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 헬기 옆에 매달린 가느다란 미사일과 폭격기 날개 밑에 걸린 큰 미사일은 생김새가 전혀 다릅니다. 그래도 둘 다 공대지 미사일(air-to-surface missile)이라고 부릅니다. 무엇이 같아서 한 이름으로 묶일까요?
이 이름이 알려 주는 것은 쏘는 곳과 가는 곳뿐입니다. 항공기에서 쏘아 땅이나 물 위의 표적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려면 물음 세 개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노리는가, 어떻게 길을 찾는가, 무엇에 실려 가는가. 미국 해군·공군이 공개한 자료 속 미사일 이름을 예로 들어 이 세 갈래로 나눠 보겠습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길을 고치며
미 의회조사국(CRS)이 옮긴 미 국방부의 정의로, 정밀 유도 무기(precision-guided munition, PGM)는 "점 표적을 파괴하고 부수 피해를 줄이려는 유도 무기"입니다. 유도되지 않는 포탄이나 로켓은 쏜 뒤에 길을 바꾸지 못합니다. 유도 무기는 날아가는 동안 궤적을 바꿔, 표적 오차나 날씨 때문에 생긴 어긋남을 바로잡고 맞힐 확률을 높입니다.
길을 고치려면 무언가를 재야 합니다. 그래서 유도 무기에는 관성 측정 장치, GPS 수신기, 레이저(laser) 탐색기, 밀리미터파 레이다 탐색기 같은 부품이 들어갑니다. 유도 무기의 뿌리는 1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CRS는 1960년대에 레이저 유도와 반도체 같은 기술이 들어오면서 명중이 더 정확해졌다고 봅니다.
미사일과 유도 폭탄은 어떻게 다른가
항공기가 떨어뜨리는 유도 무기에는 폭탄도 있습니다. 합동 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 JDAM)이 대표적입니다. CRS는 JDAM을 여러 무게의 유도되지 않는 폭탄 꼬리에 볼트로 붙이는 유도 키트로 설명합니다.
공군이 JDAM을 처음 쓴 것은 1999년입니다. 소형 폭탄 SDB도 항공기에서 떨어뜨리는 유도 폭탄이고, 그 첫 모델은 GPS의 도움을 받는 관성항법으로 길을 찾습니다.
미사일은 사정이 다릅니다. 해군·공군 자료는 미사일마다 추진 장치를 적어 둡니다. Hellfire는 고체 추진제 로켓, Maverick은 탄두 뒤에 놓인 고체 로켓 모터, HARM은 고체 추진제 로켓 모터로 나아갑니다. 대함 미사일 Harpoon은 터보제트를 쓰고, 수상·수중에서 쏠 때는 부스터를 더하고, 항공기에서는 부스터 없이 쏩니다.
미사일은 부분을 바꿔 끼워 새 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미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DOT&E)에 따르면 합동 공대지 미사일 JAGM은 두 방식을 합친 탐색기·유도 장치를 달고, 탄두와 모터와 비행 제어 장치는 Hellfire의 Romeo 모델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림은 이 구성을 개념으로만 보여 주며, 부분의 크기와 배치는 실제 모델과 같지 않습니다.
무엇을 노리는가로 나누기
첫째 물음은 표적입니다. 해군은 Hellfire를 대전차 능력이 큰 공대지 레이저 유도 미사일로 소개하고, 주 기능을 "점 표적·대전차 무기"로 적습니다. 그런데 Hellfire는 헬기나 느린 고정익기를 상대하는 공대공 무기로도 쓸 수 있습니다. 공대지라는 이름이 쓰임을 하나로 묶어 두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레이다를 노리는 미사일도 있습니다. AGM-88 HARM은 레이다를 갖춘 적 방공 체계를 찾아 파괴하도록 설계한 공대지 전술 미사일입니다. 이런 미사일을 대레이다 미사일(anti-radiation missile)이라고 부릅니다. HARM은 적 레이다가 내는 전파를 따라가고, 그 신호를 받는 고정 안테나와 탐색기 머리가 미사일 앞쪽에 있습니다.
바다 위의 함정을 노리는 대함 미사일도 공중에서 쏩니다. Harpoon은 항공기와 함정이 함께 쓰는 전천후, 수평선 너머의 대함 미사일입니다. LRASM도 공중에서 쏘는 대함 순항 미사일입니다.
한 미사일이 여러 표적을 맡기도 합니다. Maverick의 표적은 기갑, 방공 체계, 함정, 지상 수송, 연료 저장 시설까지 넓습니다.
JSOW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소개됩니다. 먼 거리에서 쏠 수 있어, 적의 점 방어가 닿는 범위 밖에 머문 채 표적을 공격하도록 만든 무기입니다. 이렇게 방어 범위 밖에서 쏘는 무기를 원거리(standoff) 무기라고 합니다.
어떻게 길을 찾는가로 나누기
둘째 물음은 유도 방식입니다. 미사일 앞부분의 탐색기는 무엇을 받느냐에 따라 수동, 반능동, 능동의 세 갈래로 나뉩니다. 수동은 표적이 내는 열이나 전파를 받고, 반능동은 다른 곳에서 비춘 에너지의 반사를 받고, 능동은 미사일이 스스로 비추고 돌아온 반사를 받습니다. 탐색기 자체는 미사일 탐색기: 무기 앞부분의 "눈"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같은 미사일 계열 안에서도 유도 방식이 갈립니다. Maverick은 A·B형이 전자광학(TV) 영상, D·F·G형이 적외선 영상, E형이 레이저 유도입니다. 함정 추적에 맞춘 적외선형 F는 해군 P-3에, 레이저 유도형 E는 AV-8과 F/A-18에 씁니다. 이름이 같아도 모델 문자를 봐야 어떤 눈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파를 쓰는 방식도 둘로 갈립니다. Harpoon은 마지막 단계에서 능동 레이다로 표적을 찾아갑니다. HARM은 스스로 전파를 쏘지 않고 적 레이다가 내는 전파를 받아 따라갑니다. 앞의 것은 능동, 뒤의 것은 수동에 해당합니다.
위성과 관성으로 길을 찾는 미사일도 있습니다. JSOW는 GPS와 관성항법(INS)으로 길을 찾고, 마지막 단계의 적외선 탐색기는 AGM-154C에만 있습니다. Harpoon Block II도 GPS 도움 관성항법을 더해 대함과 지상 공격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항법이 어떻게 서로를 돕는지는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에 있습니다.
두 방식을 한 탐색기에 넣기도 합니다. JAGM은 반능동 레이저와 밀리미터파 레이다라는 두 센서 기술을 하나의 탐색기·유도 장치로 합쳤습니다. 멈춰 있거나 움직이는, 땅과 바다의 표적에 쓰는 미사일입니다.
무엇에서 쏘는가로 나누기
셋째 물음은 미사일을 싣는 항공기입니다. Hellfire를 싣는 것은 해군 MH-60 계열 헬기, 육군 AH-64 Apache, 해병대 AH-1W/Z Cobra로, 모두 헬기입니다. JAGM은 육군 AH-64E Apache와 해병대 AH-1Z Viper 승무원이 쓰는 미사일입니다.
해병대는 2022년 3월 1일 AH-1Z에서 JAGM의 초기 운용 능력을 선언했습니다. JAGM은 주로 공격 헬기용으로 설계되었지만 일부 고정익기와도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전투기와 공격기에도 공대지 미사일이 실립니다. Maverick은 모델에 따라 싣는 항공기가 다릅니다. A·B·D형은 공군 F-16과 A-10, E형은 AV-8과 F/A-18, F형은 해군 P-3에 씁니다.
공군 자료는 2020년 8월 기준으로 공군 보유 항공기 가운데 HARM을 쓰는 것이 F-16C뿐이라고 적습니다. 공군은 NSM의 공중 발사형인 Joint Strike Missile을 F-35A용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폭격기와 해상 초계기도 플랫폼입니다. JASSM은 여러 전투기·폭격기와 함께 쓰는 순항 미사일 계열입니다. JSOW도 여러 전투기와 함께 B-52, B-1B, B-2 폭격기에 통합되었습니다. Harpoon의 공중 발사형은 1979년 해군 P-3C Orion 초계기에 처음 배치되었고, 뒤에 공군 B-52H 폭격기에도 맞춰졌습니다.
무인 항공기도 이 목록에 들어갑니다. JAGM은 회전익기, 무인 항공기 체계, 고정익기에서 쓰는 공대지 정밀 유도 무기입니다.
세 물음을 겹쳐 보면 한 미사일의 모습이 잡힙니다. Hellfire라면 "점 표적을 노리고, 반능동 레이저로 길을 찾고, 헬기에서 쏜다"가 됩니다. 다만 같은 이름 안에서도 모델마다 유도 방식과 플랫폼이 달라지므로, 공식 자료의 모델 문자와 갱신 날짜를 함께 봐야 합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비춘 빛을 따라가기
반능동 레이저 유도에서 레이저는 직접 피해를 주지 않고 길을 알려 주는 쪽을 맡습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 응용물리연구소(APL)의 기술지는 반능동 방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빛, 레이저, 적외선, 전파의 빔으로 표적을 비추면, 미사일의 탐색기가 표적에서 반사된 에너지로 표적을 따라갑니다. 비추는 빔은 쏜 항공기나 그 가까이에서 나오므로, 어느 표적을 고르는지는 비추는 쪽이 크게 맡습니다.
해군 자료는 Hellfire를 항공기 안에서도, 항공기 밖의 레이저로도 표적까지 유도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한 사람이 손전등으로 벽의 한 점을 비추고, 다른 사람이 그 점을 보고 걸어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사람 눈이 아니라 탐색기가 그 반사를 읽고, 레이저 빔은 손전등 빛보다 훨씬 좁게 나아갑니다.
레이저를 쏘고 표적에서 돌아온 빛을 읽는다는 생각은 무기 밖에서도 쓰입니다. 빛이 갔다 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거리 측정기와 라이다(lidar)가 그렇습니다. 같은 생각을 측정 쪽에서 푼 이야기는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미사일 탐색기: 무기 앞부분의 "눈": 수동·반능동·능동 탐색기가 무엇을 받아 표적을 따라가는지 다룹니다.
- 관성항법과 위성항법: 자기 위치는 어떻게 알까: JSOW와 Harpoon Block II가 쓰는 GPS·관성 유도의 바탕입니다.
- 공대공 미사일: 미사일의 눈은 무엇을 볼까: 같은 항공기에서 쏘지만 하늘의 표적을 노리는 미사일입니다.
- 순항미사일: 비행기와 무엇이 비슷할까: JASSM과 LRASM이 속한 순항 미사일을 비행기와 견주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