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방열 핀이 있는 작은 금속 모듈 안에서 아주 작은 발광점들이 한 줄로 주황빛을 내고, 모듈 앞에서 나온 광섬유가 둥글게 휘어 뒤쪽 상자 쪽으로 이어지며, 그 상자에 가는 붉은 빛줄기가 닿아 있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든 결정을 쓰는 고체 레이저든, 레이저 빔의 에너지는 결국 콘센트의 전기에서 옵니다. 그런데 전기가 곧바로 레이저 빔이 되지는 않습니다. 많은 레이저에서는 그 사이에 전기를 먼저 빛으로 바꾸는 작은 반도체 부품이 있습니다.

이 부품이 펌프 다이오드(pump diode)입니다. 이 글은 펌프 다이오드가 어떻게 빛을 내는지, 왜 여러 개를 묶어 쓰는지, 왜 파장을 골라야 하는지 차례로 살핍니다. 끝에서는 열과 수명이라는 숙제와 국방용 레이저 업체들이 공개한 설명도 봅니다.

레이저의 연료는 빛이다

레이저는 세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빛을 키우는 이득 매질(gain medium), 그 매질에 에너지를 넣는 펌핑(pumping), 빛을 되먹이는 공진기(optical resonator)입니다. 세 가지가 무엇인지는 「레이저를 이루는 세 가지: 이득 매질, 펌핑, 공진기」에 풀어 두었습니다.

고체 레이저는 빛으로 펌핑해서 밀도 반전(population inversion)을 만듭니다. 펌프 광원으로는 섬광등(flashlamp)을 쓰기도 하고,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LD) 같은 다른 레이저 광원을 쓰기도 합니다. 광섬유 레이저는 거의 모두 레이저 다이오드나 다른 광섬유 레이저의 빛으로 펌핑합니다.

이런 레이저에게 펌프 빛은 자동차의 연료와 비슷합니다. 넣어 준 만큼만 레이저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연료는 같은 기름을 넣으면 되지만, 펌프 빛은 받는 이득 매질이 잘 흡수(absorption)하는 파장이어야 합니다.

펌핑의 에너지 사슬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린 개념도. 전기가 펌프 다이오드로 들어가고, 펌프 다이오드가 낸 펌프 빛이 이득 매질로 들어가며, 이득 매질에서 레이저 빔이 나온다. 펌프 다이오드 아래로는 빛이 되지 못한 전기가, 이득 매질 아래로는 펌프 빛과 레이저 빛의 에너지 차이가 열로 빠져나가는 보라색 화살표가 있다
펌핑의 에너지 사슬. 펌프 다이오드는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첫 고리이고, 두 고리 모두에서 일부가 열이 됩니다. 화살표 굵기에 수치의 뜻은 없습니다 (도표)(도표)

펌프 다이오드는 이 사슬의 첫 고리입니다.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고리에서도, 그 빛을 레이저 빛으로 바꾸는 고리에서도 에너지의 일부는 열로 빠져나갑니다. 펌프 다이오드를 알면 레이저의 열이 어디서 생기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레이저 다이오드는 어떻게 빛을 내나

펌프 다이오드는 펌프 광원으로 쓰는 레이저 다이오드입니다. 레이저 다이오드는 반도체 레이저(semiconductor laser)의 다른 이름입니다. 반도체의 접합에 순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면서 다이오드처럼 동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릅니다.

접합은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가 만나는 곳입니다. 이 접합 부분에 전하 운반자를 밀어 넣으면 이들이 재결합하면서 빛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류를 충분히 세게 넣으면 밀도 반전이 이루어지고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이 일어납니다.

반도체 안을 들여다보면, 보통의 다이오드 레이저는 전자가 전도대(conduction band)에서 가전자대(valence band)로 내려가는 전이로 빛을 냅니다. 두 띠 사이의 에너지 간격을 띠 간격(bandgap)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이득 매질은 이 띠 간격을 설계해서 내는 빛의 파장을 유연하게 고를 수 있습니다.

공진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반도체와 공기는 굴절률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반도체 결정의 면이 스스로 공진기 구실을 할 만큼 빛을 되비출 수 있습니다.

가장자리로 빛을 내는 레이저 다이오드를 옆에서 본 개념도. 위에 p형 반도체 층, 아래에 n형 반도체 층이 있고 그 사이에 얇은 접합이 있다. 전류는 위에서 아래로 접합을 지나 흐른다. 접합 안에서 빛이 뒷면과 앞면 사이를 오가고, 거울 구실을 하는 앞면을 지나 레이저 빛이 오른쪽으로 나간다
레이저 다이오드의 개념도. 접합에 순방향 전류를 흘리면 빛이 생기고, 결정의 두 면이 거울 구실을 하는 공진기가 됩니다. 치수, 재료, 층의 수는 그리지 않았습니다 (도표)(도표)

Newport는 레이저 다이오드가 다른 레이저보다 앞서는 점으로 높은 출력과 효율, 작은 크기, 전자 부품과 잘 어울리는 점을 듭니다. 전기로 바로 펌핑하고 설계가 작으며 반도체 제조 공정이 무르익은 덕분이라는 설명입니다. 레이저 다이오드는 광데이터 저장과 광통신에 쓰이고, 고체 레이저의 펌프 광원으로도 쓰입니다.

하나에서 여럿으로: 이미터, 바, 배열

레이저 다이오드 칩에서 빛이 나오는 자리를 이미터(emitter)라고 부릅니다. 칩 하나에 이미터가 하나면 단일 이미터(single emitter)이고, 긴 칩에 이미터를 한 줄로 늘어놓으면 레이저 바(laser bar)입니다. 초고속 레이저 교과서의 그림 설명을 보면, 따로따로인 반도체 레이저를 한 배열 안에 가로로 늘어놓고 세로로도 쌓을 수 있습니다.

빛이 나오는 앞면에서 본 다이오드 레이저의 세 가지 모양. 왼쪽은 칩 하나에 빛 나오는 곳이 하나인 단일 이미터, 가운데는 긴 칩 하나에 이미터가 한 줄로 늘어선 레이저 바, 오른쪽은 바 여러 개를 세로로 쌓은 배열이다. 아래에 이미터들이 서로 결합되어 있지 않아 모은 빛의 공간 결맞음이 낮다는 설명이 있다
단일 이미터, 레이저 바, 쌓은 배열. 이미터끼리는 결합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터와 바의 개수는 그림을 위한 것이고 실제 값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다이오드로 펌핑하는 고체 레이저는 보통 이런 고출력 반도체 다이오드 배열이나 바로 펌핑합니다. 배열이나 바를 이루는 다이오드 레이저 하나하나는 서로 결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빛의 공간 결맞음(coherence)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도 이런 배열의 빛은 보통의 섬광등보다 훨씬 밝습니다.

여기서 밝기(brightness)는 단위 넓이당 출력을 가리킵니다. 다이오드 배열의 밝기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좋아졌습니다.

단일 이미터 여러 개의 빛을 광섬유로 모아 내보내는 다이오드 레이저도 있습니다. nLIGHT는 자기 반도체 레이저가 단일 이미터 다이오드와 밝기 높은 광섬유 결합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힙니다.

파장을 흡수선에 맞추기

이득 매질은 아무 빛이나 잘 먹지 않습니다. 원자나 이온이 잘 흡수하는 파장이 따로 있고, 그 좁은 자리를 흡수선(absorption line)이라고 부릅니다. 펌프 빛이 흡수선을 비켜 가면 그만큼 쓰이지 못합니다.

다이오드 배열은 보통의 섬광등보다 스펙트럼이 훨씬 좁습니다. 그래서 고체 레이저의 흡수선에 바로 맞출 수 있고, 펌프 빛이 더 효율적으로 흡수되며 열 효과는 줄어듭니다. 펌프 빛의 에너지가 레이저 빛의 에너지에 가까울수록 더 그렇습니다.

가로축이 파장이고 값이 없는 개념 그래프. 초록 곡선은 이득 매질의 흡수로, 가운데에 좁고 높은 흡수선이 있다. 주황색의 좁은 봉우리는 다이오드 빛으로 그 흡수선 위에 겹쳐 있다. 회색의 넓고 낮은 띠는 램프 빛으로 여러 파장에 넓게 퍼져 있고 대부분 흡수선을 비켜 간다
흡수선에 파장 맞추기. 스펙트럼이 좁은 다이오드 빛은 흡수선에 맞출 수 있고, 넓게 퍼진 램프 빛은 상당 부분이 흡수선을 비켜 갑니다. 축에 값이 없는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두 에너지의 차이를 양자 결손(quantum defect)이라고 부릅니다. 펌프 광자가 보통 더 큰 에너지를 지니고, 능동 광섬유에서는 이 차이가 가장 중요한 열원으로 꼽힙니다. 펌프 파장을 고르는 일은 흡수와 열을 함께 정하는 일인 셈입니다.

그래서 펌프 다이오드는 툴륨 광섬유 레이저용 793 nm, 어븀용 1532 nm, 고체 레이저용 808 nm처럼 받는 쪽에 맞춘 파장으로 나옵니다. 915 nm나 976 nm를 이름에 달고 레이저 펌핑용이라고 밝힌 모듈도 있습니다.

파장은 한번 정하면 그대로일까요? 파장 안정화(wavelength stabilized)를 내건 제품은 이 물음을 겨냥합니다. nLIGHT의 설명으로는, 파장을 안정화한 스펙트럼은 넓은 온도와 전류 범위에서 고정되어 펌핑에서 고르게 높은 흡수를 줍니다. 안정화하지 않으면 온도와 전류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르지 않은 빛을 좋은 빔으로

다이오드 배열의 빛은 섬광등보다 밝아도 빔 품질(beam quality)은 낮습니다. 다이오드 펌핑 고체 레이저의 중요한 장점이 여기서 나옵니다. 값이 비교적 싸고 빔 품질이 낮은 다이오드 배열과 바의 펌프 빛을, 회절 한계에 가까운(near-diffraction-limited) 출력 빔으로 좋은 효율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내리는 빗물을 모아 수도꼭지 하나로 내보내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이득 매질은 펌프 빛을 모아서 그대로 내보내지 않고, 펌프 빛에서 받은 에너지로 결이 고른 새 빛을 유도 방출로 만들어 냅니다.

광섬유 레이저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입니다. 2010년에 나온 리뷰 논문(Richardson, Nilsson, Clarkson)의 초록은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의 성공을 주로 광섬유의 기하, 곧 가늘고 긴 모양 덕분으로 봅니다. 이 모양이 비교적 밝기가 낮은 다이오드 펌프 빛을 밝기가 높은 레이저 출력으로 효율적으로 바꾸게 한다는 것입니다.

공간 모드의 품질이 낮은 다이오드 빛을 광섬유에 효율적으로 넣으려고 흔히 이중 클래드 광섬유(double-clad fiber)를 씁니다. IPG는 측면 펌핑으로 여러 펌프 다이오드의 빛을 이득 광섬유의 클래드(cladding)에 넣는다고 설명합니다. FiberBridge Photonics의 부품 목록에도 1 µm, 1.5 µm, 2 µm용 측면 펌프 결합기(side-pump combiner)가 있습니다.

펌프 빛이 광섬유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중 클래드 광섬유와 펌프 빛 넣기」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열과 수명: 펌프 다이오드의 어려운 점

레이저 다이오드는 효율이 높은 편이지만, 넣은 전기를 모두 빛으로 바꾸지는 못합니다. 영국 용접 연구소 TWI는 다이오드 빛을 바로 쓰는 직접 다이오드 레이저의 대표 전기-광 변환 효율(wall-plug efficiency)을 30~50%로 적습니다. 펌프 다이오드 하나의 값은 아니지만, 다이오드 빛을 바로 쓰는 장치에서도 넣은 전기의 절반 넘게가 빛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빛이 되지 못한 전력은 열이 되고, 이 열은 빼내야 합니다. 단일 이미터 펌프는 물이나 바람으로 식히기도 하고, 바를 쌓은 배열은 미세 채널 냉각기를 쓰기도 합니다.

다이오드도 영원히 쓰는 부품은 아닙니다. TWI는 일부 고체 레이저에서 램프는 보통 1000시간마다, 다이오드는 보통 10000시간마다 바꾼다고 적습니다. 다이오드가 램프보다 오래 가지만, 정기적으로 바꾸는 부품이라는 뜻입니다.

광섬유 레이저 전체로 넓혀 보면 열은 더 큰 문제가 됩니다. 2010년 리뷰 초록은 광섬유 레이저의 성능을 묶는 핵심 요인으로 특히 열 관리(thermal management), 광학 비선형성, 손상을 꼽습니다. 펌프 다이오드에 전기를 대고 열을 실어 나르는 장비는 다음 글의 주제입니다.

국방 레이저와 펌프 다이오드

국방용 레이저를 내세우는 업체의 소개 글에서도 펌프 다이오드를 찾을 수 있습니다. nLIGHT는 항공우주·국방 고객에게 대응 수단(countermeasures),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 라이다(LiDAR), 항법 같은 쓰임의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공급해 왔다고 소개합니다. 이 회사의 제품군에는 지향성 에너지(directed energy)용으로 내건, 밝기 높은 파장 안정화 976 nm 제품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회사가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실제 무기 체계에 어느 회사의 다이오드가 들어갔는지는 이 쪽들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