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는 전구를 전기 스위치로 껐다 켜서 만드는 번쩍임보다 훨씬 짧은 빛을 냅니다. 오늘날에는 가시광과 근적외선 영역에서 몇 펨토초(fs)짜리 펄스가 레이저에서 곧바로 나옵니다. 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이고, 어떤 전자 스위치도 이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런 펄스는 바깥에서 스위치로 빛을 끊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짧은 펄스는 레이저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빛이 오가는 공진기(optical resonator)의 손실을 바꿔 주면 레이저가 스스로 빛을 펄스로 냅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Q-스위칭(Q-switching)과 모드 잠금(mode locking)입니다.
두 이름은 늘 나란히 나오지만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Q-스위칭은 에너지를 쌓아 두었다가 한 번에 내보냅니다. 모드 잠금은 공진기 안에 함께 있는 여러 파동의 박자를 맞춥니다. 펄스의 길이와 간격을 무엇이 정하는지도 서로 다릅니다.
공진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부터
레이저의 공진기는 마주 보는 거울 사이의 공간입니다. 그 안에 빛을 키우는 이득 매질(gain medium)이 있고, 끝 거울 하나는 빛을 조금 통과시켜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 거울을 출력 거울(output coupler)이라고 합니다.
빛은 공진기를 한 번 왕복할 때마다 이득 매질에서 세기를 얻고, 출력 거울로 나가는 몫과 그 밖의 손실만큼 잃습니다. 빛을 끊지 않고 내는 연속파 레이저(continuous-wave laser, CW)에서는 얻는 만큼 잃습니다. 이득과 손실이 같아서 출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 상태를 정상 상태라고 부릅니다.
짧은 펄스를 만드는 두 방법은 이 균형을 일부러 흔듭니다. 손잡이는 손실입니다. Q-스위칭은 손실을 오래 높여 두었다가 한 번에 낮추고, 모드 잠금은 빛이 공진기를 한 번 왕복할 때마다 손실을 되풀이해 바꿉니다.
Q-스위칭: 모았다가 한 번에
먼저 공진기를 막아 둡니다. 손실이 아주 커서 빛이 자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동안 펌핑(pumping)으로 넣은 에너지는 이득 매질에 쌓입니다.
매질에 에너지가 얼마나 쌓였는지는 밀도 반전(population inversion)이라는 값으로 나타냅니다. 공진기가 막혀 있으면 이 에너지를 빛으로 바꿔 가져갈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이 일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반전은 크게 쌓입니다.
그다음 막아 둔 것을 치웁니다. 손실이 갑자기 낮아지면, 쌓여 있던 반전은 이 공진기가 정상 상태에서 유지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득이 손실을 크게 웃도니 빛은 매우 빠르게 자랍니다.
자란 빛은 쌓인 에너지를 빠르게 써 버립니다. 줄어든 이득이 손실과 같아지는 순간에 출력이 꼭대기에 닿는데, 이 값은 정상 상태의 출력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 뒤로는 이득이 손실보다 작아 빛이 잦아듭니다. 쓸 에너지가 남지 않으면 펄스는 끝나고, 다음 펄스는 펌핑으로 에너지를 다시 쌓은 뒤에야 나옵니다.
이름의 Q는 공진기의 Q 인자(Q-factor)에서 왔습니다. 손실이 크면 Q가 낮고, 손실이 작으면 Q가 높습니다. 손실을 갑자기 줄이는 광학 스위치가 Q를 낮은 값에서 높은 값으로 바꾸기 때문에 Q-스위칭이라고 부릅니다.
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수문을 닫아 물을 가두었다가 한꺼번에 열면 평소보다 훨씬 센 물줄기가 잠깐 쏟아집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댐의 물은 가둬 두면 그대로 있지만, 이득 매질에 쌓인 에너지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자연 방출(spontaneous emission)로 새어 나갑니다. 또 수문과 달리 여는 순간 바로 쏟아지지 않고, 도표에서 보듯 빛이 자란 뒤에야 펄스가 나옵니다.
새는 에너지 때문에 쌓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들뜬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재료가 센 Q-스위칭 펄스에 알맞습니다.
펄스는 얼마나 짧을까요? 켈러(Ursula Keller)의 교과서 『Ultrafast Lasers』는 Q-스위칭 펄스의 길이를 보통 마이크로초에서 나노초 영역이라고 적습니다. 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 나노초는 10억분의 1초입니다. 펄스의 모양은 대개 좌우가 같지 않아서, 빠르게 오르고 느리게 내려옵니다.
펄스가 이어지는 시간인 펄스 폭(pulse duration)은 빛이 공진기 안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합니다. 공진기가 짧을수록 이 시간이 짧아지고 펄스도 짧아집니다. 아주 짧은 공진기를 쓰는 마이크로칩 레이저로는 1조분의 1초를 뜻하는 피코초(ps)로 셈해 100 ps보다 짧은 펄스도 얻습니다.
Q-스위칭은 레이저가 나온 직후에 제안됐습니다. 같은 교과서가 정리한 역사를 보면, 1961년에 헬워스(Hellwarth)가 공진기의 손실을 높은 값에서 낮은 값으로 빠르게 바꾸면 레이저가 짧은 펄스를 낼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실험 증명은 한 해 뒤에 나왔습니다.
모드 잠금: 여러 파동의 박자를 맞추기
모드 잠금은 에너지를 쌓아 두는 방법이 아닙니다. 공진기 안을 도는 빛을 시간 축 위의 짧은 구간으로 모으는 방법입니다.
원리를 알려면 종모드(longitudinal mode)부터 봐야 합니다. 공진기 안에서는 아무 주파수(진동수, frequency)의 빛이나 살아남지 못합니다. 거울 사이를 한 번 왕복하고 돌아왔을 때 파동이 처음과 똑같이 이어지는 주파수만 남습니다. 이렇게 허락된 주파수 하나하나가 종모드이고, 축 모드(axial mode)라고도 부릅니다.
종모드는 주파수 축 위에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 있고, 레이저는 그 가운데 여러 개로 동시에 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절로 펄스가 되지는 않습니다. 모드들의 세기와 위상(phase), 곧 파동이 오르내리는 박자가 제멋대로면 더한 결과는 불규칙하게 출렁이는 빛일 뿐입니다.
반대로 모드들의 위상이 서로 맞으면 같은 빛이 시간 축에서 짧은 펄스로 모입니다. 모드의 위상을 이렇게 묶어 두는 것이 모드 잠금입니다. 아래 도표는 주파수 간격이 같은 파동 8개를 더해 본 계산 예인데, 위와 아래에서 다른 것은 위상뿐입니다.
깜빡이는 빠르기가 같은 차이만큼씩 다른 등 여러 개를 떠올려 봅시다. 제각각 켜면 전체 밝기는 얼룩덜룩하게 출렁입니다. 한순간에 맞춰 켜면 모든 등이 동시에 켜지는 순간이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옵니다.
다만 종모드는 켜졌다 꺼졌다 하는 등이 아닙니다.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파동이고, 맞추는 것도 켜는 시각이 아니라 위상입니다.
묶는 모드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아주 짧은 펄스를 만들려면 레이저가 되도록 많은 종모드로 빛을 내야 하고, 그 모드들의 위상이 잠겨 있어야 합니다.
시간 축에서 보면 그림이 더 단순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경우, 모드 잠금 레이저 안에서는 펄스 하나가 거울 사이를 오간다고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이 펄스가 출력 거울에 닿을 때마다 작은 일부가 밖으로 나오고, 그것이 줄지어 펄스열이 됩니다. 그래서 이웃한 펄스 사이의 간격은 펄스가 공진기를 한 번 왕복하는 시간과 같습니다.
크기를 가늠해 봅시다. 거울 사이가 비어 있어 펄스가 진공 속 빛의 속도인 3 × 10⁸ m/s로 달린다고 치고, 거울 사이를 1.5 m로 잡습니다. 왕복 거리는 3 m이니 왕복 시간은 3 m ÷ (3 × 10⁸ m/s) = 10 ns입니다. 펄스가 10 ns마다 하나씩 나오므로 1초에 나오는 펄스 수인 반복률(repetition rate)은 100 MHz, 1초에 1억 번입니다.
모드 잠금에 관한 초기 논문은 1960년대 중반에 나왔습니다. 노벨 물리학위원회가 2018년 과학 배경 문서에서 모드 잠금의 문헌으로 든 논문 가운데 맨 앞에 놓인 것은 1964년의 헬륨-네온 레이저 논문입니다.
능동과 수동: 문은 누가 여닫나
두 방법 모두 손실을 바꾸는 방식이 둘로 나뉩니다. 바깥에서 신호를 주어 바꾸면 능동(active) 방식이고, 빛이 스스로 바꾸게 하면 수동(passive) 방식입니다.
능동 Q-스위칭에서는 광학 스위치가 손실을 갑자기 낮춥니다. 스위치로는 돌아가는 거울이나 프리즘, 전기로 제어하는 셀, 음파를 이용하는 음향광학 스위치가 쓰입니다.
모드 잠금 쪽의 능동 장치는 손실을 주기적으로 올렸다 내리는 변조기입니다. 그 주기를 빛의 왕복 시간에 정확히 맞추면, 손실이 가장 낮은 순간마다 변조기를 지나는 펄스가 가장 덜 잃습니다. 레이저는 그런 펄스로 동작하는 쪽으로 옮겨 갑니다.
펄스가 끝없이 짧아지지는 않습니다. 변조기를 지날 때마다 펄스는 조금씩 짧아지려 하지만, 펄스가 짧아지면 그 안에 든 주파수의 폭이 넓어집니다. 이득 매질이 키울 수 있는 주파수 폭에는 한계가 있어서, 줄이는 쪽과 늘이는 쪽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서 펄스 폭이 정해집니다.
수동 방식에는 바깥 신호가 필요 없습니다. 공진기에 포화 흡수체(saturable absorber)를 넣으면 빛이 제 손실을 스스로 바꿉니다. 이 물질은 약한 빛은 많이 흡수하고 센 빛은 덜 흡수합니다.
이 흡수체를 Q-스위칭에 쓰면 흡수체 자체가 문이 됩니다. 빛이 약한 동안에는 흡수가 커서 손실이 높고, 빛이 세지면 흡수가 줄어 손실이 낮아집니다. 펄스가 스스로 문을 여는 셈이어서 바깥 신호로 여는 스위치보다 빠른 스위치가 될 수 있습니다.
흡수체로 모드를 잠글 때는 출발점이 잡음입니다. 공진기를 도는 빛의 출렁임 가운데 조금 센 봉우리 하나가 흡수체에서 덜 잃고, 다음 왕복에서 더 크게 자랍니다. 이 일이 되풀이되면 그 봉우리가 펄스로 자리 잡고, 함께 돌던 약한 빛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 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수동 모드 잠금이 능동 모드 잠금보다 훨씬 짧은 펄스를 냅니다. 포화 흡수체는 매우 빠르게 회복할 수 있어서 손실이 그만큼 빠르게 바뀝니다. 전자 신호로 구동하는 변조는 이보다 뚜렷이 느립니다.
두 방법을 나란히 놓고 보기
| 항목 | Q-스위칭 | 모드 잠금 |
|---|---|---|
| 하는 일 | 에너지를 쌓았다가 한 번에 내보냄 | 여러 종모드의 위상을 맞춰 빛을 짧은 펄스로 모음 |
| 손실을 바꾸는 때 | 오래 높여 두었다가 한 번에 낮춤 | 빛이 왕복할 때마다 되풀이 |
| 펄스 폭 | 공진기 왕복 시간보다 언제나 김 | 공진기 왕복 시간보다 언제나 짧음 |
| 반복률 | 왕복 주파수보다 언제나 낮음. 스위치나 흡수체가 정함 | 왕복 시간이 정함 |
| 종모드 | 이상적으로는 하나 | 언제나 둘 이상 |
왕복 주파수는 1을 왕복 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앞의 계산 예에 넣어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왕복 시간이 10 ns인 공진기에서 왕복마다 펄스 하나가 나온다면, 모드 잠금 펄스는 10 ns보다 짧고 100 MHz로 나옵니다. 같은 공진기를 Q-스위칭하면 펄스는 10 ns보다 길고 반복률은 100 MHz보다 낮습니다.
Q-스위칭 펄스가 왕복 시간보다 긴 까닭은 펄스가 생기는 과정에 있습니다. 빛은 공진기를 여러 번 오가며 자랐다가 잦아들고, 그 전체가 펄스 하나가 됩니다. 모드 잠금에서는 이미 짧게 모인 펄스 하나가 공진기 안을 오갑니다.
Q-스위칭 펄스는 보통 모드 잠금 펄스보다 깁니다. 다만 공진기가 아주 작은 수동 Q-스위칭 마이크로칩 레이저에서는 펄스 폭이 모드 잠금 레이저와 견줄 만큼 짧아졌습니다. 그래도 레이저에서 아주 짧은 펄스를 얻을 때 일반적으로 쓰는 기법은 모드 잠금입니다.
둘 다 까다로운 점이 있습니다. Q-스위칭 레이저가 종모드 여러 개로 빛을 내면 그 모드들은 위상이 잠겨 있지 않아서, 보통 펄스의 세기 잡음이 커집니다. 포화 흡수체를 쓴 모드 잠금 레이저에서는 조건에 따라 Q-스위칭이 함께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면 짧은 펄스들의 크기가 더 긴 주기로 출렁이는데, 이를 Q-스위칭 모드 잠금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펄스를 짧게 만드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세기입니다. 짧은 펄스에서는 에너지 전체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몰려 있어 순간의 세기가 매우 높아집니다. 노벨 물리학위원회는 이렇게 세고 짧은 펄스가 되풀이되는 펄스열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특히 Q-스위칭과 모드 잠금의 발명 덕분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펄스를 더 키우는 기술도 뒤따랐습니다. 짧은 펄스를 시간으로 길게 늘여 증폭한 뒤 원래 길이로 다시 줄이는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이 1985년에 발명됐습니다. 그 첫 구현도 모드 잠금 레이저에서 나온 펄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오실레이터와 증폭기: 빛을 만들고 키우기": 이렇게 만든 빛을 어떻게 키우는지로 이어집니다.
- "CW 레이저와 펄스 레이저는 어떻게 다른가": 펄스 폭, 반복률, 첨두 출력이라는 말이 낯설다면 먼저 읽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