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흙·자갈·바위 층과 깊은 곳의 콘크리트 판을 옆에서 잘라 보인 땅 단면 위로, 끝이 뾰족한 어두운 원통 하나가 윗흙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나무판에 못 끝을 대고 누르는 것과 손가락 끝으로 누르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같은 힘으로 눌러도 못 끝은 나무에 파고들고, 손가락은 표면에서 멈춥니다. 땅속 깊이 묻힌 시설을 겨냥한 무기, 흔히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라고 부르는 관통탄도 이 단순한 차이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관통탄은 보통 폭탄과 정확히 무엇이 다를까요? 답의 절반은 교과서의 압력과 운동 에너지에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미국 정부 문서와 의회가 요청한 연구에 남은 개발 기록,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한계에 있습니다.

땅속 깊은 시설이라는 문제

미 국립연구회의(National Research Council, NRC)가 2005년에 낸 보고서는 이런 시설을 "단단하고 깊이 묻힌 표적(hard and deeply buried target, HDBT)"이라고 부릅니다. 운동 에너지 무기의 효과를 견디거나 줄이도록 일부러 단단하게 지은 표적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고, 땅 위에 있든 땅속에 있든 해당합니다.

땅속 구조물은 깊이로도 나눕니다. 사람이 일하는 공간의 천장이 지표에서 20 m 안에 있으면 얕은 지하 구조물, 20 m 이상의 흙이나 암석에 덮여 있으면 깊은 지하 강화 구조물입니다. 땅 위의 강화 벙커 단지부터 깊은 터널 시설까지 모양은 다양하지만, 대개 크고 복잡하며 잘 숨겨져 있습니다.

이런 시설은 지도부 보호, 지휘·통제, 대량살상무기 저장 같은 일에 쓰입니다. 미 국방부는 미 국방정보국이 파악한 HDBT가 알려졌거나 의심되는 것까지 세계에 10,000곳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수는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견뎌 낼 수 있습니다. 관통탄은 이런 시설을 겨냥해 따로 만든 무기입니다.

바늘과 손가락: 좁은 면적에 힘을 모으기

압력은 힘을 그 힘이 작용하는 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같은 힘이라도 면적이 좁으면 압력이 커집니다. 날카로운 바늘은 작은 힘으로도 피부를 뚫지만, 같은 힘을 손가락으로 주면 피부가 뚫리지 않는 까닭입니다.

두 칸 도표. 왼쪽은 손가락이 같은 힘으로 표면을 누르지만 닿는 면적이 넓어 압력이 낮고 표면이 뚫리지 않는다. 오른쪽은 바늘이 같은 힘으로 누르지만 닿는 면적이 아주 좁아 압력이 높고 표면이 뚫린다. 위에 '압력 = 힘 ÷ 면적'이 적혀 있다
같은 힘이라도 닿는 면적이 좁으면 압력이 커집니다 (도표)(도표)

무게와 속도도 중요합니다.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는 질량에 속력의 제곱을 곱한 값의 절반입니다. 그래서 무겁고 빠를수록 운동 에너지가 커집니다.

관통탄은 이 두 생각을 함께 씁니다. 지구 관통 무기(earth-penetrator weapon, EPW)를 다룬 NRC 보고서는 단면 밀도가 높을수록 관통 깊이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고 봅니다. 단면 밀도는 질량을 앞에서 본 단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같은 넓이의 앞면에 더 많은 질량이 실린다는 뜻이라, 면적당 힘을 따지는 압력 생각과 이어집니다.

비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늘은 부드러운 피부를 뚫지만, 관통탄이 만나는 것은 흙, 암석, 콘크리트가 섞인 땅입니다. 걸프전 항공 작전을 평가한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는 국방정보국 분석을 옮겨, 탄두의 관통 능력이 충돌 속도, 충돌 각도, 받음각, 표적 재료, 무기 설계 같은 여러 요인으로 정해진다고 적었습니다. 모양과 무게만으로 결과가 정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들어간 뒤에 터진다

관통탄이 보통 폭탄과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은 터지는 자리입니다. NRC 보고서는 지구 관통 무기를 충돌과 관통 때 생기는 아주 큰 충격과 하중을 견딘 뒤 지표면 아래에서 터지도록 설계한 무기라고 정의합니다. 몸체가 부서지지 않은 채 먼저 들어가야 하는 무기입니다.

왜 굳이 땅속에서 터뜨릴까요? 지표면 아래에서 터지면 지면 충격(ground shock) 효과가 크게 늘어, 깊이 묻힌 표적을 부수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땅을 옆에서 본 두 칸 도표. 왼쪽은 지표선에서 터져 충격 고리 대부분이 땅 위에 그려져 있고 '지면 충격이 약함'이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은 무기가 땅속으로 들어간 뒤 터져 충격 고리가 땅속으로 퍼지고 '지면 충격이 훨씬 강함'이라고 적혀 있다. 깊이·속도·값이 없는 개념 그림이다
지표면 아래에서 터지면 지면 충격 효과가 크게 늘어납니다 (도표)(도표)

언제 터질지를 정하는 신관(fuze)도 중요합니다. GBU-24 개량형 관통탄(Advanced Unitary Penetrator, AUP)은 표적 안의 빈 공간을 감지하는 신관으로 알맞은 지점에서 터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들어가는 힘, 버티는 몸체, 터지는 때가 함께 맞아야 하는 무기라는 뜻입니다.

공개된 개발 역사

미국의 지구 관통 기술은 195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샌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는 1960년에 지구 관통 연구 계획을 시작했고, 그 뒤 수십 년 동안 3,000번이 넘는 관통 시험이 이어졌습니다.

걸프전에서 쓰인 GBU-28은 공개 기록이 많은 예입니다. 사막의 폭풍 작전은 1991년 1월 17일부터 2월 28일까지 43일 동안 이어진 항공 작전이 중심이었습니다. GBU-28은 단단한 지하 지휘 시설을 뚫으려고 개발한 5,000파운드 레이저 유도탄으로, 4,400파운드 관통 탄두(BLU-113)를 썼습니다.

NRC 보고서의 무기 표는 이것을 그대로 "벙커버스터"라고 적었습니다. GAO에 따르면 그 작전에서 GBU-28을 떨어뜨린 항공기는 F-111F 한 기종뿐이었습니다.

가로 연표 도표. 1950년대 초 지구 관통 기술의 시작, 1960년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지구 관통 연구 계획,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의 GBU-28(5,000파운드급), 2007년 대형 관통탄(MOP, 30,000파운드급)의 첫 폭발 시험. 아래 상자에 수십 년 동안 3,000번이 넘는 관통 시험이 있었고, 2007년 시험은 시험 터널 안에 무기를 고정해 두고 했다는 설명이 있다
미국 관통 무기의 공개된 주요 연도. 미 국립연구회의(NRC), 미 회계감사원(GAO), 미 국방위협감소국(DTRA) 자료에 적힌 것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관통탄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2,000파운드 BLU-109 같은 관통 탄두가 있고, GBU-24 AUP는 BLU-109와 겉모양과 비행 특성은 같지만 무거운 강철 관통 탄두를 쓴 다음 세대 경표적 관통탄으로 소개됐습니다. BLU-109 같은 관통 탄두를 값싼 관성항법·GPS 유도 키트(JDAM)를 단 탄으로 바꾸는 일도 진행됐습니다. 평범한 폭탄에 유도 장치를 더하는 이야기는 "정밀유도폭탄: 평범한 폭탄에 무엇이 더해질까"에서 따로 다룹니다.

더 큰 무기도 개발됐습니다. 미 국방위협감소국(DTRA)은 2007년 3월, 대형 관통탄(Massive Ordnance Penetrator, MOP) 개념의 첫 폭발 시험을 뉴멕시코의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험은 시험 터널 안에 무기를 고정해 두고 터뜨리는 방식이었습니다.

DTRA는 MOP를 벙커와 터널 같은 HDBT를 겨냥한 30,000파운드 재래식 관통 폭탄으로, B-2와 B-52 폭격기에 싣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이 일은 3,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 개발 사업이었고, 목표는 앞으로 그런 무기를 장만할 수 있도록 기술을 시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흐름 뒤에는 정책도 있었습니다. NRC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미국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는 핵무기 의존을 줄이려고, 가능한 곳마다 핵 체계를 대신할 고정밀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자고 했습니다. NRC 보고서 자체도 의회가 200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으로 요청한 연구입니다.

한계와 어려운 점

관통탄이 만나는 땅은 실험실의 시료처럼 고르지 않습니다. 관통 깊이와, 터질 때까지 무기가 버티는지를 예측할 때 가장 큰 불확실성은 땅의 재료가 본래 고르지 않다는 데서 옵니다. 흙이 깊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곳에도 뜻밖에 단단한 층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무기 바깥의 문제도 있습니다. 같은 보고서의 재래식 무기 장은 HDBT를 겨냥한 항공 타격의 주된 한계로 표적 정보, 그리고 HDBT를 뚫고 부수는 능력을 꼽았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많은 시설이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견디도록 지어졌다는 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좁은 곳에 모은다

관통탄과 레이저 무기는 쓰는 에너지가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무거운 몸체의 운동 에너지를, 다른 하나는 빛을 씁니다. 그런데 두 무기 모두 "얼마나 좁은 곳에 모으는가"를 따진다는 점은 닮았습니다.

관통탄에서는 그것이 압력, 곧 면적당 힘입니다. 레이저에서는 세기(intensity), 곧 빛이 면적당 나르는 출력입니다. 같은 출력이라도 작은 점에 모으면 세기가 커집니다. 출력과 세기를 구분하는 법은 출력, 에너지, 세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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