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저 사양표에는 숫자가 줄지어 있습니다. 출력이 몇 와트이고 빔 품질(beam quality)이 얼마인지 적혀 있습니다. 파장(wavelength)이 몇 나노미터인지, 선폭(linewidth)이 얼마인지도 나옵니다.
이 숫자는 모두 누군가 장비로 재어 얻은 값입니다. 그렇다면 그 장비는 빛의 무엇을 어떻게 잴까요?
빛의 출력, 모양, 색을 재는 기본 장비는 셋입니다. 파워미터(광 출력계, optical power meter)는 빔 전체가 나르는 출력이나 에너지를 숫자 하나로 보여 줍니다. 빔 프로파일러(beam profiler)는 빔의 단면에서 세기(intensity)가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그림으로 보여 주고, 스펙트럼 분석기는 빛을 파장별로 나누어 각 파장의 세기를 보여 줍니다.
세 장비는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출력이 같아도 빔 모양이 다를 수 있고, 모양이 같아도 파장과 선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세 장비가 무엇을 재는지와 그 숫자를 믿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핍니다. 출력, 에너지, 세기라는 말이 낯설다면 "출력, 에너지, 세기: W, J, W/cm² 헷갈리지 않기"를 먼저 보면 편합니다.
파워미터: 빛을 열이나 전류로 바꿔 잰다
파워미터는 빛을 직접 세지 않습니다. 빛을 센서에 흡수시켜 전압이나 전류로 바꾼 다음, 그 전기 신호를 읽어 와트(W)나 줄(J)로 보여 줍니다. 그래서 파워미터를 이해하는 열쇠는 센서가 빛을 무엇으로 바꾸느냐입니다.
첫째는 열을 거치는 서모파일(thermopile)입니다. 서모파일은 서로 다른 두 금속을 이은 열전대(thermocouple)를 여러 개 이어 붙인 센서입니다. 빛을 받는 쪽은 레이저가 데우고 반대쪽은 방열판에 붙어 있어서, 두 면 사이에 온도 차가 생깁니다. 이 온도 차가 만드는 전압은 온도 차에 비례하고, 온도 차는 다시 레이저 출력에 비례합니다.
둘째는 빛을 곧바로 전류로 바꾸는 광다이오드(photodiode)입니다. 광다이오드는 반도체의 p-n 접합으로 되어 있고, 접합에 빛이 떨어지면 전자와 정공이 짝으로 생겨 전류가 흐릅니다. 열을 거치지 않으니 반응이 빠릅니다.
셋째는 초전 센서(pyroelectric sensor)입니다. 레이저 펄스가 결정을 데우면 결정이 늘어나면서 안의 전기적 분극이 바뀌고, 이 변화가 전류를 만듭니다. 이렇게 생긴 전압의 변화 크기는 원래 펄스 에너지(pulse energy)에 비례합니다.
센서마다 잘 재는 빛이 다르다
세 센서의 차이는 속도, 파장, 빛의 모양에서 드러납니다. 서모파일은 데워지고 식는 데 시간이 걸려 응답이 느립니다. Newport 기술 노트는 그 응답 시간이 보통 몇 초 정도라서 서모파일을 CW나 준CW 광원의 출력을 재는 데만 쓴다고 적습니다. 응답 속도와 감도 사이에는 맞바꿈이 있어서, 한쪽을 얻으면 다른 쪽을 내주게 됩니다.
광다이오드는 빠르게 바뀌는 빛도 따라갑니다. 대신 감도가 파장에 크게 좌우됩니다. 응답도가 반도체 물질의 띠틈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측정 장비는 재려는 파장에 따라 센서 물질을 고릅니다. 빔 프로파일러를 예로 들면, 실리콘은 가시광과 근적외선에 감도가 있고 근적외선에는 게르마늄이나 인듐갈륨비소(InGaAs) 센서도 씁니다. 광다이오드는 감도가 높은 만큼 주변 조명에서 오는 잡음에도 약합니다.
초전 센서는 온도가 바뀌는 동안에만 신호를 냅니다. 그래서 펄스나 변조된 빛에만 반응하고, 한 펄스의 에너지를 재는 데 쓰입니다. 같은 센서로 출력을 재려면 신호를 정해진 주파수로 끊어 주어야 합니다.
이 차이는 평균 출력(average power)과 펄스 에너지라는 두 숫자로 이어집니다. 평균 출력은 CW 레이저와 펄스 레이저 모두에 붙는 사양이고, 펄스 레이저에서는 펄스 하나의 에너지도 중요한 값입니다. 펄스가 무엇인지는 "CW 레이저와 펄스 레이저는 어떻게 다른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짧은 펄스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Keller의 교과서 Ultrafast Lasers는 상용 장비의 전자식 시간 분해능이 1~10 ps 사이로 제한된다고 적습니다. 광검출기는 펄스의 세기만 재고 간섭 기법 없이는 위상을 알 수 없어서, 이보다 짧은 펄스의 길이는 광학 자기상관(optical autocorrelation) 같은 다른 방법으로 잽니다.
아주 센 빛에는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흡수체에 쌓인 열을 냉각수로 실어 보내고, 물의 흐름량과 온도 변화로 출력을 정하는 물 열량 측정(water calorimetry) 방식입니다. 빛을 열로 바꾼다는 점은 서모파일과 같고, 그 열을 무엇으로 읽느냐가 다릅니다.
측정값을 믿을 수 있게: 교정
파워미터 화면에 뜬 와트 값이 맞다는 것은 무엇이 보장할까요? 답은 교정(calibration)입니다. 센서가 내는 전기 신호를 와트로 바꾸어 읽으려면, 값을 정확히 아는 기준과 미리 견주어 두어야 합니다.
교정은 사슬처럼 이어집니다. 측정 결과를 기준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교정의 사슬로 되짚을 수 있는 성질을 추적성(traceability)이라 합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정책 문서는 이 사슬이 보통 국가 표준이나 국제 표준에 닿고, 사슬의 단계마다 측정 불확도가 더해진다고 설명합니다.
국가 표준 기관도 이 일을 서비스로 합니다. NIST의 교정 서비스 문서는 연속파 레이저에 쓰는 파워미터와 검출기의 절대 출력·에너지 측정을 다루고, 대상 파장은 325~1550 nm입니다. 교정 보고서에는 절대 교정 계수와 불확도 평가가 함께 들어갑니다. 교정된 값은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말하는 불확도와 함께 나옵니다.
빔 프로파일러: 빔의 단면을 본다
파워미터는 빔 전체를 숫자 하나로 줄입니다. 그런데 출력이 같아도 빛이 고르게 퍼져 있는지, 한가운데에 몰려 있는지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집니다. 빔이 쓰이는 자리의 세기, 곧 방사 조도(irradiance)를 알려면 빔 프로파일을 재야 합니다.
빔 프로파일러는 레이저 빔의 공간 분포를 재고 분석하는 장치입니다. 빔 프로파일은 흔히 레이저 단면의 스냅사진에 비유됩니다. 세기가 가로축과 세로축을 따라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한 장에 담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는 사진처럼 눈에 보이는 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위치마다 받은 빛의 세기를 숫자로 기록한 지도에 가깝습니다.
이 지도에서 빔 폭, 빔의 중심, 얼마나 찌그러졌는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같은 값을 뽑습니다. 빔 폭을 어디까지로 잡을지는 정의가 여러 가지이고, 대표적인 잣대는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에서 다룬 가우시안 빔(Gaussian beam)의 반지름입니다. 빔 프로파일 측정은 빔 품질(M²)을 재는 일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M²는 레이저가 이상적인 가우시안 빔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계수입니다.
빔 프로파일러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카메라 방식은 CCD나 CMOS 같은 배열 검출기로 단면 전체를 한꺼번에 찍습니다. 슬릿 주사 방식은 좁은 틈을 빔 앞으로 움직이며 검출기 하나로 빔의 일부씩을 받아 프로파일을 만듭니다.
두 방식은 보여 주는 것이 다릅니다. 카메라 방식은 빔의 참 2차원 영상을 주어 미세한 구조와 뜨거운 점까지 드러내고, 슬릿 방식은 그런 부분을 평균해 묻어 버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슬릿 방식은 보통 빔 크기를 더 정확히 재고 아주 작은 빔도 바로 잴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센서가 있으니 너무 센 빛에는 포화되거나 손상될 수 있습니다.
빔 모양은 한 번 재고 끝나는 값이 아닙니다. 새 레이저도 정해진 허용 범위 안에서만 사양대로이고, 오래 쓰면 특성이 더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빛을 보내는 경로도 온도·습도 변화, 먼지 같은 오염, 손상된 광학 부품 때문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펙트럼 분석기와 파장계: 빛을 색으로 나눈다
프리즘에 햇빛을 비추면 무지개색으로 갈라집니다. 광 스펙트럼 분석기(optical spectrum analyzer, OSA)도 같은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눈 대신 검출기로 빛의 양을 잽니다. 빛을 회절격자(diffraction grating)나 프리즘에 보내면 파장마다 다른 방향으로 꺾여 나갑니다. 방향을 보면 파장을, 그 방향으로 온 빛의 양을 보면 그 파장의 세기를 알 수 있습니다.
검출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름이 갈립니다. Keller의 교과서는 검출기 하나를 두고 격자나 프리즘을 돌려 한 번에 한 파장씩 재는 장치를 단색화 장치(monochromator)라 부릅니다. 검출기 배열이나 CCD 카메라로 갈라진 빛을 한꺼번에 재는 장치는 광 다채널 분석기(OMA)이고, 보통 단색화 장치보다 파장 분해능이 낮습니다.
파장을 재는 장비로는 파장계(wavelength meter)도 있습니다. 광섬유 측정의 참고서인 Derickson 엮음 Fiber Optic Test and Measurement는 파장계에 한 장을 따로 두고, 그 중심에 마이컬슨 간섭계를 쓰는 방식을 놓습니다. 간섭계가 무엇인지는 "간섭과 회절: 빛이 겹치고 퍼지는 방식"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선폭과 결맞음 시간
레이저 빛은 한 가지 파장만 낸다고들 하지만, 스펙트럼을 확대해 보면 언제나 폭이 조금 있습니다. 이 폭이 선폭입니다. 선폭은 보통 스펙트럼의 반치전폭(full width at half maximum, FWHM)으로 나타냅니다. 봉우리 높이의 절반이 되는 곳에서 잰 폭입니다.
선폭은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과 짝을 이룹니다. 결맞음 시간은 레이저 빛의 두 부분이 안정되게 간섭할 수 있는 대략의 시간 차이고, 보통 광학 간섭계로 잽니다. Keller의 교과서는 좁은 선폭이 긴 결맞음 시간에 해당한다고 적습니다. 결맞음 시간을 정하는 방식은 하나로 굳어 있지 않아서 자료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릅니다.
선폭만 따로 재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도체 다이오드 레이저를 예로 들면, 주파수가 아주 안정된 기준 레이저와 견주는 헤테로다인(heterodyne) 측정과 레이저 자신의 빛을 쓰는 자기 헤테로다인(self-heterodyne) 측정이 있습니다. Derickson의 책은 "고분해능 광 주파수 분석"이라는 장을 따로 두고 이런 선폭 측정을 다룹니다.
고출력 레이저와 측정
고출력 레이저를 만드는 업체의 자료에도 선폭 같은 측정 사양이 나오고, 한 광섬유 증폭기 업체는 제품의 특징으로 좁은 선폭을 듭니다. Exail은 지향성 에너지 레이저 부품 가운데 하나로 선폭이 좁은 단일 주파수 레이저를 듭니다. 광섬유 증폭기 하나가 전달할 수 있는 최대 출력은 비선형 브릴루앙 효과로 크게 제한된다고 적고, 그 설명에서 선폭을 함께 다룹니다. 이 효과가 유도 브릴루앙 산란(stimulated Brillouin scattering, SBS)이고, 자세한 내용은 "한 가닥의 한계 ①: 비선형 효과(SBS, SRS)"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사양표의 숫자 하나하나 뒤에는 그것을 잰 장비와 교정의 사슬이 있습니다. 출력은 파워미터, 빔 모양과 빔 품질은 빔 프로파일러, 파장과 선폭은 스펙트럼 분석기와 파장계가 맡습니다. 뉴스에서 레이저의 숫자를 볼 때도 그 값이 무엇을 잰 것인지부터 생각하면 덜 헷갈립니다.
다음에 읽을 글
"빔 품질이란: M², 발산각, 밝기"는 빔 프로파일러로 재는 값이 빔 품질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다룹니다.
"한 가닥의 한계 ①: 비선형 효과(SBS, SRS)"는 선폭이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에서 왜 중요한지를 이어서 설명합니다. "레이저 실험실에는 무엇이 있나: 광학 테이블에서 파워미터까지"는 이 장비들이 실험실 어디에 놓이는지를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