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럭 짐칸에 유리컵 두 개를 나란히 세우고 달린다고 해 봅시다. 차가 흔들려도 컵이 함께 흔들리는 동안에는 둘 사이의 거리가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바닥판이 비틀리거나, 한쪽 컵만 덜컹 튈 때 생깁니다.
레이저 빛이 지나는 거울과 렌즈도 비슷합니다. 실험실의 레이저는 흔히 흔들림을 막아 주는 광학 테이블 위에 놓입니다. 레이저 무기는 항공기, 차량, 함정처럼 움직이는 플랫폼에 얹히기도 합니다. 2010년 미 해군대학원(NPS) 논문은 플랫폼 진동이 만드는 지터(jitter)를 걸러 내는 일을 레이저 통신과 고에너지 레이저 체계의 핵심 기술로 꼽았습니다.
광학 정렬은 왜 흔들림에 이토록 약할까요? 그리고 흔들리는 곳에서 광학계를 지키는 큰 방향은 무엇일까요? 「김발과 조준·추적: 빔을 한 점에 붙들어 두는 일」에서 지터의 원인으로 잠깐 본 진동과 충격을 여기서 더 깊이 봅니다. 레이저 무기가 어떤 부분으로 이루어지는지는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에 있습니다.
진동과 충격은 어떻게 다른가
진동(vibration)은 같은 모양으로 되풀이되는 흔들림입니다. 충격(shock)은 한 번에 크게 오는 힘입니다.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묶여 있던 것이 갑자기 풀릴 때 생깁니다.
모양은 달라도 결과는 닮았습니다. 한 번의 충격이든 되풀이되는 진동이든, 바깥에서 힘이 들어오면 구조물은 제 고유한 박자로 울립니다. 용수철이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내주기를 되풀이하기 때문입니다.
우주로 가는 장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겪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환경 검증 표준(GEVS, GSFC-STD-7000B)은 진동·음향, 사인 진동, 기계적 충격 같은 환경을 발사와 궤도 진입, 진입·하강·착륙처럼 임무의 모든 단계에서 따지도록 요구합니다. 운송과 취급 중의 환경도 검증 대상입니다. 장비는 하늘에 오르기 전, 옮겨지고 다뤄지는 동안에도 흔들립니다.
충격이 어디서 오는지도 이 표준에 예가 있습니다. 화공품이나 공압 장치를 작동해 태양 전지판이나 보호 덮개를 풀 때, 펼쳐지는 장치가 움직임의 끝에 탁 닿을 때가 큰 충격의 원인이 되기 쉽습니다. 장비가 스스로 만드는 충격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흔들리면 괜찮고, 따로 흔들리면 문제다
흔들림이 광학계에 해로운 방식은 하나가 아닙니다. Newport(MKS)의 진동 해설은 실험실 테이블 위의 거울 받침을 예로 이 차이를 짚습니다. 테이블 면이 통째로 평행하게 오르내리기만 하면 예민한 장치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빔이 틀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테이블 면이 휘는 일입니다.
휘어짐이 무서운 까닭은 거울에 있습니다. 거울이 기울면 반사된 빔은 그 기울기의 두 배만큼 꺾이고, 그 오차는 거울에서 멀어질수록 커집니다. 같은 해설에 따르면 평평한 거울이 1밀리라디안(1 mrad)만 기울어도 1 m 떨어진 곳에서 반사된 빔이 2 mm 옮겨 갑니다. 이 효과에 장치 안 거울의 수와 전체 경로 길이가 곱해지면 실험 결과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같은 각도가 먼 곳에서 얼마나 커지는지는 「김발과 조준·추적」에서 계산 예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무엇이 움직이느냐"입니다. 받침과 거울과 화면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면 빔은 제자리를 지킵니다. 부품끼리 서로 다르게 움직이거나 하나만 기울 때 빔이 어긋납니다.
트럭 짐칸의 유리컵 비유도 여기서 갈립니다. 컵은 서로의 거리만 지키면 되지만, 거울은 아주 작은 각도까지 지켜야 하고 그 각도의 오차가 두 배로 불어납니다.
거울과 렌즈 사이의 작은 상대 운동만으로도 정밀 조준 성능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레이저 안의 공진기 거울도 같은 까닭으로 떨림과 기울기에 예민한데, 이 이야기는 「레이저 실험실에는 무엇이 있나」에서 보았습니다.
공진: 흔들림이 커지는 진동수
모든 구조물에는 저절로 떨기 쉬운 진동수가 있습니다. 이것을 고유 진동수(natural frequency)라고 합니다. 질량과 용수철로 이루어진 가장 단순한 계에서 고유 진동수는 질량과 용수철의 무른 정도만으로 정해집니다.
ω₀ = 1 / √(C × M)
여기서 M은 질량, C는 용수철이 얼마나 무른지를 나타내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입니다. 질량이 크거나 용수철이 무를수록 고유 진동수는 낮아집니다. 음 "A"를 내는 소리굽쇠가 440 Hz로 떠는 것도 그 고유 진동수로 떨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바닥이 흔들릴 때 그 위의 물체가 얼마나 따라 흔들리는지를 전달률(transmissibility)이라고 부릅니다. 바닥의 흔들림에 대한 물체의 흔들림의 비입니다. 이 값은 흔들림의 진동수에 따라 세 구역으로 나뉩니다.
| 흔들림의 진동수 | 위의 물체는 |
|---|---|
| 고유 진동수보다 훨씬 낮을 때 | 바닥과 똑같이 움직인다 |
| 고유 진동수 근처일 때 | 바닥보다 더 크게 흔들린다(공진) |
| 고유 진동수보다 훨씬 높을 때 | 흔들림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
세 번째 구역에서는 용수철이 흔들림을 막는 차단기 구실을 합니다. 반대로 두 번째 구역은 위험합니다. 감쇠가 전혀 없는 계라면 공진에서 흔들림이 이론상 끝없이 커집니다.
여기서 감쇠(damping)가 등장합니다. 감쇠는 떨림의 기계 에너지를 빼내 진동을 더 빨리 잦아들게 하는 일입니다. 감쇠를 키우면 공진 봉우리가 낮아집니다.
대신 높은 진동수에서 전달률이 떨어지는 속도는 느려집니다. 한쪽을 얻으면 다른 쪽을 조금 내주는 셈입니다.
흔들림을 다루는 세 갈래
흔들림을 다루는 방법은 크게 세 갈래로 묶을 수 있습니다. 걸러 내기, 단단하게 묶기, 재서 되돌리기입니다. 아래는 공개 자료에 나오는 원리를 갈래별로 모은 것이고, 어느 장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는 걸러 내기입니다. 광학계를 무른 받침 위에 올려 고유 진동수를 낮추면, 그보다 훨씬 빠른 흔들림은 덜 전해집니다. 앞의 표에서 세 번째 구역을 넓히는 방법입니다. 다만 고유 진동수보다 느린 흔들림은 그대로 지나가고, 고유 진동수 근처의 흔들림은 오히려 커집니다.
둘째는 단단하게 묶기입니다. 실제 구조물 가운데 완전히 단단한 것은 없고, 모든 구조는 휘고 비틀리며 떱니다. 무른 구조일수록 같은 힘에 더 쉽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각도를 지켜야 하는 부품을 될수록 단단한 한 덩어리로 묶으면, 앞에서 본 "따로 흔들리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재서 되돌리기입니다. 흔들림을 막지 못하면, 흔들림을 재서 그만큼 거꾸로 움직여 지웁니다. NPS 논문의 고에너지 레이저 빔 제어 실험 장치는 회전 속도를 재는 자이로(gyro)의 신호로 바깥 흔들림에 맞서 망원경 김발(gimbal)을 안정시킵니다.
논문은 이 장치에서 플랫폼의 흔들림을 재는 데 탑재한 자이로 같은 센서가 영상 추적기보다 대개 더 정확하다고 적었습니다. 빔의 정밀 추적과 조준은 카메라와 고속 조향 거울(fast steering mirror, FSM)이 맡습니다.
이 실험 장치는 안전한 실험실을 위해 낮은 출력의 레이저를 씁니다. 실제 무기의 구성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재서 되돌리는 생각을 실험실에서 연구한 예입니다.
세 갈래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걸러 내기는 빠른 흔들림에 강하고, 단단한 묶음은 부품 사이의 어긋남을 줄이며, 재서 되돌리기는 걸러지지 않고 남은 흔들림을 맡습니다.
시험으로 확인한다
흔들림에 견딘다는 말은 시험으로 보여야 합니다. NASA 표준은 우주 하드웨어의 모든 부체계와 기기가 기계적 충격 환경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정해 둡니다.
시험이 오히려 부품을 상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섬세한 광학 부품이나 검출기, 센서처럼 어떤 진동수 대역에서 시험의 세기에 상할 수 있는 것이 들어 있으면, 사업단의 동의를 얻어 그 대역의 시험 세기를 낮출 수 있습니다. 광학 부품이 들어간 장비는 시험의 세기도 가려서 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업체 쪽에서도 환경 시험을 내세웁니다. 레이저 체계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FiberBridge Photonics는 우주·국방을 포함한 분야의 고객에게 환경 시험을 제공하고, Telcordia 일반 요구 조건과 MIL-STD-810H 같은 업계 표준을 따른다고 소개합니다. 시험하는 조건으로는 온도 변화, 진동, 충격을 듭니다.
움직이는 플랫폼의 레이저
항공기는 오래된 예입니다. 항공기 탑재 레이저(ABL)에서 항공기 진동을 다스리는 지터 제어가 2010년에도 위험 요소였다는 것은 앞 글에서 보았습니다.
비행기 위의 흔들림은 진동만이 아닙니다. 2025년 5월에 공개된 미 공군 연구 과제는 비행하는 플랫폼에서 고에너지 레이저를 내보내는 빔 지향기(beam director)가 관련된 공기 흐름의 영향을 모두 보정하면서 지터를 낮게 지켜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배 위의 레이저도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R44175는 미 해군의 함정 레이저 개발 계획을 설명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였던 견고화 고에너지 레이저(Ruggedized High Energy Laser, RHEL) 사업이 끝났다고 적었습니다. 무엇을 견고하게 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땅 위의 차량에서는 실험실과 현장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CRS 보고서 R46925가 옮긴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은 2024년 2월 스트라이커 차량에 얹은 DE M-SHORAD 시제품 네 대를 중동에 보내 병사들이 시험하게 했습니다. 첫 의견은 "아주 좋지는 않았다"고 전해졌고, 관계자들은 실험실과 시험장의 결과가 전술 환경과 매우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에는 그 차이의 원인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아직 어려운 점
흔들림은 바깥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앞 글에서 본 지터 원인 목록에는 가열·냉각 장치도 들어 있습니다. 체계가 싣고 다니는 장치도 떨림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계산으로 미리 다 알기도 어렵습니다. 레이저 공진기 거울의 기울기가 레이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공진기 설계와 펌핑 분포, 이득 매질의 열 렌즈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서, 일반적인 정량 설명이 매우 어렵습니다.
걸러 내고, 단단히 묶고, 재서 되돌리는 세 갈래는 서로 다른 흔들림을 맡습니다. 흔들리는 플랫폼 위에서 빔을 지키는 일은 이 셋을 함께 맞추는 일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FSM: 떨림을 잡는 작고 빠른 거울」: 재서 되돌리기의 한가운데에 있는 고속 조향 거울을 따로 봅니다.
- 「김발과 조준·추적: 빔을 한 점에 붙들어 두는 일」: 지터와 김발, 작은 기울기가 먼 곳에서 커지는 계산 예를 봅니다.
- 「레이저 실험실에는 무엇이 있나: 광학 테이블에서 파워미터까지」: 실험실에서 흔들림을 막는 광학 테이블을 봅니다.
-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 떨림의 원인 목록에도 오르는 냉각 장치를 봅니다.
-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 체계 구성 한눈에」: 이 글의 광학계가 체계 전체의 어디에 놓이는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