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레이다 한 대와 새 요격미사일 한 발을 들여왔다고 해 봅시다. 레이다는 멀리 보고, 미사일은 빠릅니다. 레이다가 본 것이 미사일 쪽에 닿지 않는다면 두 장비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따로 일할 뿐입니다.
군사 능력은 장비 한 대의 성능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보는 장비, 판단하는 장비, 쏘는 장비가 이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일을 해냅니다. 이렇게 이어진 묶음을 부르는 이름이 "체계의 체계"입니다. 무엇을 그렇게 부르는지, 장비를 잇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이어서 생기는 위험은 무엇인지 차례로 봅니다.
장비 목록과 능력은 다르다
오랫동안 무기는 한 대씩 사들였습니다. 미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은 2023년 보고서에서, 국방부가 역사적으로 합동 능력과 상호운용성보다 개별 체계를 앞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각 군은 무기체계를 살 때 체계 사이의 연결성, 자료를 주고받는 능력, 기능의 호환성보다 그 체계 자체의 능력을 대체로 먼저 봤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미 국방부도 자기 체계들이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연결을 요구하는 전장 환경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축구팀을 떠올려 봅시다. 빼어난 선수 열한 명을 모아도 패스가 이어지지 않으면 팀으로 뛰지 못합니다. 실제 무기체계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선수는 같은 감독 아래 같은 날 모이지만, 무기체계는 서로 다른 시대에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관리하는 조직과 예산도 따로입니다.
무기 한 대와 "체계의 체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문서가 미 국방부 연구공학차관실의 체계공학 지침서(Systems Engineering Guidebook)입니다. 오늘날 국방부 능력의 대부분은 흔히 체계의 체계(system of systems, SoS)라고 부르는 여러 체계의 묶음에서 나옵니다. 지침서의 정의로 SoS는 독립적이고 그 자체로 쓸모 있는 체계들이 고유한 능력을 내는 더 큰 체계로 통합될 때 생기는 체계들의 집합 또는 배열입니다.
체계 하나도 부분, 그 부분들 사이의 관계, 부분의 합보다 큰 전체로 이루어집니다. 이 점에서 SoS도 체계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체계가 SoS는 아닙니다. 차이는 안에 든 것이 "부품"이냐, 혼자서도 쓸모 있는 "체계"냐에 있습니다.
SoS 안의 체계들은 출신이 제각각입니다. 수십 년 차이를 두고 성숙한 기술이 한데 섞이고, 처음에는 다른 목적으로 설계된 체계가 배치 당시에는 없던 새 목표에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복잡한 SoS에서는 체계 사이의 상호 의존을 따로 추적해야 합니다.
지침서의 비교표를 줄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하나의 체계 | 체계의 체계(SoS) |
|---|---|---|
| 이해관계자 | 비교적 분명함 | 둘 이상의 층, 이해가 부딪칠 수 있음 |
| 관리 | 사업 관리와 예산이 한 줄로 맞춰짐 | 어느 한 관리자도 구성 체계 전부를 통제하지 않음 |
| 목표 | 자기 운용 목표에 맞춰 설계 | 지금의 SoS 목표에서 나오지 않은 체계로 통합 능력을 내야 함 |
| 수명 주기 | 정해진 획득 절차를 따름 | 여러 사업의 여러 수명 주기가 겹침 |
| 시험 | 체계 시험이 가능함 | 수명 주기가 어긋나고 체계가 독립적이라 더 어려움 |
SoS라고 다 같은 모양은 아닙니다. 지침서는 네 유형을 드는데, 이 넷은 중앙 관리의 세기에서 가장 크게 갈립니다. 지시형(directed)은 정해진 목적에 맞춰 설계되고 오래 중앙에서 관리됩니다. 구성 체계는 혼자 움직일 능력을 지니지만 평소에는 그 중앙 목적에 따릅니다.
인정형(acknowledged)에는 공인된 목표와 지정된 관리자, 자원이 있습니다. 다만 구성 체계는 자기 소유자, 목표, 예산, 개발·유지 방식을 그대로 지닙니다. 협력형(collaborative)에서는 체계들이 합의한 중심 목적을 위해 대체로 자발적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가상형(virtual)에는 중앙 관리 권한도, 합의된 목적도 없습니다.
망으로 잇는 일이 늘면서 이 구분은 더 넓은 뜻을 얻었습니다. 전장에서 정보를 나누려고 체계를 네트워크로 잇는 노력이 커졌고, 그 결과 국방부 체계 대부분은 "가상" SoS의 구성 요소로도 볼 수 있습니다. 누가 하나의 SoS로 계획하지 않았어도 이미 서로 이어진 체계가 많다는 뜻입니다.
센서·지휘통제·무장: 세 덩어리
무기 쪽에서 SoS를 가장 쉽게 그리는 방법은 세 덩어리로 나누는 것입니다. 센서가 보고, 지휘통제(command and control, C2)가 보고 들은 것을 모아 판단합니다. 실제 효과를 내는 것은 무장입니다.
NATO는 자기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체계(NATINAMDS)를 바로 이 말로 설명합니다. 각국과 NATO의 체계가 서로 이어진 연결망이고, 그 안에는 센서, 무기 체계, 지휘·통제 자산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은 이 연결을 모든 군으로 넓히려 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의 2022년 입문서에 따르면, 합동전영역지휘통제(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JADC2)는 국방부의 구상입니다. 목표는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 우주군 다섯 군의 센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잇는 것입니다. 그전에는 각 군이 다른 군과 맞지 않는 자기 전술 네트워크를 따로 만들어 왔습니다.
JADC2가 그리는 흐름은 세 덩어리를 그대로 따릅니다. 많은 센서에서 자료를 모으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처리해 표적을 식별한 뒤, 물리적 무기와 사이버·전자 무기 같은 비물리적 무기 가운데 알맞은 것을 지휘관에게 추천하는 것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분쟁에서는 지금 며칠씩 걸리는 판단을 몇 시간, 몇 분, 어쩌면 몇 초 안에 내려야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세 덩어리 사이의 선이 핵심입니다. SoS에서는 목표에 이바지할 체계를 찾고, 그 체계들 사이로 자료와 통제와 기능이 흐르게 하는 데 힘을 씁니다. 체계 사이의 경계와 접점(interface)이 중요한 것도 그곳이 자료가 오가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센서의 정보를 하나의 상황도로 합치는 일은 「통합방공과 센서 융합: 여러 센서를 하나의 그림으로」에서 더 자세히 봅니다.
레이저 무기를 이 그림에 놓는다면 무장 칸에 들어갑니다. 그 레이저 무기 한 대도 안을 보면 여러 부분이 이어진 체계인데, 그 구성은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만으로 되지 않는다: 체계 구성 한눈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연결이 약점도 되는 이유
선을 많이 이을수록 좋기만 할까요? GAO의 2018년 무기체계 사이버보안 보고서는 국방부 무기체계가 어느 때보다 소프트웨어에 기대고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동화와 연결성은 현대 군사 능력의 바탕이지만, 같은 이유로 무기체계가 사이버 공격에 더 취약해집니다.
연결은 무기의 지휘통제, 통신, 전장 인식에 걸쳐 정보 교환을 돕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체계 가운데 하나에 공격자가 들어가면, 연결된 네트워크를 거쳐 다른 체계에 닿을 수도 있습니다. 새 체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도 오래된 체계에 이으면 새 체계까지 위험해집니다. 직접 잇지 않았더라도 새 체계가 임무를 이루는 데 오래된 체계에 기댄다면 그 임무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체계에 기대는 문제는 사이버에만 있지 않습니다. 한 사업이 자기 요구를 맞추려고 다른 사업의 행동이나 결과물에 기대는 관계를 의존(dependency)이라고 합니다. 무기가 다른 체계가 주는 새 센서 능력에 기대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의존은 두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시제품이 제때 오지 않으면 일정이 밀립니다. 두 체계의 설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능력을 받치지 못하면 성능 문제가 생깁니다.
넓은 연결 자체에 대한 물음도 있습니다. CRS가 정리한 회의적인 분석가들은 기술이 충분히 성숙했는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치명적이고 전자전이 심한 환경에서 센서와 사격 수단을 안전하고 믿을 만하게 잇는 네트워크를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지도 묻습니다.
사람의 몫도 쟁점입니다. 영역을 넘나드는 결정의 권한을 누가 갖는지, 실시간 결정에 사람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묻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군사 결정에서 사람의 개입을 줄이는 것이 적절한지도 묻습니다. 판단을 기계에 얼마나 맡길지는 다음 글감인 "자율무기와 인간 통제: AI는 어디까지 판단할까"로 이어지는 물음입니다.
공개된 정책 용어: 상호운용성과 JADC2
연결을 말할 때 공식 문서에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입니다. NATO는 상호운용성을 동맹국들이 전술·작전·전략 목표를 이루려고 일관되고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함께 행동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꼭 같은 장비를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비가 공통 시설을 함께 쓰고, 다른 장비와 연결해 통신하며 자료와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 됩니다. 상호운용성은 기술(장비와 체계), 절차(교리와 절차), 사람(용어와 훈련), 정보의 여러 차원에 걸칩니다. 이것을 이루는 길은 표준화, 훈련, 연습, 교훈, 시연, 시험입니다.
거의 모든 국방부 체계는 다른 체계에 기대 원하는 능력을 내는 SoS 안에서 움직입니다. 미 국방부 체계공학 지침서는 상호운용성을 더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상호운용성은 한 체계가 정보, 에너지, 물질을 주고받으며 다른 체계와 상호 작용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항공기에서 쏘는 미사일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 미사일은 그것을 싣는 항공기와 상호운용되어야 합니다. 정보가 오가고, 발사 전까지는 기계적 접점이 미사일을 붙들어 둡니다.
상호운용성은 SoS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합니다. 미 국방부에서는 모든 체계가 배치 전에 상호운용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이 인증은 합동상호운용성시험사령부(Joint Interoperability Test Command)가 맡습니다.
다섯 군의 센서를 잇겠다는 JADC2도 결국 상호운용성의 문제입니다. 2023년 1월 GAO 보고서 당시 국방부는 JADC2 개발의 초기 단계였습니다. 어떤 기존 체계가 여기에 이바지할지 같은 세부도 그때까지 정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같은 보고서가 옮긴 국방부 이행 계획은 당시의 개발 노력이 상호운용성과 공통 자료 표준을 따르지 않는다고 인정했습니다. 각 군이 지휘통제 해법을 따로 만들고, 다른 군은 그 노력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체계의 체계는 기술 용어이기 전에, 따로 자라 온 조직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자율무기와 인간 통제: AI는 어디까지 판단할까: 연결된 체계에서 판단을 사람과 기계가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한 공식 논의를 봅니다.
- 통합방공과 센서 융합: 여러 센서를 하나의 그림으로: 센서 덩어리의 정보가 하나의 그림으로 모이는 과정을 봅니다.
- 레이저, 요격미사일, 방공포: 서로 어떤 역할을 나눌까: 무장 덩어리 안에서 무기들이 일을 나누는 방식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