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말이 나오면, 이제까지 없던 아주 빠른 무기가 나타난 것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수십 년 전부터 있던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같은 속도 구간을 날아갑니다. 그렇다면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 HGV)는 무엇이 다를까요?
답은 속도보다 비행 방식에 있습니다. 이 글은 "극초음속"이라는 속도 표현과 "활공"이라는 비행 방식을 나눠서 봅니다. 그리고 그 차이 때문에 무엇이 어려워지고, 어디서 의견이 갈리는지까지 따라갑니다.
"극초음속"은 속도를 가리키는 말
비행 속도를 말할 때 흔히 쓰는 잣대가 마하수(Mach number)입니다. 물체의 속도를 그 공기 속 소리 속도로 나눈 값입니다. 소리 속도는 기체의 종류와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같은 마하 5라도 늘 같은 시속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글렌 연구센터는 마하수로 비행 구간을 나눕니다. 1보다 작으면 아음속, 1 근처는 천음속, 1보다 크면 초음속입니다. 소리 속도의 다섯 배, 곧 마하 5보다 빠른 흐름을 극초음속이라고 부릅니다.
구간이 바뀌면 공기가 하는 일도 달라집니다. 마하 3을 넘는 높은 초음속부터는 공기 때문에 기체가 달궈지는 공력 가열이 설계에서 아주 중요해집니다. 극초음속에서는 물체가 가진 에너지 일부가 공기 속 질소·산소 분자의 결합을 들뜨게 하는 데 쓰여, 힘을 셈할 때 공기의 화학까지 따져야 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우주왕복선입니다. 우주왕복선은 마하 25 안팎으로 대기에 다시 들어왔고, 그때 둘레의 뜨거운 공기는 이온화된 플라스마가 되었습니다.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극초음속"은 속도 구간의 이름이지, 무기 종류의 이름이 아닙니다.
던진 공처럼 나는 탄도미사일
공을 비스듬히 던지면 솟았다가 떨어지며 굽은 길을 그립니다. 물리 교과서는 중력에 의한 가속만 받는 이런 운동을 포물체 운동이라 하고, 그 길을 궤적(trajectory)이라고 부릅니다. 교과서의 이 계산은 공기 저항을 빼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기 저항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이 밀어 올린 뒤, 탄두를 실은 탄도 재진입체(ballistic reentry vehicle)가 비행 내내 탄도 궤적을 따라갑니다. 미사일 방어를 다룬 미 의회조사국(CRS) 입문서는 탄도미사일의 비행을 상승(부스트) 단계, 상승 뒤 단계, 중간 단계, 종말 단계로 나눕니다. 상승 뒤 단계를 따로 떼지 않고 상승·중간·종말 세 단계로 나누는 자료도 있으며, 세 단계는 다층 미사일 방어 글에서 더 자세히 봅니다.
그럼 탄도미사일은 얼마나 빠를까요? CRS 보고서는 극초음속 무기가 모든 장거리 탄도미사일처럼 마하 5보다 빠르게, 초속 약 1~5마일로 날 수 있다고 봅니다. 활공하지 못하는 재진입체를 단 것까지, 탄도미사일은 모두 극초음속으로 납니다. "극초음속"이라는 말만으로는 탄도미사일과 활공체를 가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활공체는 떨어진 뒤가 다르다
극초음속 무기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로켓으로 쏘아 올린 뒤 표적까지 활공합니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스크램제트라는 고속 공기 흡입 엔진으로 비행합니다. 활공체를 로켓 부스터와 묶은 무기 체계는 흔히 부스트-활공(boost-glide) 무기라고 부릅니다.
활공체를 실은 미사일과 탄도 재진입체를 실은 미사일의 핵심 차이는 속도가 아닙니다. 로켓 부스터에서 떨어진 뒤 기동하고 경로를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활공체가 탄도 재진입체보다 더 빨리 나는 것도 아닙니다.
경로의 모양도 다를 수 있습니다. 많은 운반 개념은 부스터가 보통 탄도미사일보다 납작한, 곧 낮춘(depressed) 궤적으로 올라가 더 낮은 고도에서 활공체를 놓는다고 가정합니다. 다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한 연구(Falcon Study)가 그린 활공체는 동력 없이 대기 안을 극초음속으로 날며 표적 쪽으로 기동하는 비행체였습니다.
엔진 없이 어떻게 멀리 갈까요? 종이비행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내려가며 나는 글라이더에는 세 힘이 작용합니다. 무게는 늘 지구 중심 쪽을 향하고, 양력은 비행 경로에 수직으로, 항력은 비행 경로를 따라 운동을 거슬러 작용합니다.
수평선과 비행 경로 사이의 각을 활공각이라고 합니다. 활공각이 낮을수록 높이를 조금 잃는 동안 더 멀리 나아갑니다. 양력을 항력으로 나눈 값(L/D)이 클수록 효율이 좋은 글라이더입니다.
다만 종이비행기와 활공체는 공기의 성질부터 다릅니다. 활공체는 극초음속으로 날기 때문에 공기가 달궈지고 공기의 화학까지 따져야 하는 구간에 있습니다.
무엇이 어려워지고, 무엇이 논쟁인가
CRS는 극초음속 무기가 속도, 기동성, 낮은 비행 고도 때문에 탐지와 방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로 든 것이 지상 레이다입니다. 지상 레이다는 이런 무기를 비행 후반에야 잡을 수 있고, 그만큼 판단하고 대응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부스터가 솟아오르는 것은 다른 탄도미사일처럼 잡히겠지만, 떨어져 나온 활공체가 어느 길로 갈지는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항공기나 아음속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빨리,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분 만에 닿습니다. 이런 기동은 미사일 방어를 피하거나 표적에 다가갈 때 정확도를 높이려는 것입니다.
반대쪽 판단도 공식 자료에 있습니다. CRS가 옮긴 미 의회예산처(CBO) 평가는 세 가지입니다.
- 극초음속 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모두 상대의 접근 거부 구역 밖에서 쓰기에 알맞다.
- 극초음속 미사일은 분쟁에서 기동 탄두를 단 탄도미사일보다 더 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탄도미사일이 매우 효과적인 장거리 방어를 만날 때만 예외다.
- 같은 사거리의 기동 탄두 탄도미사일보다 조달·배치 비용이 3분의 1 더 들 수 있다.
전문가 사이의 생각도 갈립니다. 일부 분석가는 속도·정확도·기동성 때문에 부스트-활공 무기가 전쟁의 성격을 바꿀 것이라 주장합니다. 다른 이들은 탄도미사일을 가진 상대가 기동 탄두 없이도 오래전부터 공격할 수 있었다며 이 평가에 의문을 던집니다.
뜨거운 공기와 시험 시설
극초음속 활공체를 만들기 어려운 까닭 가운데 하나가 열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속도에서는 공기가 기체를 달구고, 공기의 성질까지 바뀝니다. 극초음속 시험 시설은 속도·압력·가열 같은 비행 조건을 흉내 냅니다. 이런 조건을 견디려면 금속·세라믹 같은 특수 재료도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시설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분석연구소(IDA)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2014년에 극초음속 기술 개발에 필요한 핵심 시험 시설과 이동 자산 48곳을 갖고 있었습니다. IDA는 그해 평가에서 마하 8 이상에서 실물 크기의 공기 힘과 열이 함께 걸리는 환경을 필요한 시간만큼 만들 수 있는 미국 시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CRS는 그 뒤로 미국의 시험 시설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고 덧붙입니다.
비행 시험이 늘 계획대로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미 국방부는 2010년 4월 22일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Falcon 계획의 하나로 개발한 시험 비행체 HTV-2를 처음 시험했습니다. DARPA의 예비 결과로는 HTV-2가 대기 안에서 제어 비행을 했지만, 이륙 9분 뒤 원격 측정 신호가 끊겼습니다. 국방부는 비행 중 실패한 원인을 찾으려 결과를 검토했습니다.
공개 자료로 본 개발 현황
미 해군·육군·공군은 각각 부스트-활공 사업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중국과 달리 핵탄두용 활공체를 개발한다고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CRS는 미국 활공체가 더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고 개발도 기술적으로 더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국방부의 2026 회계연도 극초음속 무기 예산 요청은 39억 달러로, 2025 회계연도의 69억 달러보다 줄었습니다.
러시아의 활공체 아방가르드(Avangard)는 핵탄두를 달고 SS-19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실립니다. 러시아는 2016년과 2018년에 이를 시험했고, 2019년 12월 27일 아방가르드를 단 SS-19 두 기를 가동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활공체를 실을 수 있는 DF-17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작전 배치했습니다.
이름을 볼 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극초음속으로 날며 점점 더 기동하는 체계를 시험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CRS 보고서가 정한 "극초음속 무기"에 들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기사 속 속도 표현 읽기
레이저 무기 기사 읽는 법에서는 "몇 kW급" 같은 숫자 하나에 여러 조건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극초음속"도 비슷합니다. 기사에서 이 말을 보면 속도만 말하는지, 로켓에서 떨어진 뒤 활공하는 비행체인지, 경로를 바꾸는 기동까지 말하는지 나눠 읽어야 합니다. 셋은 서로 다른 정보입니다.
레이저와 직접 닿는 대목도 한 곳 있습니다. CRS가 소개한 일부 분석가의 생각으로는, 우주 기반 센서층을 추적·사격 통제 체계와 묶어 고성능 요격 미사일이나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를 이끌면 이론적으로는 앞으로 극초음속 무기 방어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분석가의 의견이고, 실제로 그런 체계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탄도미사일: 왜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올까: 이 글에서 짧게 본 탄도 궤적과 비행 단계를 자세히 봅니다.
- 램제트와 스크램제트: 팬이 없는 엔진은 어떻게 작동할까: 극초음속의 다른 갈래인 순항미사일이 쓰는 엔진을 봅니다.
- 다층 미사일 방어: 왜 방어체계가 여러 겹일까: 비행 단계마다 방어를 나누는 까닭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