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판 한 장이 레이저 기계에 들어가면 모양대로 오려진 부품이 되어 나옵니다. 같은 공장의 다른 기계에서는 레이저가 자동차 부품을 이어 붙이고, 또 다른 기계는 부품마다 바코드를 새깁니다. 녹슨 표면을 레이저로 훑어 깨끗한 금속을 드러내는 장비도 있습니다.
이 글은 공장의 레이저가 하는 일을 네 가지로 나눠 봅니다. 절단, 용접, 마킹, 세정이 각각 재료에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일마다 어떤 레이저가 쓰이는지를 큰 그림으로 살핍니다.
공장의 레이저가 하는 네 가지 일
네 가지 일은 재료에 남기는 결과가 다릅니다. 절단은 재료를 둘로 나누고, 용접은 둘을 하나로 잇습니다. 마킹은 표면에 표시를 남기고, 세정은 겉층만 걷어 냅니다.
네 가지 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레이저가 재료에 닿지 않고 일한다는 점입니다. 칼이나 드릴은 쓸수록 닳지만 빛은 닳지 않습니다. 그래서 레이저 가공에는 공구 마모가 없고, 여러 재료를 가공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 가공의 공통 원리: 빛을 열로
돋보기로 햇빛을 한 점에 모으면 종이가 그을립니다. 공장의 레이저도 큰 줄기는 같습니다. 빛을 작은 점에 모아 재료를 데우고, 녹이고, 때로는 증발시킵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도 큽니다. 돋보기는 햇빛을 모으기만 하지만, 레이저 가공에서는 펄스 길이까지 골라 열이 둘레로 퍼지는 정도를 다룹니다.
용접은 빔의 에너지를 열로 옮겨 부품을 녹이는 일이고, 마킹은 열에너지를 옮겨 표시를 만드는 일입니다. 레이저 가공은 보통 두 갈래로 나눕니다. 두꺼운 금속을 다루는 매크로 가공은 가열과 녹임 같은 열 메커니즘에 기대고, 작은 형상을 만드는 마이크로 가공은 열과 비열 메커니즘을 함께 씁니다.
열은 좋은 일만 하지는 않습니다. 가공한 자리 둘레로 퍼진 열은 주변 재료에 열 손상을 남길 수 있고, 그 둘레 영역을 열영향부(heat-affected zone, HAZ)라고 부릅니다.
펄스를 아주 짧게 하면 이 문제가 줄어듭니다. 짧은 펄스는 에너지를 아주 짧은 시간에 몰아넣어 매우 높은 첨두 세기를 냅니다. 우르줄라 켈러(Ursula Keller)의 교과서 Ultrafast Lasers는 산업 재료 가공이 전통적으로 나노초 펄스를 써 왔지만, 더 높은 정밀도와 줄어든 열 손상 때문에 피코초·펨토초 펄스로 옮겨 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목표 부위가 떨어져 나가는 속도가 둘레로 열이 옮겨 가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면 떼어 낸 자리 둘레의 열영향부가 아주 작아지고, 이런 가공을 콜드 어블레이션(cold ablation)이라고 부릅니다. 빛이 재료 안에서 어떻게 열로 바뀌는지는 재료 가공의 원리를 다루는 글에서 자세히 풉니다.
절단
레이저 절단은 초점을 모은 빔으로 재료를 끊어 내는 비접촉 열 분리 공정입니다. 모은 빔이 재료를 태우거나, 녹이거나, 증발시키고, 녹은 재료는 가스 분사로 날려 보내 가장자리를 남깁니다.
자르는 재료는 금속만이 아닙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플라스틱, 나무, 세라믹, 왁스, 천, 종이도 레이저로 자릅니다. IPG Photonics는 레이저 절단을 고출력 레이저의 가장 큰 산업 응용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절단에서 가스는 조연이 아닙니다. 2019년 학술지 Materials에 실린 리뷰(Riveiro 외)는 보조 가스(assist gas)가 레이저 용융 절단에서 중심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이 리뷰는 공정 변수를 두 무리로 나눕니다. 레이저 빔 같은 변수는 재료를 녹이는 데 들어가고, 보조 가스와 관련된 변수는 녹은 재료를 치우는 데 들어갑니다.
가스가 녹이는 쪽에 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스가 재료와 열을 내며 반응할 수 있으면 그 가스는 녹이는 데도 보탭니다.
가스를 어떻게 불어 넣느냐도 결과를 바꿉니다. 영국의 용접 연구 기관 TWI(The Welding Institute)는 스테인리스강을 보통의 저압 산소로 자를 때 크롬 산화물이 끈적해서 찌꺼기와 산화물이 남는 문제에서 출발해 고속 노즐을 만들었습니다. 이 노즐에서는 레이저가 금속을 녹이자마자 가스가 녹은 금속을 날려 보내고, 가스의 냉각 효과와 함께 옆으로 퍼지는 열을 막습니다.
가스로 돕는 절단은 역사가 깁니다. TWI는 1967년의 가스 보조 레이저 절단 발명을 자기들의 일로 소개합니다.
용접
용접은 절단처럼 빛으로 재료를 녹이지만 결과는 반대입니다. 녹은 재료를 날려 보내지 않고 그 자리에 둡니다. 레이저 용접은 빔의 에너지를 열로 옮겨 재료를 녹이고, 녹은 웅덩이인 용융지(weld pool)가 식으면서 두 부분이 하나로 붙는 공정입니다. 용가재(filler)를 넣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합니다.
레이저 용접의 장점으로 드는 것 하나는 열을 좁은 곳에만 넣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레이저 빔을 더 정밀하게 다룰 수 있어서, 전기 방전에 기대는 전통 용접보다 열영향부를 작게 할 수 있습니다. 열을 정확히 보내면 열영향부가 작아지고 민감한 부품의 변형도 줄어듭니다.
어디에 쓰일까요? 자동차, 조선, 항공처럼 탈것을 만드는 분야에서는 볼트 결합을 용접으로 바꾸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레이저 용접은 영구적인 연결이라 무게를 줄이고, 시간이 지나 볼트와 너트가 풀리거나 부러질 위험도 줄입니다.
플라스틱 용접에는 재미있는 방식이 있습니다. 다이오드 레이저의 파장은 색이 있는 플라스틱에만 흡수(absorption)됩니다. 그래서 투명한 부품과 색이 있는 부품을 겹쳐 놓고, 빔을 투명한 쪽으로 통과시켜 색이 있는 쪽만 녹여 두 부품을 붙입니다.
마킹과 각인
부품에 새긴 바코드나 글자, 숫자를 레이저로 남기는 일이 마킹입니다. 레이저 마킹은 초점을 모은 빛으로 표면에 오래가거나 영구적인 표시를 남기는 비접촉 공정입니다.
표시는 열로 만듭니다. 열에너지를 재료에 옮겨, 조절된 태움이나 어블레이션으로 표면 위나 바로 아래에 보이는 표시를 냅니다. 표면 아래에 표시하거나 깊이 새기는 각인(engraving)도 할 수 있습니다. 금속뿐 아니라 플라스틱, 세라믹, 유리에도 표시할 수 있습니다.
표시의 쓸모는 추적입니다. 마킹은 라벨, 제품 추적, 머신 비전, 규제 준수에 쓰이고, 자동차, 전자, 항공우주, 반도체, 의료기기 산업에 널리 퍼졌습니다. 잉크젯 인쇄와 견주면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 마킹은 소모성 잉크가 없고 표면 자체를 바꾸므로 표시가 오래간다는 것이 IPG의 설명입니다.
세정과 표면 처리
레이저로 청소를 한다는 말은 낯설게 들립니다. 레이저 세정은 "레이저 재료 제거"라고도 부릅니다. 스캔하는 빔으로 표면의 원치 않는 물질만 없애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정은 레이저 열충격(thermal shock)을 씁니다. 원치 않는 물질을 벗겨 내거나, 증발이나 승화시키거나, 태워 없애면서 바탕 재료는 해치지 않습니다. 걷어 내는 것은 코팅, 페인트, 녹, 기름이고, 용접이나 코팅 전에 표면을 준비하는 데도 씁니다.
바탕을 해치지 않으려면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바탕 표면이 상하지 않게 하려면 레이저 조건을 세심하게 맞춰야 합니다. 그 대신 대부분의 경우 연마재나 화학 용제가 필요 없다는 것이 IPG가 드는 장점입니다.
어떤 레이저가 쓰이나
가공마다 필요한 빛이 다릅니다. 따져 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얼마나 센 빛인지, 빛을 계속 내는 연속파 레이저(continuous-wave laser, CW)인지 끊어 내는 펄스 레이저(pulsed laser)인지, 그리고 빔을 얼마나 작은 점에 모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빔 품질(beam quality)입니다.
두꺼운 금속을 자르고 잇는 일에는 센 빛이 계속 필요합니다. 금속 절단, 용접, 적층 제조에는 kW급 출력의 고출력 적외선 레이저가 필요하고, 그 대부분이 CW 레이저입니다. 일부는 평균 출력은 그대로 두고 첨두 출력(peak power)을 높이려고 밀리초 단위로 펄스를 내는 준연속(quasi-CW) 레이저입니다.
빔 품질의 요구도 일마다 다릅니다. 이 요구는 빔 파라미터 곱(beam parameter product, BPP)으로 나타낸 밝기로 견줄 수 있습니다. 금속 절단에는 더 높은 밝기(더 낮은 BPP)가 필요하고, 금속 용접은 그보다 낮은 밝기로도 됩니다.
미세 가공에서는 펄스가 주인공이 됩니다. 더 짧은 파장과 더 짧은 펄스가 가공 품질을 높이는 데 유리합니다. 피코초·펨토초 영역의 초단 펄스는 재료를 순간 증발시키고, 재료로 가는 열이 아주 적어 열영향부가 무시할 만큼 작아집니다.
레이저의 종류도 바뀌어 왔습니다. 예전 금속 절단의 주력은 이산화탄소(CO₂) 레이저였습니다. 값이 알맞은 디스크 레이저와 광섬유 레이저가 나오면서 많은 응용에서 CO₂ 레이저가 밀려났고, 레이저 용접과 원격 용접에도 보통 광섬유·디스크 레이저를 씁니다.
그래도 CO₂ 레이저가 남은 자리가 있습니다. 플라스틱이나 나무 같은 유기 재료는 CO₂ 레이저의 파장인 10.6 µm 빛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Newport는 이런 재료에서 CO₂ 레이저를 대신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재료가 그 파장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레이저를 고르는 데 걸린다는 예입니다.
자료에 나온 예를 표로 모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의 칸은 그 자료가 든 예일 뿐, 그 일에 그 레이저만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
| 가공 | 자료에 나온 레이저 | 빛을 내는 방식 | 자료 |
|---|---|---|---|
| 금속 절단 | 광섬유·디스크 레이저(예전 주력은 CO₂) | kW급, 대부분 CW | Newport |
| 플라스틱·나무 절단 | CO₂ 레이저(10.6 µm) | 자료에 없음 | Newport |
| 금속 용접 | 광섬유·디스크 레이저 | 대부분 CW, 일부 준연속 | Newport |
| 플라스틱 용접 | 다이오드 레이저 | 자료에 없음 | Newport, IPG |
| 마킹 | 광섬유 레이저 | 나노초 펄스 제품의 쓰임에 마킹이 있음 | IPG |
| 세정 | 광섬유 레이저 | CW 제품의 쓰임에 세정이 있음 | IPG |
| 미세 가공 | 짧은 펄스 레이저 | 피코초·펨토초 펄스 | Newport, Keller |
| 열처리·경화 | 다이오드 레이저 | 자료에 없음 | IPG |
제조사들이 드는 쓰임새도 이 그림과 겹칩니다. IPG는 산업용 CW 광섬유 레이저의 쓰임으로 절단, 용접, 세정, 표면 처리, 클래딩, 3D 프린팅을, 나노초 펄스 광섬유 레이저의 쓰임으로 어블레이션, 마킹, 미세 가공, 구멍 뚫기를 듭니다. IPG는 자사 다이오드 레이저의 쓰임으로 열처리, 금속 경화, 플라스틱 용접처럼 광섬유 레이저만큼 작게 모을 필요가 없는 일을 듭니다.
nLIGHT도 정밀 절단·용접에서 미세 가공, 적층 제조까지를 자기 레이저의 쓰임으로 듭니다. 순수 구리처럼 빛을 잘 반사하는 재료의 용접에는 파란 레이저도 쓰입니다. BWT는 구리가 적외선보다 파란 빛을 훨씬 잘 흡수한다는 점을 그 까닭으로 듭니다. 세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는 제조 업체 페이지에 모여 있습니다.
빛은 레이저에서 재료까지 어떻게 갈까요? 광섬유 레이저 기계에서는 광섬유 코어가 빔을 절단 헤드까지 이끌고, 헤드 안의 콜리메이터와 집광 렌즈가 빛을 재료 위에 모읍니다. CO₂ 레이저 2D 기계에서는 빔을 공작물의 어느 점으로든 보내려면 움직이는 거울이 적어도 두 장 필요합니다.
네 가지 일 밖의 쓰임도 있습니다. 금속 가루를 녹이거나 붙여 부품을 쌓는 적층 제조(3D 프린팅)는 보통 선택적 레이저 용융 또는 레이저 소결이라고 부릅니다. 초고속 레이저는 웨이퍼 다이싱 같은 정밀 가공과 함께 시력 교정 수술의 저손상 조직 어블레이션에도 쓰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레이저는 재료를 어떻게 가공하나: 흡수, 가열, 녹음": 빛이 재료 안에서 열로 바뀌는 과정과, 재료와 파장에 따라 결과가 다른 까닭을 풉니다.
- 레이저 종류 한눈에 보기: 기체, 고체, 광섬유, 반도체: 이 글에 나온 CO₂, 디스크, 광섬유, 다이오드 레이저가 어떤 무리에 드는지 표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