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0일, 시베리아 북쪽 끝 상공 고도 790 km에서 위성 두 대가 부딪쳤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작동 중인 통신위성 이리듐 33, 다른 하나는 이미 퇴역한 러시아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이었습니다. 온전한 우주선 두 대가 우연히 초고속으로 충돌한 첫 사례였습니다.
일을 마친 위성도 궤도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성이 작동 중인 위성의 길을 가로지를 수 있습니다. 위성 주변에 무엇이 지나가는지 알아내고, 부딪치기 전에 비켜 가게 하는 일이 우주상황인식입니다. 이 글은 그 일의 공식 정의와 공개된 역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규칙을 따라갑니다.
우주상황인식이라는 말
우주상황인식(space situational awareness, SSA)의 공식 정의는 2018년 6월 18일 미국 대통령이 낸 우주정책지침 3호(Space Policy Directive-3, SPD-3)에 있습니다. 우주 물체와 그 물체가 놓인 운용 환경을 알고 특성을 파악해, 우주 활동이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무엇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아는 일입니다.
같은 지침은 우주교통관리(space traffic management, STM)를 따로 정의합니다. 우주에서의 활동을 계획하고 조정하고 궤도 위에서 서로 맞추는 일입니다. 아는 일이 SSA라면, 그 앎으로 서로 길을 비켜 가게 하는 일이 STM입니다.
도로에 견주면 SSA는 교통 상황판, STM은 신호와 교통 규칙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우주에는 차선도 신호등도 없고, 쓸모를 다한 위성이나 파편은 스스로 길을 비키지 못합니다.
이 분야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근접 접근(conjunction)입니다. 두 개 이상의 물체가 같거나 거의 같은 시각에, 같거나 거의 같은 자리에 오는 것을 뜻합니다. SPD-3은 그때 이미 미국 국방부가 우주에서 2만 개가 넘는 물체를 추적하고, 우주 물체 목록을 펴내며, 근접 접근 가능성을 알린다고 적었습니다.
궤도면이 서로 다른 두 궤도도 어딘가에서 엇갈립니다. 2009년 충돌 때 두 위성의 궤도면은 거의 직각으로 엇갈렸고, 충돌 속도는 초속 11 km가 넘었습니다.
궤도에는 무엇이 돌고 있나
궤도 잔해(orbital debris)는 지구를 돌지만 더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 만든 물체입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미국 우주감시망(Space Surveillance Network, SSN)의 목록에는 3만 4천 개가 넘는 지구 궤도 물체가 올라 있습니다. 작동 중인 위성뿐 아니라 멈춘 위성, 다 쓴 로켓 몸체, 파편도 이 목록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목록에 오르지 못한 것은 훨씬 많습니다. NASA 궤도 잔해 프로그램 사무국(Orbital Debris Program Office, ODPO)은 밀리미터 크기의 잔해를 1억 개로 추정합니다. 크기가 작을수록 수가 빠르게 늘기 때문에, 잔해의 대부분은 너무 작아서 늘 추적하지는 못합니다.
잔해는 고르게 퍼져 있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은 지표에서 2,000 km 안쪽을 돕니다. 이 저궤도에서 잔해는 초속 7~8 km로 움직이고, 그래서 작은 조각과 부딪쳐도 상당한 에너지가 실립니다.
한번 생긴 잔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600 km 아래의 잔해는 보통 몇 해 안에 떨어지지만, 800 km에서는 궤도가 낮아져 떨어지기까지 몇 세기가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1,000 km 위에서는 보통 1,000년 넘게 돕니다.
1978년의 경고
1978년 6월, NASA 존슨 우주센터의 도널드 케슬러(Donald J. Kessler)와 버턴 쿠르-팔레(Burton G. Cour-Palais)가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에 논문 한 편을 냈습니다. 제목은 "Collision frequency of artificial satellites - The creation of a debris belt", 곧 인공위성의 충돌 빈도와 잔해 띠의 형성입니다.
논지는 연쇄입니다. 위성이 늘면 위성끼리 부딪칠 확률이 커집니다. 충돌로 생긴 파편 하나하나는 다시 다음 충돌의 확률을 높입니다. 이것이 되풀이되면 지구 둘레에 잔해 띠가 자랄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경고였습니다.
논문은 어떤 조건에서는 그 띠가 20세기 안에 생기기 시작해 21세기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처방도 내놓았습니다. 발사 제약과 운용 절차를 일찍 도입하면 띠가 생기는 때를 크게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어난 충돌과 파괴
NASA ODPO는 우주선과 발사체의 폭발과 충돌을 큰 파편 잔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그 가운데 두 사건, 2007년 펑윈(Fengyun)-1C 기상위성의 의도적 파괴와 2009년 이리듐 33과 코스모스 2251의 우발 충돌이 지구 궤도의 큰 잔해를 크게 늘렸습니다.
2007년 1월 11일 중국은 위성 요격(anti-satellite, ASAT) 시험으로 낡은 자국 기상위성 펑윈-1C를 맞혔습니다. NASA 궤도 잔해 소식지는 2007년 4월호에서 이 잔해 구름을 그때까지 50년 동안 저궤도를 가장 심하게 오염시킨 단일 사건으로 적었습니다. 잔해는 고도 200 km에서 4,000 km 넘게까지 퍼졌고, 시험 두 달 뒤 공식 목록에 오른 것만 1,200개가 넘었습니다. 대부분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머무는 궤도에 들어갔습니다.
2009년 충돌로는 3월 말까지 큰 잔해 823개가 확인돼 목록에 올랐습니다. 이 잔해들 가운데 다수는 궤도 수명이 수십 년으로 보여, 저궤도의 다른 위성에 앞으로도 충돌 위험이 됩니다.
2021년 11월 15일에는 러시아가 직접 상승식 위성 요격(direct-ascent anti-satellite, DA-ASAT) 미사일 시험으로 자국 위성 코스모스 1408을 맞혔습니다. 미국 NOAA 우주상업국(Office of Space Commerce, OSC)에 따르면 이 시험은 그때까지 1,500개가 넘는 추적 가능한 잔해를 만들었고, 더 작은 잔해 수십만 개를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미 우주사령부의 제임스 디킨슨 장군은 이 잔해가 여러 해 동안 위협이 되고 충돌 회피 기동을 더 많이 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험 뒤 미 우주사령부는 이 잔해의 궤적을 계속 지켜봤습니다. 그 정보는 space-track.org에 올라 있습니다.
세 사건 가운데 둘은 의도적인 파괴 시험이었고, 하나는 우발 충돌이었습니다. 까닭은 달라도 남은 것은 오래 머무는 파편이었습니다.
충돌을 피하는 세 단계
충돌 회피는 예측에서 시작합니다. NASA의 충돌 평가 조직 CARA(Conjunction Assessment Risk Analysis)는 지켜야 할 위성을 "주(primary)" 물체, 우주의 다른 알려진 모든 물체를 "부(secondary)" 물체라고 부르고 둘의 앞으로의 위치를 견줍니다. 이 근접 평가는 미 우주군 제18우주방어대대가 하는 검사에서 출발합니다.
단계는 셋입니다. 먼저 어떤 물체가 언제 가까이 올지 예측하고, 다음으로 그 근접 접근의 충돌 위험을 평가합니다. 마지막 단계인 위험 줄이기는 충돌 위험이 높게 나온 근접 접근에 씁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좋은 예입니다. 추적 중인 물체가 정거장 가까이 올 것으로 예측되고 충돌 가능성이 정해 둔 기준을 넘으면, 정거장은 보통 기동해서 피합니다. NASA ODPO에 따르면 정거장은 1999년부터 이런 충돌 회피 기동을 41번 했습니다.
피할 시간이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09년 3월 12일, 작은 궤도 잔해가 정거장 가까이 온다는 예측이 늦게 나와 승무원들이 잠시 소유스 TMA-13 우주선으로 옮겨 갔습니다. 그 물체는 결국 4 km 가까운 거리를 두고 지나갔습니다. 이런 때 승무원은 귀환선으로 옮겨, 드물지만 충돌이 날 경우에 대비해 빨리 분리할 준비를 합니다.
규칙과 정책
궤도 잔해에 관한 국제 조약은 없습니다. 대신 주요 우주 기관들이 기관 간 우주 잔해 조정위원회(Inter-Agency Space Debris Coordination Committee, IADC)를 만들었습니다. 유엔 우주공간평화이용위원회(Committee on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 COPUOS)의 과학기술소위원회도 1994년부터 잔해 문제를 다뤄 왔고, 두 기구 모두 경감 지침을 펴냈습니다.
유엔 지침은 2007년에 소위원회가 채택했고, 유엔 총회가 2007년 12월 22일 결의 62/217로 승인했습니다. 강제 규정이 아닌 자발적 지침이며, 총회는 회원국에 각자의 국내 장치로 이행하라고 권했습니다.
일곱 가지 지침 가운데 지침 3은 우발 충돌 확률을 줄이라는 것입니다. 궤도 자료가 충돌 가능성을 보이면 발사 시각을 조정하거나 궤도 위에서 회피 기동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라는 내용입니다. 지침 4는 궤도 위 우주선과 발사체 단의 의도적 파괴처럼 오래 남는 잔해를 만드는 활동을 피하라고 합니다.
미국은 SPD-3이 줄기를 잡았습니다. 기본 SSA 자료와 기본 STM 서비스는 국가안보 제약 안에서 직접 이용료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주 물체의 권위 있는 목록은 국방장관이 유지합니다. 다만 그 목록 가운데 공개할 수 있는 부분과 공개 자료 저장소, 충돌 회피 지원 서비스는 민간 기관인 상무부가 맡아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NOAA 우주상업국의 우주 교통 조정 체계(Traffic Coordination System for Space, TraCSS)입니다. 민간·민영 우주 운용자에게 비행 안전을 위한 기본 SSA 자료와 서비스를 주려고 개발하고 있고, 우주상업국은 2025년 9월 8일 소식에서 이 일을 "SPD-3을 이행하는 일"로 소개했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빛으로 위성까지 재기
레이저(laser)는 위성까지의 거리를 재는 데도 쓰입니다. 위성 레이저 거리 측정(satellite laser ranging, SLR)은 짧은 펄스 레이저와 광 수신기, 시간 측정 전자 장치를 씁니다. 지상국에서 위성에 달린 역반사기까지 빛이 갔다 오는 시간을 재고, 그 시간으로 거리를 얻습니다.
이 측정은 국제측지학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odesy, IAG)의 서비스인 국제 레이저 거리 측정 서비스(International Laser Ranging Service, ILRS)가 묶어 관리합니다. ILRS는 2014년 10월 26일 우주 잔해 연구 그룹(Space Debris Study Group)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SLR 관측소가 우주 잔해를 추적하고 있고, 이 일에 대한 우주 기관들의 관심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빛이 갔다 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원리는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서 차근차근 풀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군사 정찰위성: 우주에서 얻는 정보: 궤도에 오른 위성이 무슨 일을 하는지 봅니다.
-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 빛의 왕복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원리를 봅니다.
- 공개 자료 찾는 법: 정부 보고서, 논문, 표준은 어디서 보나: 이 글처럼 정부·국제기구 문서를 찾아 읽는 법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