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안에는 빛을 되돌려 보내는 거울과 빛을 지나보내는 부품이 여럿 들어 있습니다. 출력을 키우면 이 부품들이 겪는 일도 달라집니다. 빔이 닿은 자리가 데워지고, 그것이 끝내 손상으로 이어진 실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출력 레이저의 광학 부품은 "빛을 잘 되비추는가"만으로 고르지 않습니다. 이 글은 부품의 면에 입히는 얇은 층인 코팅이 무엇을 하는지부터 봅니다. 이어서 층을 쌓은 레이저 거울, 반사를 줄이는 코팅, 흡수(absorption)와 열, 그리고 부품이 견디는 한계를 재는 손상 문턱 시험을 차례로 짚습니다.
빛이 면을 만날 때: 반사와 투과
광학 부품에 닿은 빛은 한 갈래로만 가지 않습니다. 일부는 되비치고, 일부는 부품을 지나가며, 부품이 머금는 몫도 있습니다. 앞의 둘을 반사와 투과, 마지막을 흡수라고 부릅니다.
반사가 어디서 생기는지는 레이저 거울 속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표준 고반사 레이저 거울은 굴절률(refractive index)이 높은 층과 낮은 층을 번갈아 쌓은 것이고, 두 층이 만나는 굴절률 차이마다 프레넬 반사(Fresnel reflection)가 생깁니다. 굴절률은 빛의 기초에서 본 대로 물질 속 빛의 속도와 이어진 값입니다. 그 경계에서 들어온 빛은 반사된 빔과 투과한 빔으로 나뉩니다.
렌즈는 이 글에서 빛이 지나가는 부품의 한 예로, 그리고 열이 만드는 "열 렌즈"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렌즈가 빛을 모으는 일은 「빔은 왜 퍼지나」에서 이어 봅니다.
코팅: 얇은 층으로 반사를 바꾼다
부품이 빛을 얼마나 되비추고 얼마나 지나보낼지는 면에 입힌 얇은 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손상 문턱 시험 보고서는 광학 코팅(optical coating)을 "광학 기판 위에 한 층 또는 여러 층으로 입혀, 그 부품의 반사나 투과 성질을 바꾸도록 설계한 물질"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기판(substrate)은 코팅이 올라앉는 바탕 부품입니다.
레이저 펌핑 방식을 그린 한 교과서 그림에는 부품의 면마다 HR(고반사), HT(고투과), AR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AR은 무반사 코팅(anti-reflection coating)의 약자이고, 반사 방지 코팅이라고도 부릅니다. 같은 부품이라도 면에 어떤 층을 입혔느냐에 따라 그 면이 빛을 돌려보내는 쪽이 되기도 하고 지나보내는 쪽이 되기도 합니다.
층을 쌓은 거울: 브래그 거울
표준 고반사 레이저 거울은 브래그 거울(Bragg mirror)입니다. 굴절률이 높은 층과 낮은 층을 번갈아 쌓은 더미입니다. 이 거울은 정해진 파장(wavelength)에서 반사가 가장 크고, 그 파장을 브래그 파장이라고 부릅니다. 층 하나하나의 두께는 브래그 파장의 4분의 1입니다.
펄스를 길게 늘이는 분산이 거의 없는 고반사 코팅은 보통 유전체(dielectric) 4분의 1 파장 층을 쌓아 만듭니다. 이런 더미는 브래그 반사기, 분산 브래그 반사기(DBR)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층과 층이 맞닿은 경계에는 굴절률 차이가 있으니, 경계마다 작은 반사가 생깁니다. 유리창 여러 장을 겹쳐 세우면 창마다 희미한 얼굴이 하나씩 비치는 것과 닮았습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층 하나가 유리창이 아니라 브래그 파장의 4분의 1 두께인 얇은 막이고, 이렇게 쌓은 더미는 희미한 반사 여럿이 아니라 브래그 파장에서 반사가 가장 큰 고반사 거울이 됩니다.
브래그 거울의 반사 스펙트럼에는 반사가 높은 파장 범위가 있습니다. 이 범위를 정지 대역(stop band)이라고 하며, 그 가장자리에서 반사가 가파르게 떨어집니다. 정지 대역 안쪽 깊숙이에서는 펄스가 일그러지지 않고 반사됩니다. 그러나 펄스가 담은 파장 폭이 정지 대역 밖까지 넓으면 사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간섭과 회절에서는 분산 거울처럼 간섭 효과를 쓰는 일부 거울을 보았습니다. 층을 쌓은 거울 가운데에는 이렇게 펄스의 분산을 다루려고 만든 것도 있습니다. 그 하나인 GTI형 거울은 보통의 브래그 거울보다 박막 구조가 더 복잡합니다.
무반사 코팅: 반사를 줄이는 층
반사를 키우는 층이 있으면 줄이는 층도 있습니다. 무반사 코팅은 이름 그대로 면의 반사를 줄이는 쪽으로 입히는 코팅입니다. 앞에서 말한 펌핑 방식 그림에서도 AR 표시는 레이저 부품의 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다만 무반사 코팅을 입혀도 반사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코팅에서 조금 남는 이 반사를 남은 반사(residual reflection)라고 부릅니다. 무반사 코팅을 층을 쌓은 거울과 함께 쓸 때는 이 남은 반사가 그 아래 다층 더미와 간섭하는지가 걸림돌이 됩니다. 간섭하지 않게 하면, 남은 반사를 얼마까지 받아들일지에 대한 제한을 크게 느슨하게 할 수 있습니다.
흡수와 열: 센 빛이 부품을 데운다
앞에서 본 GTI형 거울처럼 층 구조가 더 복잡한 거울은 보통의 브래그 거울보다 빛을 더 흡수해 열에 약해지고, 손상 문턱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까닭은 빛의 장에 있습니다. 이런 다층 구조 속에서는 빛의 장이 크게 커지는데, 이를 장 증강(field enhancement)이라고 부릅니다. 빛은 전자기파이니, 여기서 장은 빛을 이루는 전자기장을 말합니다.
장 증강이 크면 보통의 고반사 다층 더미보다 원치 않는 비선형 흡수(nonlinear absorption)가 늘어납니다. 그 결과 열 특성이 나빠지고, 손상 문턱이 낮아지고, 손실이 늘어납니다. 고출력 초고속 고체 레이저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평균 출력(average power)이 높은 박막 디스크 레이저에서는 출력을 키우면 공진기(optical resonator) 안 광학 부품에 걸리는 평균 출력도 매우 높아집니다. 이때는 단순한 브래그 거울도 손상 문턱을 높이려면 코팅 재료를 바꿔 다듬어야 합니다. 그 예로 이런 레이저를 다룬 한 실험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보니, 빛이 여러 번 오가는 공진기 거울에서 빔이 닿은 자리가 더 세게 데워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끝내 손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빛을 머금는 부품에서는 열 렌즈(thermal lens)라는 문제도 나옵니다. 평균 출력이 높은 레이저에서는 SESAM의 열 렌즈가 문제가 되고, 빛을 줄이는 회전식 감쇠 필터도 높은 평균 출력에서 열 렌즈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SESAM은 반도체 포화 흡수체 거울(semiconductor saturable absorber mirror)의 약자로, Q-스위칭과 모드 잠금에서 본 포화 흡수체를 거울에 담은 부품입니다.
손상 문턱(LIDT): 부품이 견디는 한계를 재는 법
부품이 "상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NASA 보고서는 광학 손상을 레이저 빔과의 상호작용으로 생긴 광학 물질의 영구적인 물리 변화로 정의합니다. 시험 절차에서는 패임이나 코팅 벗겨짐 같은 영구적인 변화를 손상으로 보고, 손상을 놓치지 않도록 시험한 부품을 적어도 100배로 확대해 살피게 합니다.
레이저 유도 손상 문턱(laser-induced damage threshold, LIDT) 시험은 광학 물질에 손상이 보이지 않는 최대 레이저 에너지 밀도를 정하는 파괴 시험입니다. 이 에너지 밀도를 플루언스(fluence)라고 하며, 가한 레이저 에너지를 들어온 빔의 단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플루언스 = 레이저 에너지 ÷ 빔의 단면적
출력, 에너지, 세기에서 본 세기가 넓이당 출력이었다면, 플루언스는 넓이당 에너지입니다. 이 보고서는 펄스 레이저 시스템에 쓰는 광학 물질을 대상으로 합니다. 코팅한 기판과 코팅하지 않은 기판, 레이저 결정, Q-스위치, 편광기 같은 부품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손상 문턱 값은 그 값을 얻은 조건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시험에는 파장, 펄스 길이, 편광, 횡모드를 아는 펄스 레이저를 씁니다. 보고서는 지름 1.0 mm보다 작은 빔을 쓰면 이 절차로 얻는 손상 문턱 값이 인위적으로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같은 부품이라도 어떤 빔으로 쟀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턱은 한 자리를 한 번 쏘아 보고 정하지 않습니다. 이 절차에서는 여러 자리를 여러 플루언스로 쬔 뒤, 플루언스마다 손상된 자리의 비율을 그려 선형 회귀로 직선을 맞춥니다. 그 직선이 가로축과 만나는 점인 x 절편이 손상 문턱입니다. 시험할 수 있는 넓이가 좁아 회귀가 덜 정확할 때는 손상이 없었던 가장 높은 플루언스를 문턱으로 삼습니다.
다음에 읽을 글
- 「빔은 왜 퍼지나: 발산각, 초점, 구경」: 렌즈가 빛을 모으는 일과 빔이 퍼지는 까닭을 이어 봅니다.
- 「한 가닥의 한계 ②: 열과 모드 불안정성」: 광섬유 레이저에서 열이 빔에 남기는 흔적을 살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