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저로 얇은 금속판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는다고 해 봅시다. 빛이 닿은 자리만 깔끔하게 떼어 내고 싶지만, 빛이 남긴 에너지는 열이 되어 둘레로 번집니다. 떼어 낸 자리 둘레에서 이 열의 영향을 받은 부분을 열 영향부(heat-affected zone, HAZ)라고 부릅니다.
재료 가공은 오랫동안 나노초 길이의 펄스를 써 왔습니다. 그런데 더 높은 정밀도와 더 적은 열 손상을 바라고 피코초와 펨토초 펄스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펄스를 짧게 하면 왜 열이 덜 남을까요?
답은 두 시간을 견주는 데 있습니다. 빛을 받은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시간과, 생긴 열이 둘레로 옮겨 가는 시간입니다. 앞의 것이 더 빠르면 열이 퍼지기 전에 가공이 끝납니다.
펄스가 짧다는 것: 나노초, 피코초, 펨토초
먼저 길이를 재는 법부터 정합니다. 펄스 폭(pulse duration)은 펄스가 이어지는 시간입니다. 세기가 꼭대기 값의 절반 이상인 구간의 폭으로 재며, 이 폭을 반치폭(full width at half maximum, FWHM)이라고 합니다.
단위의 크기는 이렇습니다. 나노초(ns)는 10억분의 1초, 피코초(ps)는 1조분의 1초, 펨토초(fs)는 1,000조분의 1초입니다. 1나노초는 1펨토초의 100만 배입니다.
펄스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놓이는 자리가 다릅니다. Q-스위칭(Q-switching)으로 만든 펄스는 보통 마이크로초에서 나노초 영역입니다. 피코초와 펨토초 펄스는 다른 방법으로 만듭니다.
짧은 펄스가 가공에서 쓸모 있는 까닭 하나는 세기입니다. 짧은 펄스에서는 에너지 전체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몰리므로, 순간의 세기가 매우 높아집니다. Keller의 교과서 『Ultrafast Lasers』는 이 성질이 중요한 응용으로 비선형 광학과 함께 재료 가공을 꼽습니다.
짧은 펄스에는 조건도 붙습니다. 한 가지 파장만 가진 빛은 시간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파동이라서, 시간에 갇힌 펄스를 만들려면 파장이 다른 빛을 여럿 겹쳐야 합니다. 펄스를 이루는 색 성분이 다양할수록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펄스는 더 짧아질 수 있습니다.
짧은 펄스는 어디서 나오나: 모드 잠금
레이저에서 초단 펄스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쓰는 기법은 모드 잠금(mode locking)입니다. 레이저가 공진기 안에서 되도록 많은 종모드(longitudinal mode)로 빛을 내고, 그 모드들의 위상이 서로 맞물려야 짧은 펄스가 나옵니다. 원리는 "Q-스위칭과 모드 잠금: 짧은 펄스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에서 도표로 풀었습니다.
바깥 변조기 없이 모드를 잠그는 방법도 있습니다. 공진기에 포화 흡수체(saturable absorber)를 넣으면, 짧은 펄스가 지날 때마다 흡수체가 스스로 세기를 변조합니다. 이렇게 수동 모드 잠금을 한 레이저는 피코초나 펨토초 길이의 고른 펄스를 끊임없이 냅니다.
얼마나 짧아질까요? 가시광과 근적외선에서는 이런 오실레이터에서 약 5 fs의 펄스를 바로 얻습니다. 바깥에서 펄스를 더 압축하면 3 fs 영역까지 짧아집니다.
이런 레이저가 공장에 들어간 데에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1992년 반도체 포화 흡수 거울(semiconductor saturable absorber mirror, SESAM)이 발명되면서 다이오드로 펌핑하는 고체 레이저를 안정되게 수동 모드 잠금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뒤 초고속 레이저는 복잡한 실험 장치에서 산업 현장의 믿을 만한 턴키 장치로 옮겨 갈 수 있었습니다.
짧은 펄스를 키우는 법: 처프 펄스 증폭
오실레이터에서 나온 펄스는 짧지만 에너지가 작습니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면 증폭기로 키워야 하는데, 여기서 오래 막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짧은 펄스의 세기를 더 올리면 증폭하는 재료가 망가졌습니다.
해법은 1985년에 나왔습니다. 도나 스트리클런드(Donna Strickland)와 제라르 무루(Gérard Mourou)가 발명한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입니다. 두 사람은 이 방법으로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의 절반을 함께 받았습니다.
CPA는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짧은 펄스를 시간으로 여러 자릿수만큼 늘입니다. 펄스가 길어진 만큼 첨두 출력(peak power)이 낮아져서, 증폭기 재료를 망가뜨리지 않고 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펄스를 원래 길이로 다시 줄이면 매우 높은 첨두 출력을 얻습니다.
늘인 펄스를 처프(chirp)가 걸린 펄스라고 부릅니다. 펄스를 이루는 주파수 성분들이 서로 다른 때에 도착하도록 펼쳐 놓은 상태입니다. 도표처럼 낮은 주파수 성분이 먼저 나오면 양의 처프라고 하며, 이렇게 펼친 펄스는 대역폭이 같으면서 처프가 없는 펄스보다 깁니다.
줄을 선 사람들이 좁은 문을 지나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몰리면 문틀이 상하니 줄을 길게 늘여 차례로 들여보내고, 문을 지난 뒤에 다시 촘촘히 모읍니다. 실제로는 사람이 아니라 주파수 성분이 줄을 섭니다. 펄스를 늘이고 줄이는 일은 주파수 성분마다 빛을 다른 방향으로 보내는 회절격자 같은 광학 부품이 맡습니다.
오늘날 출력이 큰 초고속 레이저도 이 틀을 따릅니다. 저출력 오실레이터의 펄스 가운데 일부를 골라 늘이고, 여러 단의 증폭기를 지나게 한 뒤 다시 압축합니다. 노벨 물리학위원회는 CPA 덕분에 산업과 의료에 알맞은 작고 다루기 쉬운 초단 펄스 레이저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열이 덜 남는 이유
레이저 빛을 받은 자리에서는 열이 생기고, 그 열은 둘레 재료로 옮겨 갑니다. 펄스가 길면 빛이 아직 들어오는 동안에도 열이 옆으로 번질 시간이 있습니다. 그만큼 떼어 낸 자리 둘레에 열 영향부가 넓게 남습니다.
펄스가 아주 짧으면 순서가 바뀝니다. 빛을 받은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일이 열이 둘레로 옮겨 가는 것보다 빨리 일어납니다. 그래서 떼어 낸 자리 둘레의 열 영향부가 최소가 되고, 더 정밀하고 날카로운 모양을 얻습니다. 초고속 레이저로는 마이크로미터 정밀도의 형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초단 펄스 가공을 흔히 차가운 어블레이션(cold ab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어블레이션은 빛으로 재료를 떼어 내는 일입니다. 노벨 물리학위원회도 세고 짧은 펄스는 재료에 남기는 열에너지가 아주 적어서, 가공하려는 부피 밖의 손상이 무시할 만하다고 설명합니다. 위원회는 세기를 쓰임에 맞춰 고르는 예로, 열처리에는 낮게, 재료를 떼어 내는 데에는 높게 두는 경우를 듭니다.
다리미에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다리미를 천에 오래 대고 있으면 둘레까지 눋지만, 아주 잠깐 대고 떼면 닿은 자리만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 가공은 두 가지가 다릅니다. 닿은 자리의 재료가 떨어져 나가고, 이름과 달리 열이 0이 되지는 않습니다.
레이저 장비 업체 Newport의 응용 노트는 차가운 어블레이션의 까닭을 높은 첨두 세기에서 찾습니다. 초고속 레이저가 단단한 재료에 아주 작고 정밀한 무늬를 잘 가공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만든 미세 구조는 남는 열 영향부가 적고, 어떤 경우에는 재료의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어디에 쓰이나
쓰임새는 공장과 병원에 걸쳐 있습니다. Keller의 교과서가 든 예로는 세라믹과 탄화물처럼 아주 단단해 다루기 어려운 재료, 반도체 웨이퍼를 긋고 자르는 일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용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재료 같은 박막과 새로운 태양광 소자도 들어갑니다.
여러 재료를 매우 정밀하게 자르거나 구멍을 뚫을 수 있고, 살아 있는 조직에서도 그렇습니다. 혈관을 넓혀 받치는 스텐트에 필요한 깊고 좁은 구멍을 펨토초 레이저로 뚫습니다. 저장 매체 깊숙이 작은 구멍을 내 데이터를 담는 데에도 쓰입니다.
눈 수술은 널리 알려진 예입니다. 근시와 난시를 고치는 굴절 수술에서 펨토초 레이저가 세계적으로 임상에 쓰입니다. 안과의 여러 시력 교정 수술은 초고속 레이저로 조직을 정밀하게, 손상을 적게 떼어 냅니다.
재료 안쪽을 바꾸는 가공도 있습니다. 펨토초 펄스 레이저로 유리 덩어리 안에 빛이 지나는 길, 곧 광 도파로를 그려 넣는 기술은 연구와 산업 양쪽에서 쓸모 있는 미세 가공 기법으로 떠올랐습니다.
독일 예나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교의 응용물리연구소(Institute of Applied Physics, IAP)는 광학·광자 소자의 설계, 제작, 응용을 다루는 곳입니다. 연구소 공식 페이지의 부서 목록에는 광섬유·도파로 레이저(Fiber & Waveguide Lasers)와 초고속 광학(Ultrafast Optics)이 있습니다. 공식 페이지 주소는 연구 그룹 페이지에 있습니다.
어려운 점과 한계
첫째, 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료들이 쓰는 말은 "최소가 된다", "아주 적다", "어떤 경우에는 바뀌지 않는다"입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재료에 맞춰 레이저의 파장, 반복률(repetition rate), 평균 출력(average power), 펄스 폭을 골라야 합니다.
둘째, 반복률과 펄스 에너지(pulse energy)를 함께 키우면 레이저가 감당할 평균 출력도 커집니다. 반복률이 높으면서 펄스 에너지도 큰 초고속 레이저는 재료 가공 같은 산업 응용에서 쓸모가 큽니다. 이 둘을 곱한 값이 평균 출력입니다.
평균 출력 = 펄스 에너지 × 반복률
펄스 에너지와 반복률이 함께 크면 평균 출력도 높아집니다. 이터븀을 넣은 고체 레이저와 광섬유 레이저로는 피코초보다 짧은 펄스에서도 1 kW를 훨씬 넘는 평균 출력을 얻었습니다.
셋째, 열은 레이저 안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평균 출력이 수백 W인 초고속 레이저에서는 열 때문에 빔이 일그러지지 않게 하면서 열을 잘 빼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가공하는 재료에 남는 열은 줄었어도, 레이저 자체의 열은 따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넷째, 펄스 에너지와 반복률은 맞바꾸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증폭기가 감당할 수 있는 평균 출력에 한계가 있어서, 펄스 에너지를 키우려면 보통 반복률을 낮춥니다. 에너지가 작은 오실레이터는 100 MHz 영역에서, 에너지가 큰 증폭기는 1 kHz 영역이나 그보다 낮은 반복률에서 동작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레이저는 재료를 어떻게 가공하나: 흡수, 가열, 녹음": 빛이 열이 되어 재료를 녹이는 기본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 "Q-스위칭과 모드 잠금: 짧은 펄스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 이 글의 펄스가 어떻게 생기는지 더 깊이 봅니다.
- "CW 레이저와 펄스 레이저는 어떻게 다른가": 펄스 폭, 반복률, 첨두 출력이 낯설다면 먼저 읽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