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왼쪽 천 위에 렌즈, 거울, 반도체 칩, 감긴 광섬유가 놓이고, 가운데 열린 금속 상자 안에 그 부품들이 꾸려져 있으며, 오른쪽에 받침대에 올린 큰 회색 장비와 냉각 장치가 있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레이저 장비 한 대를 뜯어 보면 이름표가 여러 개 나올 수 있습니다. 렌즈는 한 회사, 빛을 내는 반도체 칩은 다른 회사, 그 둘을 상자에 묶어 넣은 레이저는 또 다른 회사가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무기라면 그 위에 한 겹이 더 얹힙니다.

그래서 "레이저 업체"라는 말 하나로는 그 회사가 무엇을 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렌즈 회사와 공장용 레이저 회사, 레이저 무기를 차량에 올리는 회사는 하는 일이 꽤 다릅니다.

아래에서는 레이저 산업을 부품, 레이저, 체계의 세 층으로 나눠 봅니다. 층마다 무엇이 오가는지는 회사들이 공식 사이트에 밝힌 내용과 미국 정부의 공개 문서로 확인합니다.

레이저 한 대에 들어가는 것

레이저에는 기본 요소가 셋 있습니다. 빛을 키우는 물질인 이득 매질(gain medium), 그 물질에 에너지를 넣는 동력원, 그리고 빛을 되먹이는 장치입니다. 되먹임은 많은 레이저에서 반사로 하고, 이 부분을 공진기(optical resonator)라고 부릅니다. 매질에 에너지를 넣는 일은 펌핑(pumping)입니다.

이 요소들은 저마다 시장에서 따로 팔립니다. 빛을 모으고 꺾는 렌즈와 거울, 펌핑에 쓰는 반도체 광원, 매질을 품은 광섬유가 각각 하나의 상품입니다. 이것을 모아 빛이 나오는 상자로 완성하면 레이저가 되고, 그 레이저에 겨누는 장치와 전원, 냉각을 붙여 차량이나 함정에 올리면 체계가 됩니다.

레이저 산업을 부품, 레이저, 체계의 세 층으로 나누고 층마다 대표 품목을 적은 도표
부품에서 체계까지 세 층. 층은 회사가 아니라 역할로 나눈 것입니다 (도표)(도표)

자동차에 빗대면 부품 업체는 전구와 타이어 회사, 레이저 업체는 엔진 회사, 체계 업체는 차를 완성하는 회사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경계가 훨씬 흐립니다. 한 회사가 부품과 레이저를 함께 만들기도 하고, 같은 물건이 어떤 고객에게는 완성품이고 다른 고객에게는 부품입니다.

부품 업체: 광학 부품과 측정 장비

연구실의 광학 테이블 위를 떠올리면 부품 업체가 무엇을 파는지 보입니다. 렌즈와 거울, 그것을 붙잡는 마운트, 진동을 줄이는 테이블, 빛을 재는 측정 장비가 놓여 있습니다.

Thorlabs는 이런 포토닉스 부품과 계측기,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만듭니다. 출발은 1989년 미국 뉴저지주 뉴턴이었고, 대학원생과 젊은 교수가 실험실 장비를 쉽게 구하게 하자는 목표였습니다. 회사가 밝힌 제품 수는 24,000가지가 넘습니다.

Newport(MKS)의 제품 메뉴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렌즈, 거울, 광학 테이블, 패러데이 광 아이솔레이터(Faraday optical isolator), 빛 측정(light analysis) 장비가 한 메뉴에 들어 있습니다. 같은 메뉴에 Spectra-Physics 상표의 레이저와 반도체 레이저를 구동하는 장치도 있어서, 부품 업체라는 이름표 하나로 다 묶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회사는 물건과 함께 쓰는 법에 관한 자료도 냅니다. Newport가 내는 응용 노트 가운데에는 인쇄 회로 기판(PCB)을 만들 때 구멍 뚫기, 기판 잘라 내기, 표시 새기기 같은 여러 공정에 레이저가 늘 쓰인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레이저 다이오드: 부품이면서 레이저

부품과 레이저의 경계에 선 물건이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LD)입니다. 반도체로 만든 레이저이고, 기본 소자는 아주 정교한 다이오드입니다. PN 접합에 전류를 흘려 에너지 띠 사이에 밀도 반전(population inversion)을 만들고, 빛을 되먹이는 공진기도 반도체 결정 자체의 일부입니다.

겉모습은 작은 전자 부품에 가깝습니다. 출력을 조절하는 센서까지 안에 넣어 하나의 부품처럼 포장해 팝니다.

이 다이오드가 쓰이는 길은 둘입니다. 하나는 다이오드의 빛을 그대로 쓰는 길입니다. 지금 쓰이는 레이저 가운데 가장 수가 많은 것이 다이오드 레이저이고, CD 재생기와 광통신이 대표 쓰임새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른 레이저의 에너지원이 되는 길입니다. Nd:YAG 같은 고체 레이저는 흔히 플래시관이나 레이저 다이오드로 펌핑합니다.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는 주로 이터븀 실리카 광섬유 레이저이고, 이것도 다이오드로 펌핑합니다. IPG Photonics는 광섬유 레이저가 거의 평행하게 곧게 나아가는(시준된) 빛을 내려면 레이저 다이오드의 빛을 모아 넣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레이저 다이오드의 빛을 바로 쓰는 길과, 다른 레이저의 펌프 광원으로 쓰는 길을 나란히 그린 도표
레이저 다이오드의 두 길 (도표)(도표)

두 번째 길에서는 같은 다이오드가 완성 레이저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 됩니다. 이렇게 쓰는 다이오드를 펌프 다이오드(pump diode)라고도 합니다. BWT의 제품 목록에 "레이저 펌핑용(for laser pumping)"이라는 말이 붙은 다이오드 레이저 모듈이 있는 것도 이 쓰임을 보여 줍니다.

레이저 업체: 광원을 완성품으로

레이저 업체는 다이오드와 광섬유, 거울 같은 부품을 모아 빛이 나오는 완성품을 만듭니다. 그 빛을 사는 쪽은 금속을 자르는 공장일 수도 있고, 수술실이나 연구실일 수도 있습니다.

IPG Photonics는 1990년부터 활동해 왔다고 밝히고, 지금은 재료 가공, 의료 시술, 첨단 응용에 쓰이는 레이저와 레이저 시스템을 내놓습니다. 사이트 메뉴를 보면 레이저만 있지 않습니다. 패키지 다이오드와 빔 전달(beam delivery) 장치가 있고, 절단용 레이저 시스템 같은 완성 장비도 있습니다.

BWT는 다이오드 레이저, 광섬유 레이저, 초고속 레이저 제품을 냅니다. 다이오드 레이저 모듈과 광섬유 레이저가 한 회사의 제품 목록에 같이 올라 있는 셈입니다.

출력을 키우는 증폭기(amplifier)도 하나의 상품입니다. 독일 하노버의 FiberBridge Photonics는 고출력 광섬유 증폭기와 함께 펌프 결합기, 광섬유 끝마개(fiber end cap), 클래딩 빛 제거기 같은 광섬유 레이저 부품을 제품 목록에 올려 둡니다. 광섬유 레이저 부품을 내는 회사가 증폭기 같은 레이저의 큰 덩어리까지 목록에 올린 경우입니다.

체계 업체: 레이저를 무기 체계로

레이저 무기에서 레이저는 체계의 한 칸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R44175에는 2021년 10월 미 해군 정보 문서가 실려 있습니다. 이 문서는 함정용 레이저의 비용을 어림하면서 레이저, 빔 지향기(beam director), 빔 제어, 전력과 열 관리(thermal management), 전투 체계 통합, 설치를 한 묶음에 넣었습니다.

미 해군 정보 문서가 함정용 레이저 무기의 비용에 넣은 여섯 항목을 상자로 그리고, 그 가운데 레이저 한 칸을 표시한 도표
레이저는 체계의 한 칸. 항목 이름만 옮겼습니다 (도표)(도표)

미 육군 쪽 자료도 같은 그림을 보여 줍니다. CRS 보고서 R46925가 옮긴 미 육군 예산 문서에는 차량, 레이저 부체계, 전력·열 부체계, 빔 제어 부체계가 나오고, 이것들을 전투 관리·지휘·통제·통신 소프트웨어와 통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 기술센터가 2014년에 낸 기사에는 육군 연구 부서의 한 책임자가 한 말이 실려 있습니다. 그는 상용 레이저에 빔 제어·전력·열 부체계를 더해 군용 트럭 한 대에 모두 통합한 시연을 들면서도, 기술을 더 성숙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묶음을 완성해 플랫폼에 올리는 일이 체계 층의 몫입니다. 레이저 업체가 이 층까지 일을 넓히기도 합니다.

FiberBridge Photonics는 고에너지 레이저(high-energy laser, HEL) 시스템 쪽에서 "완성 레이저 시스템의 제조와 설치"를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로 꼽습니다. 육상·해상·우주·공중의 여러 플랫폼에 고에너지 레이저를 통합하는 일도 함께 듭니다.

부품 쪽에서도 이 시장을 겨냥한 품목이 나옵니다. Exail은 지향성 에너지 레이저 쪽에서, 고출력 레이저 구조를 개발하는 데 맞춘 부품으로 위상 변조기, 첨가 광섬유, 가변 광 지연선을 내놓습니다. Exail은 로봇, 해양, 항법, 항공우주, 포토닉스, 양자 기술을 하는 기업 그룹으로, 2022년 ECA Group과 iXblue가 합쳐 생겼습니다.

한 회사가 여러 층을 맡기도 한다

세 층은 역할로 나눈 것이지 회사를 나눈 것이 아닙니다. 여러 회사가 앞 단계부터 완성품까지 한 회사 안에서 만든다는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를 내세웁니다.

칩부터 완성 장비까지 한 회사가 다 만들 수 있을까요? nLIGHT는 반도체 칩에서 완성 레이저 시스템까지 수직 계열화된 기술 층을 갖췄다고 밝히고, 지향성 에너지, 센싱, 첨단 제조를 사업 분야로 둡니다. FiberBridge Photonics가 말하는 범위도 광섬유 부품부터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까지의 가치 사슬 전체입니다.

연구 장비 쪽에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Thorlabs는 카탈로그 제품과 맞춤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시제작·시험·제조하는 역량을 수직 계열화라고 부릅니다.

레이저 무기 쪽에서는 이 공급망이 공식 문서에도 걸려 있습니다. 앞의 2021년 10월 미 해군 문서는 레이저 무기 체계의 주요 부체계와 부품을 만드는 산업 기반이 생산 능력 면에서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해군은 이것을 앞으로의 레이저 무기 비용 분석이 정확해지기 어려운 요인 가운데 하나로 들었습니다.

업체 자료를 읽을 때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지는 그 회사의 공식 사이트가 가장 직접적인 자료입니다. 그러면서도 회사 사이트는 제품을 알리려고 만든 자료이기도 합니다. "세계 선두", "가장 효율적인" 같은 말은 회사의 주장이고, 여러 회사를 같은 기준으로 잰 비교가 아닙니다.

메뉴에 있는 품목을 그 회사가 모두 직접 만드는지는 사이트만 보고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제품 이름에 붙은 출력과 파장 숫자는 그 제품 하나의 사양이고, 그 레이저가 들어갈 체계의 성능을 말하지 않습니다.

무기와 관련된 업체 문구도 같은 눈으로 봅니다. 회사가 설명하는 쓰임과 성능은 회사의 설명이고, 정부나 군이 발표한 시험 결과와는 따로 읽어야 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업체의 공식 홈페이지는 제조 업체 페이지에 모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