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체 레이저는 작동에 전기만 있으면 됩니다. 화학 레이저처럼 위험한 화학 물질을 실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2018년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같은 문장에서, 무기급 고체 레이저가 많은 열을 낸다고 적었습니다. 실용적인 냉각 기술을 개발해 내면 군사적 쓸모를 더 높일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이 열은 어디서 올까요? 레이저에 넣은 전기는 모두 빛이 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열이 생깁니다. 이 열은 빔을 흐리고, 체계를 실을 플랫폼과 되풀이해 쏠 수 있는 시간까지 묶습니다. 전기가 빛과 열로 나뉘는 자리에서 출발해, 그 열이 차량이나 함정 밖으로 나가기까지의 길을 따라가 봅니다.
공식 자료는 열 관리(thermal management)를 레이저와 나란한 한 덩어리로 적습니다. 이 보고서에 옮겨진 한 분석에 따르면, 실제 레이저 말고도 표적 추적, 레이저 지향, 열 관리, 빔 제어 체계가 있어야 운용 거리에서 표적에 레이저 에너지를 되도록 많이 보낼 수 있습니다. 체계 전체의 그림은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에 있습니다.
전기는 모두 빛이 되지 않는다
레이저가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비율을 전기-광 변환 효율(wall-plug efficiency, WPE)이라고 합니다. 벽의 콘센트(wall plug)에서 들어온 전기에 견주어 빛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따지는 값입니다.
이 효율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영국 용접 연구소 TWI가 든 산업용 대표값은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 25~30%, 직접 다이오드 레이저 30~50%, 램프 펌핑 Nd:YAG 레이저 3~5%입니다. 레이저 종류별 효율과 그 값이 체계의 크기에 주는 영향은 「전력과 효율: 전기가 빛이 되는 비율이 체계 크기를 정한다」에서 더 다룹니다.
값을 거꾸로 읽으면 무엇이 남는지 보입니다. 빛으로 나오지 않는 몫은 1에서 효율을 뺀 만큼입니다.
빛으로 나오지 않는 몫 = 1 − 전기-광 변환 효율
계산하면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는 넣은 전기의 70~75%, 램프 펌핑 Nd:YAG 레이저는 95~97%가 빛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산업용 용접 레이저의 대표값으로 한 셈이고, 어느 레이저 무기의 값은 아닙니다.
빛이 되지 못한 몫에서는 열이 생깁니다. MIT 링컨 연구소 저널의 2014년 글은 완전하지 않은 전기-광 변환에서 생긴 열이 이득 매질에 열광학 왜곡을 일으키고, 이것이 회절 한계의 빔을 지키며 출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짚습니다. 어떤 레이저든 빔 품질(beam quality)을 떨어뜨리지 않고는 넘기 어려운 출력 수준이 있다는 진단이고, 다만 기술 발전이 열광학 효과의 일부를 누그러뜨렸다는 말도 붙어 있습니다.
레이저 안에서 열이 생기는 자리: 양자 결손
많은 고체 레이저와 광섬유 레이저는 전기로 펌프 빛을 만들고, 그 빛을 이득 매질에 넣어 레이저 빛을 얻습니다. 이때 매질이 받은 빛의 에너지와 내놓는 빛의 에너지는 같지 않습니다. 펌프 에너지에서 레이저 에너지를 뺀 값을 양자 결손(quantum defect)이라고 합니다.
펌프 광자(photon)는 보통 레이저로 나오는 광자보다 에너지가 크고, 그 차이가 매질 안에 열로 남습니다. 빛을 키우는 이온을 넣은 광섬유를 능동 광섬유라고 하는데,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의 열을 다룬 2020년 리뷰 논문은 능동 광섬유의 여러 열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양자 결손을 꼽습니다. 레이저가 동작하는 한 본디 따라오는 열이라서 피할 수 없습니다.
다른 열원도 있습니다. 선형 바탕 흡수(ground absorption)는 요즘 대부분 아주 작아 전체 열 부하에서 보통 무시할 만합니다. 이터븀 첨가 광섬유에서는 광암화라는 효과로 생긴 색 중심이 빛을 흡수해 열 부하를 키웁니다.
양자 결손이 작은 매질은 그만큼 열을 덜 냅니다. 펌프 파장과 레이저 파장으로 양자 결손의 몫을 직접 셈해 보는 일은 「한 가닥의 한계 ②: 열과 모드 불안정성」에 있습니다.
양자 결손은 펌프 빛이 레이저 빛으로 바뀌는 자리에서 생기는 열입니다. 전기에서 빛까지 오는 동안 잃는 몫이 모두 이 한 자리에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열이 빔을 흐린다: 열 렌즈와 열광학 왜곡
열이 골칫거리인 까닭은 뜨거움 자체보다, 빛이 지나는 길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매질의 굴절률은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매질 안에 온도 차가 생기면 굴절률도 자리마다 달라지고, 그 위를 지나는 빔의 모양이 바뀝니다.
교과서의 한 예가 이 과정을 보여 줍니다. 어떤 Er:Yb 유리는 열전도도가 비교적 나쁘고 온도가 오르면 굴절률이 떨어집니다. 그 결과 펌프가 매질 안에 음(−)의 열 렌즈(thermal lensing)를 만듭니다.
빔이 지나는 길에 원하지 않은 렌즈가 하나 저절로 끼어드는 셈입니다. 실제로는 유리를 깎아 만든 렌즈가 아니라, 매질 안의 온도 차가 굴절률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열 렌즈는 빔의 모양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빛이 단면에 퍼져 자리 잡는 모양을 횡모드(transverse mode)라고 하는데, 짧은 공진기의 마이크로칩 레이저에서는 이 횡모드가 주로 열 렌즈와 열팽창, 이득 유도로 정해집니다. 출력을 다루는 폭도 좁힙니다. 램프로 펌핑하는 Nd:YAG 레이저에서는 열 렌즈 때문에 펌프 출력을 좁은 범위에서만 정할 수 있습니다.
열이 이득 매질에 일으키는 이런 일그러짐을 자료들은 열광학 왜곡(thermo-optic distortion)이라고 부릅니다. 빔 품질을 지키며 넘기 어려운 출력 수준이 있다는 앞의 진단도 이 일그러짐에서 나옵니다.
광섬유 레이저에서는 열이 횡모드 불안정성(transverse mode instability, TMI)이라는 다른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어떤 평균 출력을 넘으면 빔이 갑자기 흔들리는 현상이고, 그 과정은 앞의 「한 가닥의 한계 ②」에 있습니다.
열을 빼기 좋은 모양
레이저를 만드는 쪽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와 씨름해 왔습니다. 초기 레이저에서는 평균 출력을 올리면 출력 빔이 일그러지고 공간 결맞음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를 풀려고 매질의 모양을 바꿔 부피에 견준 겉넓이를 키웠고, 슬랩과 박판(thin disk), 광섬유가 그렇게 나온 모양입니다.
모양을 고르는 잣대는 겉넓이 대 부피 비입니다. 이 비가 클수록 열을 빼기 좋습니다. 그런데 평균 출력이 수백 W인 초고속 레이저 시스템에서는 열을 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열광학 왜곡을 들이지 않고 빼는 일이 관건이 됩니다. 열을 빼는 일과 빔을 깨끗하게 지키는 일이 한 문제로 묶여 있는 셈입니다.
박판 레이저가 좋은 예입니다. 이득 매질을 아주 얇은 원판으로 만들고, 반사하는 면을 수랭 방열판에 바로 붙입니다. 그러면 원판이 아주 잘 식고, 열은 주로 방열판 쪽으로 흐릅니다. 그 방향이 빔이 오가는 방향과 같습니다.
빔을 가로지르는 방향의 온도 차는 약해집니다. 그래서 열 렌즈가 막대나 슬랩 모양보다 크게 줄어듭니다. 열을 없앤 것이 아니라, 열이 흐르는 방향을 골라 빔을 가로지르는 온도 차를 줄인 것입니다.
매질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Yb:CALGO라는 결정은 열전도도가 높고 양자 결손이 낮아서 원치 않는 열 렌즈가 줄어듭니다. 열이 덜 생기고, 생긴 열은 잘 빠지는 매질일수록 빔을 덜 흐린다는 뜻입니다.
체계 차원의 열: 플랫폼 밖으로 나가야 끝난다
레이저 안에서 열을 잘 옮겨도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옮긴 열은 결국 레이저 무기를 실은 차량이나 함정 밖으로 나가야 하고, 이 일이 플랫폼과 교전 시간을 함께 묶습니다.
레이저 무기의 장점으로 자주 꼽히는 "깊은 탄창"에도 조건이 붙습니다. 2018년 CRS 보고서가 정리한 장단점 목록에 따르면,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는 오랜 시간 되풀이해 교전할 수 있고 이를 묶는 것은 전력을 얻을 수 있는지와 열·화학 물질 같은 빔 생성 부산물을 내보내야 하는 요구뿐입니다. 탄약 대신 전기와 열이 횟수를 정하는 셈입니다.
플랫폼의 선택도 열에 묶입니다. 레이저 종류에 따라서는 전력 요구와 열 같은 부산물이 레이저 무기를 실을 플랫폼의 종류를 크게 제약할 수 있습니다. 미 육군에게는 이미 크기와 전력에 제약이 있는 지상 전투 차량과 전술 차량에 레이저를 싣는 일이 과제로 꼽혔고, 고에너지 레이저 체계를 충분히 식히는 법도 일부 전문가가 꼽는 제약과 과제 목록에 들어 있었습니다. 2014년의 한 미 육군 시험 체계에도 빔 제어·전력 부체계와 함께 열 부체계가 따로 있었습니다.
냉각은 사거리와도 이어집니다. 비, 안개, 연막 같은 대기 조건과 함께 크기·무게·전력(size, weight and power, SWaP)과 냉각 요구도 지향성 에너지 무기의 사거리와 빔 품질을 제한해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2024년판 CRS 보고서의 판단입니다. 같은 보고서는 국방부의 기술 성숙 노력이 SWaP와 냉각 요구를 줄이고 있는지, 줄인다면 어떤 식으로인지를 의회의 물음으로 듭니다.
함정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24년 1월 보도에서 레이저 무기 개발을 맡은 미 해군 장성은 지향성 에너지에 공간, 무게, 전력, 냉각이 필요하고 지금의 수상 전투함에서는 이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정의 전력 이야기는 「전력과 효율」에 더 있습니다.
레이저 밖에서도 열은 일한다
열은 레이저발진기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빔을 나르는 광학계도 데워질 수 있습니다. 산업용 분말 적층 장비를 다룬 한 제조사 자료는 레이저 시스템의 광학 경로가 데워지면서 초점 자리가 몇 밀리미터까지 옮겨 갈 수 있다고 적고, 레이저의 에너지가 만드는 열 효과를 진동·충격과 함께 장비가 나빠지는 원인으로 꼽습니다.
공장 장비의 이야기라 레이저 무기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열을 생각할 자리가 레이저발진기 하나가 아니라는 점은 보여 줍니다.
이름이 비슷한 열 블루밍(thermal blooming)은 다른 자리의 열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한동안 계속 쏘는 레이저는 지나가는 공기를 데울 수 있고, 데워진 공기가 빔의 초점을 흐트러뜨려 표적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레이저 안이 아니라 빔이 지나는 공기에서 생기는 열이라는 점이 다르고, CRS는 대체로 빔 출력이 클수록 이것이 더 걱정거리가 된다고 적습니다.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출력, 빔 품질, 플랫폼과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전력과 효율: 전기가 빛이 되는 비율이 체계 크기를 정한다」: 효율이 전력과 냉각 부담을 함께 정한다는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 「무게와 탑재: 차량, 함정, 항공기에 싣는다는 것」: 플랫폼마다 조건이 다른 까닭을 봅니다.
- 「전원 장치와 칠러: 레이저 뒤에 있는 장비」: 열을 실어 나르는 장비 쪽을 봅니다.
-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 빔이 지나는 공기가 빔을 약하게 만드는 까닭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