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물줄기에 햇빛을 비춰 보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빛은 물줄기 속을 지나며 휘어진 모양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오늘날 머리카락보다 가는 유리 가닥 속의 빛도 가닥을 따라 먼 거리를 갑니다.
아무리 맑은 유리라도 빛이 옆벽으로 빠져나가 버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가는 유리 가닥 속을 달리는 빛은 왜 옆으로 새지 않을까요?
유리가 두 겹이기 때문입니다. 가운데의 코어(fiber core)와 그것을 감싼 클래드(cladding)가 만나는 경계에서 빛이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 TIR)됩니다. 광섬유 규격에 나오는 개구수(numerical aperture, NA)와 단일 모드라는 말도 이 가둠에서 나옵니다.
광섬유의 구조: 코어, 클래드, 피복
광섬유를 잘라 단면을 보면 세 겹입니다. 한가운데에 코어가 있고, 클래드가 그 둘레를 감싸고, 맨 바깥을 피복(coating)이 덮습니다.
| 겹 | 재료 | 하는 일 |
|---|---|---|
| 코어 | 유리 | 빛과 신호를 나름 |
| 클래드 | 유리 | 광학적 특성을 정하는 데 도움, 굵고 튼튼해 다루기 쉬움 |
| 피복 | 플라스틱(아크릴레이트) | 보호와 취급. 보통 서로 다른 두 층 |
얼마나 가늘까요? 노벨재단의 해설에 실린 그림 설명으로는 광섬유가 약 125 μm이고, 코어는 보통 지름이 약 10 μm여서 머리카락 한 올보다 가늡니다. 마이크로미터(μm)는 1 mm의 천분의 1입니다.
코어와 클래드는 둘 다 유리인데 굴절률이 다릅니다. 코어 쪽이 높고 클래드 쪽이 낮습니다. 빛을 가두는 일은 이 차이가 합니다.
이 유리로 꼽힌 재료가 용융 실리카(fused silica)입니다. 유리는 석영으로 만드는데, 가장 순수한 유리를 얻으려면 용융 석영, 곧 용융 실리카를 쓸 수 있다고 짚은 사람이 찰스 카오(Charles K. Kao)였습니다.
1960년대의 유리 광섬유는 빛을 넣으면 20 m만 가도 처음의 1%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카오는 1966년 1월, 빛이 금세 사라지는 원인이 광섬유 가닥의 흠이 아니라 유리의 순도에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오늘날의 광섬유에서는 1 km를 간 뒤에도 95%가 남습니다. 노벨재단이 2009년 물리학상을 해설하면서 든 숫자입니다.
빛이 새지 않는 이유: 전반사
굴절률은 빛이 그 물질 안에서 얼마나 느려지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빛은 굴절률이 다른 물질로 들어갈 때 경계면에서 꺾입니다. 햇빛이 물에 들어가면서 수면에서 꺾이는 것도 물의 굴절률이 공기보다 높아서입니다.
방향을 뒤집으면 뜻밖의 일이 생깁니다. 물속에서 공기 쪽으로 나가려는 빛은 공기로 전혀 들어가지 못하고 물속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이 전반사입니다.
전반사에는 조건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방향입니다. 빛이 굴절률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나가려 할 때만 일어납니다.
다른 하나는 각도입니다. 이 각도는 경계면에 수직으로 세운 선, 곧 법선(normal)에서 잽니다.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나가는 빛은 꺾일 때 법선에서 더 멀어져 경계면 쪽으로 눕습니다.
빛이 경계면에 비스듬히 닿을수록 법선과 이루는 각이 커집니다. 이 각이 어느 값을 넘으면 꺾여 나갈 길이 없어져 빛이 전부 반사됩니다. 이 값이 임계각(critical angle)입니다.
광섬유는 두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코어의 굴절률이 클래드보다 높고, 코어를 따라 달리는 빛은 경계면에 아주 비스듬히 닿습니다. 그래서 빛은 클래드와의 경계에서 전반사되어 코어에 머물고, 낮은 손실로 코어를 따라 나아갑니다.
물수제비를 떠올리면 그림이 잡힙니다. 납작한 돌을 수면에 비스듬히 던지면 튕겨 나가고, 가파르게 던지면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빛도 경계면에 비스듬히 닿아야 튕깁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돌은 튈 때마다 힘을 잃어 몇 번 만에 가라앉지만, 전반사에서는 경계면에 닿은 빛이 전부 되돌아옵니다. 돌은 물 밖에서 수면을 치고, 빛은 굴절률이 높은 유리 안쪽에서 경계면을 칩니다.
글머리의 물줄기에서도 빛은 공기보다 굴절률이 높은 물 안을 지났습니다. 클래드가 없는 맨 유리 가닥도 둘레의 공기보다 굴절률이 높아서, 안에 넣은 빛줄기는 유리벽에 부딪혀 튕기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렇다면 클래드는 왜 필요할까요? 의료계는 1930년대부터 가는 유리 막대 다발로 된 짧고 단순한 광섬유를 썼습니다. 그런데 맨 유리 가닥은 서로 닿으면 그 자리에서 빛이 샜고 쉽게 닳았습니다. 굴절률이 더 낮은 유리 클래드로 가닥을 감싸자 사정이 크게 나아졌습니다.
전반사가 있어도 빛이 전혀 줄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유리 자체가 지나가는 빛을 조금씩 흡수하고 흩뜨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가둠이 풀려서가 아니라 빛이 유리 속을 가는 동안 생기는 손실입니다. 광섬유를 심하게 구부리면 이번에는 가둠이 풀려 빛이 코어에서 새어 나가는데, 이것이 굽힘 손실입니다.
받아들이는 각도: 개구수(NA)
전반사에 각도 조건이 있으니, 광섬유 끝면으로 들어오는 빛도 아무 방향이나 다 갇히지는 않습니다. 광섬유의 축에 가까운 방향으로 들어온 빛은 코어 벽에 비스듬히 닿아 갇힙니다. 너무 기울어 들어온 빛은 벽에 가파르게 닿아 클래드로 샙니다.
갇히는 방향을 모두 모으면 끝면 앞에 원뿔 하나가 그려집니다. 이 원뿔의 벌어진 정도가 받아들이는 각도(acceptance angle)입니다. 원뿔 안에서 온 빛은 광섬유가 받아 나르고, 원뿔 밖에서 온 빛은 놓칩니다.
개구수는 이 받아들이는 각도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광섬유가 받아들이는 원뿔이 넓을수록 개구수가 크고, 그 값은 코어와 클래드의 굴절률로 정해집니다. Coherent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2013년 Photonics Media 웨비나 슬라이드는 개구수의 대표값을 0.12로, 범위를 0.05~0.45로 적었습니다.
광섬유는 쓰임에 따라 개구수가 다릅니다. 그 차이는 아래 단일 모드와 다중 모드를 견준 표에 나옵니다.
단일 모드와 다중 모드
빛줄기가 벽에 튕기는 그림은 단순화한 것입니다. 빛은 파동이고, 가는 코어의 굵기는 빛의 파장(wavelength)의 몇 배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좁은 길에서 빛은 아무 모양으로나 나아가지 못합니다.
광섬유가 안내할 수 있는 빛의 모양 하나하나를 모드(mode)라고 합니다. 광섬유 단면에 그려지는 빛의 무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교과서의 말로는 가로 방향의 전기장 분포입니다.
안내할 수 있는 모드가 하나뿐인 광섬유가 단일 모드 광섬유(single-mode fiber, SMF)이고, 여럿인 광섬유가 다중 모드(multimode) 광섬유입니다. 모드가 몇 개인지는 코어의 굵기, 빛의 파장, 개구수가 함께 정합니다. 단일 모드 광섬유에서는 코어 지름이 그 파장의 몇 배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파장에서 단일 모드인 광섬유가 그보다 짧은 파장에서는 단일 모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앞의 웨비나 슬라이드에는 광섬유를 세 종류로 나눈 표가 있습니다. 셋째 종류는 대구경 모드 면적 광섬유(large-mode-area fiber, LMA)입니다.
| 항목 | 단일 모드 | 다중 모드 | 대구경 모드 면적(LMA) |
|---|---|---|---|
| 모드 수 | 1 | 1000개 안팎 | 2~5 |
| 코어 크기 | 3~10 μm | 50~150 μm | 15~50 μm |
| 개구수(NA) | 0.12~0.20 | 0.20~0.35 | 0.05~0.10 |
|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에서 | 낮은 출력의 레이저 | 펌프 빛 전달 | 높은 출력의 레이저 |
코어 지름은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뉴멕시코대 강의 슬라이드는 단일 모드 광섬유를 6 μm 코어, 다중 모드 광섬유를 50 μm 코어로 적었습니다. 이 6 μm와 앞에서 본 노벨재단의 약 10 μm는 모두 표의 단일 모드 범위 안에 듭니다. 클래드는 뉴멕시코대 슬라이드에서 두 종류 모두 125 μm입니다.
모드 수는 빔의 질과 이어집니다. 빔 품질(beam quality, M²)은 빔을 얼마나 작게 모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뉴멕시코대 슬라이드의 정리로는 단일 모드 광섬유는 빔 품질이 높고, 다중 모드 광섬유는 빔 품질이 나쁩니다. 대신 다중 모드 쪽은 더 높은 출력으로 펌핑할 수 있습니다.
"빛이 코어에 갇힌다"는 말에도 단서가 붙습니다. 빛은 코어에 꼭 맞게 지나가지 않고 조금 바깥까지 걸쳐서 지나갑니다. 앞의 웨비나 슬라이드에 적힌 값으로는, 단일 모드 광섬유에서 빛의 30%쯤이 코어 밖 클래드를 지날 수 있습니다. 다중 모드 광섬유에서는 개구수가 높아 클래드를 지나는 빛이 아주 적습니다.
레이저 글에서 이 개념이 쓰이는 곳
광섬유 레이저를 다루는 글에서는 여기까지 나온 말이 거의 다 다시 나옵니다. 앞의 웨비나 슬라이드가 광섬유 레이저의 장점으로 꼽는 것 가운데 하나가 빔 품질입니다. 빔 품질을 정하는 것이 빛을 되먹이는 공진기(optical resonator)의 광학 부품이 아니라, 빛을 가두어 이끄는 길인 도파로(waveguide), 곧 광섬유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정된 단일 모드 동작은 광섬유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린 일이 됩니다.
광섬유 레이저는 덩어리(bulk) 고체 레이저와 보통 따로 다룹니다. 제조사 Newport(MKS)의 레이저 종류 안내에서 그 까닭은 광섬유의 독특한 빛 안내 성질, 예컨대 긴 거리에 걸친 강한 공간 가둠입니다.
앞 표의 마지막 줄도 레이저 이야기입니다. 단일 모드 광섬유는 낮은 출력의 레이저에, 다중 모드 광섬유는 레이저에 에너지를 넣는 펌프 빛을 전달하는 데 쓰입니다. 이중 클래드 광섬유(double-clad fiber)에서는 레이저 빛이 단일 모드 코어를, 펌프 빛이 안쪽 클래드를 지납니다.
높은 출력 쪽에서는 코어가 더 굵은 광섬유를 씁니다. 앞의 웨비나 슬라이드는 많은 응용에서 코어 지름이 더 크고 모드가 몇 개뿐인 광섬유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대구경 모드 면적 광섬유가 그런 종류로, 코어는 15~50 μm로 굵고 개구수는 세 종류 가운데 가장 낮으며 모드는 2~5개입니다. 앞에서 본 대로 모드 수는 코어 굵기 하나로 정해지지 않으니, 코어만 보고 모드 수를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광섬유는 지금도 연구 대상입니다. 사우샘프턴 대학교 광전자 연구 센터(Optoelectronics Research Centre, ORC)의 실리카 광섬유 제작 그룹이 개발하는 광섬유의 예에는 고출력 레이저용 대구경 모드 면적 광섬유와 이중 클래드 광섬유가 들어 있습니다. ORC의 공식 페이지는 연구 그룹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광섬유 레이저는 왜 널리 쓰이게 됐나: 실험실에서 공장까지": 자료들이 광섬유 레이저의 장점으로 꼽는 효율, 열, 빔 품질을 조건과 함께 다른 레이저와 견줍니다.
- "이중 클래드 광섬유와 펌프 빛 넣기": 안쪽 클래드로 펌프 빛을 넣는 구조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