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새벽 콘크리트 발사대에 표식 없는 흰 다단 로켓이 서 있고, 하늘에는 대기의 가는 곡선과 옅은 비행 경로 선이 보이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1962년 1월 3일, NASA 유인우주선센터는 제미니 계획에 쓸 발사체로 타이탄 II를 조달하는 작업 명세서를 마련했습니다. 미사일의 모양과 기본 체계를 거의 그대로 쓰기로 한 것입니다. 그해 3월 미 공군은 같은 타이탄 II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시험 발사했습니다.

사람을 우주로 보낼 로켓과 대륙을 건너는 미사일이 거의 같은 몸을 쓸 수 있었던 셈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실마리는 로켓 기술 자체가 겹친다는 데 있습니다. 갈리는 곳은 짐을 궤도 속도까지 올려 궤도에 넣느냐, 궤도에 들지 않고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오느냐입니다.

무엇을 ICBM이라 부르나

탄도미사일은 어디서 쏘는지, 얼마나 멀리 가는지, 무엇을 싣는지가 저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흔히 사거리로 나눕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기본 해설서가 쓰는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분류표적까지의 거리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300~1,000 km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1,000~5,500 k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5,500 km 넘음

ICBM은 이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가는 탄도미사일입니다. 같은 해설서는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을 대개 지역 분쟁을 위한 전술 능력으로, ICBM을 전략 공격을 억제하려는 전략 억제 전력으로 본다고 적었습니다. 이름에 "대륙간"이 붙었지만, 분류를 정하는 것은 거리 기준입니다.

탄도미사일이 왜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지는 이 묶음의 "탄도미사일: 왜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올까"에서 따로 다룹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가장 멀리 가는 갈래만 봅니다.

올라가고, 떠가고, 내려온다

미 미사일방어청(MDA)은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흔히 상승(boost), 중간(midcourse), 종말(terminal)의 세 단계로 나눈다고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로켓 엔진이 타면서 미사일을 밀어 올립니다. 이것이 상승 단계입니다.

부스터가 다 타면 중간 단계가 시작됩니다. 이때 미사일은 엔진 없이 우주에서 표적 쪽으로 관성으로 날아갑니다. MDA는 이 단계가 길게는 20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마지막 종말 단계는 미사일이 대기권에 다시 들어오면서 시작되고, 아주 짧습니다.

발사 지점에서 시작해 높이 솟았다가 내려오는 곡선. 처음 짧은 주황색 구간은 엔진이 타는 상승 단계, 부스터가 다 탄 점부터 우주를 지나는 회색 점선은 중간 단계, 대기권에 다시 들어온 점부터 땅까지의 짧은 붉은 구간은 종말 단계다. 축척과 값이 없는 개념 그림이라는 메모가 있다
탄도미사일 비행의 세 단계. 미 미사일방어청의 구분을 개념으로만 그렸습니다 (도표)(도표)

CRS 해설서는 상승 단계와 중간 단계 사이에 "상승 뒤 단계(post-boost)"를 하나 더 넣어 네 단계로 적기도 합니다. 자료에 따라 나누는 칸 수가 다를 뿐, 엔진이 타는 구간과 관성으로 나는 구간, 대기권으로 돌아오는 구간이라는 큰 흐름은 같습니다.

던진 공을 떠올리면 모양이 비슷합니다. 손을 떠난 공은 더 밀어 주는 것 없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집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미사일은 처음 상승 단계 동안 엔진이 계속 밀어 주고, 중간 단계를 대기권 밖 우주에서 보냅니다.

단을 버리며 가벼워지는 로켓

로켓은 추진 장치가 만든 추력으로 자기 무게를 이겨 냅니다. NASA 글렌 연구센터의 교육 자료를 보면, 위성을 쏘는 실물 크기 발사체에서 탑재물은 이륙 무게의 작은 일부입니다. 무게의 대부분은 추진제입니다.

문제는 추진제가 타서 줄어드는 동안 생깁니다. 처음에 가득 찬 추진제를 담느라 필요했던 탱크와 구조물이 거의 빈 채로 남아, 기체 무게에서 차지하는 몫이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발사체는 궤도 속도에 이르도록 기체를 가볍게 하려고 일부를 떼어 버립니다. 이것을 단 분리(staging)라고 합니다.

방식은 두 가지인데, 그 가운데 직렬 방식은 큰 1단 위에 작은 2단을 얹습니다. 1단은 발사 때 점화돼 추진제가 다할 때까지 탑니다. 1단이 꺼지면 2단이 1단에서 떨어져 나와 자기 엔진을 켭니다. 달 로켓 새턴 V는 3단 로켓이었고, 지구 궤도까지 가는 길에 두 번 단을 나눴습니다.

두 칸 도표. 왼쪽 직렬 방식은 큰 1단 위에 작은 2단과 탑재물이 얹혀 있다가, 빈 1단이 떨어지고 2단이 점화된다. 오른쪽 병렬 방식은 가운데 로켓 양옆에 작은 로켓 두 개를 묶어 모든 엔진을 함께 켜고, 묶은 로켓이 떨어진 뒤에도 가운데 로켓이 계속 탄다. 실제 로켓 모양이 아니라는 메모가 있다
단을 버리는 두 방식: 직렬과 병렬 (도표)(도표)

병렬 방식은 가운데 로켓 옆에 작은 1단 여러 개를 묶습니다. 발사 때 모든 엔진을 함께 켜고, 묶은 로켓의 추진제가 다하면 그것만 버립니다. 가운데 로켓은 계속 타며 탑재물을 궤도로 나릅니다. 우주왕복선이 이 방식을 썼습니다.

두 방식을 함께 쓰는 발사체도 있습니다. 타이탄 III는 액체 추진 2단 로켓인 타이탄 II를 가운데에 두고, 발사 때 고체 로켓 두 개를 옆에 묶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타이탄 II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같은 로켓, 다른 짐: 우주발사체와 갈리는 곳

궤도는 우주에서 한 물체가 다른 물체 둘레를 도는 규칙적이고 되풀이되는 길입니다. NASA는 이것을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과 중력의 줄다리기로 설명합니다.

중력이 없다면 위성은 직선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옆으로 가는 운동이 너무 크면 궤도에 들지 못하고 지나가고, 너무 작으면 끌려 내려와 떨어집니다.

둘이 맞을 때 물체는 늘 지구 쪽으로 떨어지면서도, 옆으로 충분히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땅에 닿지 않습니다. 이 속도가 궤도 속도입니다. NASA 자료에 따르면 지구 위 242 km(150마일) 높이에서 궤도 속도는 시속 약 17,000마일입니다.

지구 위 한 점에서 옆으로 출발한 세 갈래 길. 옆으로 가는 속도가 모자라면 끌려 내려와 지구에 떨어지고, 알맞으면 지구 둘레를 계속 떨어지며 도는 궤도(점선 원)가 되고, 너무 빠르면 궤도에 들지 못하고 지나간다. 축척이 없다는 메모가 있다
궤도에 머물지, 다시 떨어질지는 옆으로 가는 속도에 달렸습니다. NASA의 궤도 설명을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이제 두 로켓의 짐을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위성 발사체는 마지막 단 위에 실은 탑재물을 궤도에 올려놓습니다. 탄도미사일은 궤도에 들지 않은 채, 부스터가 다 탄 뒤 우주를 관성으로 날다가 대기권으로 들어옵니다. 앞의 줄다리기로 말하면, 궤도에 머무는 길이 아니라 끌려 내려오는 길입니다.

미사일이 우주발사체가 된 사례

글 첫머리의 제미니 계획이 그 사례입니다. NASA 역사 자료의 제미니 연표를 보면, 그 명세서는 미사일의 공기역학 모양과 기본 체계, 추진 개념을 그대로 두게 했습니다. 고치는 것은 주로 승무원 안전을 위한 것만, 그것도 최소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같은 연표에 따르면 미사일에서 제미니 발사체로 갈 때 비행 제어 체계의 큰 변화는 유도 방식이었습니다. 타이탄 II의 관성 유도 체계를 전파 유도 체계와 타이탄 I의 3축 기준 체계로 바꿨습니다. 1962년 2월 22일에는 마틴사(Martin-Baltimore)가 제미니 발사체의 비행 제어·유압 하부 체계를 이중으로 만드는 첫 제안을 냈습니다.

그 사이 1962년 3월 16일, 공군은 타이탄 II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쏘았습니다. 연표는 이것이 이 기체의 첫 실물 크기 시험이었다고 적었습니다. 미사일의 첫 시험과 발사체로 고치는 준비가 같은 해에 나란히 움직인 것입니다.

국제 규범이 두 로켓을 함께 보는 까닭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는 미사일과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막으려는 나라들의 비공식 정치적 합의입니다. 1987년 G-7 산업국이 만들었고, MTCR 누리집에 따르면 회원국은 35개국입니다. 이 체제의 부속서는 통제 품목을 범주 I과 범주 II로 나눕니다.

가장 강하게 자제하는 범주 I에는 사거리 300 km와 탑재 500 kg 기준을 넘는 완성 로켓 체계가 들어갑니다. 이 묶음에는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 관측 로켓이 나란히 들어 있습니다. 로켓 단, 재진입체(re-entry vehicle), 로켓 엔진, 유도 체계, 탄두 장치 같은 주요 하부 체계와 그 생산 시설도 들어갑니다. 범주 I 품목의 수출은 목적과 상관없이 강한 거부를 전제로 하고, 아주 드물게만 허가됩니다.

그렇다고 우주 개발을 막는 것은 아닙니다. MTCR 지침은 대량살상무기 운반 수단에 보탬이 되지 않는 한, 이 체제가 나라별 우주 계획이나 그 국제 협력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고 적습니다. 그런데도 회원국이 우주발사체 장비와 기술 이전에 조심하는 까닭을 MTCR은 이렇게 밝힙니다. 우주발사체에 쓰는 기술이 탄도미사일에 쓰는 기술과 사실상 같아서, 미사일 확산의 실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도 우주 이용과 탄도미사일 기술이 함께 나옵니다. 2013년 결의 2087은 모든 국가가 국제법과 관련 안보리 결의의 제한 안에서 우주를 탐사하고 이용할 자유를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2012년 12월 12일 북한의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썼고 앞선 결의 1718(2006)과 1874(2009)를 어겼다고 규탄했습니다.

두 문서가 말하는 범위는 다릅니다. MTCR은 우주발사체 기술이 탄도미사일 기술과 사실상 같다고 일반론으로 적었습니다. 결의 2087은 우주 이용의 자유를 안보리 결의의 제한 안에서 인정하면서, 그 한 번의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썼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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