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객기의 제트 엔진 안에는 날개가 촘촘히 박힌 바퀴가 여러 줄 돌고 있습니다. 공기를 눌러 압력을 높이는 압축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전 부품이 하나도 없는 제트 엔진도 있습니다. 램제트(ramjet)와 스크램제트(scramjet)입니다.
날개 달린 바퀴 없이 어떻게 공기를 누를까요? 답은 비행체 자신의 속도입니다. 빠르게 달려드는 공기를 엔진 입구로 받아 누르는 것입니다.
대신 그 속도를 처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얻어야 하고, 마하 5 근처에서는 또 다른 벽을 만납니다. 램제트와 스크램제트는 바로 그 벽에서 갈립니다.
제트 엔진의 공통 흐름
추력은 항공기를 공기 속으로 밀고 나가는 힘입니다. 어떤 추진 장치든 추력은 뉴턴의 제3법칙, 곧 작용과 반작용에서 나옵니다. 엔진이 기체를 뒤로 세게 내보내면, 그 반작용으로 엔진이 앞으로 밀립니다. 추력의 크기는 엔진을 지나는 기체의 양과, 그 기체가 나가는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제트 엔진에서 기체를 마지막으로 가속하는 곳은 노즐입니다. 연료가 타서 생긴 뜨거운 기체가 노즐을 지나며 빨라지고, 그 반작용이 추력이 됩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노즐로 흐름이 계속 빠져나가려면 연소가 노즐 출구보다 높은 압력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제트 엔진은 태우기 전에 공기를 눌러야 합니다. 모든 제트 엔진에는 바깥 공기를 들이는 흡입구(inlet)가 있고, 그 뒤에서 압력을 높이는 방법이 엔진마다 다릅니다.
입구를 쥐고 있던 고무풍선을 놓으면 풍선이 바람이 빠지는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풍선은 안에 담아 둔 공기만 내보내지만, 제트 엔진은 바깥 공기를 쉬지 않고 들여 연료와 함께 태웁니다.
터보제트: 팬이 공기를 누른다
대부분의 현대 여객기와 군용기는 가스터빈 엔진, 흔히 제트 엔진이라 부르는 엔진으로 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나왔고 가장 단순한 것이 터보제트(turbojet)입니다.
터보제트는 흡입구로 주변 공기를 많이, 계속 들입니다. 공기는 곧 압축기(compressor)로 들어갑니다.
NASA 글렌 연구센터의 교육 자료는 압축기를 줄마다 압력을 조금씩 올리는 작은 날개의 여러 줄로 설명하고, 전기 선풍기에 견줍니다. 제목의 "팬"이 바로 이 압축기입니다. 선풍기처럼 돌리려면 에너지를 넣어 줘야 하고, 압축기를 빠져나온 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압력이 훨씬 높습니다.
이 공기에 연소실에서 연료를 섞어 태웁니다. 뜨거운 기체는 노즐로 가기 전에 터빈(turbine)을 지납니다. 터빈은 풍차처럼 흐름에서 에너지를 빼내 돌고, 가운데 축으로 이어진 압축기를 돌립니다. 터빈이 에너지를 조금 가져가도 남은 에너지가 노즐에서 기체를 빠르게 내보내 추력을 냅니다.
램제트: 속도로 공기를 누른다
램제트에는 압축기도 터빈도 없습니다. 비행체가 빠르게 나아가는 힘으로 바깥 공기를 연소실에 "밀어 넣어(ramming)" 높은 압력을 만듭니다. 이름의 "램"이 여기서 왔습니다. 돌아가는 기계가 빠지니 터보제트보다 가볍고 단순합니다.
달리는 차의 창밖으로 손바닥을 내밀면 바람이 손을 세게 누르는 것을 느낍니다. 차가 빠를수록 그 힘도 커집니다. 실제 램제트는 손바닥처럼 공기를 막아 세우지 않습니다. 흡입구가 들어오는 공기를 늦추면서 연소실 쪽으로 밀어 넣습니다.
이 방식에는 분명한 대가가 있습니다. 램제트는 비행체가 이미 움직이고 있을 때만 추력을 냅니다. 엔진이 서 있으면 추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램제트가 추력을 내기 시작하는 속도까지는 다른 추진 장치로 비행체를 가속해야 합니다.
NASA의 램제트 쪽에는 그런 예가 두 장 실려 있습니다. 몸통 아래에 램제트를 매단 X-15 로켓 비행기, 그리고 미사일에 쓰인 램제트 흡입구의 풍동 시험입니다. 두 경우 모두 로켓이 램제트를 먼저 속도까지 올립니다. 그 뒤로는 속도가 높을수록 램제트가 잘 작동하지만, 공기역학적 손실이 주된 요인이 되기 전까지입니다.
램제트라는 생각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그 바탕이 된 처음 생각 가운데 일부는 1900년대 초 유럽에서 나왔습니다.
마하 5의 벽과 스크램제트
빠르기를 말할 때는 마하수(Mach number)를 씁니다. 비행 속도를 그 공기 속 소리의 속도로 나눈 값입니다.
M = V / a
여기서 M은 마하수, V는 비행 속도, a는 그 공기 속 소리의 속도입니다. 마하수가 1보다 작으면 아음속, 1보다 크면 초음속입니다. 소리 속도의 다섯 배를 넘으면(M > 5) 극초음속이라고 부릅니다. 초음속으로 나는 물체는 표면에서 충격파(shock wave)를 만듭니다.
램제트의 연소는 연소실 안에서 아음속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니 초음속으로 날고 있다면, 흡입구가 들어오는 공기를 소리보다 느리게 늦춰야 합니다. 이때 흡입구 안의 충격파가 손실을 낳습니다.
마하 5를 넘으면 램제트 추진은 매우 비효율적이 되고, 그보다 훨씬 빨라지면 충격파 손실이 너무 커져 엔진이 순추력(net thrust)을 더는 내지 못합니다.
해법은 공기를 소리보다 느리게까지 늦추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1960년대에 연소를 초음속으로 하는 개량 램제트가 제안됐습니다. 이것이 초음속 연소 램제트(supersonic combustion ramjet), 줄여서 스크램제트입니다. 흐름을 늦추는 데서 오는 손실이 줄어들어, 극초음속 비행체에서도 순추력을 낼 수 있습니다.
두 엔진 모두 연소에 바깥 공기를 씁니다. 산소를 모두 싣고 다녀야 하는 로켓보다 대기 안에서 효율이 높은 까닭입니다. NASA 교육 자료는 램제트를 대기 안의 매우 빠른 비행에, 스크램제트를 대기 안의 극초음속 비행에 알맞은 엔진으로 설명합니다.
비행 시험과 미사일
스크램제트가 실제로 날았다는 것을 보인 기체가 NASA의 X-43A입니다. 사람이 타지 않는 이 시험기는 B-52 항공기에서 페가수스(Pegasus) 로켓의 앞부분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로켓이 X-43을 마하 7 가까이 올리면 X-43이 떨어져 나와 스크램제트로 날았습니다. 여기서도 처음 속도는 로켓이 맡았습니다.
NASA는 이 비행을 40년에 걸친 초음속 연소 램제트 연구의 결실로 소개합니다. 2004년 3월, 스크램제트로 나는 비행기가 처음으로 자유 비행을 했습니다.
이때 X-43A는 마하 6.8, 약 5,000 mph로 약 11초 동안 스크램제트 힘으로 날았습니다. 같은 해 11월 16일에는 똑같이 만든 또 한 대가 마하 9.6을 넘는 속도, 약 6,800 mph에 이르렀고, 이것이 X-43A 사업의 마지막 비행이었습니다. 두 비행 모두 공기 흡입 엔진으로 나는 항공기의 세계 속도 기록을 세웠습니다.
무기 쪽에서는 극초음속 무기 이야기에서 이 엔진이 등장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극초음속 무기를 적어도 마하 5로 나는 무기로 정의하고, 크게 두 갈래로 나눕니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로켓으로 쏘아 올린 뒤 표적까지 활공합니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고속 공기 흡입 엔진, 곧 스크램제트로 납니다.
같은 보고서는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공군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HAWC(Hypersonic Air-breathing Weapon Concept) 사업도 다룹니다. 공중에서 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시연하려던 사업입니다. DARPA는 2022년 3월과 7월, 2023년 1월에 B-52 폭격기에서 HAWC를 쏘아 시험했고, 이 사업은 끝났습니다.
남는 어려움: 열과 시작 속도
첫째 어려움은 열입니다. NASA 교육 자료는 높은 초음속에서 공력 가열(aerodynamic heating)이 항공기 설계에서 매우 중요해진다고 설명합니다. 극초음속에서는 비행체의 에너지 일부가 공기 속 질소와 산소 분자의 결합을 들뜨게 하는 데까지 들어가, 힘을 계산할 때 공기의 화학까지 따져야 합니다. 흡입구는 본디 속이 빈 관이지만, 램제트·스크램제트의 흡입구는 높은 온도를 견디는 재료로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는 시작 속도입니다. 램제트도 스크램제트도 혼자 출발하지 못합니다. X-15에 매단 램제트, 미사일용 램제트 흡입구의 풍동 시험, X-43A 모두 로켓이 먼저 속도를 만들어 줬습니다. 엔진 하나로 끝나지 않고 다른 추진 장치와 짝을 이뤄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는 엔진과 몸체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크램제트가 제안된 뒤 시작된 시험은 초음속 연소기를 설계하는 일과 함께, 흡입구와 노즐을 기체와 더 잘 통합하는 일을 다뤘습니다.
열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레이저 무기에서도 중요한 물음입니다. 고출력 레이저가 빛이 되지 못한 에너지를 어떻게 열 관리(thermal management)하는지는 냉각과 열 관리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순항미사일: 비행기와 무엇이 비슷할까: 공기 흡입 엔진으로 나는 미사일의 큰 그림을 봅니다.
- 극초음속 활공체(HGV): 탄도미사일과 비행 경로가 다를까: 극초음속 무기의 다른 갈래인 활공체를 봅니다.
-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 연료 형태가 무엇을 바꿀까: 램제트와 스크램제트를 먼저 가속해 주는 로켓 쪽을 봅니다.
-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 레이저 무기에서 열을 다루는 법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