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어두운 남색 배경에 작은 빛 타일이 촘촘한 큰 평판이 서 있고, 타일에서 나온 빛이 합쳐져 하나의 부채꼴 빔이 비스듬히 뻗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군함 사진을 보면 돛대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접시 대신, 배의 옆벽에 커다란 평평한 판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판도 레이다 안테나입니다. 다만 돌지 않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데도 빔은 이쪽저쪽을 바라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판 안에는 작은 안테나가 아주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이 작은 안테나들이 내보내는 신호의 출렁임이 어디쯤 와 있는지, 곧 위상(phase)을 조금씩 엇갈리게 하면 전파가 한쪽 방향에서만 힘을 모읍니다. 이런 안테나를 위상배열(phased array)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위상을 엇갈리게 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방향이 정해질까요? 같은 위상배열이라도 수동형(PESA)과 능동형(AESA)은 무엇이 다를까요?

돌리는 안테나와 서 있는 안테나

미 연방항공청(FAA)의 공항 감시 레이다는 탑 위에 단 안테나를 쉬지 않고 돌립니다. 이런 안테나의 빔은 안테나가 향한 쪽으로 나가므로, 다른 곳을 보려면 안테나 전체를 움직여야 합니다. 이 방식의 기본 원리는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서 다뤘습니다.

1950년대에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MIT 링컨 연구소의 기술사 정리에 따르면, 이 무렵 배열 안테나의 소자 하나하나의 위상을 전자식으로 빠르게 바꿔 빔을 돌리는 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훨씬 느리고 덜 유연한 기계식 조향 대신 전자 장치의 빠르기와 유연함을 쓰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차이는 쓰임에서 드러납니다. 링컨 연구소의 공개 강의는 위상배열이 빔을 재빠르고 유연하게 다루게 해 주고, 넓은 시야에서 여러 표적을 거의 동시에 추적하게 한다고 정리합니다. 무거운 안테나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두 칸으로 나눈 도표. 왼쪽은 받침대 위의 접시 안테나가 통째로 돌며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위에서 본 배나 건물의 네 면에 평평한 배열 면이 하나씩 붙어 있고, 면마다 앞쪽의 부채꼴 구역을 맡아 네 구역이 모여 모든 방향을 덮는다
돌아가는 접시는 하나로 사방을 보지만, 고정된 배열은 면마다 자기 구역만 맡습니다. 그래서 모든 방향을 덮으려면 면이 3개나 4개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도표)(도표)

원리: 작은 안테나 여러 개와 위상

배열(array)은 여러 안테나를 합쳐 복사를 키우고 그 모양을 빚는 장치입니다. 위상배열에서는 송신 신호가 소자 채널이라는 여러 길로 나뉘고, 길마다 위상 변위기(phase shifter)와 증폭기가 있습니다. 위상 변위기를 모두 알맞게 맞추면, 배열은 원하는 방향으로 주 빔을 만듭니다.

여기서 위상은 파가 한 번 출렁이는 동안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위상을 바꾼다는 것은 출발을 아주 조금 늦추거나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웃한 소자마다 조금씩 더 늦게 내보내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아래 그림이 보여 줍니다.

아래쪽에 안테나 소자 여덟 개가 한 줄로 놓이고 소자마다 +0부터 +7까지 조금씩 늦어지는 위상 표시가 붙은 도표. 왼쪽 소자에서 나온 둥근 물결이 더 멀리 퍼져 있어, 물결들이 오른쪽 아래로 기운 점선 파면을 이루고 주황 화살표 빔이 그 파면과 직각으로 오른쪽 위를 향한다. 오른쪽 상자에 순서 설명이 있다
소자마다 신호를 조금씩 늦게 내보내면 작은 물결들이 기운 파면 하나로 줄을 서고, 빔은 그 파면과 직각인 쪽으로 나갑니다. 늦추는 정도를 바꾸면 안테나를 움직이지 않고도 빔이 돌아갑니다 (도표)(도표)

연못에 돌멩이 여러 개를 한 줄로, 왼쪽부터 차례로 던진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떨어진 돌의 물결은 더 멀리 퍼져 있고, 나중에 떨어진 돌의 물결은 아직 작습니다. 그래서 물결들의 앞머리가 한 줄로 기울어지고, 그 줄과 직각인 쪽으로 물결이 밀려갑니다.

전파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여러 파가 겹치며 어떤 곳에서는 서로 세지고 어떤 곳에서는 약해지는 현상을 간섭(interference)이라고 합니다. 위상배열은 이 간섭을 써서 원하는 방향에서만 파가 세지게 합니다.

비유가 맞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실제 레이다는 돌을 한 번 던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전파를 다루고, 늦추는 정도도 시간 대신 위상으로 정합니다. 또 같은 소자들이 받을 때도 같은 원리로 특정 방향에서 오는 신호에 귀를 기울입니다.

수동형(PESA)과 능동형(AESA)은 어디가 다를까

두 방식 모두 소자마다 위상을 조절해 빔을 돌립니다. 갈리는 곳은 전파의 힘을 어디서 만드느냐입니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의 기술 다이제스트가 두 구조를 나란히 설명합니다.

수동 전자주사 배열(pass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PESA)에서는 고출력 마이크로파 관 같은 장치로 된 중앙 송신기 한 대가 전력을 만듭니다. 이 전력은 고출력 빔 형성 회로망을 거쳐 소자들에 나뉘어 가고, 소자마다 있는 위상 변위기가 빔을 원하는 각도로 돌립니다. APL은 이런 수동형의 대표 예로 미 해군의 AN/SPY-1 레이다를 듭니다.

능동 전자주사 배열(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AESA)의 핵심은 송수신(transmit/receive, T/R) 모듈입니다. 방사 소자마다 T/R 모듈이 하나씩 붙어서, 보낼 때는 전력을 키우고 받을 때는 잡음을 적게 하며 신호를 키우고, 빔을 돌리기 위한 위상도 조절합니다. 송신과 수신이 모두 안테나 면으로 옮겨 온 셈입니다.

두 칸으로 나눈 도표. 왼쪽 수동형(PESA)은 아래의 중앙 송수신기 하나가 전력 분배 회로망을 거쳐 소자마다 붙은 위상 변위기(PS)로 이어진다. 오른쪽 능동형(AESA)은 빔 제어와 신호원이 신호·타이밍 회로망을 거쳐 소자마다 붙은 송수신 모듈(T/R)로 이어지고, 모듈마다 증폭과 위상 조절이 들어 있다
수동형은 큰 송신기 한 대가 만든 전력을 나눠 보내고, 능동형은 소자마다 작은 송수신 모듈이 따로 증폭하고 위상을 맞춥니다 (도표)(도표)

능동형이 주는 것

수동형은 구조상 손해를 봅니다. 송신 빔 형성 회로의 손실이 커서, 송신기가 만든 전력의 상당 부분이 내보내지기 전에 열로 사라집니다. 손실을 메우려면 송신기가 그만큼 큰 전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능동형은 전력 증폭기와 저잡음 증폭기를 안테나 면에 둡니다. APL에 따르면 그래서 송수신 손실이 크게 줄고, 같은 전력을 만들어도 레이다의 감도가 높아집니다. 또 T/R 모듈이 소자 단위로 진폭과 위상을 모두 조절하므로, 복사 패턴을 레이다가 하는 일에 맞추기도 쉽습니다.

고장에도 강합니다. T/R 모듈과 전원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서, 모듈 몇 퍼센트가 고장 나도 성능 요구를 채우도록 배열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큰 송신기 하나가 멈추면 전체가 멈추는 구조와 다른 점입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능동형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APL은 2001년에 개발 중인 고성능 레이다 거의 모두가 능동 배열을 쓴다고 적었습니다. 그 예로는 THAAD와 국가 미사일 방어용 레이다, F-22와 JSF의 사격통제 레이다를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점: 값, 면의 수, 소자끼리의 영향

먼저 값이 비쌉니다. 같은 전력과 같은 안테나 크기라면 위상배열은 반사판 안테나보다 훨씬 비쌉니다. 부품값이 크고 설계 기간도 깁니다. 2000년의 링컨 연구소 정리도 위상배열 레이다의 값을 아직 더 낮춰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다음은 면의 수입니다. 평평한 배열 한 면은 앞쪽의 정해진 구역만 맡습니다. 그래서 모든 방향인 360°를 덮으려면 배열 면이 3개나 4개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 면 안에서도 조건이 붙습니다. 빔을 면의 정면에서 비스듬히 돌릴수록 빔이 넓어지고 한 방향으로 모으는 힘이 줄어듭니다. 앞의 연못 비유로 말하면, 물결의 앞머리를 많이 기울일수록 줄이 덜 또렷해지는 셈입니다.

소자끼리 서로 영향을 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소자 하나가 이웃 소자에 끼치는 영향을 상호 결합(mutual coupling)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배열 설계를 크게 복잡하게 만듭니다. 심하면 전력이 전혀 나가지 않는 조향 맹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맹점을 피하고 원하지 않는 곁빔을 낮게 지키면서 조향 범위와 대역폭까지 채우는 일은 위상배열 설계에서 큰 어려움입니다.

짧은 역사: 1940년대 배열에서 반도체 모듈까지

여러 안테나를 묶는 생각 자체는 오래되었습니다. 초기 무선 송신기와 2차 대전 초기의 레이다도 여러 방사 소자로 원하는 복사 모양을 얻었습니다. 1940년대 중반 처음으로 달에 레이다 신호를 튕겨 보낸 미 육군의 "bed spring" 배열도 초기 배열 레이다의 예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배열은 빔을 전자식으로 돌리지 못했습니다. IEEE 역사 위키는 2차 대전 초기의 배열 레이다를 설명하며, 오늘날 탐색과 자동 추적에 쓰는 전자식 빔 조향이 그때는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링컨 연구소는 1958년 무렵 위상배열 레이다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첫 쓰임은 위성 감시였습니다. 1957년 소련이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뒤 이 일에 대한 나라의 관심이 매우 컸습니다. 그 뒤 탄도미사일 방어에 관심이 커지면서 초점이 평면 위상배열로 옮겨 갔습니다.

다음 고비는 반도체였습니다. 모든 부품을 반도체로 만든 위상배열의 가능성은 1960년대 말에 나왔고, 개발자들은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 낮은 값, 높은 신뢰성을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갈륨비소(GaAs) 위에 만든 마이크로파 집적회로(MMIC) 기술이 나오면서, 군 레이다에 필요한 성능과 신뢰성을 갖추고 여러 개를 만들어도 감당할 만한 값의 T/R 모듈이 가능해졌습니다.

2000년의 링컨 연구소 정리는 1950년대의 전자식 빔 조향 꿈이 지상과 항공기의 여러 레이다에서 점점 이뤄지고 있다고 맺었습니다. 꿈이 이뤄지기까지 반세기 가까이 걸린 셈입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생각: 여러 개를 하나처럼

위상배열의 핵심은 작은 파원 여러 개의 위상을 맞춰 큰 파원 하나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레이저 무기 쪽에도 같은 생각이 있습니다. 여러 레이저의 빛을 하나로 모으는 빔 결합(beam combining) 가운데, 빛의 위상을 맞춰 겹치는 방식을 결맞음 빔 결합(coherent beam combining, CBC)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둘은 다루는 파가 다릅니다. NASA에 따르면 레이다 기기는 센티미터에서 미터 규모의 긴 파장(wavelength)을 씁니다. 레이저가 다루는 빛의 파장은 그보다 훨씬 짧습니다.

그래서 위상을 맞추는 장치와 어려움도 서로 다릅니다. 레이저 쪽에서 빛의 위상을 맞추는 방법과 그 어려움은 빔 결합 글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