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는 빛을 키워서 내보내는 장치입니다. 키우는 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이 글은 그 일을 맡은 세 부분을 도표 세 장으로 하나씩 살펴봅니다.
대학 물리 교과서(OpenStax)는 레이저의 기본 구성 요소를 이득 매질(gain medium), 에너지원, 빛을 되먹이는 장치의 세 가지로 꼽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이 셋을 이득 매질, 펌핑(pumping), 공진기(optical resonator)라고 부릅니다.
"레이저란 무엇인가: 전구 빛과 무엇이 다른가"를 먼저 읽으면 편하지만, 이 글만으로도 따라올 수 있게 썼습니다.
빛을 불리는 원리: 유도 방출
원자 속 전자는 에너지 준위라고 부르는 여러 에너지 단계를 오르내립니다. 전자와 빛 사이에서는 세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첫째는 흡수(absorption)입니다. 이득 매질이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전자가 더 높은 준위로 올라갑니다. 원자는 알맞은 파장의 광자(photon)만 흡수합니다.
둘째는 자연 방출(spontaneous emission)입니다. 들뜬 원자는 홀로 있어도 광자를 내며 낮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때 광자는 아무 방향으로나 나갑니다.
셋째가 레이저의 핵심인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입니다. 이 생각은 1917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논문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들뜬 원자에 알맞은 에너지(파장)의 광자가 닿으면 원자가 광자를 하나 더 내놓는데, 새 광자는 처음 광자와 같은 방향, 같은 진동수, 같은 위상으로 나아갑니다.
광자 하나가 자기와 똑같은 광자를 하나 더 불러내는 셈입니다. 이렇게 생긴 광자들이 다시 다른 원자를 자극해 같은 일이 사슬처럼 이어집니다. 레이저의 빛이 불어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첫째, 이득 매질: 빛을 키우는 재료
이득 매질은 지나가는 빛을 키울 수 있는 재료입니다. 유리 같은 고체나 기체가 그 예입니다. 광학 용어 사전인 RP Photonics는 여기에 반도체, 색소 용액, 이온을 넣은 결정과 광섬유도 이득 매질의 종류로 꼽습니다.
그런데 아무 재료나 빛을 키우지는 못합니다. 빛이 매질을 지날 때 아래 준위의 원자는 빛을 흡수하고, 위 준위의 원자는 유도 방출로 빛을 보탭니다. 열평형 상태에서는 높은 준위일수록 원자가 적어서, 위 준위가 더 많은 상태는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두면 아래 준위의 원자가 더 많아 흡수가 이깁니다.
그래서 위 준위에 있는 원자가 아래 준위보다 많은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밀도 반전(population inversion)이라고 합니다. 들뜬 전자는 대부분 곧바로 바닥 상태로 돌아가지만, 일부는 오래 머무는 들뜬 상태인 준안정 상태(metastable state)에 머뭅니다. 교과서는 원자의 다수를 이 상태에 두는 조건을 밀도 반전이라고 부르고, 밀도 반전이 있어야만 빛이 커질 수 있습니다.
동전을 받는 창구와 내주는 창구가 섞인 길을 걷는다고 해 봅시다. 내주는 창구가 더 많아야 길을 갈수록 동전이 늘어납니다.
실제로는 창구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빛을 내준 원자는 아래 준위로 내려가 다음에는 흡수하는 쪽이 되고, 그래서 펌핑으로 계속 위로 올려 주어야 합니다. 또 들뜬 원자의 일부는 지나가는 빛과 상관없이 자연 방출로 저절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둘째, 펌핑: 에너지를 넣는 방법
앞에서 본 대로 그냥 두면 밀도 반전이 생기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에너지를 넣어 원자를 위 준위로 올려 주어야 하는데, 이 일을 펌핑이라고 합니다. 유리, 결정, 기체 같은 광학 물질 속 원자의 전자는 전류나 빛의 에너지를 흡수해 들뜹니다. 그래서 펌핑의 에너지는 전기나 빛으로 넣습니다.
빛으로 하는 방법을 광 펌핑(optical pumping)이라고 합니다. 흔한 펌프 광원으로는 방전 램프,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반도체 레이저), 다른 레이저가 있습니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소개하는 루비 레이저에서는 섬광관이 번쩍이며 루비 막대 안에 에너지를 넣습니다.
전기로 하는 방법은 전기 펌핑(electrical pumping)입니다. 기체 레이저와 반도체 레이저(레이저 다이오드)에서 특히 많이 쓰입니다. 어느 방법이든 목적은 같습니다. 이득 매질에 밀도 반전을 만들어 빛을 키울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셋째, 공진기: 빛을 가두고 골라 내는 거울
공진기는 빛을 이득 매질로 되돌려 보내 여러 번 지나게 하는 장치입니다. 많은 레이저는 매질 양 끝에 거울을 두어 이 일을 합니다. 거울에서 반사된 광자가 매질을 오가며 유도 방출을 키웁니다. 교과서는 이것을 빛을 되먹이는 장치라고 부르는데, 많은 레이저에서 반사로 만듭니다.
미국 물리학회(APS) 소식지에 따르면 양 끝에 거울 한 쌍을 달자는 생각은 아서 숄로(Arthur Schawlow)가 내놓았습니다. 공진기 안에는 스스로 되풀이되며 유지되는 빛의 분포가 있고, 이를 공진 모드(resonator mode)라고 부릅니다. 공진기 안에서 살아남는 빛의 무늬입니다.
숄로와 찰스 타운스(Charles Townes)가 1958년 학술지 Physical Review에 낸 논문의 초록은, 양 끝 벽만 반사가 잘 되게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추면 여러 공진 모드 가운데 하나를 골라 낼 수 있고, 그러면 아주 단색이고 결이 맞는 빛이 나온다고 적었습니다.
두 거울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한쪽 거울은 빛을 거의 다 되돌려 보내고, 다른 쪽은 일부를 내보내는 출력 거울(output coupler)입니다. 이 부분 반사 거울을 지나 나온 빛이 바로 레이저 빔입니다.
세 부분이 맞물려 레이저 빛이 나오기까지
아래 도표는 세 부분을 한 장에 모은 것입니다.
| 부분 | 하는 일 | 도표의 자리 |
|---|---|---|
| ① 이득 매질 | 유도 방출로 빛을 키운다 | 가운데 막대 |
| ② 펌핑 | 에너지를 넣어 밀도 반전을 만든다 | 아래에서 들어오는 화살표 |
| ③ 공진기 | 빛을 되돌려 매질을 여러 번 지나게 한다 | 양 끝의 두 거울 |
순서대로 따라가면 이렇습니다. 펌핑이 이득 매질에 밀도 반전을 만듭니다. 자연 방출로 생긴 광자 몇 개가 레이저 빛이 쌓이기 시작하는 첫 씨앗이 됩니다.
거울 사이를 오가는 광자는 매질을 지날 때마다 유도 방출로 늘어납니다. LLNL은 이를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실제로는 흡수와 거울 손실, 출력 거울로 빠져나가는 빛이 있어서 매번 정확히 두 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옆으로 나간 빛은 거울로 돌아오지 못해 커지지 못하고, 두 거울 사이를 똑바로 오가는 빛만 계속 커져 한 방향의 빔이 됩니다.
여기서 문턱(threshold)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빛이 얻는 이득이 공진기의 손실과 딱 같아지는 상태를 레이저 문턱이라고 부릅니다. 펌핑이 약해 이득이 손실을 메우지 못하는 동안에는 레이저 빛이 나오기 시작하지 않습니다. 문턱을 넘으면 펌핑을 늘릴수록 레이저 출력이 커집니다.
출력 거울도 이 문턱과 이어집니다. 출력 거울의 투과율을 낮추면 문턱에 필요한 펌프 출력이 낮아지지만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 흔히 출력이 가장 크게 되도록 투과율을 고릅니다.
다음에 읽을 글
이 사이트는 읽는 길의 순서대로 읽으면 편합니다. 이 글 다음으로는 아래 글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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