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를 켜면 빔은 어딘가에서 끝나야 합니다. 쓰고 남은 빛이 벽이나 천장, 금속 부품에 아무렇게나 닿게 둘 수는 없습니다. 실험대 위의 빔은 대개 작은 검은 통이나 판에서 끝납니다. 그 부품이 빔 덤프(beam dump)입니다.

빛을 아예 버리지 않고 조금만 덜 보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센서가 견딜 만큼만 빛을 보내야 하는 측정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때 쓰는 부품이 감쇠기(attenuator)입니다. 두 부품은 하는 일이 달라 보이지만, 감쇠기가 덜어 낸 빛도 결국 어딘가에 버려야 하므로 자주 짝을 이룹니다.

아래에서는 남는 빛이 생기는 자리, 덤프가 빛을 열로 바꾸는 방식, 감쇠기가 빛을 줄이는 세 갈래, 그 양을 적는 단위, 그리고 규정과 안전 안내서가 두 부품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남는 빛은 어디서 생기나

레이저 장치에는 쓰이지 않는 빛이 여러 곳에서 생깁니다. 장치를 시험으로 돌릴 때는 출력 전체가 갈 곳이 필요합니다. 한 산업용 다이오드 레이저의 자료표는 권장 냉각 용량을 정하면서 레이저 출력의 100%를 안팎의 빔 덤프가 받아 내는 경우까지 넣었습니다.

빛을 재는 일에서도 빛이 남습니다. 파워미터(power meter)의 센서는 들어온 빛을 받아 출력을 알려 주지만, 받은 빛은 센서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열이 됩니다. 센서가 견딜 수 있는 것보다 센 빛이라면 앞에서 빛을 덜어 내야 하고, 덜어 낸 빛은 다시 갈 곳이 필요합니다.

레이저 자체에도 빔을 멈추는 장치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텍사스대 오스틴의 레이저 안전 안내서는 대부분의 레이저 헤드에 영구히 붙은 스톱이나 감쇠기가 있어서 출구에서 빔 출력을 최대 허용 노출량(maximum permissible exposure, MPE) 아래로 낮춘다고 설명합니다.

빔 덤프: 빛을 받아 열로 바꾸기

빔 덤프는 제조사와 안전 자료에 따라 빔 트랩(beam trap), 빔 블록(beam block), 빔 스톱(beam stop)이라고도 불립니다. 한 광학 부품 회사는 빔 트랩과 빔 블록을 레이저 실험실에서 흔히 쓰는 안전 장치로 소개하면서, 광학계의 맨 끝 부품으로서 들어오는 빔을 받아 내도록 만들었다고 적습니다. 연속파(CW) 빔용과 연속파·펄스 겸용이 따로 있습니다.

빔 덤프의 개념도. 왼쪽에서 들어온 레이저 빔이 어두운 상자의 입구로 들어가 안쪽의 흡수체에 닿고, 빛 대부분이 그곳에서 흡수된다. 입구 쪽으로 약한 되튐 빛이 점선으로 나가며 '되도록 작게'라는 메모가 있다. 상자 아래로 열이 빠져 열을 내보내는 부분(출력이 크면 물 냉각)으로 간다. 모양·크기·재료는 실제 값이 아니다
빔 덤프는 들어온 빛을 흡수해 열로 바꾸고, 그 열을 내보내야 합니다. 되튀는 빛은 되도록 작게 만듭니다. 모양과 재료는 실제 제품이 아닌 개념도입니다 (도표)(도표)

원리는 흡수(absorption)입니다. 물질이 받아들인 빛의 에너지는 열로 나옵니다. 그래서 덤프는 빛을 없애는 부품이 아니라 빛을 열로 바꾸는 부품이고, 그 열을 내보내는 일까지 맡습니다. 같은 회사의 제품 표에는 흡수체로 양극 산화 알루미늄, 흡수형 ND 유리, 흑연이 나옵니다.

열은 금방 문제가 됩니다. 그 회사는 자사의 모든 빔 트랩이 빔 출력 10 W를 넘으면 만지기에 뜨거워진다고 적었습니다. 더 센 빔을 위해서는 물로 식히는 빔 블록을 내놓았고, 회사 설명으로는 그중 하나가 연속파 평균 출력(average power) 500 W까지 다룹니다. 측정 장비 회사 Gentec-EO는 물 냉각을 연결해 쓰는 덤프가 연속 출력 12,000 W까지 흡수한다고 소개합니다.

들어간 빛이 모두 흡수되지는 않고, 일부는 되튀어 나옵니다. Gentec-EO는 덤프에 선택 품목으로 붙이는 관(isolation tube)이 되튀는 빛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텍사스대 오스틴의 안내서도 반사하지 않고 불붙지 않는 빔 스톱을 두라고 권합니다. 사고로 빛에 노출되거나 불이 날 위험을 줄이려는 것입니다.

연못에 둑을 쌓아 넘치는 물을 받는 저수지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저수지는 물을 담아 두지만, 덤프는 빛을 담아 두지 못합니다. 실제로는 들어온 빛이 바로 열로 바뀌고, 그 열을 계속 밖으로 빼내야 덤프가 제 노릇을 합니다.

파워미터의 센서가 덤프를 겸하기도 합니다. Gentec-EO는 자사의 일부 코팅을 쓴 파워 검출기가 들어온 빛의 높은 비율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되튀며 흩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최대 허용 출력 안에서는 그 검출기를 빔 덤프로 쓸 수 있습니다.

감쇠기: 빛을 덜 보내는 세 가지 길

미국 레이저 안전 표준 ANSI Z136.1의 2022년판은 감쇠(attenuation)를 흡수하거나 흩뜨리는 매질을 지나면서 출력이나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감쇠기는 이 일을 일부러 하는 부품입니다. 빛을 줄이는 길은 크게 셋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감쇠기의 세 갈래를 카드 세 장으로 견준 그림. 첫째 '흡수'는 ND 필터 유리가 빛 일부를 흡수해 열로 바꾸며, 약점은 필터가 데워져 낮은 출력에 맞는다는 것이다. 둘째 '반사'는 면이나 코팅이 빔을 나눠 원치 않는 쪽을 빔 덤프로 보내며, 약점은 떨어져 나간 빔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편광'은 편광을 돌리는 소자와 고르는 소자를 지나며, 돌리는 정도로 통과량을 정하고 나머지는 덤프로 간다. 약점은 빛이 먼저 편광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값은 없다
감쇠기가 빛을 줄이는 세 갈래와, 각 갈래에서 줄인 빛이 가는 곳. 부품 모양은 실제 제품이 아닙니다 (도표)(도표)

첫째는 흡수이고, 대표적인 부품이 ND 필터(neutral density filter)입니다. 한 제조사의 흡수형 ND 필터는 특정 유리로 만들고, 광학 밀도(optical density, OD)가 높은 필터일수록 투과가 낮아지고 흡수가 커집니다. 흡수한 빛은 필터 안에서 열이 되므로 센 빛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 회사는 이 필터들이 1 W 미만의 저출력 용도에 맞고 레이저 안전 장비로 쓰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둘째는 반사입니다. 금속 막을 입힌 반사형 ND 필터가 있고, 고출력용으로는 면에서의 반사를 이용하는 감쇠기도 있습니다. 한 제품은 겹쳐 놓은 프리즘 두 개에서 빛을 두 번 반사시켜 빔을 줄입니다. 회사 설명으로는 서로 보정하는 두 번의 반사가 나가는 빔의 편광(polarization), 크기, 모양을 지켜 줍니다.

셋째는 편광을 쓰는 길입니다. 편광 필터는 자기 축과 나란한 성분만 통과시킵니다. 두 필터의 축이 나란하면 첫 필터를 지난 빛이 모두 둘째 필터도 지나고, 둘째 필터를 돌리면 통과하는 빛이 줄어들며, 두 축이 수직이면 빛이 지나지 못합니다. 통과하는 세기는 축 사이의 각 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바뀌고, 이를 말뤼스 법칙(Malus's law)이라고 합니다.

I = I₀ cos²θ

각이 45°면 세기는 원래의 50%가 됩니다. 편광되지 않은 빛은 사정이 다릅니다. 첫 필터에서 세기가 2분의 1로 줄어든 뒤에야 각도로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이 원리로 양을 바꿀 수 있는 가변 감쇠기를 만듭니다. Keller의 교과서 『Ultrafast Lasers』는 넓은 범위를 다루는 감쇠기를 등급형 ND 필터, 음향 광학 변조기(AOM), 편광 분리기와 편광 회전 광학의 조합 등 여러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저자의 연구진이 고른 편광 방법은 직선 편광의 방향을 돌리는 소자와 원하는 편광을 고르는 소자, 두 개로 이루어집니다.

방법마다 약점이 있습니다. 같은 책에 따르면 ND 필터를 바퀴처럼 돌려 쓰는 방식은 높은 평균 출력에서 열 렌즈, 곧 데워진 필터가 렌즈처럼 빛을 굽히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AOM은 감쇠가 셀 때 진폭 잡음을 더할 수 있고 보통 100배 안팎의 감쇠에 그칩니다. 편광 방법이 줄일 수 있는 범위는 편광을 가르는 첫 소자가 두 편광을 얼마나 잘 나누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얼마나 줄였는지 적기: OD와 dB

감쇠의 양은 흔히 광학 밀도(OD)로 적습니다. 한 제조사의 설명으로는 OD가 필터의 감쇠 정도, 곧 들어온 빔의 출력을 얼마나 줄이는지를 나타냅니다. 그 회사가 드는 예에서 OD 2 필터의 투과값은 0.01이고, 빔을 들어온 출력의 1%로 줄인다는 뜻입니다.

OD는 로그 눈금이라 1이 오를 때마다 통과하는 빛이 10분의 1이 됩니다. OD 1은 10%, OD 3은 0.1%, OD 4는 0.01%입니다. 광섬유와 통신 쪽 자료가 즐겨 쓰는 데시벨(decibel, dB)로 바꾸면 감쇠는 OD에 10을 곱한 값입니다. OD 2는 20 dB, OD 3은 30 dB입니다.

OD 0부터 4까지 다섯 줄의 표 그림. 각 줄에 OD, dB, 통과하는 빛의 막대, 비율이 있다. OD 0은 0 dB와 100%, OD 1은 10 dB와 10%, OD 2는 20 dB와 1%, OD 3은 30 dB와 0.1%, OD 4는 40 dB와 0.01%다. 막대 길이는 로그 눈금이다. 아래에 값은 적힌 파장에서만 맞고 작은 비율이 안전과 같은 뜻은 아니라는 메모가 있다
OD가 1 오를 때마다 10 dB가 더해지고 통과하는 빛은 10분의 1이 됩니다. 비율은 계산한 값이고 막대는 로그 눈금입니다 (도표)(도표)

앞에서 본 프리즘 감쇠기의 대표 감쇠는 회사 자료에 29~34 dB로 적혀 있습니다. 계산하면 나가는 빛이 들어간 빛의 1,000분의 1 안팎이라는 뜻입니다. dB를 배율로 바꿔 읽는 법은 「단위와 dB 노트: W, dBm, 배율 바꿔 읽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OD 값은 파장에 묶여 있습니다. 앞의 흡수형 ND 필터는 400~650 nm 가시광에서 흡수가 고른 유리를 골라 만들었고, 표에 적힌 OD는 633 nm에서 잰 값입니다. 다른 파장에서는 같은 필터의 OD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레이저 보안경에 적힌 OD를 읽는 법은 「레이저 안전: 등급과 보안경 읽는 법」에 있습니다.

감쇠기와 덤프는 짝으로 쓴다

감쇠기가 줄인 빛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흡수형 필터에서는 필터 자체가 열을 받고, 반사형과 편광형에서는 덜어 낸 빛이 다른 방향의 빔이 되어 나갑니다. 그 빔이 갈 곳을 마련하지 않으면 감쇠기는 문제를 옮겨 놓을 뿐입니다.

앞의 프리즘 감쇠기가 좋은 예입니다. 회사 설명으로는 프리즘이 빛의 최대 95%를 투과 구멍으로 내보내고, 남은 센 빛을 받도록 그 투과 구멍에 빔 블록이나 트랩을 달아야 합니다. 블록과 트랩은 제품에 들어 있지 않다고 따로 적혀 있습니다. 측정에 쓰는 약한 빛은 반사 쪽으로 나가고, 대부분의 출력은 덤프로 갑니다.

편광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편광 분리기는 고르지 않은 편광의 빛을 다른 길로 내보내므로, 그 길 끝에도 받을 곳이 있어야 합니다. 덤프가 받은 빛은 다시 열이 되고, 그 열은 장치 전체의 냉각에 더해집니다. 레이저에서 생긴 열을 어디로 보내는지는 「냉각과 열 관리: 빛이 되지 못한 열은 어디로 가나」에서 이어집니다.

실험실에서 이 부품들이 어디쯤 놓이는지는 「레이저 실험실에는 무엇이 있나: 광학 테이블에서 파워미터까지」와 「빛을 재는 장비: 파워미터, 빔 프로파일러, 스펙트럼 분석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규정과 안전 지침 속의 두 부품

미국 연방 규정 21 CFR 1040.10은 1976년 8월 1일 뒤에 만들거나 조립한 레이저 제품에 적용됩니다. 그 가운데 "빔 감쇠기" 항목은 Class II, III, IV 레이저 체계에 영구히 붙은 수단을 하나 이상 갖추라고 요구합니다. 이 수단은 레이저 전원 스위치, 전원 연결부, 열쇠로 켜는 주 제어와는 별개여야 합니다.

그 수단이 할 일은 Class I의 한계를 넘는 레이저 복사에 사람 몸의 어느 부분도 닿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제품의 구성이나 기능상 이 요구가 필요 없으면, 제조사의 서면 신청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기·방사선 보건 센터장이 다른 수단을 승인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 등급의 뜻은 「레이저 안전: 등급과 보안경 읽는 법」에서 다룹니다.

대학의 안전 안내서는 실험실 쪽에서 같은 생각을 적습니다. 텍사스대 오스틴의 안내서는 레이저 빔을 알맞은 빔 스톱에서 끝내라고 하고, 가능하면 빔을 가두라고 권합니다. 안내서의 권고에는 레이저 구역을 MPE를 넘는 빔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설계하고, 빔을 줄이는 알맞은 차단막을 두는 것도 들어 있습니다.

이 부품들은 안전 교육이나 기관의 안전 담당자가 하는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일반 ND 필터를 만든 회사도 그 필터가 레이저 안전 장비가 아니라고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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