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 사진을 떠올려 보면 날개 밑에 미사일이나 길쭉한 탱크가 줄지어 매달린 모습이 익숙합니다. 그런데 어떤 전투기는 날개 밑이 텅 비어 있습니다. 무기를 싣지 않은 걸까요?
아닙니다. 그런 비행기는 무기를 동체 안에 따로 만든 칸, 곧 내부 무장창(internal weapons bay)에 넣고 문을 닫아 둡니다. 왜 굳이 안에 넣을까요? 까닭은 크게 둘이고, 그 대신 치르는 값도 있습니다.
날개 밑에 매단 무기
비행기 바깥에 매다는 폭탄, 미사일, 연료 탱크를 통틀어 외부 장착물(external store)이라고 부릅니다. 1966년 NASA 랭글리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당시 군용기가 연료 탱크, 폭탄, 로켓, 로켓 발사기 같은 여러 외부 장착물을 싣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글은 문제의 핵심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공기역학자는 비행기를 거의 "깨끗한" 모양으로 설계하지만, 실제 비행기는 그보다 덜 깨끗한 모습으로 날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 조합과 여러 방식으로 장착물을 더하면 항력이 가파르게 늘어 임무까지 해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글이 나오기 전 15년 동안 NACA와 NASA, 다른 연구 기관이 외부 장착물에 관한 자료를 이미 많이 냈습니다. 날개 밑에 무엇을 다는 일은 오래전부터 공기역학의 숙제였던 셈입니다.
첫째 까닭: 레이다에 덜 보이게
첫째 까닭은 레이다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2024년 F-35 보고서는 F-35의 세 형이 모두 스텔스 레이다 신호를 유지하려고 주무장을 기체 안에 싣는다고 설명하고, 5세대 전투기 기술로 스텔스 도료와 형상, 복합재, 첨단 레이다와 나란히 내부 무장창을 꼽습니다. NASA의 1991년 보고서(TP-3110)도 초음속에서 무기를 안에 실을 때의 좋은 점으로 낮은 레이다 반사면적을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비행기 겉모양을 레이다에 덜 띄게 다듬어도, 그 아래에 다른 모양의 물체를 줄줄이 매달면 겉모양이 달라집니다. 레이다가 전파 메아리로 물체를 찾는 원리는 레이다: 전파로 거리와 움직임을 어떻게 알까에서 다뤘습니다.
이 생각은 첫 스텔스 작전기에서 이미 보입니다. 미 공군 팩트시트는 F-117A를 저피탐 스텔스 기술을 쓰도록 설계된 세계 첫 작전용 항공기로 소개하고, 무장 칸에 "내부 무장 탑재"라고만 적었습니다. 첫 F-117A는 1982년에 인도됐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둡니다. 스텔스는 "보이지 않는다"가 아니라 "덜 탐지된다"는 뜻입니다. 이 차이는 따로 쓰는 글 "스텔스기: 정말 보이지 않는 비행기일까"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둘째 까닭: 공기저항
둘째 까닭은 공기저항, 곧 항력(drag)입니다. 앞의 NASA 1991년 보고서는 초음속에서 무기를 안에 실으면 간섭 항력이 줄고 열 환경도 더 나아진다고 적었습니다. 항력은 공기 속을 나아가는 비행기의 움직임을 거스르는 힘입니다. 비행기의 모든 부분이 항력을 만들고, 엔진도 예외가 아닙니다.
항력은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공기와 표면이 스치며 생기는 표면 마찰이고, 다른 하나는 물체의 모양에 달린 형상 항력(form drag)입니다. 매끈한 표면은 거친 표면보다 마찰이 적습니다.
1966년 NASA 글은 아음속에서 외부 장착물을 단 비행기의 항력을 어림할 때 표면 마찰과 형상 항력에 더해 바닥 항력과 간섭 항력(interference drag)도 따로 셉니다. 간섭 항력은 이름 그대로 장착물끼리, 또는 장착물과 기체 사이의 흐름이 서로 끼어들며 생기는 몫입니다. 그리고 아음속에서 외부 장착물이 더하는 항력은 장착 방식에 달려 있고, 초음속에서는 장착 방식에 더해 비행기의 다른 부분에 대한 위치에도 달려 있습니다.
자동차 지붕에 짐 상자를 얹으면 바람 소리가 커지고 연료가 더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차이가 큽니다. 비행기는 훨씬 빠르게 날고, 초음속에서는 무엇을 다느냐뿐 아니라 어디에 다느냐까지 항력을 바꿉니다. 무기를 안에 넣으면 바깥에 매달린 장착물이 없으니, 장착물이 만들던 그 항력도 줄어듭니다.
문을 여는 순간의 문제
무장창에도 대가가 있습니다. 무기를 쓰려면 문을 열어야 하고, 문이 열리면 매끈하던 동체 아래에 빈 구멍, 곧 공동(cavity)이 드러납니다. 빠르게 흐르는 공기가 이 구멍 위를 지나면 흐름이 거칠어집니다.
1979년에 나온 B-1 폭격기 보고는 개발 동안 무장창 공동의 소음을 재고 줄이는 연구를 크게 벌였다고 적었습니다. 연구에는 풍동 모형, 비행 시험 측정, 항공기 설계 수정이 모두 쓰였고, 비행 시험에서 공동 소음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소음만이 아닙니다. NASA TP-3110은 무장창이 열리면 무장창 부품에 큰 동적 하중이 걸린다는 점을 내부 탑재의 단점으로 꼽았습니다.
열린 공동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무기가 아닌 비행기에서 더 자세히 공개됐습니다. 성층권 적외선 천문대 SOFIA는 보잉 747SP 뒤쪽의 열린 공동에 지름 2.5 m 망원경을 단 하늘의 천문대입니다. 2014년에 NASA 에임스 연구소는 공동 안팎의 흔들리는 흐름이 이 망원경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계산했습니다.
계산에서 눈여겨볼 곳은 공동 위를 덮는 흐름의 층인 전단층(shear layer)입니다. 이 층 안의 크고 불안정한 흐름 덩어리가 소음을 만들어 바깥으로 퍼뜨립니다. 공동 안의 압력도 계속 바뀌어, 안에 든 장비를 떨리게 할 수 있습니다.
무기를 떼어 내는 일도 따로 따져야 합니다. TP-3110은 어떤 무장창 모양에서는 장착물 분리가 어렵다는 점을 단점으로 들었고, 바로 이 문제를 다루려고 초음속 흐름 속 상자 모양 공동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반형 장착물이 받는 힘과 모멘트, 압력을 쟀습니다. 일부 공동에서는 옆에 문을 단 경우와 달지 않은 경우도 견주었습니다. 실험에서는 공동 가장자리에서 생기는 팽창파와 충격파가, 얕은 공동에서 떨어져 나온 장착물 표면의 압력을 크게 바꿨습니다.
안과 밖을 고르는 일
TP-3110이 든 단점에는 기체 안 부피가 더 필요하다는 것과 실을 무기의 모양·크기에 제약이 더 많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장창을 가진 비행기도 늘 안에만 싣는 것은 아닙니다. CRS 보고서는 F-35가 주무장을 안에 싣는 한편, 스텔스가 덜 필요한 임무에서는 무기를 바깥에 더 실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고르는 기준은 임무입니다. 레이다에 덜 띄는 것이 중요할 때는 안에 넣은 무기로 날고, 그보다 더 많이 싣는 것이 중요할 때는 바깥에도 답니다.
연표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바깥에 매단 무기의 항력을 따지던 연구가 먼저 있었고, 무기를 안에 싣는 폭격기에서 문을 열 때의 소음 연구가 나왔습니다. 스텔스기가 등장한 뒤에도 무기를 떼어 내는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레이저와 맞닿는 점: 열린 구멍 위의 공기
SOFIA 연구에는 레이저를 다루는 사람에게도 낯익은 대목이 있습니다. NASA 에임스 연구진은 망원경 상의 선명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두 가지 작용을 찾았습니다. 하나는 전단층의 밀도 변화가 상을 일그러뜨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망원경 구조의 떨림이 빛이 지나는 길을 흔드는 것입니다.
까닭은 공기의 굴절률입니다. 빛이 지나는 길의 굴절률은 전단층 안의 밀도 분포에 크게 좌우됩니다. 밀도가 고르지 않은 공기를 지나면 빛이 곳곳에서 조금씩 다르게 꺾입니다.
레이저 빔이 먼 거리의 공기를 지날 때 겪는 대기 난류(atmospheric turbulence)도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온도와 밀도가 다른 공기 덩어리가 뒤섞이며 빛의 길을 바꾸는 현상입니다. 이 문제와 그것을 바로잡는 기술은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과 적응광학: 흐려진 빔을 되살리는 기술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에 읽을 글
- 스텔스기: 정말 보이지 않는 비행기일까: 스텔스가 "안 보임"이 아니라 "덜 탐지됨"이라는 뜻을 봅니다.
- 레이다 반사면적(RCS): 큰 비행기가 작게 보인다는 말의 뜻: 레이다 신호를 숫자로 말할 때 쓰는 개념을 봅니다.
- 대기 전파: 흡수, 산란, 난류, 열 블루밍: 밀도가 고르지 않은 공기가 빛을 어떻게 흐리는지 봅니다.