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어두운 남색 배경에서 여러 색의 가는 레이저 빔이 부채꼴로 모여 오른쪽의 빛나는 격자판에 닿고, 격자판에서 밝은 빔 한 줄기가 오른쪽 끝으로 뻗어 나가는 장면. 실제 장비가 아니다
실제 장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AI 생성 이미지)

유리 프리즘에 햇빛을 비추면 벽에 무지개가 생깁니다. 섞여 있던 색마다 꺾이는 각이 달라 저마다 다른 곳으로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을 거꾸로 돌려 보면 어떨까요? 여러 방향에서 들어온 빨강, 초록, 파랑 빛이 한 점에서 만나 한 줄기로 나가는 그림이 됩니다.

분광 빔 결합(spectral beam combining, SBC)은 이 거꾸로 돌린 무지개를 레이저 출력을 키우는 데 씁니다. 「빔 결합이 필요한 이유와 세 가지 방법」에서 원리를 짧게 보았다면, 이번에는 SBC 하나만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갑니다. 파장 폭을 어떻게 나눠 맡기는지, 왜 빛의 선폭(linewidth)을 일부러 넓히는지, 그 대가가 무엇인지가 이 글의 물음입니다.

왜 여러 대를 합칠까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 한 대가 낼 수 있는 출력에는 끝이 있습니다. 위상 변조기 같은 광학 부품을 내놓는 Exail은 기술 페이지에서, 오늘날 광섬유 레이저 한 대가 1 kW 안팎, 많게는 10 kW 정도를 낸다고 소개합니다. 여러 광원을 광학적으로 합치면 수백 kW에 이르는 레이저가 된다는 설명도 함께 둡니다.

한 대를 묶는 벽 가운데 하나가 유도 브릴루앙 산란(stimulated Brillouin scattering, SBS)입니다. 증폭기 한 대가 실어 보낼 수 있는 출력을 이 효과가 크게 깎습니다. 한 대를 끝없이 키우는 대신, 여러 대를 따로 키운 뒤 합치는 길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합치는 방법은 여럿입니다. 그 가운데 SBC와 결맞음 빔 결합(coherent beam combining, CBC), 두 가지가 위상 변조기를 씁니다. SBC에서 위상 변조기가 맡는 일은 SBS를 보면 드러납니다.

프리즘을 거꾸로 돌리면

AI 생성 이미지: 어두운 남색 배경에서 빨강, 주황, 초록, 파랑 등 여러 색의 레이저 빔이 부채꼴로 모여 가운데의 빛나는 격자판에 닿고, 반대편으로 밝은 빔 한 줄기가 나가는 그림. 왼쪽 위 작은 칸에는 프리즘이 흰빛을 무지개로 펼치는 모습이 있다. 영어 이름표가 붙어 있다. 각도와 크기는 실제 값이 아니다
프리즘이 한 빛을 여러 색으로 펼친다면, 분광 빔 결합은 그 일을 거꾸로 해서 여러 색을 한 빔으로 겹칩니다. 색은 구분을 위한 것으로, 실제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입니다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분광기는 한 빔에 섞인 색을 여러 갈래로 나눕니다. 분광 결합은 그 반대로, 회절격자(diffraction grating) 같은 분산 광학 소자로 파장이 서로 다른 빔들을 한자리에 포갭니다. 격자는 파장마다 빛을 다른 각으로 꺾으므로, 색마다 알맞은 방향에서 빛을 보내면 격자를 지난 뒤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프리즘 비유와 실제는 두 군데가 다릅니다. 햇빛은 처음부터 여러 색이 섞인 빛이지만, SBC에 들어가는 레이저 빔은 하나하나가 이미 아주 좁은 파장 폭만 지닌 빛입니다. 합친 빔도 흰빛이 아닙니다. 광섬유가 증폭할 수 있는 정해진 파장 띠 안에 여러 파장이 촘촘히 모인 빛입니다.

색도 그림과 다릅니다. 이터븀 광섬유가 키우는 빛은 1 µm 대역의 근적외선이라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글의 그림에 칠한 색은 채널을 구분하려고 붙인 것입니다.

결과는 단순합니다. 연속 신호를 내는 레이저 여러 대가 저마다 다른 파장을 맡고, 겹친 빛의 출력은 합친 빔의 수에 비례해 늘어납니다. SBC에 레이저 광원이 여러 대 있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네 단계로 따라가기

AI 생성 이미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네 칸의 그림. 첫째 칸은 무지개 띠 하나가 여러 조각으로 잘린 모습, 둘째 칸은 한 가지 색의 아주 가는 선이 조금 넓은 봉우리가 되는 모습, 셋째 칸은 조각마다 작은 원통형 증폭기가 붙은 모습, 넷째 칸은 여러 색의 빔이 격자판에서 한 줄기로 합쳐지는 모습이다. 영어 이름표가 붙어 있다
분광 빔 결합의 네 단계: 파장 폭을 나누고, 채널마다 선폭을 조금만 넓힌 뒤, 따로 키워서, 한 빔으로 겹칩니다. 색은 구분을 위한 것으로, 실제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입니다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공개 자료를 이어 보면 SBC는 네 단계로 그릴 수 있습니다.

  1. 나누기: 광섬유 증폭기가 키울 수 있는 파장 폭을 여러 칸, 곧 채널로 나눕니다.
  2. 조금 넓히기: 채널마다 광원의 선폭을 위상 변조기로 SBS를 누를 만큼만 넓힙니다.
  3. 키우기: 넓힌 빛을 채널마다 증폭기로 따로 키웁니다.
  4. 합치기: 회절격자 같은 분산 소자에서 모든 채널을 한 빔으로 겹칩니다.

첫째 단계는 몇 칸으로 나눌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둘째 단계는 한 칸을 얼마나 넓게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둘이 서로 얽혀 있다는 데 SBC의 묘미가 있습니다.

정해진 폭을 나눠 쓰기: 이득 대역과 채널

광섬유 레이저의 증폭기는 아무 파장이나 키우지 못합니다. 빛을 키우는 이득 매질마다 증폭할 수 있는 파장 폭이 정해져 있고, 이 폭을 이득 대역(gain bandwidth)이라 부릅니다.

Exail 페이지가 그리는 SBC 구조는 이터븀 첨가 광섬유(ytterbium-doped fiber, YDF)로 만든 이중 클래드 광섬유(double-clad fiber) 증폭기의 이득 대역을 여러 채널로 잘게 나눕니다. 채널 하나하나가 선폭이 좁은 광섬유 레이저 광원이고, 이 채널들을 모아 합칩니다.

길이가 정해진 책꽂이에 책을 꽂는 일과 닮았습니다. 책꽂이 길이는 이득 대역이고, 책 두께는 채널 하나의 선폭입니다. 책이 얇을수록 더 많이 꽂힙니다. 실제로는 책을 아무리 얇게 해도, 빛을 합치는 분산 소자가 한 칸에 줄 수 있는 최소 폭을 정합니다.

몇 칸이 나올지는 나눗셈 하나로 셈합니다.

합칠 수 있는 빔의 수 = 쓸 수 있는 전체 파장 폭 ÷ 빔 하나에 나눠 준 파장 폭

왜 선폭을 일부러 넓힐까: SBS

채널 하나의 빛은 선폭이 좁을수록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선폭이 아주 좁은 빛을 광섬유에서 세게 키우면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센 빛이 유리를 아주 잘게 떨게 하고, 그 떨림이 유리 속에 촘촘한 줄무늬를 만듭니다. 이 줄무늬가 거울처럼 빛의 일부를 광원 쪽으로 되돌려, 광원과 이득 매질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SBS가 어떤 현상인지는 「한 가닥의 한계 ①: 비선형 효과(SBS, SRS)」에서 자세히 보았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위아래 두 칸의 그림. 두 칸 모두 같은 굵기의 빛이 광섬유 코어를 지나고, 칸마다 오른쪽 위에 작은 스펙트럼 그림이 있다. 위 칸은 스펙트럼이 아주 가는 뾰족한 봉우리이고, 유리 속에 물결무늬가 생기며 빛의 일부가 코어를 따라 광원 쪽으로 되돌아간다. 아래 칸은 스펙트럼이 조금 넓은 낮은 봉우리이고, 빛이 되돌아오지 않고 끝까지 지나간다. 영어 이름표가 붙어 있다
선폭이 아주 좁은 센 빛은 광섬유 안에서 빛의 일부를 광원 쪽으로 되돌립니다(SBS). 빔의 굵기가 아니라 파장이 퍼진 폭을 조금 넓히면 이를 누를 수 있습니다. 개념을 보여 주는 그림입니다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대책은 선폭을 일부러 조금 넓히는 것입니다. 빛의 주파수를 흔들어 선폭을 넓히면 SBS가 자라지 못하고, 이 일을 전기광학 위상 변조기(electro-optic phase modulator)가 맡습니다. SBC 구성에서는 레이저 모듈마다 위상 변조기가 하나씩 붙습니다. SBS 없이 빛을 보낼 수 있으면, 다시 합치기 전에 채널 하나하나의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넓히되 조금만: 선폭의 맞바꿈

AI 생성 이미지: 가운데 받침 위의 저울. 왼쪽 접시에는 광섬유 조각에서 뒤로 꺾여 나오는 빛 화살표가 줄어든 모습과 넓은 봉우리가, 오른쪽 접시에는 촘촘히 늘어선 여러 색의 막대와 한 점으로 모이는 빔이 놓여 있다. 저울 아래에는 넓은 선 쪽과 좁은 선 쪽을 가리키는 양쪽 화살표가 있다. 영어 이름표가 붙어 있다
선폭을 넓히면 SBS는 줄지만, 한 채널이 차지하는 폭이 넓어져 채널 수와 빔 품질에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만 넓힙니다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그렇다면 선폭을 넉넉히 넓히면 되지 않을까요? SBC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넓힌 만큼 채널 하나가 차지하는 칸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채널 수가 줄어듭니다. 이득 대역의 폭은 정해져 있으니, 한 칸이 넓어지면 들어갈 칸이 줄어듭니다. Exail도 채널 자리를 가장 많이 남기려면 선폭을 꼭 필요한 만큼만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로 빔 품질(beam quality)이 떨어집니다. 격자는 파장마다 다른 각으로 빛을 꺾으므로, 한 채널 안에 든 여러 파장 성분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흩어집니다. 선폭이 충분히 좁지 않으면 이 흩어짐 때문에 멀리 간 빔이 더는 회절 한계가 아니게 됩니다. 회절 한계는 빔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만큼만 퍼지는, 가장 좋은 빔 품질입니다.

그래서 SBC의 선폭은 줄다리기입니다. 너무 좁으면 SBS가 채널 하나의 출력을 묶고, 너무 넓으면 채널 수와 빔 품질을 잃습니다. 어디쯤이 알맞은지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필요한 폭은 어떤 이중 클래드 광섬유를 고르고 증폭기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도 SBC를 쓰는 까닭

맞바꿈이 있는데도 SBC를 쓰는 까닭은 맞춰야 할 것이 적기 때문입니다. 채널 사이의 위상을 안정되게 붙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낮고, 빛이 한 파장에 얼마나 깨끗하게 모여 있는지를 보는 스펙트럼 순도의 요구도 낮습니다. 2014년 MIT 링컨 연구소 학술지 기사도 파장을 제어하는 일이 결맞음 결합의 위상 제어만큼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채널마다 스펙트럼이 아주 좁다면 합친 빔도 회절 한계를 지켜, 출력과 함께 밝기(brightness)도 커집니다.

대신 잃는 것도 있습니다. 합친 빛은 여러 파장에 나뉘어 있어서, 파장 폭 한 칸에 담긴 빛의 세기인 스펙트럼 밝기로 보면 결맞음 결합처럼 크게 늘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밝기는 빔이 얼마나 좁게 모이느냐를 보는 잣대이고, 스펙트럼 밝기는 파장 폭 하나에 빛이 얼마나 몰려 있느냐를 보는 잣대라 서로 다릅니다. Exail은 이 스펙트럼 밝기를 SBC가 치르는 값으로 듭니다.

결맞음 빔 결합과 한 표로

두 방식이 무엇을 맞추고, 채널을 늘릴 때 무엇에 걸리는지 나란히 놓았습니다.

항목분광 빔 결합(SBC)결맞음 빔 결합(CBC)
꼭 맞출 것빔마다 파장과 방향빔들의 상대 위상을 실시간으로
선폭과 SBS 대책위상 변조기로 넓히되 최소로. 넓힐수록 채널 수와 빔 품질이 줄어듦위상 변조기로 스펙트럼을 넓힘
채널을 늘릴 때 걸리는 것쓸 수 있는 파장 폭 ÷ 채널 하나의 몫채널이 늘수록 커지는 복잡성과 비용
위상 안정에 대한 요구낮음열과 환경에 따른 흔들림 때문에 능동 안정화가 필요함

두 방식은 출발점이 같습니다. 광섬유 증폭기 여러 대를 따로 키워 합칩니다. 실제로 nLIGHT는 자사의 좁은 선폭 증폭기를 결맞음 결합과 분광 결합 어느 쪽에도 맞출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위상을 맞추는 길은 「결맞음 빔 결합의 원리: 공개 리뷰 논문으로 읽기」에서 이어집니다.

공개 자료에 보이는 쓰임

제조사 페이지에서도 SBC라는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nLIGHT는 회사가 30 kW급이라 부르는 레이저에 자체 분광 빔 결합 기술을 쓰고, 10 kW급이라 부르는 레이저에는 이색성 빔 결합(dichroic beam combining, DBC)이라는 자체 방법을 쓴다고 적습니다. 이 숫자들은 회사가 제품에 붙인 등급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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