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꼭대기의 등불은 사방으로 빛을 냅니다. 그런데도 등대는 한 방향으로 곧게 나아가는 빛줄기를 보냅니다. 사방으로 빛을 내는 광원에서 방향이 정해진 빛줄기를 만드는 것은 렌즈입니다. 같은 방법을 신호등에도 씁니다.
레이저에도 이 일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레이저는 처음부터 곧게 나아가지만, 어떤 레이저는 나오자마자 넓게 퍼지는 빛을 냅니다. 퍼지는 빛을 곧게 펴는 부품이 콜리메이터(collimator)이고, 곧게 편 빔을 더 굵게 넓히는 부품이 빔 익스팬더(beam expander, 빔 확대기)입니다.
둘 다 렌즈 몇 장으로 된 단순한 광학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빔을 왜 일부러 굵게 만드는지, 어떤 모양이 센 빛에 알맞은지를 따라가면 빛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렌즈의 초점에서 출발해 두 가지 익스팬더, 망원경의 역사, 눈 안전까지 봅니다.
렌즈의 초점에 광원을 두면
볼록 렌즈는 광축에 나란히 들어온 빛을 반대편의 한 점으로 모읍니다. 이 점이 초점이고, 렌즈 가운데에서 초점까지의 거리가 초점 거리(focal length)입니다. 오목 렌즈는 거꾸로 나란히 들어온 빛을 퍼뜨립니다.
빛의 길은 거꾸로 따라가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볼록 렌즈의 초점에 작은 광원을 두면, 렌즈를 지난 빛은 반대편으로 나란히 나갑니다. 등대의 렌즈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빔 안의 모든 빛이 서로 나란한 빛을 평행광, 또는 시준된 빛(collimated beam)이라고 합니다. 콜리메이터는 광원을 렌즈의 초점에 두어 이런 빛을 만드는 광학계입니다. 렌즈 대신 굽은 거울을 쓰는 반사형 콜리메이터도 있습니다.
퍼지는 빛을 내는 곳: 다이오드와 광섬유 끝
레이저 빔은 보통 잘 곧게 나아갑니다. 국제 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의 레이저 노출 지침은 그 까닭을 공진기에서 찾으면서,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처럼 공진기가 짧으면 퍼지는 빔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여러 모드로 발진하는 공진기도 덜 곧은 빔을 냅니다.
여러 방출점을 묶은 다이오드 레이저 배열은 흔히 폭 1 cm의 반도체 바에 방출점을 줄지어 놓은 꼴로 만듭니다. 어떤 응용에서는 이 방출점들의 빔을 짝을 맞춘 마이크로렌즈 배열로 하나씩 평행하게 만든 뒤 먼 곳으로 보냅니다. 방출점마다 작은 콜리메이터가 하나씩 붙는 셈입니다.
광섬유 레이저의 출력 끝에도 콜리메이터가 붙습니다. 금속을 자르는 광섬유 레이저 기계에서는 광섬유 코어가 빔을 절단 헤드까지 이끌고, 헤드 안에 콜리메이터와 집광 렌즈가 있습니다. 레이저 업체의 제품 목록에도 출력 끝을 콜리메이터와 맨 광섬유 끝 가운데에서 고르는 다이오드 레이저나, 클래드 광 제거기를 넣은 광섬유 콜리메이터가 있습니다.
다이오드의 빛을 광섬유 한 가닥에 모아 넣는 반대 방향의 일은 「펌프 모듈: 칩의 빛을 광섬유 한 가닥에 담기」에 있습니다. 광섬유에 남은 펌프 빛을 걷어 내는 제거기는 「클래드 광 제거기: 쓰고 남은 펌프 빛은 어디로 버릴까」에서 다룹니다.
완벽하게 평행한 빔은 없다
그림 속 평행선처럼 완벽한 평행광은 현실에서 만들 수 없습니다. 완벽하려면 크기가 없는 점광원을 정확히 초점에 두어야 하는데, 실제 광원에는 크기가 있습니다. 광원의 위 끝과 아래 끝은 광축에서 떨어진 자리에 있고, 그 자리에서 나온 빛은 렌즈를 지나 광축과 조금 다른 각으로 나갑니다.
광학 부품 업체 Edmund Optics의 해설은 남는 발산각(beam divergence)을 대략 광원의 크기를 콜리메이터의 초점 거리로 나눈 값으로 어림합니다. 광원이 작을수록, 초점 거리가 길수록 빔이 덜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대가도 있습니다. 초점 거리를 늘리면 렌즈가 광원에서 멀어져 렌즈에 닿는 빛이 줄고, 빔의 출력도 줄어듭니다.
크기 없는 광원이 있다 해도 퍼짐은 남습니다. 지름이 정해진 빛줄기는 모두 회절(diffraction)로 퍼지고, 되도록 평행하게 만든 레이저 빔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과서는 그 각을 다음 식으로 적습니다.
θ = 1.22 λ / D
λ는 파장(wavelength)이고 D는 빔의 지름입니다. 지름이 클수록 퍼지는 각이 작습니다. 손전등은 처음부터 별로 평행하지 않아 이 퍼짐이 눈에 띄지 않지만, 레이저 빔을 멀리 보낼 때는 이 퍼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빔이 어떤 모양으로 퍼지는지는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에 자세히 있습니다.
빔 익스팬더: 넓힌 만큼 덜 퍼진다
식이 알려 주는 길은 분명합니다. 덜 퍼지게 하려면 D를 키우면 됩니다. 빔 익스팬더는 평행하게 들어온 빔의 지름을 키워 더 굵은 평행 빔으로 내보내는 광학계이고, 레이저 스캐닝, 간섭계, 원격 탐사 같은 곳에 쓰입니다.
익스팬더를 말할 때 먼저 보는 값은 배율입니다. 지름을 몇 배로 키우는지가 배율이고, 발산각은 같은 배율만큼 줄어듭니다. 지름을 5배로 넓히면 발산각은 5분의 1이 됩니다. 원리를 보이려고 고른 둥근 수입니다.
이 관계는 익스팬더만의 것이 아닙니다. 레이저 빔이 광학계를 지나며 모양이 바뀌어도 빔 지름과 먼 곳의 발산각을 곱한 값은 그대로라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MIT 링컨 연구소 학술지의 해설은 적습니다. 지름을 키우면 그만큼 각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굵게 만든 빔이 먼 곳에서는 오히려 더 가늘 수 있습니다. 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익스팬더를 거꾸로 쓰면 빔은 가늘어지지만 발산각이 커집니다. 가는 빔을 얻는 대가가 큰 발산각인 셈입니다.
넓히면 달라지는 것이 더 있습니다. 같은 에너지를 굵은 빔에 실으면 넓이당 에너지인 플루언스(fluence)가 낮아집니다. 플루언스는 레이저 에너지를 빔의 단면적으로 나눈 값이고, 둥근 빔의 단면적은 지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지름을 2배로 넓히면 단면적은 4배, 플루언스는 4분의 1입니다.
넓힌 빔은 렌즈로 더 작게 모을 수도 있습니다. 회절만 따지면 렌즈에 들어가는 빔이 굵을수록 초점이 작고, 이상적인 경우 배율만큼 작아집니다. 하지만 렌즈의 구면 수차는 빔이 굵을수록 커지므로, 실제 초점 크기는 둘 사이의 맞바꿈으로 정해집니다.
갈릴레이형과 케플러형
가장 단순한 익스팬더는 렌즈 두 장으로 됩니다. 굴절 망원경에는 케플러형과 갈릴레이형 두 갈래가 있고, 레이저 빔 익스팬더도 그 이름을 그대로 씁니다. 망원경과 다른 점은 대물렌즈와 상 렌즈의 자리가 거꾸로라는 것입니다. 망원경을 반대쪽에서 들여다보는 꼴입니다.
두 렌즈의 초점 거리 비가 배율을 정합니다. 빛은 나란히 들어와 나란히 나가므로 광학계 전체로는 초점 거리가 없습니다. 이런 광학계를 무초점(afocal) 광학계라고 합니다.
- 케플러형: 볼록 렌즈 두 장을 두 초점 거리의 합만큼 떼어 놓습니다. 첫 렌즈가 빔을 두 렌즈 사이의 한 점에 모았다가, 둘째 렌즈가 퍼지던 빔을 굵은 평행 빔으로 폅니다. 확대비를 크게 할 수 있고, 안쪽 초점 자리에 공간 필터(spatial filter)를 둘 수 있습니다.
- 갈릴레이형: 오목 렌즈와 볼록 렌즈를 씁니다. 오목 렌즈가 가는 빔을 먼저 퍼뜨리고 볼록 렌즈가 퍼지던 빔을 평행하게 폅니다. 렌즈 하나의 초점 거리가 음이라 두 렌즈 사이가 케플러형보다 훨씬 짧고, 구조가 단순하고 값이 낮습니다.
센 빛에서는 안쪽 초점이 걸림돌입니다. 케플러형의 안쪽 초점에 에너지가 몰리면 렌즈 사이의 공기가 데워지고, 데워진 공기가 빛을 길에서 휘게 해 파면 오차를 낳을 수 있습니다. 초점이 아주 세면 공기가 이온화되기도 합니다.
Edmund Optics는 안쪽 초점이 없는 갈릴레이형이 고출력 레이저에 더 알맞고, 그래서 대부분의 빔 익스팬더가 갈릴레이형이라고 설명합니다. 공간 필터가 꼭 필요한 곳에서는 안쪽 초점이 있는 케플러형만 쓸 수 있습니다.
거울로 넓히기, 그리고 한계
렌즈 대신 굽은 거울로 빔을 넓히는 반사형 익스팬더도 있습니다. 렌즈형보다 훨씬 드물지만 색수차가 없습니다. 렌즈형은 배율과 출력 빔의 평행한 정도가 파장에 따라 달라집니다.
레이저는 대개 한 파장으로 발진하므로 많은 경우 이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 레이저를 함께 쓰는 체계, 일부 파장 가변 레이저, 초고속 레이저에는 반사형의 성질이 필요합니다. 초고속 레이저는 펄스가 아주 짧아서 본디 다른 레이저보다 넓은 파장대에 걸쳐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든 대가는 따릅니다.
- 수차: 빔이 굵을수록 렌즈의 구면 수차가 커집니다. 넓힐수록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 흔들림: 초점이나 배율을 바꾸는 기구 가운데 렌즈를 돌려서 움직이는 방식은 단순하고 값이 낮지만, 렌즈가 돌면서 빔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 크기: 넓힌 빔을 내보내려면 빔 지름에 맞는 큰 출구, 곧 큰 구경이 있어야 합니다.
센 빛이 지나는 렌즈와 거울의 면, 그 면을 덮는 코팅은 「거울, 렌즈, 코팅: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에서 이어집니다.
망원경에서 레이저까지
익스팬더의 뿌리는 망원경입니다. 망원경은 1600년 무렵 발명되었고,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하늘을 처음 연구한 사람입니다. 그의 망원경은 볼록 대물렌즈와 오목 접안렌즈로 되어 있었고, 이 구성은 상이 바로 서서 작은 휴대용 망원경에 쓰입니다.
단순한 굴절 망원경의 대부분은 볼록 렌즈 두 장을 씁니다. 볼록과 오목, 볼록과 볼록이라는 두 짝은 오늘날 갈릴레이형과 케플러형 익스팬더의 렌즈 짝과 같습니다. 망원경의 배율도 두 렌즈의 초점 거리 비로 정해집니다.
레이저가 나온 뒤 이 오래된 원리는 빔을 넓히는 데 쓰였습니다. 오늘날의 레이저 빔 익스팬더는 망원경의 원리에서 나온 무초점 광학계입니다. 멀리 보내는 빔이 한 예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재는 레이저는 망원경으로 넓혀 지름을 훨씬 키우고 퍼지는 각을 줄입니다.
달 거리 측정을 비롯해 레이저로 거리를 재는 방법은 「레이저로 재기: 거리 측정과 라이다의 기초」에 있습니다.
레이저 무기도 같은 생각을 씁니다. 고에너지 광섬유 레이저를 만드는 FiberBridge Photonics는 레이저 뒤에 붙어 빔을 다듬는 광학의 예로 빔 지름을 키우는 빔 확대기, 곧 망원경을 듭니다. 빔을 표적 쪽으로 보내는 빔 지향기(beam director)가 왜 넓은 빔을 내보내는지는 「빔 지향기의 광학계: 렌즈, 거울, 코팅과 큰 구경」에 있습니다.
곧은 빔과 눈
400~1,400 nm 파장의 빛에서는, 같은 출력이라면 곧게 편 빔이 눈에 가장 위험합니다. ICNIRP 지침에 따르면 이 파장의 평행한 레이저 빔이 눈에 들어오면 망막에 가장 작은 점이 맺힙니다. 같은 출력이라면 이때의 손상 문턱이 가장 낮고, 그래서 망막 열 손상의 노출 한계도 이 조건을 기본으로 정합니다.
익스팬더를 지난 빔도 여전히 평행한 빔입니다. 레이저 등급과 보안경을 읽는 법은 「레이저 안전: 등급과 보안경 읽는 법」에 있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 콜리메이터로 펴도 남는 퍼짐을 회절과 레일리 길이로 따라갑니다.
- 「빔 지향기의 광학계: 렌즈, 거울, 코팅과 큰 구경」: 레이저 무기가 넓힌 빔을 내보내는 까닭과 큰 구경의 대가를 봅니다.
- 「거울, 렌즈, 코팅: 센 빛을 다루는 광학 부품」: 익스팬더와 콜리메이터를 이루는 부품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