 유지(polarization-maintaining, PM) 광섬유는 이름 그대로 빛의 편광을 유지하도록 만든 광섬유입니다. 광섬유 안에 넣은 응력봉으로 복굴절을 일부러 키워 편광을 지킵니다. 한 광섬유 제조사는 이런 광섬유를 선편광 출력이 필요한 곳을 위해 설계했다며, 산업·의료·국방 레이저 체계를 쓰임새로 꼽습니다.
광 아이솔레이터. 광 아이솔레이터는 한 방향의 빛은 거의 그대로 지나게 하고, 반대로 들어오는 빛은 대부분 막는 부품입니다. 레이저 부품 제조사 Coherent의 해설은 패러데이 아이솔레이터를 "빛의 일방통행 밸브"에 빗댑니다. 흔한 쓰임은 레이저나 레이저 증폭기의 출력 끝에 두어 되반사된 빛으로부터 지키는 것입니다.
되반사된 빛이 충분히 세면 레이저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훨씬 약하더라도 잡음이나 출력 흔들림 같은 동작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탕이 되는 현상은 자기광학 물질을 자기장 속에 두면 그 속을 지나는 빛의 편광 방향이 도는 것으로, Coherent에 따르면 마이클 패러데이가 1845년에 발견했습니다. 이 현상을 쓰는 부품이 패러데이 회전자(Faraday rotator)입니다. 자기장 속에 놓인 자기광학 결정으로 되어 있고, 반파장판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빛이 어느 쪽에서 들어오든 편광을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돌립니다.
구성을 따라가 봅시다. 선편광된 빛이 편광자 1을 지나고, 회전자에서 45° 돈 뒤, 그 방향에 맞춘 편광자 2를 지나 나갑니다. 어딘가에서 되반사된 빛은 편광자 2를 지나 회전자로 돌아오고, 여기서 같은 쪽으로 다시 45° 돕니다. 이제 편광은 처음과 직각인 90°가 되어 편광자 1에서 걸러집니다.
밸브라는 비유는 결과만 맞습니다. 실제로는 문이 닫히는 것이 아니라, 왕복하는 동안 편광 방향이 90° 돌아가서 편광자를 지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아이솔레이터와 광섬유 부품: 빛이 거꾸로 가지 않게": 이 글 끝의 아이솔레이터를 부품의 쪽에서 이어서 봅니다.
- "광섬유는 어떻게 빛을 가두나: 코어와 클래드": 편광 유지 광섬유가 바탕을 두는 광섬유의 구조를 봅니다.
- "레이저를 이루는 세 가지: 이득 매질, 펌핑, 공진기": 브루스터 창이 놓이는 공진기를 봅니다.
-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 이 글의 위상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편광을 계산으로 다루는 존스 행렬과 스토크스 매개변수는 Yariv·Yeh의 Photonics 6판 1장 1.6~1.9절을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