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광섬유 레이저의 빔을 박자 맞춰 하나로 합치는 장치가 있습니다. 그 장치의 첫 단계는 선폭(linewidth)이 아주 가는 광원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빛을 조금 키운 뒤 곧이어 위상(phase) 변조기에 넣어 스펙트럼을 넓힙니다. 애써 좁게 만든 빛을 왜 넓힐까요?
두 가지 요구가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빔을 합치려면 빛의 결맞음(coherence)이 좋고 선이 좁아야 합니다. 그런데 좁은 빛을 광섬유에서 세게 키우면 빛이 거꾸로 되돌아오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글은 시드 광원이 하는 일, 좁은 빛이 그 현상에 약한 까닭, 위상을 흔들어 선을 넓히는 원리, 얼마나 넓힐지의 맞바꿈을 차례로 봅니다.
시드 광원: 증폭기 줄의 맨 앞
센 빛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고, 작은 빛을 먼저 만든 뒤 증폭기로 키우는 짜임이 있습니다. 이것이 주 발진기 출력 증폭기(master oscillator power amplifier, MOPA)이고, 처음 빛을 만드는 쪽이 씨앗 레이저(seed laser), 곧 시드 광원입니다.
시드는 출력이 낮은 대신 빛의 성질을 정합니다. 파장, 선폭, 펄스 길이가 여기서 정해지고, 뒤따르는 증폭기는 출력을 크게 올리되 그 성질을 그대로 지킵니다.
녹음실에서 처음 녹음한 소리의 결을 큰 앰프가 바꾸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빛의 증폭기는 센 출력에서 시드에 없던 문제를 새로 만들 수 있고, 이 글의 이야기가 바로 그 문제입니다.
빔을 합치는 레이저에서는 시드가 한 가지 일을 더 합니다. 증폭기 여러 대가 공통의 앞단에서 씨앗 빛을 받으면, 증폭한 뒤의 출력 빔들 사이에 결맞음의 전제 조건이 생깁니다. 같은 시드에서 갈라진 빛이라서 나중에 박자를 맞출 수 있습니다.

선폭이 좁다는 것
선폭은 빛이 품은 주파수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선폭이 좁은 빛은 거의 한 주파수로만 진동합니다.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은 레이저 빛의 두 성분이 안정되게 간섭(interference)할 수 있는 대략의 시간 차이고, 선폭이 좁을수록 길어집니다.
빔을 합치는 두 갈래 모두 이 성질을 원합니다. 결맞음 빔 결합(coherent beam combining, CBC)은 빔들을 간섭시켜 한 빔으로 만드니, 빔끼리 오래 안정되게 간섭할수록 좋습니다. 분광 빔 결합(spectral beam combining, SBC)은 빔마다 다른 파장을 맡기는데, 결합 소자를 지난 뒤에도 채널마다 빔 품질을 지키려면 역시 좁은 스펙트럼이 필요합니다.
좁은 빛이 SBS에 약한 까닭
센 빛이 광섬유를 지나면 유리 속에 음파가 생기고, 그 음파에 빛이 부딪혀 뒤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도 브릴루앙 산란(stimulated Brillouin scattering, SBS)입니다. 되돌아온 빛은 커지면서 앞쪽 부품을 해칠 수 있습니다. 음파가 어떻게 생기고 무엇이 문턱을 정하는지는 「한 가닥의 한계 ①: 비선형 효과(SBS, SRS)」에 있습니다.
좁은 빛이 왜 특히 약할까요? 브릴루앙 산란이 빛을 키워 주는 주파수의 폭, 곧 이득 스펙트럼이 아주 좁기 때문입니다. 단일 주파수 증폭기를 다룬 2026년 리뷰 장(사전 공개)은 레이저 선폭이 이 폭보다 훨씬 좁으면 빛의 거의 모든 주파수 성분이 한꺼번에 SBS를 키운다고 설명합니다.
라디오 주파수 하나에만 귀를 기울이는 수신기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방송국이 모든 힘을 그 주파수 하나에 실으면 수신기는 크게 울립니다. 같은 힘을 여러 주파수에 흩어 실으면 그 수신기에 닿는 몫은 줄어듭니다.
실제로는 다릅니다. SBS에서 "수신기"는 따로 있는 장치가 아니라 빛 자신이 유리 속에 만든 음파이고, 그 몫이 크면 스스로 더 커지는 되먹임이 생깁니다.
위상을 흔들면 선이 넓어진다
그래서 선을 넓힙니다. 브릴루앙 효과를 누르는 검증된 방법은 레이저 선의 폭을 넓히는 것이고, 그 일을 하는 부품이 전기광학 위상 변조기입니다. 같은 에너지를 더 넓은 주파수에 나눠 두면, 좁은 이득 폭 안에 드는 몫이 줄어 SBS가 덜 자랍니다. 레이저 체계가 바깥에서 쓰이니 이 변조기는 온도 변화에도 둔감해야 합니다.

위상을 흔드는 것이 어떻게 주파수를 넓힐까요? 빛의 순간 주파수가 원래 값에서 얼마나 어긋나는지는 위상이 시간에 따라 바뀌는 빠르기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위상을 시간에 따라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게 흔들면, 그 순간마다 주파수가 원래 값에서 조금씩 어긋납니다.
어긋난 주파수들이 모이면 바늘 같던 선이 낮고 넓은 언덕이 됩니다. 위상 잡음이 단색 레이저의 선폭을 넓힌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이고, 위상 변조기는 이 효과를 일부러, 조절해서 일으킵니다.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에너지가 더 넓은 주파수에 나뉘어 놓이니 봉우리는 낮아집니다. 바뀌는 것은 에너지가 주파수 위에 놓인 모양입니다.
잡음으로 넓히기, 정해진 무늬로 넓히기
위상을 어떻게 흔들지도 고를 수 있습니다. 변조기에 거는 전기 신호로는 백색 잡음, 의사 난수 비트열(PRBS), 여러 사인파를 섞은 신호가 흔히 쓰입니다. nLIGHT도 백색 잡음으로 넓힌 선폭을 안에 넣은 시드 광원을 내놓았습니다.
백색 잡음은 주파수와 상관없이 고른 잡음입니다. 이런 신호로 위상을 흔들면 빛의 에너지도 넓은 범위에 비교적 고르게 흩어집니다.
사인파는 다릅니다. 한 박자로 되풀이되는 흔들림은 원래 주파수 둘레의 정해진 자리로 에너지를 옮깁니다. 능동 모드 잠금을 다루는 교과서 대목도, 주기적으로 변조하면 광 에너지가 이웃한 주파수로 옮겨 간다고 설명합니다.
PRBS는 두 성격을 섞은 신호입니다. 정해진 규칙으로 만든 비트열이지만 겉보기에는 무작위처럼 보입니다. 장치마다 어느 신호를 고르는지는 공개 자료에 나오지 않습니다.
얼마나 넓힐까: 맞바꿈
넓힐수록 SBS는 줄지만 마음껏 넓힐 수는 없습니다. 필요한 넓힘은 증폭기에 쓰는 광섬유와 증폭기 구성이 정하고, 넓힘은 꼭 필요한 만큼으로 줄여 둡니다. 결합 쪽에서 대가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분광 결합에서는 대가가 빔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회절격자 같은 분산 소자는 파장마다 빛을 다른 방향으로 보냅니다. 한 채널의 선이 넓으면 그 채널 안의 여러 파장이 조금씩 다른 각으로 꺾여, 한 빔이 부채처럼 번집니다.
그래서 선이 넓을수록 결합한 뒤의 빔 품질이 떨어지고, 정해진 이득 대역 안에 넣을 채널 수도 줄어듭니다. 채널 자리를 나누는 이야기는 「분광 빔 결합 자세히: 색을 나눠 맡기고 한 빔으로」에서 이어집니다.
결맞음 결합에서는 대가가 길이로 나타납니다. 선폭을 넓히면 결맞음 길이가 짧아져, 빔마다 지나는 길이를 더 정밀하게 맞춰야 합니다. 한 제조사가 내놓은 결맞음 결합 구성에는 빔마다 광로 길이를 맞추는 가변 광 지연선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시드가 끊기면
결맞음 결합에서는 같은 종류의 위상 변조기가 박자를 맞추는 일도 맡습니다. 그 흐름은 「결맞음 빔 결합 장치 따라가기: 시드에서 한 빔까지」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시드 쪽 위험 하나만 봅니다.
시드는 증폭기 줄 전체의 출발점이고, 넓힌 선폭도 시드와 그 뒤의 변조기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시드에 문제가 생기면 뒤쪽 증폭기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nLIGHT는 자사 협선폭 증폭기에 시드를 잃는 일 같은 상황에서 증폭기를 지키는 장치를 넣었다고 소개하지만, 어떤 방식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시드와 위상 변조기는 레이저 무기 안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품입니다. 그래도 빔을 몇 개 합칠 수 있는지, 증폭기 한 대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가 이 두 부품의 선택과 얽혀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펌프 모듈: 칩의 빛을 광섬유 한 가닥에 담기」: 시드 빛을 키울 연료, 펌프 빛이 광섬유에 담기는 과정입니다.
- 「한 가닥의 한계 ①: 비선형 효과(SBS, SRS)」: 선폭을 넓히게 만든 SBS를 깊이 봅니다.
- 「결맞음 빔 결합 장치 따라가기: 시드에서 한 빔까지」: 시드를 나눠 박자를 맞추는 장치 전체를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