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저 실험실 사진에는 비슷한 것들이 자주 보입니다. 작은 나사 구멍이 바둑판처럼 뚫린 넓은 테이블, 그 위에 줄지어 선 작은 받침대, 받침대가 붙잡은 거울과 렌즈, 그리고 빔 끝에 놓인 동그란 센서가 있습니다. 벽에는 색이 들어간 안경이 걸려 있곤 합니다.
사진 속 장비는 크게 다섯 무리로 나뉩니다. 바닥 역할을 하는 테이블, 부품을 잡는 장치, 빛을 다루는 부품, 빛을 재는 장비, 사람을 지키는 장비입니다. 아래에서는 이 순서로 각 장비가 무엇이고 왜 거기 있는지를 봅니다.
사진 속 장비를 한 장으로
레이저 자체는 레이저를 이루는 세 가지에서 본 것처럼 빛을 키우는 매질, 에너지를 넣는 펌핑, 빛을 가두는 공진기로 이루어집니다. 실험실에는 그 레이저 둘레에 장비가 훨씬 많습니다. 아래 그림은 사진에 자주 나오는 장비를 한 테이블 위에 모아 본 것입니다.
| 장비 | 하는 일 |
|---|---|
| 광학 테이블 | 부품을 한데 묶어 서로 흔들리지 않게 받치는 바닥 |
| 마운트 | 거울이나 렌즈를 붙잡고, 기울기를 조금씩 바꾸게 하는 받침 |
| 스테이지 | 올려놓은 부품을 한 방향으로 곧게 옮기는 장치 |
| 거울·렌즈 | 빛을 되비추거나 지나보내며, 빔이 가장 가늘어지는 자리와 크기를 바꾸는 부품 |
| 빔 분할기 | 빛 한 줄기를 둘로 나누는 부품 |
| 파워미터(optical power meter) | 빔의 출력을 재는 계기 |
| 빔 프로파일러(beam profiler) | 빔 단면에 빛이 어떻게 퍼져 있는지 재는 장치 |
| 보안경·빔 스톱·인터록·차폐막 | 사람의 눈과 몸을 빛에서 지키는 장비 |
표의 장비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빛이 지나가는 길을 만드는 것과, 그 길이 흔들리거나 사람에게 닿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하나씩 봅니다.
광학 테이블: 흔들림을 막는 바닥
광학 테이블은 크고 무거운 철판 테이블처럼 보이지만, 겉모습보다 맡은 일이 더 까다롭습니다. 진동은 여러 연구와 생산 응용에서 성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건물의 공조 설비, 도로에서 오는 떨림처럼 피할 수 없는 배경 진동이 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흔들림 그 자체보다 부품끼리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일입니다. 크게 확대한 상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해 봅시다. 조명, 시료, 렌즈, 카메라가 모두 한꺼번에 똑같이 움직인다면 상은 선명합니다. 그런데 시료가 대물렌즈에 대해 조금이라도 따로 움직이면 상이 흐려집니다.
레이저 안에서도 같은 일이 생깁니다. 빛이 오가는 공진기의 거울이 떨리면, 매우 안정한 공진기가 아닌 한 레이저 빛의 위상 잡음(phase noise)이 크게 늘 수 있습니다. 거울이 기울면 공진기의 정렬이 틀어집니다. 레이저의 기계적 안정성은 잡음이 적은 빛을 얻는 데 중요합니다.
진동원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광학 테이블은 부품을 될 수 있는 한 단단한 구조로 한데 묶어, 부품 사이의 상대 운동을 줄이는 쪽을 택합니다. 광학 테이블 설계에서 첫째로 따지는 것이 강성(rigidity), 곧 힘을 받아도 잘 휘지 않는 성질입니다.
많은 광학 테이블의 속은 벌집 모양의 심재(honeycomb core)입니다. 벌집 구조는 아주 가볍고도 단단한 구조를 만드는 데 흔히 씁니다. 무게가 줄면 구조가 크게 떨리는 공진이 더 높고 덜 해로운 진동수로 옮겨 가고, 같은 진동 힘을 받아도 덜 휩니다. Newport의 기술 노트는 이것을 고급 광학 응용 대부분에서 강철 벌집이 무거운 화강암을 대신한 가장 큰 이유로 듭니다.
단단하기만 해서는 모자랍니다. 테이블이 떨리기 시작하면 그 떨림을 빨리 잦아들게 하는 감쇠(damping)가 있어야 테이블 면 위의 상대 운동이 줄어듭니다. 광간섭계처럼 아주 정밀한 실험에서는 이 감쇠가 특히 중요합니다.
테이블 다리에도 몫이 있습니다. 다리에 든 공기 스프링(pneumatic isolator)은 바닥의 진동이 테이블 면에 닿기 전에 걸러 냅니다. 자동차 바퀴의 서스펜션이 노면의 덜컹거림을 차체에 덜 전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공기 스프링은 모든 떨림을 막지 못해, 고유 진동수보다 느린 떨림은 거의 그대로 전하고 고유 진동수에서는 오히려 떨림을 키웁니다.
온도도 흔들림의 한 갈래입니다. 같은 기술 노트를 보면 고르지 않은 온도 변화는 보통 한 시간 이상에 걸쳐 구조를 천천히 휘게 합니다. 실험실이 온도를 일정하게 지키려 애쓰는 까닭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험실 밖에서 쓰는 체계는 따지는 조건이 또 다릅니다. 고출력 레이저 체계를 만드는 한 업체는 레이저 뒤에 붙는 빔 확대기 같은 광학계를 설계할 때 온도 안정성, 오염 관리, 기계적 견고함 같은 환경 조건을 따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체계 전체의 모습은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운트와 스테이지: 부품을 잡고 움직이는 장치
어떤 광학계든 광학 부품은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든 고정해야 합니다. 사진 속 테이블에 줄지어 선 작은 받침대가 그 일을 합니다.
거울 마운트(mirror mount)는 거울을 단단히 붙잡으면서, 거울의 기울기를 위아래와 좌우로 아주 조금씩 바꾸게 해 주는 장치입니다. 마운트는 보통 광학 테이블에 고정해 테이블의 진동 차단을 함께 누립니다. 기울기를 바꾸는 방식에는 키네마틱(kinematic), 김발(gimbal), 플렉셔(flexure)가 있고, 그 가운데 키네마틱 방식이 가장 흔합니다.
스테이지(stage)는 부품을 옮기는 장치입니다. 직선 이동 스테이지는 움직임을 이상적인 직선 위로 묶어 둡니다. 묶어 둔 방향으로 원치 않는 움직임이 생기면 부품이 가야 할 길이나 멈출 자리에서 벗어납니다.
마운트와 스테이지는 모두 "움직이게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서로 어긋나 보이는 이 두 요구를 함께 맞추는 것이 이 작은 장치들의 일입니다.
광학 부품: 거울, 렌즈, 빔 분할기
레이저 빔은 흔히 렌즈, 거울, 유전체 경계면 같은 광학 부품으로 이루어진 광학계를 지나갑니다. 거울은 빛을 되비추는 부품이고, 렌즈는 빛을 지나보내는 부품입니다. 이런 광학 부품은 빔이 가장 가늘어지는 자리인 빔 허리(beam waist)의 위치와 크기를 바꿉니다.
얇은 집속 렌즈는 레이저 빔에 영향을 주는 광학 부품 가운데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일 겁니다. 빔이 퍼지고 모이는 까닭은 빔은 왜 퍼지나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빔 분할기(beam splitter)는 빛 한 줄기를 둘로 나누는 부품입니다. 하나의 빔을 두 곳에 보내야 할 때 씁니다. 처음 그림의 테이블에서도 빔 분할기 두 개가 빛을 나눠, 출력을 재는 장치와 빔 모양을 재는 장치에 보냅니다.
센 빛을 다루는 부품이 견뎌야 하는 것, 곧 면에 입힌 코팅과 손상 문턱은 거울, 렌즈, 코팅에서 자세히 봅니다.
빛을 재는 장비
레이저가 얼마나 센 빛을 내는지는 눈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빔이 지나는 끝에 광 출력계라고도 부르는 파워미터를 둡니다. 파워미터는 빛을 받아 센서에서 전기 신호로 바꾸고, 계기가 그 신호를 키워 받은 출력을 보여 줍니다. 센서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열형 센서인 서모파일(thermopile)은 두 금속을 이은 열전대(thermocouple)를 바탕으로 한 센서입니다. 레이저 빔은 센서의 원판에 흡수(absorption)되어 열이 되고, 원판에 생긴 온도 차가 전압을 만듭니다. 한 파워미터 설명서는 이 전압이 들어온 출력에 비례한다고 적었습니다.
원판이 데워지고 식는 데 시간이 걸려 응답은 느린 편이고, 보통 초 단위입니다. 그래서 서모파일은 연속파 레이저(continuous-wave laser, CW)나 그에 가까운 광원의 출력을 재는 데 씁니다.
광다이오드(photodiode) 센서는 반도체 접합으로 빛을 곧바로 재는 센서입니다. 빛이 접합에 흡수되면 전기를 나르는 입자가 생깁니다. 대부분의 광다이오드는 접합에 거꾸로 전압을 걸어 쓰고, 이때 생기는 전류는 넓은 범위에서 들어온 빛의 세기에 비례합니다.
광자가 전자로 바뀌는 일이 매우 빨라 빠르게 바뀌는 빛도 따라갈 수 있습니다. 대신 재는 감도가 파장(wavelength)에 크게 좌우됩니다.
두 센서는 무엇을 잘 재느냐가 다릅니다. 열형 센서는 빛을 열로 바꾸니 느리지만, 광다이오드는 빠르면서 파장을 많이 탑니다. 연속파와 펄스의 차이는 CW 레이저와 펄스 레이저는 어떻게 다른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출력만으로는 빔의 모습을 다 알 수 없습니다. 빔 프로파일러는 레이저 빔의 공간 분포, 곧 빔 단면의 어디에 빛이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재고 분석하는 장치입니다. 빛을 쓰는 자리에서 빛이 얼마나 센지 알려면 이 측정이 꼭 필요하고, 빔에 생긴 이상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빔 프로파일러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카메라 방식은 작은 센서를 촘촘한 격자로 늘어놓은 배열 검출기로 빔을 받아, 빔 단면을 2차원 그림으로 보여 줍니다. 주사 슬릿 방식은 좁은 틈이 빔을 가로질러 움직이고, 틈을 지난 빛을 검출기 하나로 받아 빔 모양을 다시 그립니다. 카메라 방식은 빔 속의 가는 무늬와 유난히 센 점을 보여 주고, 슬릿 방식은 보통 빔 크기를 더 정확히 재며 아주 작은 빔도 바로 잴 수 있습니다.
어느 프로파일러든 센서가 있으니 빛이 너무 세면 센서가 포화되거나 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들어갈 수 있는 레이저 출력에 한계가 있고, 센 빔은 센서에 닿기 전에 줄여서 잽니다.
안전 장비
실험실 장비 가운데 마지막 무리는 빛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레이저 제품의 안전은 국제 표준으로도 정해져 있습니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IEC 60825-1은 180 nm에서 1 mm까지의 파장 범위에서 레이저 방사를 내는 레이저 제품의 안전에 적용되는 표준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안경입니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UT Austin)의 레이저 안전 안내서는 레이저 보호 안경이 그 실험실의 레이저 방사 종류에 맞춘 것이어야 한다고 적습니다. 고를 때 따지는 것 가운데에는 레이저의 파장과 그 파장에서의 광학 밀도(optical density, OD)가 있고, 최대 출력이나 연속·펄스 방식 같은 조건도 함께 봅니다.
안경도 상하고 낡으므로 정기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보안경에 적힌 파장과 OD를 읽는 법은 레이저 안전: 등급과 보안경 읽는 법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빔 스톱(beam stop)은 빔이 끝나는 자리입니다. 안전 안내서는 레이저 빔이 알맞은 빔 스톱에서 끝나야 한다고 적습니다. 빛을 되비추지 않고 불이 붙지 않는 빔 스톱을 두면 뜻밖의 노출과 불이 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빔 경로에 빔 스톱을 더 두어 쓰는 빔을 실험 구역 안에 가두기도 합니다.
인터록(interlock)은 레이저와 이어 두어,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일이 생기면 빔을 끄거나 줄이게 하는 장치입니다. UT Austin 안내서가 쓰는 레이저 안전 등급(laser safety class) 이름으로 말하면, 3a, 3b, 4등급 레이저의 보호 하우징에는 인터록을 달아야 합니다. 또 빔이 드러난 4등급 레이저에는 미국 국가표준(ANSI)이, 사람이 뜻밖에 들어오면 빔을 끄거나 줄이는 인터록 문이나 장치를 요구합니다. 등급 이름의 체계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은 앞에서 든 레이저 안전 글에 나옵니다.
테이블 가장자리에 둘러 세운 판도 안전 장비입니다. 레이저 작업 구역 둘레에 차폐막과 칸막이를 두어, 빔과 그 반사, 산란한 빛을 광학 테이블 위에 가둡니다. 광학 테이블은 흔들림을 막는 바닥이면서, 빛이 머물러야 할 경계이기도 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펌프 다이오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부품」: 레이저에 에너지를 넣는 부품을 봅니다.
- 「빛을 재는 장비: 파워미터, 빔 프로파일러, 스펙트럼 분석기」: 이 글에서 짧게 본 측정 장비를 더 깊이 봅니다.
- 「진동과 충격: 흔들리는 곳에서 광학계를 지키기」: 실험실 밖의 흔들림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